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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주민 스스로 할 수 있게 인내하고 기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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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주민 스스로 할 수 있게 인내하고 기다려야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1.11.12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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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국지방자치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 주민자치 기획세션④
‘시범실시 주민자치회 비판적 분석-행안부 표준조례를 중심으로’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표준조례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이 제기됐다.

지방자치 30년, 주민자치 20년을 맞아 새로운 시대정신과 당면과제를 자치, 분권, 혁신의 취지에서 모색해 보는 2021년 한국지방자치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가 11월 4일과 5일 양일간 제주특별자치도 새마을금고제주연수원에서 개최됐다.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주민자치 기획세션을 열고 현장에서 축적해온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기반으로 주민자치 현안에 대한 진단과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구체적 방법론을 논의해 올바른 주민자치의 발전 방향과 지향점을 모색했다.

5일 네 번째 섹션에서는 ‘시범실시 주민자치회 비판적 분석’을 주제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 중앙회 대표회장이 발제에 나섰다. 서순복 조선대 교수가 진행과 토론에 모두 참여했고, 이종원 가톨릭대 교수와 김용운 건국대 교수가 토론자로 함께 했다.

좌장 겸 토론자로 나선 서순복 교수
좌장 겸 토론자로 나선 서순복 교수

전상직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전략인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자치분권’과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표준조례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이 개정(안)이 문 정부 국정전략에 충실히 부합하고 국정과제인 ‘획기적인 자치분권 추진과 주민 참여의 실질화’를 제대로 실천하는 것인가. 결론은 전혀 아니다. 행안부는 풀뿌리인 주민을 제치고 민주는 가로막고 자치도 무시하고 분권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회장은 “국가차원에서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다. 지방차원에서 지방차치단체의 장은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다. 지역차원에서 행정기관인 읍면동의 장은 공무원 중에서 시장·군수·구청장이 임명하고, 행정보조기관인 통리의 경우에는 ‘리’의 장은 대부분 리민들이 선출하지만 ‘통’의 장은 대부분 시장·군수·구청장이 임명한다. 읍면동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주민자치는 읍면동의 문제이다. 주민들의 생활세계인 통리/읍면동은 관료의 행정 보다는 주민의 자치가 훨씬 더 바람직하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그는 “읍면동은 협치형 주민자치-통리는 자치형 주민자치로 운영하면 된다. 주민자치기능의 중심은 통리회에 두고 협치기능의 중심은 읍면동회에 두는 이중구조로 설계하여 자치와 협치가 따로 성립하도록 하되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좋다”라며 “주민자치의 주체가 자치단체에서 지역사회로 변경되면 그 기능도 달라진다. 사회적 자본 형성, 사회 서비스 공급, 주민 목소리 대변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발제에 따르면, 주민자치의 기본조건은 개인 차원의 주민이 집합 차원의 마을로 눈을 뜨게 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지역을 나의 마을로 승인하고 주민을 이웃으로 승인하며 생활관계를 나의 일로 승인해야 비로소 주민자치가 성립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주민자치 어디를 찾아 봐도 이렇게 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주민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 주민자치회는 주민의 의견을 결집하고 민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주민을 회원으로 해 주민총회가 최고의 의결기구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주민자치회는 주민을 대표하고 대변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자치분권에 입각해 주민자치회에 입법·재정·인사권을 부여해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 정책은 주민이 마을의 공공을 위해 주민을 인격자로 만들고, 마을을 공동체로 만드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정부 당국이 직접 연구해 주민자치를 하자는 게 아니라 좋은 의견이 나와서 주민자치를 제도화 할 수 있고, 주민들이 이러한 사안을 민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면 개방성을 갖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회장이 지적한 행안부 표준조례의 가장 큰 문제점은 특별법 조항인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에서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을 누락시킨 것이다. 그는 “주민이 주민자치회의 회원이 되지 못해 회칙 만들 주체가 없어 주민총회를 못하고 회장선출도 주민이 못한다. 회원 대신 위원을 만들어 공개추첨으로 선발한다. 여기에 예산도 없으니 주민자치회가 무력화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상직 회장은 매우 불명확한 공고에 따른 위원 공개추첨제, 주민자치위원들이 과도한 임무를 강제로 강요받는 것, 주민 없는 주민총회, 주민자치회의 시민단체로의 위탁 등을 표준조례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행안부 표준조례에 비민주적 요소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행정에서 주민자치를 ‘조장’하면 안 된다. 주민자치회의 생존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없애버리면 주민자치회는 무력화된다. 주민들이 스스로 할 수 있게 인내하며 기다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원 가톨릭대 교수
이종원 가톨릭대 교수

토론에 나선 이종원 교수는 “‘주민자치’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왜 행안부 표준조례(안)이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왜 정부는 주민들, 시민들이 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표성, 책임성을 더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 같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행정법적 기관 책임성과 대표성 개념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공무원조직, 특히 행안부의 표준조례안에서 주장하는 많은 개념과 구성방법은 사실 주민역량에 대한 공무원들의 뿌리 깊은 불신, 그 간의 주민자치회 운영의 실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불신과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전국의 수많은 시범 실시 지역에서 좀 더 뚜렷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관련법인 또는 단체 등으로 주민자치회의 설치․운영을 지원하게 할 수 있다고 한 규정이 매우 독소조항이 될 것이며, 자칫 시민단체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측면은 잘 지적하였다고 생각한다. 또, 주민자치회 조직을 통리 단위 소규모로 하여 일본처럼 기초자치단체와 주민자치회를 분리, 병립하여 운영하거나 읍면동은 협치형 주민자치로, 통리는 자치형 주민자치로 운영하는 방법은 매우 의미 있고 건설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용운 건국대 교수
김용운 건국대 교수

다음으로 김용운 교수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주민자치가 아닌 단체자치 중심이다. 단체장과 의회 관계 속에서도 단체장 우위다. 지방자치 안에 단체와 의회가 있다. 표현부터 혼선을 줄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작은 단위의 관치를 하고 있는데 자치처럼 보이고 싶어서 이런 용어를 쓰는 건 아닐까? 지금 행태는 통치 범위가 작을 뿐이지 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지방자치를 안할 거라면 몰라도 하려고 하면서 관치 형태를 취하는 관행에서 전환적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김 교수는 “주민자치에 있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어떻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가 많은데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있었으면 한다. 자치역량과도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단계별, 점진적 혹은 유형별로 다양한 사무 발굴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순복 교수는 “한국의 지방자치는 단체자치에만 관심을 가지고 정작 핵심인 주민자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에서 오늘 발제의 의미가 크다. 특히 읍면동-통리형 주민자치회 이중구조의 제시는 탁월한 견해”라고 전제한 뒤 “다만 주민자치위원 구성을 주민에만 국한할 필요가 없고, 해당지역에 연고가 있는 기관단체 구성원도 포함시키는 조례의 취지는 합목적적이고 합법적이라고 본다. 물론 발제자께서 주장하신 바대로 주민들로만 구성된 주민자치회가 궁극적 지향이고 그것이 또한 바람직하다고 동의하지만 주민대표기관인 지방의회에서 통과시킨 조례에서 정한 내용을 간과할 수도 없다. 근대적 자치를 해 본 경험이 한국 현실에서 근본적 개혁보다는 점진적 개혁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주민자치회 구성 추첨제 방식이 민주성 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끝으로 전상직 회장은 “주민들의 개인차원의 능력을 주민자치회라는 집합차원의 능력으로 잘 끌어낼 수 있다면 못할 일이 없다. 다만, 주민들의 역량을 결집할 시스템이 없다. 주민이 주민자치회의 회원이 되는 게 중요하다. 주민자치에 대한 학제 간 연구도 더 필요하다. 주민자치, 쉽게 안 된다. 오랫동안 인내하고 실패도 하고 여러 문제들을 거쳐서 해야 안정 되는 것이다.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주민들에게 맡겨놓고 기다려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 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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