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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지원조직 예산’을 주민자치회에 직접 지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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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지원조직 예산’을 주민자치회에 직접 지원하라
  • 채진원 경희대 교수
  • 승인 2021.12.2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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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서울시 주민자치회 활성화 간담회 모습
서울시 주민자치회 활성화 간담회 모습

2022년 서울시 예산삭감안을 내놓은 오세훈 서울시장에 반발하는 시민단체의 저항이 가열차다. 양쪽이 갈등한 지 7개월이 넘었다. 계속되는 양쪽 진영의 비난전은 지지단체들의 대리전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양쪽 진영의 팽팽한 싸움은 타협과 조정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극한 파행으로 가고 있다. 이런 사태를 지켜보는 서울시 주민들은 1216일 예정된 본회의 최종 의결이 무산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서 불안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서울시 예산안이 합리적으로 조정되지 않고 예산안이 삭감 될 경우, 풀뿌리민주주의의 핵심인 주민자치회 예산집행도 타격을 받고 전면 멈출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막 출범한 서울시 25개 자치구 산하 185개 동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을 앞둔 주민자치위원회의 동력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오세훈 시장과 시민단체는 왜, 무엇 때문에 서로 싸우고 갈등하는 것일까? 서울시 주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위치에 서 있는 주민자치회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바람직한 조정안과 대안은 없는 것일까? 이번 기회에 주민자치회의 관점에서 오세훈 시장과 시민단체가 갈등하는 배경과 원인 및 대안을 찾는데 집중하면 좋을 것이다.

이런 파행사태의 배경은 무엇일까? 이른바 박원순 전시장이 설계한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오세훈 시장의 불신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16, 오 시장은 서울시의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현금자동지급)으로 전락했다며 시민단체 지원예산의 삭감을 예고했다. 오 시장은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시민단체에 지원된 총금액이 무려 1조 원이라며 실태조사와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111일 오세훈 시장은 민간위탁·보조금 사업에 대한 예산 1788억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32억원(47%)을 삭감하는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월간중앙>이 보도한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작성한 마을공동체 사업 운영실태 점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총 집행액 83억원 중 중간지원조직 인건비·운영비가 44억원(53%)을 차지한다. 사업비는 39억원(47%)에 그쳤다. 사업비 중에서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주민공모사업 예산 비중은 고작 16억원(전체 예산 대비 19%)에 불과했다.

중간지원조직의 인건비를 삭감하겠다는 오 시장의 이런 인식과 조치에 대해 생계보장과 대의명분을 추구하는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10201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을 조직하고 릴레이 기자회견을 여는가 하면, 114일에는 전국 1170개 시민·지역사회단체가 오 시장의 발언을 시민단체 폄훼로 규정하고 집회와 시장 면담 요구 등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이번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1123일 한국주민자치중앙회가 주최한 서울시의회 간담회에서 나온 김소양 서울시 의원, 김선길 광진구 주민자치협의회장, 이섬숙 여의동 주민자치회 회장,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회장 등의 의견들을 참고하면서 대안을 모색하면 좋을 듯하다.

김소양 의원은 오세훈 시장은 취임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 내년도 예산편성 준비과정에서 현장과의 소통과정이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 중 주안점은 엄청나게 많은 예산이 중간지원조직에, 특히 그 중 70%가 조직 인건비로 쓰여 필요 없는 부분을 없애고 필요한 부분을 주민들에게 돌리자는 차원에서 조정을 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예산 규모 자체가 줄었다. ‘과연 이게 주민자치를 위한 것인가라는 오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다음 주민자치회 모델을 발전시키는데 적용했으면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섬숙 회장은 서울시에서 중간조직에 지원한 예산 중 70퍼센트가 인건비로 쓰였다는 것에 경악했다. 지난 10년간 중간조직만 확대되고 전문화되었다. 정작 주민자치위원들은 매년 새로 선발되어 매년 똑같은 1회성의 교육만 받고, 10년간 중간조직 활동가들을 전문화하는 데만 예산이 쓰인 셈이다. 주민자치회에겐 쓰이지 않고. 예산 삭감 분을 주민자치회에서 받아야 한다. 방향성을 바꿔 중간조직이 없이 우리에게 직접 지원이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선길 회장은 동 시민참여예산이 100퍼센트 삭감됐고, 주민세균등분은 50퍼센트 삭감됐다. 올해 반납분까지 하면 80프로 삭감된 셈이다. 예산은 같아 보이지만 내년에 시범동이 늘어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의회와 협의해 최대한 삭감을 줄이고 내년 추경이 될 수 있도록 자치회에서 최대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전상직 회장은 중간지원조직 예산이 아닌 주민자치회에 내려오는 직접 예산까지 줄였다면 잘못된 것이다. 면밀히 파악해서 문제제기 할 것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대안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울시 동 주민자치회에 직접 주는 동 참여예산과 주민세예산은 삭감없이 차질없이 확대되어야 한다. 둘째 지난 10년 간 중간조직은 확대되고 전문화된 반면 주민자치회는 그럴 만한 기회, 지원 없이 제자리에 머물렀다는 지적에 따라 중간지원조직에 갈 전체예산을 주민자치회에 직접 지원해야 한다. 셋째 주민자치회가 스스로 자생성을 갖고 관련 교육사업 및 역랑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권과 자치권을 보장하는 관련 조례와 주민자치회법을 즉각 제정해야 한다.

오세훈 시장은 중간지원조직과 주민자치회 관련 조례를 개정하여 현 중간지원조직의 예산을 풀뿌리민주주의 핵심 기관인 동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회협의회에 직접 지급하는 방안을 조정안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서마종)-자치구 마을공동체지원센터(마자센터)-동지원관으로 연결되는 중간지원조직의 성격이 동 주민자치회의 위에 군림하거나 명령하는 상부기관이 아니라 주민들의 이해와 요구에 봉사하는 주민자치회의 보조기구로서 복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교육 역시 중간지원조직의 요구가 아니라 주민자치회가 스스로 필요와 방법을 선택하도록 보조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주민자치회와 중간지원조직 간의 관계에 대한 잘못된 제도설계에 성찰이 필요하다. 핵심적으로 서울시장과 각구 구청장의 민간 법인·단체의 위탁사항과 관련된 조례가 문제다. 예시를 들어보면,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10시장은 종합지원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관련 법인이나 단체 등에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그리고 서울특별시 광진구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24(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지원조직의 운영을 법인 또는 단체에게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중간지원조직의 위상 역시 풀뿌리에서 자라나는 주민자치회의 역량강화를 위한 보조역할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사용해온 마을만들기 콘셉트에서 벗어나 주민자치 가꾸기(마을 가꾸기) 콘셉트로 노선변경을 검토해야 한다. 주민자치는 위계적 중심(center)이 있는 중간지원조직의 돈과 행정 그리고 활동가들의 목적의식과 같은 외부주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주민자치는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와 동기에 의해 복잡계를 이루며 탈중심적이고 자생적인 힘으로 자라난다는 관점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마을공동체의 핵심인 주민자치는 위로부터 만들어지도록(making down) 해서는 안 되고 아래로부터 스스로 자라나도록(growing up) 가꾸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이에 시민활동가들은 메이커’(maker)의 역할이 아닌 정원사’(gardener)의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정원사는 자생력을 가진 식물들이 인위적으로 꽃이 피도록 만들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생명이 스스로 자라나는 것에 맞춰 거름을 주거나 가지치기를 해주는 등의 가꾸는 일뿐이다. 마찬가지로 마을공동체의 핵심인 주민자치의 정원사들은 마을이 단지 건물들이 있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말과 행위가 상호작용하여 열리는 공감과 소통의 공간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사람들의 말과 행위가 자유롭게 자라나도록 어떻게 가꿀 것인지, 그 경험과 사례를 수집하고, 연구하면서 함께 성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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