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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기본소득은 미래세대 위한 마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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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기본소득은 미래세대 위한 마중물”
  • 월간 주민자치
  • 승인 2022.01.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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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토론회서 “주민자치회가 마을 공동자원 활용해 시민배당” 제안
주민자치와 기본소득의 접점을 모색하는 정책 토론회가 1월 28일 열렸다. 사진=이문재 기자.
주민자치와 기본소득의 접점을 모색하는 정책 토론회가 1월 28일 열렸다. 사진=이문재 기자.

대선을 앞두고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입법・사법・재정권을 갖춘 주민자치회가 전제된다면 마을의 공동자원을 활용해 시민배당을 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1월 28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태화빌딩 그레이트하모니홀에서 열린 ‘주민자치화 기본소득 정책세미나’에서다. 이날 세미나는 기본소득국민운동 서울본부와 공정과평화아카데미가 주최하고 한국자치학회와한국주민자치중앙회가 후원했다. 

먼저 ‘한국적 주민자치회의 설계: 주민자치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표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한국의 주민자치는 죄다 실패했다”는 선언으로 발제를 시작했다. 전 회장은 “1999년 주민자치위원회가 도입됐지만 주민자치의 근본을 결여하고 있고 주민자치제도로서 구조적 모순과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다”며 “한국의 주민자치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정책에 의존하지 말고 전혀 새로운 경로로 주민자치제도를 기획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적 주민자치회의 설계'를 발표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한국적 주민자치회의 설계'를 발표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이어 “주민자치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주민이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일을 주민 스스로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향약과 같은 주민자치의 전통이 있었지만 점차 사라지고 있다. 서구가 300년에 이룬 경제성장을 우리는 30년 만에 따라 잡을 정도로 압축성장을 이뤘지만, 사회를 질적으로 성숙시키는 일은 압축해서 할 수가 없다. 성숙 없는 성장을 이루다보니 부작용이 심각하다. 시골의 공동체는 소멸되고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이웃을 타자화하고 주거를 은신처화 해서 살고 있다. 도시가 마을로서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바로 주민자치”라고 강조했다. 

전 회장은 “주민자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자치구역을 ‘내 마을’로 승인하고, 주민을 ‘내 이웃’으로 승인하고, 마을의 일을 ‘우리의 일’로 승인해야 한다. 그런데 주민자치를 말하면서 ‘주민이 승인해야 주민자치가 가능하다’는 기본원리조차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며 “주민자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주민에게 자치회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자치회에는 주민들이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그동안 주민들이 자치회를 만들 수 없도록 겹겹이 울타리 치는 일만 해왔다. 주민들이 연대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주민자치는 모두 실패새 경로로 기획해야"

현재 운영되고 있는 주민자치회의 문제점도 짚었다. 전 회장은 “주민자치회가 읍면동 단위로 설치되는데, 이는 무보수 명예직인 주민자치위원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넓고 인구가 많아 자치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읍면동장을 임명함으로써 관료와 행정이 선점하고 있어 주민자치회는 읍면동장의 보조 역할 밖에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추진해 온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해선 “주민자치를 지원한다면서 시민운동가들로 중간조직을 만들었다. 주민자치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주민자치 업무를 위탁한 것이다. 이제 서울시는 실패를 인정하고 주민자치회의 동의 없는 위탁을 멈춰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 회장은 “주민자치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읍면동을 자치단체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문제다. 때문에 읍면동사무소 업무를 행정복지센터에 일괄하고,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회장을 선출해 자치사업을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또 통리에는 자치형 주민자치회를 두고, 읍면동에는 협치형 주민자치회를 두는 이중구조로 설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은 자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자치회는 개인의 역량을 집단으로 이끌어내는 역량을, 국가는 분권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역량을 키울 때 주민자치 실질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발제를 마무리 했다. 

"조세 기반 기본소득은 한계…공동자원 활용 시민배당으로 보완"

두 번째 발제자인 이재섭 제주대 공동자원 및 지속가능센터 연구원은 ‘주민자치와 시민배당: 조세론적 기본소득론의 한계와 공동자원론에 입각한 해결방안’을 발표했다. 

이재섭 연구원은 “최근의 기본소득 논의는 중앙정부 중심으로, 조세에 기반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조세저항과 같은 한계를 안고 있다. 만약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자원을 활용해 그 재원을 시민배당에 사용한다면 조세저항 없이 기본소득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범위를 좁혀보면 마을공동체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지역소멸’이라는 위기 속에서 주민과 마을공동체가 지속가능도록 공동자원을 활용해 마을운영 기금을 조성하고 더 나아가 주민배당에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동자원론에 입각한 시민배당의 가장 큰 목표는 지자체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있다”며 “국가 차원의 기본소득이 사회적 안전망 역할이라면, 공동자원을 활용한 지자체의 시민배당과 마을의 주민배당은 공동체 활성화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자치화 시민배당'을 발표한 이재섭 제주대 공동자원및지속가능센터 연구원.
'주민자치화 시민배당'을 발표한 이재섭 제주대 공동자원및지속가능센터 연구원.

그렇다면 공동자원과 시민배당 논의를 어떻게 주민자치와 연결할 수 있을까? 이 연구원은 “현장조사를 위해 인터뷰를 진행해보면 마을에 공동자원이 없고 수익구조가 없다면 마을 운영이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다. 결국 마을의 자치는 물적 토대를 기반으로 가능하고, 마을의 공동자원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공동자원의 섬’이라 불리는 제주도를 실례로 들었다. 그는 “선흘1리는 관리되지 않고 있던 동백동산이라는 공동자원을 활용해 습지센터와 식당, 특산품 판매장을 만들어 공동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 가시리는 마을 공동목장 부지에 풍력발전단지를 유치해 토지임대료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주민 복지와 마을 운영에 사용하고 있다. 

그는 “사례에서 보듯 제주도 마을공동체들은 공동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마을자치를 신장시켜가고 있다”며 “다만 지역마다 다른 공동자원의 분배구조와 공동자원 이용의 정당성 문제, 분배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주체의 문제는 풀어야할 숙제”라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공동체와 공동자원을 둘러싼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여기에 더해 공동자원론에 입각한 시민배당으로 논의를 이어나가는 것은 또 다른 역학관계를 형성한다”며 “그럼에도 지금 우리는 공동자원에 대해 다시 한 번 주의를 환기하고 공동자원의 소유관계 현황과 관리 방안 그리고 공동체 삶과 어떻게 연결할지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박경하 한국자치학회 부설 향촌사회연구소장은 200년 가까이 주민자치를 이어오고 있는 ‘기지면 입암향약’를 예로 들며 “현재의 새마을회라는 명칭을 주민자치회로 바꾸면 자율적 자치 복지의 이상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소득의 도입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여야를 떠나 공론화되어야 할 시점”이라며 “다만 공유자원을 통한 수익만으로는 시민배당 액수가 부족할 수 있다. 기존 조세와의 보완 연결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민자치회가 공유재산 운영해 기본소득 배당"

강신하 변호사(법무법인 상록)는 “주민자치회 설립을 위한 법안 제정은 한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주민자치회는 최소 자치단위로 국가의 적극적 재정 지원이 필요한 만큼 ‘공무수탁사인’으로 성격을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기본소득 발표와 관련해서는 “공동자산을 운영하는 곳은 소규모 마을인데 이를 주민자치회를 일반화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장기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특성을 살려 주민자치회에서 공동자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한옥 기본소득국민운동 서울동작본부 상임대표는 “주민자치회가 지역 공유재산을 운영하면 지역민들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공동체의식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공유재산으로 형성한 기금으로 주민 개인에게 정기적 기본소득을 배당한다면 지역 주민들의 돌봄이 이뤄지는 살기 좋은 마을이 될 것이고 주민자치회는 주민의 대표기관으로 더욱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사회를 맡은 장재옥 중앙대 교수는 “3.1운동의 발상지에서 주민자치와 기본소득의 접점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주민자치와 기본소득은 우리사회 민주주의의 토대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말로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앞서 세미나에 참석한 박성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축사에서 심각한 양극화와 불공정, 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시대적 화두가 됐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과 주민자치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에 감사드린다. 국회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남훈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우리사회는 대전환의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생각을 바꾸면 된다. ‘우리의 공동자원을 국민 모두가 나눠가진다고 생각을 전환하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때문에 기본소득운동은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운동이다. 오늘 세미나가 더 많은 분들의 생각을 바꿔나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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