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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통제적 지방자치' 극복 대안은 '지방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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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통제적 지방자치' 극복 대안은 '지방 민주주의'
  • 월간 주민자치
  • 승인 2022.02.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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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학술대회 한국주민자치중앙회 기획세션 4세션
2022 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학술대회 한국주민자치중앙회 기획세션 네 번째 세션.
2022 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학술대회 한국주민자치중앙회 기획세션 네 번째 세션.

지난해 말 ‘주민자치회’ 조항이 삭제된 채 전부개정 된 ‘지방자치법’은 주민자치 실현에 한계를 지닌 만큼 관련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22 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학술대회 한국주민자치중앙회 기획세션 네 번째 순서에서 김범수 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 교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중앙통제적 지방자치’가 확대됐다고 지적하고 ‘지방 민주주의’를 제안했다. 

지방분권에 동의하면서도 권력이동에는 저항

김 교수는 ‘지방민주주의 관점에서 본 전부개정 된 지방자치법의 성과와 과제_주민자치회 지방정단 기관구성의 다양화를 중심으로’ 주제 발표에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이 여러 제도변화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지방분권 개혁의 역사에서 중대한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의 내용을 검토한 결과 ‘중앙통제적 지방자치확대’라는 한국 지방자치의 제도적 특성, 모순적 특성이 지속한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이는 행정권력이나 입법권력의 속성이 중앙집권 지향이라는 현실에서 찾을 수 있다. 결국 권력자들은 지방분권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권력이동에는 완전히 찬성하지 않으며 오히려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소속 자치분과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제시하는 ‘자치분권 2.0’은 중앙-지방의 협력 거버넌스론과 주민참여 활성화를 지지하는 주민분권을 기반으로 하는데 두 이론 모두 지방분권을 정당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지방분권으로 이양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의 구성원들인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제도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 필요하다며 ‘지방 민주주의론’을 제안했다. 이어 ▲주민자치회를 통해 주민들의 자율적 참여 과정을 제도화 ▲지방정당 허용 ▲자빙자치단체의 기관 구성 다양화에 대한 ‘지방 민주주의론’의 이론적 시사점을 제시했다. 

김범수 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 교수.
김범수 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 교수.

‘중앙통제적 주민자치 확대’는 논리적 모순

먼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의 문제점을 짚었다. 김 교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의 내용을 살펴보면 중앙정부의 통제권 강화가 명확히 보이고, 지방의회의 기능과 권한이 강화됐다”며 “반면 전부개정의 목표로 제시했던 주민자치의 강화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 권력 강화를 통하 국가와 지자체의 동반자화는 향후 과제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민자치회 조항이 삭제된데 대해 “국회 논의과정에서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충분한 보완 대책이 강구되어야 하고, 조직 재원 권한 등에 관한 세부 내용을 보완해 별도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관련 조항이 삭제됐다”며 “중앙정부가 주민자치 확대를 통제한다는 ‘중앙통제적 주민자치 확대’는 논리적으로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주민자치 현장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해남군 북일면 주민자치회가 북일초등학교를 폐교 위기에서 구한 사례를 제시하며 “마을의 문제를 주민자치회가 주민과 행정의 협력을 통해 해결한 사례”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처럼 생활 현장에서 주민이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한과 참여기제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 민주주의’ 관점에서 주민자치회의 법제화 방향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저율의 자치 공간을 허용하며, 사전통제에서 사후평가로 관리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며 “국회가 주민자치회의 조직・기능・역할・권한・재정방안에 관한 규정을 세밀하게 규정하기 보다 법령에 공백을 둠으로써 오히려 주민자치 현장에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방자치에서 주민자치가 없으면 ‘지방행정’만 남게 된다. 공공서비스를 공적 재원과 조직을 공급할 경우 한계에 봉착할 수 있으므로 주민 스스로 공공서비스를 공급하는 자립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훈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장훈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주민자치는 중앙중심 정치학 연구의 새 돌파구

윤광일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사회로 토론이 진행됐다. 장훈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주민자치회의 대표기능과 공적기능이 약화된 점을 지적했는데 매우 절실한 과제를 포착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주민자치는 기존의 중앙정부와 국가 중심의 민주주의 연구의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정치학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핵심적 연구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현장으로서 주민자치 현장에 대한 직접적인 관찰과 분석이 지방자치뿐 아니라 민주주의 연구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또 주민들의 직접참여와 지방정당의 선순환을 어떻게 설계하고, 이를 통해 단체장-의회-주민 사이의 권력균형을 맞출지에 대한 제도적 고민과 학술적 노력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현석 국회 미래연구원 연구원위은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중앙과 지방의 협력과 공존,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강조하지만 정작 지방정치와 지방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발표자가 제안한 ▲주민자치회 활성화 ▲지방선거 후보 순번제 도입 ▲지방정당 허용에 공감한다”며 “중앙정부에 자원이 집중되어 있는 한 ‘중앙통제적 지방자치’를 벗어나기 힘들다. 지방자치가 확산되고 정착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권한의 배분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확대되어야 하며, 동시에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 또한 확대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지역정당 허용 등을 통한 지역 정치 활성화는 지방자치를 심화하고 정착시킬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을 제공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구본상 충북대 교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과정을 보면 개정 방향이 중앙정부 시각에서 지방자치를 확인하고 통제하는 범위 내에서 자치권을 확대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다”며 “다만 주민자치회 활성화 방안 중 ‘사전통제에서 사후평가 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는데, 사후평가 기준은 어떻게 구성하고, 누가 평가할 것인지 같은 세부적인 사안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획세션을 주관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발표자가 주민주권론과 거버넌스론 사이에 간극을 정확히 짚었다. 주민은 개인이 아닌 집합적 형태로 거버넌스를 할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선 주민자치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행정안전부가 시범실시하고 있는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회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아예 주민자치를 시민단체에 위탁하고 있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자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주민자치에 대한 철학적, 정치적, 사회적 통찰을 해야 한다. 국가백년지대계라 할 주민자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좋은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하며 이틀 동안 진행된 학회를 마무리했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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