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55 (금)
주민자치회 재원 운영, 어떻게 하나
상태바
주민자치회 재원 운영, 어떻게 하나
  • 전영평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2.03.17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영평 교수의 자치 이야기

주민자치회 재원조달의 의미는?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 비전과 목표를 실질적으로 구현해야 할 위상과 더불어 자치회의 효과적 운영을 통해 주민자치 비전 구현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책무가 있다.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주민자치회 제도는 종래의 주민자치위원회와는 달리, 보다 자율적이며 효능적인 제도로 정착할 필요가 있다. 이에 필자는 주민자치회의 본격 운영과 더불어 유념해야 할 주민자치회 재원 운영의 원칙과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주민자치회 운영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숙고할 사안이 있을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주민자치회 운영에 따른 재원조달 문제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주민자치회의 재원확보는 자치회 운영을 위한 물적 토대로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재원 확보는 1)자치회의 기본 운영비용 2)사업기획 및 사업계획서 제출 비용 3)사업의 집행 및 평가 환류의 비용 4)각종 행사에 드는 기본비용을 조달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민자치회의 재원조달은, 기존에는 지자체의 보조금 및 사업지원에 따른 정부지원금이 대종을 이루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특별한 대안이 없는 한 향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주민자치회의 재원조달 방식은 크게 1)자체재원조달 방식 2)외부재원조달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자체재원조달 방식으로는 주민회비, 공동자산 수익금(예: 제주도), 주민 배당, 기부금 등이 있다. 외부재원조달 방식으로는 정부보조금, 지원금, 주민기초배당 등이 있다. 다만 자체재원이든 외부재원이든 재원이 확보되었다는 것과 그 재원을 주민자치회 재원으로 조달할 것인가는 별개의 사안일 수도 있다. 
필자는 주민자치회의 성공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재원조달의 중요성과 방식을 논의하되, 재원조달의 위상, 재원조달 시 고려해야 할 주요 조건(가치)들, 재원조달의 방안(자체조달/정부조달)의 장점과 단점 등을 성찰하고자 한다.  

재원조달과 관련한 몇 가지 원칙
주민자치회의 원활한 운영과 사업시행을 위해 자치회 재원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주민자치회 설립 및 운영정신에 부합하지 못하는 재원운영이 될 경우에는 각종 부조리와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며 그에 따른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인식 하에 필자는 주민자치회의 합리적 운영을 위한 기본원칙을 1)자주성 2)효능성 3)책임성 4)활동연계성 5)합의성 등 5가지 가치로 설정하였다. 다섯 가지 핵심 가치는 향후 주민자치회의 재원조달 방식과 집행 평가 논의를 위한 소중한 지표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5가지 가치 정향 제시 
5가지 가치 정향 제시 

- 자주성의 원칙 Autonomy Principle
자주성의 원칙이란 주민자치회의 운영은 ‘주민에 의한, 주민의, 주민을 위한 자치’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주인이 되어 자기 마을의 할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자주성의 정신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종전에 정치, 행정, 이권 개입으로 인해 주민자치의 형식과 내용이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주민자치회의 재원을 행정기관 지원금이나 보조금에 의존하게 될 경우, 주민자치회는 행정기관 지원금 의존현상과 더불어 사업신청금, 행사지원금, 지원금 사용과정과 회계 관리 등에 있어 행정기관과의 유착 및 각종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다. 

- 효능성의 원칙 Efficacy Principle
효능성의 원칙이란 주민자치회의 사업과 운영은 ‘사업목표를 잘 설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여 그 효능을 주민들이 실감하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주민자치가 실질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가 선택한 사업이 효율적으로 성공하는 사례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동기부여 이론 중 주목할 만한 이론에 따르면 (만족이 노력을 증가시키기 보다는) ‘좋은 성과가 사람으로 하여금 동기유발과 노력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예컨대 영어성적이 올라가면 영어 공부를 더 잘 하고 싶은 동기와 노력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이는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는 주민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 책임성의 원칙 Responsibility Principle
책임성의 원칙이란 주민자치회 임원은 그 운영에 있어 주민에게 책임을 져야 함을  의미한다. 주민자치회는 자치회장과 임원을 선출하게 되는 바, 이들은 자치회의 운영 및 사업, 재무 회계를 수행하는데 있어 투명한 운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주민자치회가 구성된다고 하더라도 상당수의 지역에서는 자치회 운영을 둘러싼 여러 가지 부조리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재원 조달과 재원 관리에 있어 각별한 책임관리가 요청된다.

-활동연계성 원칙 Activity-Relatedness 
활동연계성이란 주민자치회의 재원 조달은 주민자치회가 무슨 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사업, 미션수행, 설정과제)와 연계되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주민자치회가 주민공동사업(예: 동네소득사업)을 할 것인지, 환경보존 활동을 할 것인지, 자경활동을 할 것인지, 자원봉사를 할 것인지에 따라 그에 맞는 재원 조달을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이기 때문이다. 주민자치회는 자치회가 하고자 하는 사업과 활동을 연도 혹은 회기 별로 계획하고 공동결정을 한 이후에 재원 조달 방식을 모색하여야 한다. 이는 주민자치회가 정부가 해야 할 사업을 맡아서 하려들거나, 정부지원금을 쓰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업을 하려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자주적이고 자생력 있는 주민자치의 주체로서 설 수 있는 정신적 기반이기도 하다.
  
-합의성 원칙 Consensus Principle
합의성 원칙이란 주민자치회 운영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민주적으로 합의를 이루어야 함을 의미한다. 주민자치는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할 것인가’에 더 주목해야 할 민주주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도 주민의 합의절차에 의하지 않고서는 그 결정의 정당성이 약해지고 시행과정의 참여 수준이 부실할 것이다. 주민자치는 주민 스스로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내재화하는 과정에서 성숙되는 것이기에 몇몇 주민 혹은 외재적 간섭자가 주동하는 것은 극도로 피해야 한다. 자신들이 무슨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야말로 주민자치의 의미와 재미를 느끼는 과정임이 분명하다.     

주민자치회 재원조달 방식과 유의사항
주민자치회의 재원조달 방식은 크게 자체조달과 외부조달의 2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자체조달은 주민자치회 구성원 회비, 마을 공유자원 소득, 주민모금, 주민공동사업소득, 배당소득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재원의 자체조달은 주인의식, 마을에 대한 관심,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주민자치위원회 사업에 대한 정부지원이 일상화되어 정부지원금에 대한 의존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지원금 퍼주기를 통한 정치적 선심이 개입되어 주민자치회 재원조달이 정부지원금으로 당연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체재원조달에 대한 주민들의 합의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재원조달은 주민자치회가 해야 할 활동이 어떤 것인가에 따라 조건 지을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회가 자체 결정으로 주민소득사업이나 마을 인프라 건설에 정부지원을 요청할 수는 있겠으나, 주민자치회가 사업 시행 주체가 된다던가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로 보인다. 자금 사용과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주민갈등이 심화되어 주민자치회의 존속 위기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에 잘 유념하여 현명하게 대처할 경우, 주민자치회 활동은 마을관리, 안전관리, 환경보전, 덕업상권, 자원봉사 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자체조달 방식으로도 충분히 마을의 사회적 자본을 육성을 위한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외부조달방식은 자치회 재원을 정부와 기타 단체 등을 통해 조달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재원 마련은 최근 자치단체가 주민세를 재원으로 하여 지원하는 방식과 중앙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에 사업신청 방식을 통하여 지원을 요청하는 방식이 있다. 
최근 세종시를 필두로 하여 다수의 지자체가 주민세를 재원으로 하여 주민자치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지차체가 주민세를 주민자치회 재원으로 충당하겠다는 결정은 지방정치인의 재선을 위한 선심성결정이거나 선언적인 결정으로 의심할 만한 사유에 해당된다. 왜냐하면 이는 주민세의 원래 용도를 주민자치회의 재원 조달로 그냥 포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주민자치회가 스스로의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지 결정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자체가 먼저 나서서 선심 쓰듯 발표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주민세를 주민자치회의 재정으로 확보하겠다는 것과 그 재원을 주민자치회에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은 서로 다른 맥락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제시하지도 못 한 채, 재원조달의 근거(주민세)만 천명하면서 지자체 홍보를 하는 것은 선심성 선언으로 보인다. 주민세를 주민자치회의 재원으로 확보하겠다는 지자체의 선언은, 아직 제대로 출범하지도 않은 상당수의 주민자치회로 하여금 자주적 협의과정 보다 재원을 더 의식하도록 유도하는-관청 의존적 사고를 유도하는-관주도적 전술적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향후 주민자치회 운영의 성패는 ‘그것이 얼마나 자주적, 자생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가’에 달려있지, 주민자치회 사업 재원, 운영재원 확보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선진국 주민커뮤니티는 정부 재원의 도움이 없어도 스스로의 노력과 비용으로 민간부문의 자치를 여러 가지 영역에서(환경보호, 자원봉사, 청소 및 위생, 자경대 조직, 무료봉사, 기후변화대응, 학교봉사, 편지쓰기, 기금모금, 약소자 지원, 재해방지 등)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재원조달의 합리적 선택을 위한 몇 가지 제안
주민자치의 궁극적 비전은 주민스스로가 마을단위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질서, 규범, 신뢰, 협동, 참여, 주민역량, 행동, 존중, 리더십, 비판적사고 등)을 형성하여 ‘상생 소통 번영하는 명품마을’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주민자치회는 그 구성과 성격상 마을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만들어가는 데 특장점이 있는 조직이지, 마을의 물질자본을 축적하거나 물질배당에 주안점으로 작동하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러한 판단을 토대로 필자는 주민자치회의 재원조달이 마을사회자본 육성이라는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였다. 이런 점에 유념하여 주민자치회의 합리적 재원 조달과 운영방안에 대한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주민자치회의 재원조달은 주민자치회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사안과 직결되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국 자치회의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하는 한편, 한국 주민자치회 모범 운영 사례를 만들고 이를 전파 확산시키는 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주민자치회 활동을 되돌아보는 자기성찰도 필요할 것이다. 마을 특성과 형편, 환경 특성에 맞는 사업개발, 시행착오와 시정을 통한 성찰적 자치회 운영을 차분히 해 나가면서 마을사회자본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재원조달 방식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셋째, 주민자치회 활동을 위한 마을 자치회별 비전, 전략, 과제 도출(마을별 장점 약점 기회 위기 상황파악과 핵심역량 확보 그리고 상황에 맞는 전략적 과제 도출)에 따른 재원조달 방식을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  
넷째, 주민자치회의 역량에 맞는 과제 도출에 있어 외부 전문집단의 지원을 받아 활동방향과 사업 그리고 재원조달을 숙의하여 결정(주민자치회 재원조달 방식과 성공지표와의 연계성 검토 및 주민자치회 운영을 위한 자체평가지표의 개발과 지원)하는 일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두 개의 질문을 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질문은 ‘주민자치회를 정부 지원금 없이 자체재원으로 운영할 수는 없을까?’하는 것이다. 자기 마을의 일을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재원을 확보하여 자주적이며 합의적으로 운영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 주민자치의 최선의 방법은 아닌가해서이다. 토크빌이 말하는 미국식 결사체 민주주의 방식과 한국식 촌계 방식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미국식 자치협회, 한국식 촌계방식은 주민의 자주적 운영을 보장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현재 한국적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다만, 자주 자생 자치를 추구하며 참여와 보람을 공유하는 방식이라는 점은 한국주민자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두 번째 질문은 ‘주민자치회 재원이 정부지원으로 이루어 질 경우 자주성, 효능성, 책임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정부로부터 조달되는 재원은 ‘눈먼 돈’으로 인식되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경향이 강하며 사업계획, 참여자, 운영, 회계에 있어서도 각종 부조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현상은 여기저기서 반드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는 주민자치회 실패 여론으로 부각될 것이다. 운영진의 부조리를 사후에 책임지우기 보다는 절차와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사전예방 방식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는 진정 멀고도 험한 길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주민자치는 결코 쉽게 창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간의 주민자치를 회고하면서 성찰하는 이유는 주민자치 자체를 비판하거나 비난하고자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난한 주민자치의 길을 어떻게 잘 헤쳐 나갈 수 있는가의(muddling-through) 전략과 방법론을 구하고자 하는데 있기 때문임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공공성(公共性)’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연구세미나95]
  • 문산면 주민자치회, 주민 지혜와 협의로 마을 발전 이끈다
  • 제주 금악마을 향약 개정을 통해 보는 주민자치와 성평등의 가치
  • 격동기 지식인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연구세미나94]
  • 사동 주민자치회, '행복한 끼'로 복지사각지대 해소 나서
  • 남해군 주민자치협의회, 여수 세계 섬 박람회 홍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