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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는 내 삶의 주춧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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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는 내 삶의 주춧돌”
  • 여수령 기자
  • 승인 2022.03.2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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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터뷰] 주재구 충청북도 주민자치 원로회의 상임회장
주재구 충북 주민자치원로회의 상임회장.
주재구 충북 주민자치원로회의 상임회장.

충북의 마당발, 작은 거인. 주재구 충청북도 주민자치 원로회의 상임회장을 소개할 때면 늘 뒤따르는 수식어다. 하지만 최근 그는 주민자치의 주춧돌을 자처하며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는 6월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후보자들과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국민 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주재구 회장을 221일 만났다.

오늘 오전 충북도청에서 지방분권, 균형발전, 주민자치에 관련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점검하는 회의가 있었습니다. 흔히 지방자치라고 하면 자치단체를 먼저 떠올리지만 풀뿌리 민주주의의 완성은 주민자치입니다. 주민 한 명 한 명이 마을에 애정을 갖고 마을일에 직접 참여하면서 감동을 느낄 때 비로소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집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주민들을 주체가 아닌 객체로 여기고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 완성은 주민자치

주민자치회법입법 위해 노력

지난 15년간 주민자치 현장을 살펴온 그는 지난해 말 이뤄진 지방자치법전부개정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며 주민자치회조항이 전부 삭제됐습니다. 주민자치회에 대한 법적 뒷받침이 없다보니 지역단체장이나 의회에 의해 주민자치 정책이 좌지우지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루빨리 주민자치회법이 제정돼 주민자치 활동의 기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6월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에게 주민자치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관련 입법과 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촉구할 예정입니다.”

주 회장은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에도 충북 8개 선거구에서 여야 후보 16명 중 15명과 주민자치 실질화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주민자치를 통해 주민 행복과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적극 나선 덕분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후보자들이 주민자치 실질화 협약에 동참하는 쾌거를 거둘 수 있었다.

이처럼 열정을 쏟는 주재구 회장에게 주민자치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대우자동차, 라이온스클럽과 함께 인생의 네 잎 클로버로 꼽힌다.

충남 천안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 때문에 일찍 생업전선에 나섰다. 그러다 1972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해 만학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방송대 1기생이라는 자부심으로 2018년 충북지역 동문회장 소임을 맡기도 했다. 1977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해 청주 영업소로 첫 발령을 받았고 최연소 지점장, 전국 최다 판매 지점, 최장수 지점장이라는 기록을 썼다. 입사 28년만인 2005년 명예퇴직을 하기 전까지 그는 영원한 대우맨’ ‘살아 있는 전설로 불렸다.

방송대를 졸업한 덕분에 대우자동차에 입사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영업을 하면서 익힌 도전과 희생, 창조라는 대우정신이 제 삶의 이력이 되었습니다. ‘만남의 소중함을 알자는 좌우명을 가슴에 새기며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대했기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988, 인맥을 넓히기 위해 가입한 라이온스클럽은 그에게 봉사의 참된 의미를 알려준 네 잎 클로버. 수해나 화재 같은 재난 현장을 찾아다닌 것은 물론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아 남북교류사업과 해외 현장에 참여하며 봉사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라이온스 충북지구 사무총장으로 봉사활동에 매진하던 그는 2006년 주민자치와 첫 인연을 맺었다. 어느 날 동장이 찾아와 주민자치위원을 맡아달라고 청한 것. 지역사회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 온 그이지만 정작 동네의 일에 무관심했다는 마음에 선뜻 주민자치위원을 맡았고, 2008년 동 주민자치위원장을 거쳐 2009년에는 청주시 주민자치위원협의회장에 선출됐다.

당시 충북 11개 시군 중 6개 지역에만 주민자치협의회가 있고 나머지 5개 지역에는 구성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각 시군을 방문해 단체장과 주민자치위원장들을 만나 마을의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류와 협력도 중요하다고 협의회 구성을 독려했습니다. 그렇게 1년 남짓 걸려 2011년 충북주민자치연합회를 출범시키고 초대 회장을 맡았지요. 이후 충청북도에서도 주민자치에 관심을 갖고 다양하게 지원해주어 주민자치 워크숍, 주민자치 프로그램 경연대회 등도 알차게 치를 수 있었습니다.”

충북주민자치위원연합회는 전국 광역시도 주민자치회 출범에 발맞춰 2014충청북도주민자치회로 전환됐고, 2016년 사단법인 등록을 마쳤다. 주재구 회장은 사단법인 등록으로 충북주민자치회가 자생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1년간 시군 찾아다니며 충북주민자치회 구성

사단법인 등록으로 활동 기반 마련

충청북도주민자치회 출범으로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가 도 단위까지 협력 체계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자치 정책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행정안전부가 8년째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하고 있지만, 특별법에 근거해 한계가 있고 구체적인 성과 역시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여전히 주민자치회를 행정의 보조수단으로 여깁니다.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운영이나 봉사활동 하는 단체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지요. 지자체장들이 선거 당시 제시한 주민자치 관련 공약을 점검하고 임기 내 실시한 주민자치 정책을 평가해서 공개한다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일선 현장에서 물러난 후에도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주 회장의 노력은 계속됐다. 2020년 충청북도 주민자치 원로회의가 창립하며 상임회장에 취임한 그는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현직 주민자치위원들을 지원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충청북도는 주민자치 관련 정책이나 지원이 다소 부족한 편입니다. 주민들의 삶이 행복하고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그 지역을 제일 잘 아는 주민들이 직접 정책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행정기관이 주인이 되고 주민은 행정의 객체가 되어 있는 형국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현직 주민자치회가 주축이 되고 원로회의와 여성회의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 충북 주민자치 원로회의는 다른 지역보다 다소 늦게 출범했지만 조직이나 인원 면에서는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간 시군 원로회의까지는 구성을 마쳤는데,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읍면동 단위까지는 확산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큽니다. 올해는 지방선거 후보자 협약을 시작으로 다시 조직 구성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주민자치대상 원로대상 수상

주민자치 새 시대 여는 원년 만들자

충북 주민참여예산위원장, 충북 투자유치 특별자문단, 행안부 예산바로쓰기 감시단 같은 지역 단체에서도 일하며 쌓은 경험도 주민자치 활동에 큰 밑거름이 됐다. 주 회장은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되어도 자체적인 예산은 마련하기 힘들다주민자치회 운영에 필요한 예산이 편성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주민자치회의 하나의 분과가 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명실상부한 주민자치가 이뤄지기 위해선 동학혁명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구한말 농민들이 온갖 억압과 고난을 무릅쓰고 가족과 지역, 국가를 살리기 위해 봉기하고 희생한 것이 동학농민혁명입니다. 자신의 권리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쟁취해야 합니다.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마을일을 꾸려가는 것, 그것이 바로 제2의 동학혁명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주민자치 실질화에 함께 앞장서 나갑시다.”

직업이 주민자치라고 얘기할 만큼 주민자치에 애정과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주 회장은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2020 대한민국 주민자치대상 원로대상을 수상했다. 주 회장은 부족한 사람인데 분에 넘치는 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라며 대선과 지방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올해는 주민자치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원년이다.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주민자치위원님들이 뜻을 함께 한다면 주민자치가 우리 삶의 든든한 주춧돌이 되는 시대를 만들 수 있다는 격려와 당부를 건넸다.

주재구 충북주민자치원로회의 상임회장은 최근 2022 대한민국 주민자치대상 원로대상을 수상했다.
주재구 충북주민자치원로회의 상임회장은 최근 2022 대한민국 주민자치대상 원로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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