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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는 마을의 미래 만들어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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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는 마을의 미래 만들어가는 일”
  • 여수령 기자
  • 승인 2022.03.2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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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터뷰]이일건 충청남도 주민자치협의회장

충청남도는 주민자치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 왔다. ‘논산형 주민자치’, ‘당진형 주민자치같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모델을 개발해 주목 받았고, 주민자치회 전환도 207개 읍면동 중 67개소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19년부터 충남형 주민자치 혁신모델사업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주민자치회에 단계별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2월 제정된 충청남도 농촌정책 협업 촉진과 주민자치 강화 조례는 주민자치 지원을 명분으로 농촌활력지원센터라는 중간조직을 두도록 해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충청남도주민자치회는 도 차원의 중간조직이 생기면 15개 시군으로 확대되고 주민자치회는 그 하부조직화 될 가능성이 크다며 조례안 철회를 촉구했지만 결국 시의회를 통과했다. 이와 함께 지자체들이 주민자치회 시범운영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평가 없이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고 있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이일건 충남주민자치협의회장.
이일건 충남주민자치협의회장.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충청남도주민자치회장에 선출된 이일건 회장은 취임식도 생략한 채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주민자치 활동이 사실상 멈춰 섰지만 올해부터는 산적한 현안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는 절박감에서다. 최근 개최한 임시회의에서는 충남주민자치회를 충청남도 비영리단체로 등록해 관련 업무를 위수탁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지난해 취소됐던 한마음대회도 개최키로 했다. 또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초청 공청회를 열어 주민자치 공약을 청취건의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충남주민자치회는 지난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에도 지역 후보들과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국민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당선 후 양승조 충남도지사께서 축하 전화를 주셨고 126일에는 각 시군 회장 및 임원 12명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충남주민자치회를 비영리단체로 등록해 주민자치 관련 사업을 위수탁할 수 있도록 실무 협의를 추진키로 약속했다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지원방안과 계획이 도출될 수 있도록 차근차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주민자치회 운영 조례를 두고 있지만 제대로 실행되는 곳은 드물다. 주민자치가 걸어갈 길을 탄탄히 만들기 위해 조례를 꼼꼼히 살피고 지켜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충남지역에서 주민자치회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데 대해선 우려를 밝혔다. 이 회장은 서천, 논산, 공주, 아산 등에서 주민자치회 시범운영이 확산되고 있다. 부여군도 4개 지역에서 주민자치회 전환이 이뤄져 첫 주민총회에 직접 참석해 보기도 했다기존 위원회가 주민자치센터 운영과 행정자문 정도를 맡았다면 주민자치회는 마을의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사업을 계획대로 시행하지 못했고 사무국장 보수문제도 발생해 아직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시범운영을 확대하기보다 주민자치회 위원들의 목소리를 폭넓게 청취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다만 주민자치회 사무실 운영과 간사 채용을 위한 재정 지원은 반드시 담보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회장이 주민자치와 인연을 맺은 것은 14년 전, 부여군 규암면주민자치위원에 추천되면서다. 당시에도 여러 지역 단체에서 활동했던 그는 주민자치위원회 뿐 아니라 부여군 주민배심원단, 주민예산심의위원회, 바르게살기운동본부 등에서 요직을 맡아 일 해왔다. 개인 사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여러 단체를 이끌어 올 수 있었던 노하우로는 ‘60% 공식을 제시했다.

무슨 일이든 100%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 이해관계가 공존하는 단체의 경우 60% 정도만 따를 수 있게 조정한다면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회원들이 지혜를 모아 하나씩 채워나가는 것이지요. 특히 주민자치는 처음부터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작은 일이라도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더욱 큰 의미를 갖습니다.”

10년 째 규암면 외2리 이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마을장학회 설립, 애국지사 마을 표지석 건립, 도시가스 설치 지원금 지급, 이웃돕기 성금 기탁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이 회장은 주민들을 자주 만나 불편한 점은 무엇인지,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또 타 지역 우수사례를 적극 참고해 우리 마을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주민과 행정기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방분권을 넘어 주민자치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행정과 주민 간 협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행정기관의 지나친 간섭은 경계했다. 이 회장은 서울경기지역으로 주민자치 견학을 가보니 구청의 수영장 운영 예산이 부여군 전체 주민자치 예산보다 많은 사례도 있었다. 지자체는 단순히 예산을 배분하는 것을 넘어 지역별 예산 편차를 해소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주민들의 자치 역량을 높이고 스스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행정기관의 역할이다. 공무원들이 사업 내용에 관여하기 시작하면 그건 자치가 아니라 관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민자치회 관련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32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주민자치회 관련 조항이 모두 삭제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그간 정부는 주민자치회 전환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여 왔는데 정작 이번 법 개정으로 주민자치회의 법률적 근거가 사라져 버린 셈이다. 지자체 조례만으로는 주민자치회 운영에 한계가 명백한 만큼 올해에는 반드시 관련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열린 충청남도 주민자치 발전 및 활성화주제 토론회에서는 주민자치회에 대한 도민 인식 부족 기관별 역량 및 예산 편차 상근인력 부족 사업간 연계성 미흡 등이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이 회장은 주민자치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나와 내 이웃들이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근시안적으로 작은 일에 만족하고 안주해서는 안 된다. 1회성 사업에 그치지 않고 10년 후, 20년 후 더 나아가 100년 후에도 잘 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일을 기획해야 한다. 주민자치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충남주민자치회는 충남의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각오로 위원단을 북부남부서부지역에 고르게 배분하고 전임 회장들도 참여해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첫 임시회의에서 2시간 넘게 심도 깊은 토론이 이뤄질 정도로 위원님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습니다. 앞으로 두 달에 한 번씩 회의를 열어 민주적인 방법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결정된 사항은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끝으로 이 회장은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주민자치도 새로운 분기점에 와 있다. 우리가 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주민자치의 더 넓은 지평을 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신 주민자치위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2022년에는 충남 주민자치가 진일보할 수 있도록 언제든 고견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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