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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주민자치회와 박원순 '서울형 주민자치회'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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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주민자치회와 박원순 '서울형 주민자치회' 비교
  • 여수령 기자
  • 승인 2022.03.31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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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치학회 제10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
한국자치학회가 3월 31일 개최한 제10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에서 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차베스와 박원순의 주민자치모델 비교-시민단체 개입과 재정지원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한국자치학회가 3월 31일 개최한 제10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에서 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차베스와 박원순의 주민자치모델 비교-시민단체 개입과 재정지원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연속 세미나를 통해 베네수엘라 주민자치운동의 역사와 공과를 연구해 온 한국자치학회가 차베스의 주민자치운동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직접 비교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자치학회가 3월 31일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 그레이트하모니홀에서 개최한 제10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에서 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차베스와 박원순의 주민자치모델 비교-시민단체 개입과 재정지원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주민자치 핵심은 주민들의 자기결정성-책임성

조 연구위원은 발표에 앞서 ‘주민자치’의 정의를 살폈다. 조 연구위원은 “지방자치 측면에서 주민자치란 주민 스스로 주민복리를 위한 사무에 대해 결정권을 가지면, 사무수행을 위한 재정도 책임지는 제도”라고 정의하고 “지방분권 측면에서 주민자치란 자치분권으로 이양된 지방정부의 권한을 주민들이 잘 행사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자치제도는 주민의 자기결정성과 책임성이 중요한 제도”라고 강조하며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부가 시행한 주민자치위원회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주도한 서울형 주민자치회의 유사점에 주목했다. 

먼저 차베스의 주민자치모델의 역사적 흐름을 짚었다. 발표에 따르면 1998년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당선된 우도 차베스는 당초 지역공공계획위원회(CLPP)를 직접민주주의의 핵심적 주체로 삼았다. 하지만 CLPP는 지나치게 넓은 지역을 포괄해 주민 참여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았고, 재정자원이 인구비례에 따라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는 문제를 초라했다. 또 시장이나 주지사가 CLPP를 무력화 하려는 시도가 일어났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차베스 정권은 2005년 주민들에게 입법・재정을 보장하는 주민자치위원회(CS)를 설치한다. 

차베스, 정치적 목적으로 조직해 정치적 운영

주민자치위원회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민총회를 두고 있으며 위원회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기에 해당 지역 자치단체장은 이 결정을 따를 의무가 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도시지역에서는 200~400가구, 농촌지역에서는 20~30가구 단위로 구성됐다. 2005년 7개 지역에서 3,700개가 구성된데 이어 2006년에는 335개 지역에서 16,000개로 급증한다. 
주민자치위원회 운영에는 시민단체인 ‘볼리바리안 서클’이 개입하게 된다. 볼리바리안 서클은 2000년 헌법을 공부하는 모임으로 만들어졌으나, 2001년부터 차베스 대통령의 정치참여 요구를 통해 전국적이고 통일적인 조직으로 발전한다. 이후 이들은 주민자치위원회 주민들을 대상으로 헌법을 교육하고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정책을 해설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조성호 연구위원은 “볼리바리안 서클은 새마을운동처럼 자발적인 운동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으로 정권에 의해 조직・운영되었기에, 지역발전은 도외시하고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관변조직화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앙정부는 주민자치위원회에 막대한 기금을 지원했는데, 2007년부터는 지방분권을 위한 정부 간 기금(Fides)과 광산섬유 특별경제 할당법(LAEE) 할당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15억 달러가 주민자치위원회 프로젝트 자금으로 사용됐다. 조 연구위원은 “주민자치위원회는 중앙정부로부터 직접 수령한 자원만 운영할 수 있을 뿐 지방정부 예산에는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또한 다른 정부기구나 지방자치단체 기구들과의 연계 관계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아 협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울시, 시민단체에 주민자치 위탁해 자치정신 왜곡

다음으로 박원순 전 시장이 주도한 ‘서울형 주민자치회’의 현황을 소개했다. 서울시는 2006년 동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에 관한 논의를 시작해 주민자치회의 기능 및 권한 강화, 위원 대표성 강화를 추진한다. 주민자치회 운영주체는 행정기관과 중간지원조직으로 이원화했다. 행정기관은 서울시-자치구-동으로 구성되며, 중간지원조직은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구 주민자치 사업단-동 자치지원관으로 이뤄졌다.

조 연구위원은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구 지원관-동 지원관-주민자치회 간사의 수직적 체계를 구축하고, 주민자치회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동 지원관이 함으로써 주민자치회의 권한을 축소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 핵심인 주민을 소외시키고 주민자치 현장을 위탁이라는 형식으로 시민단체에 내주었다. 서울시의회 역시 조례를 통해 주민자치회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권리 및 운영에 필요한 인력・예산을 법인이나 단체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민이 직접 주민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재정지원 방식은 베네수엘라의 경우 중앙정부가 주민총회에 직접 재정을 지원한 것과 달리, 서울시의 경우 중간지원조직을 통한 간접지원과 주민자치회에 대한 직접지원을 병행했다. 다만 간접지원 상승폭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집행된 서울시 자치행정과의 총예산 451억 원 중 70%에 달하는 314억 원이 중간지원조직인 주민자치사업단에 지원됐다.

주민결정성 강화 위해 중간지원조직 개혁 시급

조 연구위원은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차베스와 박원순의 주민자치 모델은 시민사회 개입과 재정지원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상당히 유사성을 갖는다”고 지적하고 “주민자치에 대한 시민단체 동원은 주민자치단체의 운영을 이념적으로 흐르게 하고, 막대한 재정지원은 정치적 선심성 예산으로 집행돼 포퓰리즘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밝혔다. 

특히 조 연구위원은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중간지원조직이 주민자치회를 지배함에 따라 주민자치회의 자기결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평가하고 “주민자치회의 자기결정성 강화를 위해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인 개선 방안으로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의 사무는 현지성과 주민편의성이 강한 구청에 이관하고, 구 주민자치사업단의 사무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주민자치단체에 대한 재정은 주민세 일부와 회비 등으로 충당하고, 지원방식은 조건 없는 포괄적 보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안태환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
안태환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

발표 후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의 사회로 지정토론 및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안태환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발표자의 비판의식에는 동감한다. 다만 볼리바리안 클럽이 주민자치위원회의 운영에 개입했다는 주장의 근거 자료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 서울형 주민자치회가 연 1회 주민총회를 여는 것과 달리, 베네수엘라는 월 1회 가량 주민총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최근 확인했는데, 이는 베네수엘라 주민자치위원회의 자율성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차베스 정권이 권력 유지를 위해 막대한 재정으로 주민자치위원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시각은 미국 우파적 학자의 그것과 일치한다.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해 달라”고 질의했다. 

조성호 연구위원은 “베네수엘라 주민자치 모델의 장단점이 있다. 지나치게 넓은 단위가 아니라 통리 즉 마을 단위로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한 것과, 주민총회의 결정을 기초자치단체가 존중하도록 자치권을 부여한 점은 장점이라 생각한다. 제가 비판하는 부분은 시민단체인 볼리바리안 서클이 주민자치위원회에 직접 참여해 지역발전은 도외시하고 정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하는 관변조직화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볼리바리안 클럽이 주민총회 결정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고, 중앙정부는 주민총회에서 수립한 마을계획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개입했다는 점이 문제다. 신자유주의적 시각에서 비판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셨는데, 그런 논쟁보다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자기결정성과 자기책임성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측면에서 바라본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인 단체장이 정치적 시민단체에 위탁해 정치적 이용"

두 번째 지정토론자인 허석열 충북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베네수엘라와 서울의 주민자치모델에 대한 비교연구를 인상 깊게 들었다.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베네수엘라 주민자치모델이 만들어질 당시의 정치・사회적 배경 그리고 현재까지의 생성-변형-발전 과정을 살펴보는 동적인 분석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최근의 자료를 보면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음에도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리바리안 클럽이 주민자치위원회에 참여한 것은 인큐베이팅, 즉 주민들이 어느 정도 자치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초기 단계의 지원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조성호 연구위원은 “베네수엘라 주민자치위원회는 당시 정당과 의회에 대한 불신으로 나온 직접민주주의 제도 중 하나다. 그러나 운영에 있어 볼리바리안 서클이 개입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오염시켰다는 점을 비판하는 것이다. 이는 자치정신에 맞지 않다. 오히려 시민단체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베네수엘라 주민자치위원회는 직접민주주의의 성공 모델로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허석열 충북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허석열 충북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이섬숙 서울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은 서울형 주민자치회에 대해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을 짚었다. 이 회장은 “일부 동 지원관의 경우 ‘지원관이 아니라 주도관’이라고 할 정도로 주민자치회 운영에 일일이 간섭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주민자치회가 동 지원관이 시키는 사업을 집행하는 기구에 불과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형 주민자치회 특히 중간지원조직의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차베스 모방…전국 장악 시도"

지난 2015년,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당시부터 문제를 지적해 온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서울형 주민자치모델은 주민자치회를 집행기구로, 주민총회를 의결기구로 만들었다. 그런데 주민총회의 구성요건을 전혀 규정하지 않고 있다. 회원의 구성 요건도 없고 출석 정수도 정해지지 않았다. 누구든 데려와서 앉히면 된다는 식이다. 이것은 주민을 속이는 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주민자치회 역시 집행기구임에도 원하는 주민 모두가 회원이 되도록 하지 않고 추첨이라는 전대미문의 제도를 도입해 위원을 선출하고 있다. 이러한 추첨제 도입 결과 시민단체는 주민자치회 진입에 성공했고, 주민은 밀려났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의회는 주민자치회의 설립과 운영을 시민단체에 위탁 가능하도록 했다. 위탁을 받은 단체가 주민자치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인 정치 권력자가 시민단체에 주민자치회를 위탁한다는 것은, 주민자치회를 시민단체에 신탁통치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전 회장은 “최근 시민단체들은 주민자치회 중간지원조직을 전국화 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시군에서 마을공동체를 장악하면 주민들의 자치에 대한 활력은 사라진다. 서투르고 투박하지만 주민들이 스스로 해나가는 ‘주민자치’가 아니라 시민단체들이 하라는 대로 하는 ‘시민단체자치’가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의 주민자치 백년대계를 위해서라도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혹독하게 평가해서 바람직한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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