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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 통리 단위에 두고 대표성・권한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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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 통리 단위에 두고 대표성・권한 부여
  • 여수령 기자
  • 승인 2022.04.08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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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치학회 12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
한국자치학회가 4월 8일 개최한 제12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에서 윤준희 자치경영컨설팅 대표가 ‘주민자치회의 범위 설정에 대한 오스트롬의 공공선택이론의 적용’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국자치학회가 4월 8일 개최한 제12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에서 윤준희 자치경영컨설팅 대표가 ‘주민자치회의 범위 설정에 대한 오스트롬의 공공선택이론의 적용’을 주제로 발표했다.

“오스트롬이 공유자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자치제도 설계원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주민자치회 운영 원리를 도출한다면, 공간적 범위는 읍면동 이하의 통리 단위가 적합하다. 기능적 범위에서는 입법권(규약제정권)과 계획고권(計劃高權), 경찰권 등이 부여되어야 한다.”

첫 여성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은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공공 이익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나 시장이 아닌 ‘자치적 관리’라는 제3의 길을 제시했다. 이러한 오스트롬의 공공선택이론이 우리나라 주민자치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윤준희 자치경영컨설팅 대표는 한국자치학회가 4월 8일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 그레이트하모니홀에서 개최한 제12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에서 ‘주민자치회의 범위 설정에 대한 오스트롬의 공공선택이론의 적용’을 주제로 발표했다. 

윤 대표의 발표에 따르면 오스트롬은 1962년, 인구 증가와 무분별한 남용으로 지하수가 고갈된 남부 캘리포니아 사례에 주목하고 ‘개인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되는’ 집단행동의 딜레마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공유지의 비극’은 1968년 발표된 생물학자 가레트 하딘의 논문에 등장하는 용어로, 마을 주민들이 비용이 들지 않는 공동의 목초지에 더 많은 염소를 방목함으로써 결국 목초지가 황무지로 변하게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유자원 딜레마 해결에 ‘자치적 관리’ 방안 제시

오스트롬은 공유의 비극, 즉 공유자원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시장’이라는 전통적인 접근 외에 ‘지역공동체의 자치적 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공공선택이론에 대한 연구를 이어간 오스트롬은 1988년 저서 ‘공유의 비극을 넘어’를 통해 성공적인 자치적 관리를 위한 제도 설계원리를 도출함으로써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윤준희 대표는 “오스트롬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행위자가 선택하리라고 예측하는 행위가 실제로는 선택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합리성과 이기적인 속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측면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인간의 특성을 ▲상호적 인간 ▲상호성 확립과정 ▲사회적 규범 기속성 ▲면대면 의사소통의 4가지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이어 “인간은 자신의 이기적인 계산에 의해 행동하기보다 타인과 상호성에 기초해 행동한다. 인간의 상호성이 확립되는 과정은 타인들로부터 신뢰를 획득하는 과정이며, 타인들은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인식을 심은 개인을 신뢰한다. 또 인간은 부모, 학교, 동료 등으로부터 사회적 규범을 학습하고 이를 내면화 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면대면의 의사소통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고 4가지 특성을 설명했다. 

오스트롬은 이 같은 인간의 특성을 바탕으로 공유자원의 딜레마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한다. 윤 대표는 “공유재란 비배제성(한 사람이 공유자원을 사용하는 동안 다른 사람의 사용을 막을 수 없는 특성)과 편익감소성(사람들이 사용함에 따라 공유자원의 양이 줄어드는 특성)을 지닌 재화 또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러한 공유자원의 비배제성과 편익감소성으로 인해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개인은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지 못한다. 공유자원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은 비배제성에서 생겨나는 ‘무임승차’의 문제다. 집단이 클수록 무임승차도 늘어나고 결국 집중된 소수의 이익이 분산된 다수의 이익을 압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때문에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집단이 더욱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윤준희 자치경영컨설팅 대표.
윤준희 자치경영컨설팅 대표.

집단 클수록 무임승차 심화…소규모 공동체가 바람직 

공유자원의 자치적 관리 방법도 제시했다. 윤 대표는 “오스트롬은 전통적 해결방법인 정부의 개입이나 시장 메커니즘의 경우 집행비용과 거래비용 등 추가비용이 발생하기에, 일정한 조건이 충족될 경우 구성원의 자치적 관리로 공유자원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며 “오스트롬은 공유자원을 성공적으로 관리하는 지역공동체 9곳을 분석해 ▲명확하게 정의된 경계 ▲단계적으로 강화된 제재조치 ▲사용 및 제공 규칙의 현지조건과의 부합성 ▲갈등해결의 메커니즘 ▲규칙 변경의 가능성 ▲자치조직권에 대한 정부의 법적 인정 ▲감시활동 ▲중층의 정합적 사업단위라는 근본적 유사성을 도출했다. 이어 실패한 자치제도 사례 5곳을 분석한 결과 마을단위의 지역공동체가 만들고 관리해 온 제도와 그 유인구조, 내용 등이 전혀 다른 주체인 지방정부 또는 중앙정부가 만든 새로운 규칙에 의해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성공적 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첫째, 지역공동체 구성원 대부분이 현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새로운 규칙을 채택하지 않는다면 손해를 볼 것이라는 판단을 공유한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이해관계의 동질성이다.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은 새로운 규칙에 유사한 방식으로 영향을 받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 셋째, 미래에 대한 낮은 할인율의 적용으로, 구성원들이 공유자원이 장기적 사용을 선호해야 한다. 넷째, 정보・변경・집행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에 있어야 한다. 다섯째, 구성원들 간에 서로 믿고 협력할 수 있는 ‘호혜성’과 ‘신뢰’라는 일반화된 규범을 공유해야 한다. 여섯째, 소규모의 안정된 집단이어야 한다. 일곱 째 정부는 새로운 제도 도입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간접접・후원자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읍면동은 이해관계 상이…통리 단위에 주민자치회 설치

이 같은 제도설계의 원리는 우리나라 주민자치회에 적용하면 어떨까? 윤 대표는 “공간적 범위로서는 현재의 읍면동 단위보다는 더 소규모인 통리 단위가 적합하다. 읍면의 경우 부락단위로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고, 동의 경우 아파트 단지나 학군별로 이해관계가 상이한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통리 단위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기능적 범위 설정에 있어서는 “주민자치회별로 강제성을 갖는 마을규약을 제정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 또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경찰기능, 주민 간 갈등 관리를 위한 중재 및 조정 기능, 정부 및 이해관계자와 교섭할 수 있는 대표권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와 함께 단계적 제재조치의 제정 및 집행, 지역사업의 기획 및 집행이 가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대표는 “요약하면 주민자치회에 대한 입법권(규약제정권), 계획고권, 경찰권 등의 부여가 긴요하다는 결론을 오스트롬의 제도설계원리에서 도출할 수 있다”는 말로 발표를 마무리 했다. 

주민자치회 기능에 입법권-계획고권-경찰권 부여해야

이어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이 사회로 토론이 진행됐다. 권행완 건국대 정치행정학과 겸임교수는 “오스트롬이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은 아담 스미스의 그것과 어떻게 같고 다른가. 또 주민자치회 설치 단위를 마을로 보았는데, 도시지역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윤준희 대표는 “결론 적으로 같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재화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은 가격이라고 보는 견해인데, 오스트롬은 공유자원의 비용이 생산가격에 포함되지 않아 가격에 왜곡이 발생한다고 본 것이다. 때문에 공유자원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자원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다만, 공유자원 사용 비용을 부과할 경우 일정 부분 소유권을 인정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한계도 짚을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 주민자치회가 설치되어 있는 읍면동 보다 더 작은 단위로서의 통리를 예시로 제시한 것이므로, 도시지역에서는 다양한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김정환 경기도 주민자치원로회장은 “주민자치회에 입법권・인사권・재정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현재 주민자치회가 설치된 읍면동의 경우 인구 5만 명을 넘어서는 지역도 있어 실제 주민들이 자치하기 어렵다. 또 주어진 권한이 없으니 능력이 있어도 발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민자치회 제도를 대폭 개선해 위원들이 주민 대표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허강무 흑석동 주민자치회 분과위원장도 “흑석동도 인구 3만 명이 넘는데다 대규모 아파트 건축으로 주민들이 커뮤니티화, 파편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동작구의 주민자치 조례를 살펴보면 주민자치회 설치는 강제규정인 반면, 행・재정적 지원은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두고 있다. 또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을 중간지원조직에 위탁할 수 있게 하는 등 제도 자체가 갖는 모순이 많다. 앞으로 주민자치회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보느냐”고 질의했다. 

“중간지원조직에 주민자치 위탁하는 모순…제도 개선 시급”

이에 대해 윤 대표는 “당초 주민자치회 제도설계 시에 고려되었어야 하는 문제들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주민들을 대표하는 주민자치회와 지방자치단체라는 양원제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 개선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현재로서는 주민총회에 많은 주민들이 참여토록 함으로써 주민자치회가 대표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끝으로 백영춘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수석부회장은 유튜브 댓글을 통해 “현재의 협치형 주민자치회 모델을 10년째 시범실시 하는 행안부의 저의가 궁금하고, 주민주도형 모델은 시행될 여지가 없는지 알고 싶다”고 물었다. 윤준희 대표는 “처음 제안된 시범실시 모델 3가지 중 현재의 협치형이 선택된 이유는 나머지 2개 모델의 경우 책임성이 모호하고 현행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통합형 모델 이외의 것을 시도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답했다.

사진=-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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