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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한계 넘어 새 제도 설계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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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한계 넘어 새 제도 설계 어떻게 할 것인가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2.04.14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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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손우정 서마종 센터장 ‘볼리바리안 혁명과 주민자치’ 발제

베네수엘라의 주민자치 사례와 서울형 주민자치회의 비교 분석을 통해 문제점과 시사점을 도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자치학회가 12일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 그레이트하모니홀에서 개최한 제13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에서 손우정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이 볼리바리안 혁명과 주민자치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채진원 한국자치학회 학술부회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손우정 센터장은 베네수엘라 주민자치의 근간인 볼리바리안 서클을 중심으로 주민자치회와의 연관성과 그 과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외국사례를 한국에 적용할 때는 역사적 맥락, 흐름의 차이가 있어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 그 중 어떤 점을 우리 주민자치를 발전시키기 위한 시사점으로 삼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볼리바리안 서클이 어떤 역할을 했으며 주민자치회에 어떻게 스며들었고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고 서두를 꺼냈다.

손우정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
발제를 맡은 손우정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

한국 vs 베네수엘라 주민자치 역사적 맥락흐름 차이 커...시사점 도출 중요

 

그는 먼저 챠베스 전 대통령의 집권과정과 당시 상황 그리고 신헌법(볼리바리안 헌법)의 특징을 직접민주주의 강화 풀뿌리권력의 구조화 시민권력을 포함한 5권 분립 등으로 정리해 소개했다.

발제에 따르면 차베스는 신헌법에 따라 농민들에게 토지권을 부여하고 풀뿌리조직인 볼리바리안 서클을 구성했다. 볼리바리안 서클은 헌법 읽기 모임10명 내외의 자발적인 스터디모임으로 출발했다. ‘볼리바리안 혁명-200(MBR-200)'의 기초단위인 볼리바리안 서클은 서로간의 소통을 도모하고 대중교육을 펼쳐나갔다. 이는 초기 회원수 2~3만명에서 200만명 수준으로까지 확대됐고, 차베스는 49개의 개혁법안을 공포했다.

한편, 200212월부터 이듬해 2월부터 기업주들은 반차베스 총파업에 돌입했고 차베스의 지지율은 20%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차베스의 풀뿌리 지지기반 조직인 볼리바리안 서클의 헌신적 노력으로 총파업을 극복하고, 차베스는 국영석유회사 구조조정 등 국가의 전면적 체질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차베스는 각종 복지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했으며 2003년 기준 볼리바리안 서클 수는 25만개로 증가했다. 2004년엔 볼리바리안 서클과 다양한 시민사회단체가 볼리바리안 하우스로 통합됐다. 이들은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소환투표시 반대투표조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2005~6년 볼리바리안 하우스는 주민자치위원회 합류와 함께 발전적으로 해소, 제도화된 형태로 진화했다. 200611월 기준 수도 카라카스에 190, 전국 12천여개이던 조직이 2019년엔 47834, 1400만 명 참여로 확대됐다.

2006년 제정된 주민자치회법에 따르면, 주민자치회는 행정 구획이 아닌 자발적 조직화로 도시는 200~400가구, 시골은 최소 20가구, 원주민은 최소 10가구로 구성한다. 예산지원은 주민총회 통해 지역문제 우선순위 선정-주제별 위원회 구성 및 사업안 제출-‘대통령직속 민중권력위원회에서 포괄적 지원대책 마련-‘지역개발재단에서 훈련과 기술교육지원-각종 기금 통한 주민자치회 재정 지원 등의 과정을 거친다. 주민총회는 15세 이상 6개월 이상 거주자로 유권자 중 10% 이상 참여시 개최, 20% 이상 참여시 유효하며 상임위원 선출 및 소환권을 행사한다. 상임위원은 재정담당 5, 감사 5, 각 위원회별 1명으로 구성된다.

200810개의 주민자치위원회는 지역 코뮌으로 통합됐다. 코뮌은 수도, 관계시설 등 신규 인프라를 비롯해 공동체기업의 건설, 경영, 관리를 담당했으며, 2010년 코뮌이 확대되고 올해 3월 코뮌연합이 창립됐다고 손우정 센터장은 발표했다.

이어 손 센터장은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의 구조와 절차, 시행현황을 소개했다. 2022년 현재 서울시 25개 구 중 약 56%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된 상황이다. 베네수엘라 주민자치위원회와 서울형 주민자치회와의 비교도 눈길을 끌었다. 손우정 센터장의 정리에 따르면 조직방식은 베네수엘라의 경우 자생적인데 비해 서울형은 행정주도적-일률적이다. 규모는 소규모 vs 3만명을 포괄하는 동 단위 대규모, 의제 범위는 베네수엘라가 포괄적 지역의제인데 비해 서울형은 권한 충돌 방지에 따라 제한적이다. 권력 구성은 상향적 피라미드 vs 동 단위 활동에 국한된 제한적 형태라는 차이가 있으며 베네수엘라는 의제 중심, 서울형은 절차 중심이다.

 

베네수엘라는 자생적상향식 vs 서울형은 행정주도적동단위 활동에 국한

 

손우정 센터장은 도시 서울은 이중 구조를 가지고 있다. 45.9분이라는 매우 긴 통근시간과 세계 2위의 매우 긴 노동시간 속에 표류하는 국민-정박한 주민.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체성이 지역에 있기 어렵다. 로컬 정체성보다는 떠다니는 국민적 정체성이 더 크다. 물론 지역 활동가, 풀뿌리운동가, 직능단체, 자영업자 등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사람의 초점을 여기에만 맞추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점.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을 잘 만들어놓으면 쫓겨나서 난민이 되어버린다. 여기에 전세난민,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에서 뭘 하고 싶어도 떠나야한다. 개인주의적 문화도 확산됐다. 코로나가 이를 더 가속화시켰으나 이게 코로나 때문은 아니다. 그러나 주민자치, 마을활동의 주무대는 이 정박한 주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그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주민자치회의 개괄적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손 센터장은 다양한 성격, 규모별 조직화 활성화 등을 통한 다양성의 인정’, 광범위한 일상적 모집-추첨-교육 등 참여의 실질화’, 문제해결 중심의 다양한 프로세스 등 과정의 간소화’, 그리고 단위 간 연결, 기초의회의 재구성 등 권력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진정한 주민자치는 모든 주민이 중요한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도시 서울의 이중 구조로컬 정체성 없는 정박한 주민들 속에서 어떻게 주민자치 구현할 것인가

 

계속해서 이어진 토론에서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는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위해 기초의회와의 관계 재정립 필요함을 지적하고 주민자치지원관 역할에 대한 문제점도 언급했다.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

이와 관련해 손우정 센터장은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베네수엘라를 모델로 설계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는데 형식적 절차 일부가 유사하나 조직과정의 자발성, 주민의 명확한 주도성은 다르다. 서울형은 행정중심적 설계이고 의미와 맥락 면에서 두 제도는 차이가 있다. 볼리바리안 서클은 차베스를 지지하는 정치그룹이 기반이 되어 그 나라의 맥락대로 간 것이다. 도시 서울의 이중구조를 전제로 했을 때 주민자체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초의회는 베네수엘라에도 물론 있다. 단체장, 지방의원선거 다 한다. 남미 운동의 특징을 흔히 포퓰리즘이라고 하는데 단순히 인기영합주의라고 하기 어렵다. 초기 볼리바리안 서클은 차베스의 정치리더십에 볼리바리안 혁명이 추구하는 바를 기층민중을 통해 구현하려고 했던 운동이 서클, 더 나아가 주민자치회 제도화로 나타났다. 의회-관료 권한의 충돌문제는 당연히 있는데 차베스는 서클, 주민자치회에 견제 역할로서 힘을 실어줬다. 끊임없는 충돌과 긴장관계 통해 작동시켜려 한 흐름이 있다. 의회도 주민자치회도 대표성의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수 있는데 이는 풀어내야할 하나의 과제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이하 서마종) 주요 사업에 대한 질문에 대해 손 센터장은 작년 11월 법인이 바뀌고 근무를 시작했는데, 서울시도 공동체사업 기조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1년 단위 위탁이라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도시 서울의 이중구조 속에서 그간의 공동체사업은 진정 시민을 포괄했는가에 대해 한계가 있어 넘어서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올해 중점을 두는 건 어떤 문제 해결에 있어 민간자원과 정부지원이 협력해 어떻게 보조를 맞춰 가느냐 하는 것이다. 도시형 공동체사업을 모색하고 주로 하려고 하는데 서울시 방향이 정해지지 않다보니 이런 저런 사업시도가 보장되기 어려운 구조이고 제약도 많다.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과 시도를 해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공동체사업이 진정 시민을 포괄 했는가 한계 넘어서기 위해 고민

전은경 한국주민자치강사회의 상임회장
전은경 한국주민자치강사회의 상임회장

전은경 한국주민자치강사회의 상임회장은 베네수엘라 신헌법 5권 분립에 대한 추가 질의와 함께 서마종의 주민자치사업에 대한 문제점, 주민자치회와 기존 행정기구들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대해 손 센터장은 “5권분립은 3권분립에 시민권력(일종의 호민관제도)과 선관위를 뜻한다. 이 나라는 특히 선거를 대단히 중시해서 선관위가 포함됐다. 차베스는 선거를 통해 21세기 사회주의, 새로운 사회주의를 지향했다고 답변했다.

주민자치회와 행정과의 관계에는 늘 논란 있다. 한국에서도 이건 행정에서 할 일인데 왜 굳이 예산을 주고 시민들에게 떠넘겨?’라는 인식이 있다. 우선 가치는 주민들의 자치에 있고 행정은 이를 지원 지지하는 역할이지만 우리 오랜 관료주의, 단체자치 중심의 역사에서 주민자치는 보조 역할을 수행해왔다. ‘, 저거 행정이 할 일을 뭘 이리 복잡하게 하냐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주민들이 배우고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몇 사람 배운다고 달라져?’ 이런 생각도 있을 수 있으나 주민자치에 대한 본질적 설계를 논의하고 정리할 필요는 있다. 개인적으론 주민들에게 집행보다 결정의 역할이 더 많이 부여되길 바란다. 지금은 집행의 역할이 더 많이 부여되고 서울같은 구조에서는 과도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사업 결정으로 옮겨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제시했다.

 

주민자치에 대한 본질적 설계 논의정리해야...주민들이 집행보다 결정의 역할 더 할 수 있길

 

계속해서 손 센터장은 공동체사업의 발전방향은 자치를 지향해야 한다. 공동체개념은 인간사회 관계망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그 형성보다 성격,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중요하고 무엇을 하느냐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할 것 같다. 공동체의 사회적 효능감을 만들어주자, 사회문제해결에 있어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지역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는데 귀결되어야 하는 게 자치이다. 다양한 주민들의 호혜적 활동을 지역에서의 자치적 흐름으로 연결?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 공동체활동, 사업의 궁극적 지향이 지역에서의 자치 실현이라고 한다면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그런 목적 수행에 많은 한계가 있고 개선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마종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현재도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일부는 과장이고 일부는 개선, 토론해야할 문제들이 있다. 쉽지 않지만 문제점을 개선하는 대안 위주로 활동하려고 한다라며 특정 사업에 1조 예산을 썼다는 지적은 계산의 과대일 수 있다. 다만, 예산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은 있을 것이고, 비예산 사업이 예산 때문에 묻히는 경향이 있다. 예산을 조금만 지원해주면 괜찮은 성과가 나타날 사업도 분명히 있다. 천편일률적 진행에서 오류가 생기는 부분도 있어서 단순히 얘기하기 어렵고 따져봐야 할 문제다. 안타까운 건 정치적 시비거리, 대결적 경향으로 한쪽은 지나치게 공세적이고 한쪽은 지나치게 공세적이라는 것이다.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지금은 현실을 감수하고 해보고 보여드리는 게 답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현재상황이 한쪽은 공세, 한쪽은 방어... 서울시 공공성예산 1조원에 대해 공세 vs 방어 국면으로 전개된 원인부터 성찰해봐야 할 것이다. 이게 계속되면 서마종을 없애야 할 수도 있다. 합의 안 된 정책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 위한 대결은 좋은 건데... 9,10년간 했던 걸로 대결? 서마종에도 큰 책임에 있고 불신을 초래했다고 본다. 이를 해소할 책임도 서마종에게 있다. 9년간의 성패에 대한 솔직한 성찰이 있으면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국면해소를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서마종, 지난 9년의 성패에 대한 솔직한 성찰 있어야 발전에 도움...공론의 장 필요

 

이에 대해 손우정 센터장은 굉장히 예민한 문제이다. 말씀의 맥락은 이해된다. (모법인이) 지난해 11월 공개입찰을 통해 (서마종) 위탁을 시작해 수탁법인이 바뀌고 이전 경영진들이 다 물러났다. 지난 10년에 대한 것을 해명하고 인정하는 작업을 떠맡아 우리 입장에선 억울하지만 시민들 입장에선 법인 바뀐 것에 대한 인식이 그닥 없을 것이다. 우리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고 이런저런 사업들도 해보고 싶다. 서마종의 문제를 공론장에서 꺼내 시민들이 판단하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지만 우리가 그걸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 여건이 아니다. 개인적으론 누가 맞는 말을 하느냐 보다는 일이 되게 하는 게 중요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주민자치회에 대한 우리의 역할과 권한이 없어졌다. 서마종은 의견이 아니라 사업으로 말씀드려야 하는데... 현재 방식이 맞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업 개선을 할 조건도 안 된다.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어서 감수하고 넘어가는 측면도 있다고 답했다.

사회를 맡은 채진원 부회장은 센터장님이 지금 어려운 위치에 서 있는데 공론장을 더 많이 만들어 항변, 반론 기회를 더 드릴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건설적인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하기에 이런 토론의 장이 많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영섭 웹이코노미 대표
김영섭 웹이코노미 대표

이어 김영섭 웹이코노미 대표는 서마종의 향후 주요한 사업방향과 계획에 대해 질의했다. 손 센터장은 베네수엘라 사례와 한국은 주민자치가 만들어진 맥락이 전혀 다르고 적용 모델도 다르게 봐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시사점이라면 자생적이고 다양한 형태는 시도해볼만 하다고 본다. 저층주거단지와 아파트단지의 상황이 같을 수 없고 서울에서 주민자치가 실현되기 어려운 구조적 조건이 있다. 현 주민자치는 중앙정치에 종속돼 있다.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다들 정당에 요청한다. 풀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여러 지역조직들도 지역에서 스스로 해결이 어려워 중앙정치에 해결을 요청한다. 현실적으로 종속된 상황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를 넘어서기 위한 여러 대안도 얘기되고 있지만 도시 서울의 이중구조에 대한 답을 찾지 않으면 공동체운동의 제대로 된 방향성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기관 내부과제로 도시형 공동체운동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를 제안했다. 한국의 주민운동은 일시적으로는 로컬의 논리로 작동하는 운동이 존재하지만 안정화된 거버넌스로 갔을 때 중앙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 현실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고민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중앙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민자치의 구조적현실적 한계 넘어서려는 고민 계속돼야

 

중앙정치에의 종속을 전제로 하는 것 아니냐는 추가질의에 대해서는 공동의 문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역에서 발굴된 공동의 문제에 대한 해법 모색 과정을 만들면서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중앙에 종속된 상태를 그대로 안고 가는 게 아니고 지역마다 특색 있는 문제를 발굴하고 문제 중심으로 정치, 행정조직의 역할을 배치하는 작업을 모색해야할 것 같다. 공동체는 만들어낼 게 아니고 이미 다양한 조직이 존재한다. 서마종이 그런 공동체들을 어떻게 이어지게 만들 마중물이 될 것인가, 실질적 주민자치를 이루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게 서마종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섬숙 서울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은 현장의 문제점을 말씀드리면 자치지원관의 존재와 역할을 들 수 있다. 지원관들이 주민자치위원장들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지원관은 지원관이 아니라 주도관이었다. 모든 걸 본인이 주도했고, 본인 편의대로 해온 문제가 많았다. 하나 제안을 드리자면 모든 지원을 각 동으로 나눠줘 각자 해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서포트 하고자 하면 서포트 하되 지원관은 각 동에서 뽑게 하면 좋겠다. 주민자치회에 선발, 해촉 권한을 준다면 그간의 잘못된 행태들이 개선될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섬숙 서울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
이섬숙 서울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

손우정 센터장은 그 동안의 문제의식을 제기할 통로 없었기에 이 자리에서 해주시는 것, 소통창구가 없어서 제기하지 못했던 고민을 얘기해주신다고 생각한다. 귀담아 듣고 해결해드리고 싶으나 권한이 없는 게 아쉽다. 정확한 맥락이나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문제점, 미숙함이 있었던 게 맞는 것 같다. 구성, 설계의 문제, 있어야할 것과 없어야 할 것 등 해법을 찾는 과정에 빨리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상직 회장은 서마종-마자센터-지원관 등을 다 없애야 해결될 것이다. 마자센터나 지원관은 기존 주민자치회를 차지하기 위한 조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조례를 바꾸고 위원 선발방식도 다 바꿨다. 그 결과 뜻있는 주민들이 주민자치회에 진입을 하지 못했다. 전체적 기획이 주민자치회 자체는 무력화, 서마종-마자센터가 원하는 쪽으로의 지배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결과가 좋았으면 좋은데 그렇지 않다. 하수인이 와서 총독같이 행세한 꼴이다. 지금 서울형 제도로는 이제는 서울의 주민자치회를 운영, 발전시킬 수 없다. 전면폐지하고 새로 설계할 수밖에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전면 폐지하고 새로 설계해야

 

백영춘 중앙회 수석부회장도 서울시 24개구가 중간지원조직을 만들었다.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이라는 미명하에 56%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됐다. 시범사업이라는 것은 한두 번 보여주고 평가를 통해 문제점 찾아 전면시행 혹은 폐지를 결정하는 것인데, 점점 늘려 결국 절반 이상이 사업을 하게 됐다. 어디서 유례를 찾을 수 있을 지 잘 모르겠다. 문제가 있으면 다른 방향으로 여러 방법으로 하든지 평가해서 다른 대안을 냈어야 했는데 그런 노력이 안보였다고 지적했다.

백영춘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수석부회장
백영춘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수석부회장

채진원 부회장은 비교연구가로서 조건이 비슷한데 다른 결과가 나왔다든지, 조건이 다른데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한국과 베네수엘라는 사례가 많이 다른데 예산지원 프로세스나 결과가 비슷한 것 같다. 순수한 주민자치 자발성 보다는 집권을 위한 동원 프레임이 가동된 것 같다. 주민자치회를 중앙정치의 하부조직으로 생각해 지원 포획하게 한다는 권력정치가 작동한 것 아닐까. 애초 중간지원조직과 주민자치회가 같이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왜 충돌할까? 궁금했고 같이 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충돌하지 않게 설계하는 방법은 없을까가 학술적 관심사이다. 특정세력의 집권을 위한 동원 통치의 기반으로서 중간지원조직 개입, 예산지원을 통해 작동한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충돌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하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사회를 맡은 채진원 한국자치학회 학술부회장
사회를 맡은 채진원 한국자치학회 학술부회장

전상직 회장은 서울시와 베네수엘라가 비교대상이 될 순 없지만 어느 정도는 베네주엘라 주민자치 모델에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면, 서울시는 베네수엘라에 비해 주민자치에 있어서 실력도 없었고 현장파악도 제대로 못했다. 잘 모르고 밀어붙여서 예산만 쓰고 욕은 욕대로 먹은 부분 있다고 본다.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의 전면실시는 오만 중 오만이고 자가당착적 요소가 있다. 위원 선발의 추첨제 도입도 그렇다. 이런 부분들이 지역사회 화합, 자치에 기여한 게 아니라 분리 시켰다. 어떻게 토론회 한번 없이 제도를 바꿀 수 있나. 성공하고 호응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데 너무 소홀하고 오만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채진원 부회장은 저 같으면 아무리 학술적 토론장이라도 참여를 꺼렸을 텐데 오늘 이렇게 발제해주시고 장시간 토론해주신 손우정 센터장님께 학문적 동료로서 감사드린다. 센터장으로서 외면할 수 없는 비판들을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건설적 제안과 실천적 책임성에도 경의를 표한다고 말하며 세미나를 마무리지었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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