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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 잃은 주민자치센터 평생교육,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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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 잃은 주민자치센터 평생교육, 어디로 가야 하나?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2.05.0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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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고인아 박사 ‘한국 주민자치의 방향성 탐색을 위한 독일 시민대학 고찰’ 발제

평생교육? 시민대학? 어쩐지 피부에 확 와 닿지 않는 용어다. 그렇다면 당장 우리 동네 주민자치센터의 강좌들을 떠올려보자. 저렴한 비용의 가성비 높은 교육이지만 학생이나 직장인들은 이용에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요가, 노래교실, 헬스 등 프로그램도 제한적이다. 독일 사례를 통해 이런 고민들의 일단을 풀어볼 수 있는 토론의 자리가 열렸다.

한국자치학회는 3일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 그레이트하모니홀에서 제19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개최, 아산시 평생학습관 고인아 박사가 한국 주민자치의 방향성 탐색을 위한 독일 시민대학 고찰을 발표했다.

발제에 따르면 독일의 평생교육(성인교육) 기관은 대표적으로 독일시민대학협회’‘독일기독교성인교육협회’‘전국카톨릭성인교육협회등이 있고, 2015년 기준 협회 소속 기관수는 1840, 교육(행사) 개최 수는 110만개, 참여자수는 약 1000만명에 이른다.

독일의 평생교육은 그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1919년 바이마르공화국 탄생 이후 정치적 혼란기에 산업혁명과 함께 태동한 노동자교육과 연결된다. 고인아 박사는 노동자교육과 함께 새롭게 탄생한 공화제를 정치적으로 바르게 이끌어갈 수 있는 시민사회 형성이 필수적이 되었다. 일반 국민들이 군주제에서는 배우지 못한 투표권을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도록 아는 국민을 만들어야 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 결과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모토 하에 독일 각처에서 국민계몽을 위한 강연과 교육이 다양하게 실시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반 국민, 즉 성인들에게 국민교육(Volksbildung)을 시키는 시민대학(Volkshochschule)도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졌고 정치교육도 다양하게 실시되었다. 공공시설인 독일 시민대학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국민을 계몽하여 국민의 지적 수준을 향상시키고 민주적 시민과 자립적 인간을 육성하는 것인데 이때부터 국민을 계몽하는 공교육기관으로서의 시민대학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시민대학, ‘민주시민 양성공교육기관...어학강좌 비중 가장 크고 정치사회환경 교육도

 

고 박사는 독일의 시민대학이 전국에 약 2000개가 있으며 이 중 1000개가 운영되며 연간 900만명이 연간 66만개의 강좌에 참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독일 시민대학 평생교육의 주제는 사회통합 언어 문해 및 기초교육 일과 직업 정치교육 건강교육 문화교육 크로스커팅(상호작용-상호관계-교차-충돌) 이슈 등이다.

실제 독일 주정부별 시민대학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 영역을 살펴보면 정치 사회 환경 문화-예술 건강 어학 노동-직업 기초교육-검정고시 등으로 이중 어학 프로그램이 독일 전체 시민대학 강좌의 41.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가장 크다. 이어 건강 관련 18%, 직업교육 14.7%, 문화예술 11.1%, 정치·사회·환경 관련 강좌의 비율도 5.4%나 된다. 이에 관련해 고 박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예술, 취미 강좌가 50~60프로 이상을 차지하는 것과 대비된다. 또 무거운 주제임에도 정치·사회·환경 관련 강좌 비중이 5% 이상 되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어학 강좌 비중이 높은 것에 대해 고인아 박사는 독일은 2005년부터 독일로 이주를 희망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시민대학에서 600시간 과정의 어학코스를 이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해당 강좌에는 어학 뿐 아니라 독일 정치와 문화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시민대학의 강좌가 단순히 취업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닌, 독일생활에 적응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정착하는 데에도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프로그램 운영사례를 살펴보면, 독일의 본 시민대학의 경우 자아발전을 위한 문화·교양·철학 프로그램과 직업 관련 교육 프로그램 약 2000개를 운영한다. 분야는 정치·학문·세계 자아발전 및 사회 발전 언어 이민자와 난민 직업 문화예술 건강과 영양 등이다.

독일 평생교육의 내용은 크게 직업교육 일반교양교육 정치교육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고인아 박사는 우리나라는 노동부에서 직업교육(직업훈련)의 큰 부분을 담당하지만, 독일에서는 평생교육 분야에 직업교육을 포함한다. 또한 정치교육이 중요한 장으로 분류되는데 100여 년 전의 역사적 혼란과 아울러 나치시대의 역사적 교훈을 배경으로, 시민의식과 비판능력을 키우는 것을 평생교육의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의 정치교육은 시민대학과 함께 정당 소속 재단에서 활발히 진행된다. 정당 소속 재단의 경우 재정지원을 국가로부터 받고 정당으로부터 직접적인 간섭을 받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고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독일의 정치교육은 정치참여의 능력을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그 내용은 통일교육, 국민정신교육, 민주시민교육, 경제교육, 환경교육 등으로 세분 된다라며 이는 국민들이 정치사회적 환경과 사회현실을 인식하고, 개인의 삶과 사회구조 및 사회정치적 발전과의 연관성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자기 입장을 정리하며 나아가 불합리한 구조를 개혁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 대립과 갈등은 물론, 잠재적 갈등문제의 소재를 분석하는 능력도 키운다. 이로써 국민들이 정치 경제 사회제도가 이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며, 올바른 정치참여를 통하여 사회를 개선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정치교육, 시민의식비판능력 육성이 핵심가치...국민통합에 기여

 

계속해서 고인아 박사는 독일은 시대마다 중요한 이슈를 정치교육의 주제로 삼아왔다. 독일통일 이후에는 동독 시민들로 하여금 서독 체제에 조속히 적응하도록 하고, -서독 시민의 상호이해를 통해 사회심리적 간격을 좁혀 국민통합을 이룩하는데 기여하고자 했다라며 분단된 우리나라의 현실과 미래의 통일을 대비하는 측면에서, 또 무엇보다도 합리적인 국민통합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정치교육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또 독일의 정치교육은 선진 민주국가들 중에서도 내용과 형식면에서 가장 충실하고 체계화되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렇게 평가받는 시민교육 속에 정치교육이 있다.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민주주의가 비교적 늦게 정착된 독일에서 교육체제와 연계된 정치교육은 독일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독일의 정치교육은 다원성과 독립성이 기본원칙이며 교육은 개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 그 결정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정치체제에 대한 정보, 즉 지식을 전달해 주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고인아 박사는 시민들은 교육을 통해 정치과정의 참여에 필수적인 지식과 기술, 태도를 획득한다. 정치교육에서는 보이텔스바흐 합의에 의해 교화 또는 주입식 교육이 금지되며, 토론이 이루어지고, 정치적 관심사의 관철과 해결능력을 배양한다. 우리나라 시민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평생교육에서 토론식 교육이 필요한 까닭이기도 하다라며 우리나라 성인교육은 교양, 문화예술 강좌 위주로 정치사안, 사회적 이슈 등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만들 수 있는 교육이 아쉽다. 평생교육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프로그램 전체의 품질, 다양성 그리고 국민관심사에 대해 같이 논의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만드는 것에 약하다. 정치교육의 방향이 국민을 교화하기 위한 것이 아닌, 올바른 정보, 지식의 전달을 통해 합리적인 정치 태도와 판단력을 배양하기 위한 정치교육의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시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사회적 이슈 등에 대한 토론식 교육, 평생교육에서 꼭 필요

 

발제 후 토론에 앞서 사회를 맡은 채진원 한국자치학회 학술부회장은 비교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영국, 독일, 미국의 시민교육이 어떻게 다른지. 영국은 시민교육이 공교육화 되어 학교와 학부모회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청소년범죄가 심각했기에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나 싶다. 독일은 바이마르공화국이 무너진 배경 즉 파시즘에 대한 성찰과 극복을 중시했고 정파는 달라는 파시즘은 안 된다는 합의에 따라 연방을 중심으로 한 정치 시민교육이 활성화된 것 같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선진국으로 자부하다 1970년대 베트남 전쟁 참전 이후로 국내외적 반전시위가 일어나고 정체성의 혼란 와중에 민간 중심의 시민교육이 활발해진 것 같다. 어떤 방식이 적절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 발제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주민자치 관련 내용도 토론이 되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먼저 전은경 한국주민자치강사회의 상임회장은 오랫동안 평생교육에 대해 연구하시고 또 현재는 충남 아산시의 평생학습관 공무원으로서 교육을 조율하고 실무를 담당하는 귀한 전문가를 모셔서 의미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우리나라는 주민자치센터가 평생교육에서 가장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방향성을 잃고 헤매고 있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어서 어디로 가야하는가 계속 고민이다. 또 우리나라 정치교육은 용어에 거부감이 있어서 민주시민교육으로 희석시켜 쓰고 있는데 유난히 잘 안 되는 영역이다. 평생교육 6대 영역 중 문화예술, 직업기술 영역의 비중이 가장 높고 활성화 되어 있고 민주시민교육 가장 안 되는 영역이다. 우리나라 정치교육을 보편화, 일반프로그램화 한다 했을 때 평생교육기관이나 주치자치센터 입장에서 어떻게 접근하면 실현이 가능할지 궁금하다라고 질의했다.

 

방향성 잃은 주민자치센터 교육프로그램,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나

 

이에 대해 고인아 박사는 독일 시민대학은 주정부, 지방자치단체, 수강생과 연계되어 재원을 조달한다. 초창기 발생 배경은 시민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가 국가에서 재원조달을 하면서 체계화된 것이다. 현재로는 게마인데(주민자치위원회)에서 이뤄지는 것과는 별개의 교육기관으로서 우리나라의 평생교육원과 유사하다. 주민자치센터와 평생교육원이 분리되어 있듯이 별개 기관이다라며 시민대학의 정체성은 시민을 교육시켜서 아는 국민으로 탄생시켜 민주사회를 위한 민주시민 양성이 핵심이다. ‘국민이 계몽되어야 계몽된 국민이 민주사회를 발전시킨다이 목표가 바뀐 적이 없다. 우리나라는 지덕체가 다 이뤄져야 하고 문화생활 누리고 예술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기쁨도 있지만, 국민의식을 깨워 국민에 의해 지속가능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면 그런 교육도 어딘가에는 있어야 하고 시민교육의 장에서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기존 교육기관에서 기존과 다른 형태의 교육의 장을 만드는 것, 그 방식 중 하나가 방법적 측면에서의 토론의 장’ ‘토론의 틀을 자꾸 만들어주는 것일 것이다. 이를 통해 민주시민의식을 만드는 장으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류호익 한국주민자치강사회의 공동회장도 토론중심의 시민교육 사례에 대해 질문을 던졌고 고 박사는 아산에서도 토론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했으나 항상 걸리는 게 정치성향 관련이었다. 정치성향이 다른 집단에서 항상 공격하고 트집을 잡으니까 만들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예민한 부분이라서. 관에선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고 시비꺼리 자체를 주면 안 되니까 못하고 있고 이 점은 항상 안타깝다고 답변했다.

이섬숙 서울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은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 정당 소속 재단이 정치교육을 할 때 중립을 유지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고 고인아 박사는 정당에서 정책 교육을 시킬 때는 중립이지만 정책과 정치성향을 발표할 땐 중립이 아닐 것이다. 또 현재 논란이 되는 이슈를 얘기하는 것과 정책을 수립해 실행한 것에 대한 평가나 홍보는 차원이 다를 것 같다고 응답했다.

문성규 고양시 일산3동 주민자치위원은 주민자치를 하면서 느낀 게 정치교육, 민주시민교육이 첫째 과제인데 이게 전혀 없다는 점이다. 정치교육을 가장 먼저 해야 한다. 민주교육 전혀 없다고 현실을 전했다.

백영춘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수석부회장은 폭스슐레를 번역하면 국민대학이라서 톱다운 방식의 느낌을 갖게 된다. 혹시 국가에서 주도해 커리큘럼을 만든 것인지 혹은 시민들 대상 수요 조사 후에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고인아 박사는 시민대학 프로그램이 관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지 않다.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지만 애초 생성된 것부터 국가의 의도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마을의 수요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게 문제인 것 같다. 동네사람들도 스스로 원하는 바를 잘 모르는 것 같아서 관에서 프로그램 만들어 내리는 게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유승상 박사는 독일 시민대학 프로그램 중 인문, 정치, 어학과정의 비중이 높다는 것에 놀랐다. 반면 우리나라는 문예교육의 비중이 높아 이것이 양국 국민의 성향차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주민자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결정성과 자기책임성

조성호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근대화 과정에서 민주주의, 주민자치, 지방자치 교육이 안 되어 있다. 앞으로 주민자치 교육에서 제일 중요한 게 자기결정성과 자기책임성이다. 주민자치는 곧 민주주의학교이다. 주민자치가 잘돼 있는 나라는 민주주의 잘되고 독재로 흐르지 않는다. 또 우리나라엔 대화와 타협을 가르치는 기관이 없다. 주민센터의 교육/문화 기능을 더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상직 한국자치학회장은 평생교육 관련 활동들을 보면 사회교육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평생교육을 평생교육사들의 활동장으로만 인식하는 것 같아 불만이다. 정치적 관심사를 실제 활발히 토론해서 합의, 해결까지 가는 과정을 보장해주는 것, 독일은 나치즘이라는 공동의 적 있어서 가능했는데 우리는 극복해야할 과제가 독일보다 더 강하게 대두돼 있는데 전혀 대책 없이 지금까지 와 버렸다. 독일은 노동조합교육을 하면서 생산성에 매우 기여하도록 승화시켰고, 사회교육을 통해 한 차원 높은 사회적 합의를 이뤄갔다. 참 부러운 일이다. 우리도 이젠 뭔가 해야 할 때이다. 주민자치센터가 공민관도 아니고 시민대학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읍면동마다 다 있음에도 정체불명의 기관이 되어 있다. 노래교실 등 수강생을 모집하기 쉬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어 주민은 없고 강사-수강생 관계만 있는, 주민관계가 아무것도 없는 곳이 됐다. 이 부분을 새 정권에서 어떻게든 개선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새 지평을 만들어주시고, 눈에 번쩍 뜨일 비전을 제시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제안했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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