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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개입으로 주민자치의 자기결정성-책임성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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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개입으로 주민자치의 자기결정성-책임성 약화”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2.05.08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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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치학회․한국정당학회 공동학술대회
세션1) 차베스와 박원순의 주민자치모델 비교에 관한 시론적 연구

굵직한 주민자치 이슈와 현안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향후 주민자치의 나아갈 방향과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자치학회는 한국정당학회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본 주민자치’를 주제로 한 공동학술대회를 지난 6일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 신행은행홀에서 개최했다. 이 중 세션2와 세션3에서는 최근 주민자치회 관련해 이슈가 되고 있는 ‘차베스와 박원순의 주민자치모델 비교에 관한 시론적 연구’와 ‘주민자치회 시범조례 위헌성 고찰’을 다뤄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세션의 주요 발제-토론내용을 차례로 소개한다.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세션2에서는 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제자로, 허석열 충북대 명예교수과 김영섭 웹이코노미 발행인 그리고 채진원 경희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조성호 박사는 발제를 통해 풀뿌리자치인 주민자치는 첫째 주민 스스로 주민복리를 위한 사무에 대해 결정권을 가지며, 둘째 사무수행을 위한 재정도 책임지는 제도이다. 지방분권 측면에서 주민자치란 자치분권으로 이양된 지방정부의 권한을 주민들이 잘 행사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즉 주민자치란 결국 지방자치의 주체인 주민의 자기결정과 그 결정에 대한 자기책임을 지는 제도라 할 수 있다라며 이러한 주민의 자기결정성과 책임성이 중요한 대표적인 주민자치 제도 중에서 유사한 사례가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부의 주민자치위원회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서울형 주민자치회이며 오늘 발제에서는 차베스 정부의 주민자치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민자치회를 비교분석하여 전략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라고 문제제기 했다.

주민자치=풀뿌리자치, 주민의 자기결정과 그 결정에 대한 자기책임 지는 제도

 

계속해서 차베스 정부의 주민자치모델인 주민자치위원회와 박원순 전 시장의 서울형 주민자치회에 대한 설명과 비교가 이어졌다.

발제에 따르면 1992년 당선된 차베스 대통령은 새 헌법인 볼리바리안 헌법을 제정했으며, 직접민주주의 강화 및 풀뿌리 권력의 구조화 실현을 위해 주민자치위원회(CS)를 도입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도시지역에서는 200400가구, 농촌지역에서는 2030가구 단위로 구성되며, 20057개 지역 3700개에 불과하던 것이 2006335개 지자체 16000개로 급격히 증가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강력한 자치입법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해당 지역의 자치단체장도 위원회의 결정에 따를 의무가 있었다. 200810여개의 주민자치위원회는 지역 코뮌으로 통합됐으며, 코뮌은 지역 인프라와 공동체기업 관리를 담당했다.

조성호 박사는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한 시민단체(볼리바리안 서클)의 개입을 언급했다. 그는 볼리바리안 서클(Circulo Bolivariano)2000년 볼리바리안 헌법을 공부하기 위한 단순 모임이었으나, 2001년 말부터 차베스 대통령의 정치참여 요구를 통해 통일적이고 전국적인 범위로 발전했다라며 주민자치위원회내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볼리바리안 헌법 교육기능을 담당하며, 헌법의 실행 형태인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정책을 해설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볼리바리안 서클의 주민자치위원회 개입은 민중에 의한 자발적 조직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설립된 조직의 개입이므로 지역 자치나 발전보다는 차베스 정권의 지지기반을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과 관련해서는 주민자치위원회는 우선으로 중앙정부로부터 자원을 직접 수령하며, 자원의 운영방식은 시민총회가 결정한다. 중앙정부 지원금뿐만 아니라 지자체 지원금, 각종 헌금, 주민자치위원회의 자체적인 기금 마련 등을 통해 조성된 기금을 이용한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권력을 일정부분 분점함으로써 반발을 사고 견제를 당하기도 했다고 조성호 박사는 발표했다.

다음으로 서울형 주민자치회에 대한 내용이 소개됐다. 발제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7년 주민자치회의 일반 주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위원 선정 절차를 개선하여 주민 대표성과 대등한 민관협력 구조를 구축하기 위하여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운영한다. 서울시 주민자치회의 운영주체는 행정기관과, 중간지원조직(민간전문기관)으로 구성됐다. 주민자치회의 첫 번째 운영주체인 행정기관은 서울시-자치구-동으로, 두 번째 운영주체인 중간지원조직은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자치구 주민자치사업단-동 자치지원관으로 구성됐다.

서울형 주민자치회에 대한 시민단체의 개입과 관련해 조성호 박사는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수직적으로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자치구 주민자치사업단동 지원관으로 구축된 시민단체(관변단체)에 의해 지배되는 경향을 보인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 핵심인 주민을 소외시켰으며 주민자치 현장을 위탁이라는 형식으로 시민단체에 내주고 소외시켰다고 평가했다.

재정지원과 관련해서는 서울시의 주민자치회에 대한 재정지원은 중간지원조직을 통한 간접지원과 주민자치회에 대한 직접지원이 혼재돼 있다. 2017~2021년 서울시 자치행정과의 총예산은 451억 원이며, 이중 중간지원조직인 주민자치사업단의 예산은 314억 원으로 총 70%, 주민자치회의 예산은 137억 원으로 총 30%를 차지한다고 발제자는 밝혔다.

 

베네수엘라 주민자치위원회 vs 서울형 주민자치회 차이점과 유사점?

 

운영 측면에서 베네수엘라와 서울형 주민자치제도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조직방식에 있어 베네수엘라는 자생적이며, 서울은 행정주도적 조직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규모 면에서도 베네수엘라는 1600명 이하의 소규모 단위이지만, 서울은 3만명 이상의 대규모 단위이다. 의제범위에 있어서도 베네수엘라는 포괄적인 지역의제이지만, 서울은 권한충돌 방지를 위해 의제가 제한적이다. 권력구성에서도 베네수엘라는 대변인, 코뮌, 코뮌연합으로 구성된 상향적 피라미드 구성이지만, 서울은 동단위의 제한적 권력구조이다.

두 번째 시민사회 개입 측면에서도 베네수엘라와 서울형은 다른 형태를 띄고 있다.

조성호 박사는 베네수엘라의 주민자치위원회는 중간지원조직으로서 볼리바리안 서클을 설치하여 주민자치회를 지원한다.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리안 서클의 주요 역할은 )주민자치위원회 내 볼리바리안 헌법 교육, )볼리바리안 헌법을 준수한 주민자치위원회의 운영 및 지원이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자치구 주민자치사업단-동 주민자치원단을 설치하여 3단계 수준에서 주민자치회를 지원한다. 서울형 주민자치회의 중간지원조직의 주요 역할은 동 주민자치회 내 전문 인력 파견을 통한 운영 및 지원이다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재정지원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조 박사는 베네수엘라 주민자치회의 재정지원은 중앙정부에서 분야별 부처의 심사 후 최종적으로 주민자치위원회 의결기관인 시민총회에 배분한다. 연간 재정지원액은 15억 달러 수준이다. 베네수엘라의 주민자치위원회의 재정 집행은 의결기구인 시민총회에서 결정되며, 중간조직인 볼리바리안 서클은 시민총회 결정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반면, 서울시는 중간지원조직을 통한 간접지원과 주민자치회에 대한 직접지원이 혼재한다. 2021년 기준 연간 재정지원액은 93억원 규모이다. 서울시는 중간지원조직을 통한 간접 지원을 매년 증액하여 지원하고 있으며, 주민자치회의 직접지원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상승 폭은 중간지원조직을 통한 간접 지원에 비해 적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조성호 박사는 전략적 시사점으로 정치가의 주민자치에 대한 시민단체의 동원으로 포퓰리즘 초래 시민단체의 개입으로 주민자치의 자기결정성 약화 시민단체의 개입으로 주민자치의 자기책임성 약화 등 3가지를 지적했다.

그는 먼저 정치가들의 주민자치에 대한 시민단체 동원은 주민자치의 포퓰리즘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 시민단체의 참여는 주민자치단체의 운영을 이념적으로 흐르게 하여 주민 중심의 주민자치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시민단체 동원에 의한 주민자치단체에 대한 막대한 재정지원은 정치적 선심성 예산으로 집행되어 포퓰리즘으로 연결될 우려가 높다. 그 결과, 주민자치가 시민단체의 주민자치, 시민단체에 의한 주민자치, 시민단체를 위한 주민자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계속해서 조성호 박사는 차베스와 박원순의 주민자치 모델은, 시민단체가 주민자치회 교육 및 운영에 개입한다. 특히, 박원순 주민자치 모델은 중간지원조직이 주민자치회를 지배함에 따라 주민자치회의 자기결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서울시의회는 조례를 통하여 주민자치회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권리 및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도 법인이나 단체 등에 위탁한다. () 지원관() 지원관주민자치회 간사의 수직적인 체계를 구축하고 주민자치회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을 동 지원관이 한다. 따라서 주민자치회의 자기결정성 강화를 위해, 중간지원조직의 개혁이 필요하다. 서울형 주민자치회 사업설계 지원 및 업무매뉴얼 개발 등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의 사무는 광역사무라기보다는 현지성과 주민편의성이 강한 기초사무()이므로 구청에 이관해야 한다. 주민자치회, 동 자치지원관 등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 동 주민자치회 내 전문인력 파견을 통한 운영지원 등 구 주민자치사업단의 사무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다음으로 차베스와 박원순의 주민자치 모델은, 재정지원 기관이 주민자치단체 분과위원회의 마을계획을 심사하여 재정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유사하다. 이러한 주민자치단체에 대한 재정지원 방식은 재정지원 기관의 관여를 가져오고 주민자치단체의 자기책임성을 저하시킨다. 따라서 주민자치단체에 대한 재정은 주민세의 일부와 회비 등으로 충당하고, 재정지원기관의 지원방식도 조건없는 포괄적 보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볼리바리안 서클 vs 중간지원조직 어떻게 볼 것인가?

 

첫 토론에 나선 허석열 교수는 박원순식 모델이 시민단체의 관여가 문제였다면, 볼리바리안 서클은 아예 지역사회의 구성원이었다. 박원순식 모델과 다르다고 본다. 서울형 주민자치회의 중간지원조직이 외부에서 이식된 시민단체들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면 볼리바리안 서클은, 다른 시민조직이 아니라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조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침투(?)해서 주민자치회를 조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베네수엘라 모델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지방정부와 주민단체가 직접적 관계를 맺었다는 점, 국가 관료제라는 것이 혁명이 일어나 바뀌는 게 아니고 선거를 통한 점진적 혁명이었기에 이 관료제를 회피할 순 없었다는 것이다 관료제의 저항을 뿌리치려면 국가-주민조직이 직접 연결되어 있어야 하기에 국가가 직접 주민조직의 신청을 받아 예산을 내려 보내는 식으로 운영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베네수엘라 국가 형태가 석유자원을 팔아 국가 재원으로 활용해 그것을 자치조직을 내려 보냈는데 이 시스템이 위기에 빠지면 바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허 교수는 베네수엘라 주민자치위원회의 경우 국가 기능을 분배 받는 것으로만 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사회적 관계의 핵으로서도 역할을 했다. 형식적 민주주의와 구별되는 참여민주주의 실현, 이 두 가치의 충돌로 볼 수 있다. 현재 많은 주민자치위원회가 유명무실해졌지만 어떤 곳은 활발하고 복합적 모습을 보인다. 베네수엘라 주민자치위원회의 방향에 관해서는 3가지 예상이 있는데 첫째 더 이상 기능을 못해 해체할 것이라는 것, 둘째 기존 관료제와 타협해 다소 축소 소극적 형태로 유지될 것 이라는 것, 셋째 보다 급진적인 사람들이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새로운 수준으로 이끌어낼 것이라는 것, 과연 어느 방향으로 나갈지 관심사라며 결론적으론 박원순 모델의 경우, 뜻은 좋았으나 토양이 너무 다른 곳에서 즉 베네수엘라처럼 민중권력 바탕이 없는 상황에서 시민단체를 끼워 넣어서는 제대로 된 주민자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김영섭 웹이코노미 대표는 베네수엘라와 서울형 주민자치회, 둘의 체제는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포퓰리즘 체제로 작동하는 주민자치는 자주적 시민성을 발현하는 데 방해요소로 작동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중앙정치권의 기존 정당이 대의제 민주주의제로서 제대로 작동하면서 주민자치의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점이 남는다. 현재의 한국 상황도 그렇고 베네수엘라도 그렇고 중앙정치권과 주민자치는 종속과 지배의 체제가 흐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대의제 민주주의 발전과 진정한 주민자치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차베스의 신헌법, 서울시 각종 조례 등 합법적 제도화만으로도 주민자치의 실현에 역작용할 수 있음을 동시에 인식해야 한다라며 포퓰리즘 체제의 위험성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고 이는 결코 주민자치를 발전시킬 수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어떤 체제가 주민자치와 양립 가능한지, 가장 고민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세 번째 토론에 나선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발제문 속에 녹아 있는 문제의식과 주장의 내용에 대체로 상당부분 공감한다는 것을 전제로 연구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하는 측면에서 몇 가지 형식적으로 보안했으면 하는 것을 제언 드리고자 한다. 발제자가 제기한 비교연구의 성패의 관건은 서로 다른 사례인 베네수엘라 차베스의 주민자치모델과 한국 박원순의 서울형 주민자치모델을 왜 비교연구를 해야 하는 지를 설득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왜 서로 다른 사례를 비교연구를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필요성과 타당성을 밝히는 문제이다라며 발제자는 두 나라 주민자치모델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의 개입과 시민단체에 대한 재정지원의 유사점이 있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는데, 어떻게, 왜 그런 유사점이 나왔는지에 대해 그 배경과 원인에 대해서도 조금 더 친절하게 밝혀야 한다고 본다. 특히, 그런 유사성이 우연적인 것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정치지도자의 특성 즉 지지층결집과 권력장악을 위한 것인지 등을 좀 더 분명하게 언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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