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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즈 활동으로 형성된 지역 공동체, 주민자치 토대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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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즈 활동으로 형성된 지역 공동체, 주민자치 토대 될 수 있어”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2.05.25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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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박서현 교수 ‘커먼즈와 주민자치’

커먼즈 즉 마을의 공동자원과 주민자치의 관계를 살피고 그 다름속에서 어떻게 접목을 이뤄낼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주민자치학회는 지난 24커먼즈와 주민자치을 주제로 한 제23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개최, 박서현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원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가 발제를 맡아 진행했다.

발제에 따르면, 전통적 의미의 커먼즈(commons)마을공동체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자원과 이러한 자원을 관리하는 규칙이다. 이와 관련해 박서현 교수는 지난 2009년 정치학자이자 여성으로는 이례적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는 커먼즈개념은 자원이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원으로서 커먼즈를 규정한다. 충분히 의미 있으나 자원으로 규정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자원 보다는 활동, 실천이 중요하다는 입장도 고려해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서현 교수는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이 사이에 무언가 있는데 이게 바로 커먼즈일 것이다. 커먼즈는 공동체가 공동자원과 같은 공동의 것’(the common)을 필요를 위해 운영, 창출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존재한다. 그리고 공동의 것을 운영, 창출하는 실천으로서의 커머닝(commoning)이 커먼즈에 대한 이해에 있어 중요하다. 이 커머닝과 거버닝(governing)의 차이를 중심으로 커먼즈와 주민자치의 관계를 검토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양자의 비교는 공통적인 것을 깔고 있을 때 가능하다고 본다. 양자가 어떻게 다르면서 접목을 이뤄낼 수 있는가가 비교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커먼즈,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사이의 무언가...자원규범에 활동실천 중요

 

그렇다면 주민자치란 무엇인가? 박 교수는 주민의 자치, 즉 주민의 스스로 다스림. 이러한 다스림이 곧 주민이 사는 지역과 이러한 지역에서의 주민 자신의 에 대한 자기 통치라고 한다면, 이러한 통치 과정, 통치 활동으로서의 거버닝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커머닝과 거버닝 관련하여 박서현 교수는 초점의 차이이다. 커머닝이 공동자원과 같은 공동의 것을 공동운영-창출하는 활동이라면, 거버닝은 예컨대 주민총회와 같이 지역에서의 그들 자신의 삶에 대한 주민의 자율적 다스림을 실현하는 활동 혹은 이러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먼즈의 급부상에 대해서는 신자유주의의 확산 이후 공기업 민영화 등 사적소유가 강화되었는데 이 사적소유 증가에 대한 대안으로 과거에는 국가에 의한 공적인 부분을 감안 했다면 지금은 국가, 시장이 아닌 제 3안을 모색하게 되고 이에 따라 커먼즈가 급부상하고 관련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국가와 같은 공적(公的, public)인 것이나 자본과 같은 사적(私的, private)인 것이 아닌 소규모 공동체 같은 공적(共的, common)인 것으로서의 커먼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박 교수는 발표했다.

커먼즈 기관으로는 마을회 같은 마을조직이나 사회적 협동조합 같은 비영리단체 등이 꼽힌다. 박서현 교수는 하지만 문제가 있는 것이 도시에서는 이러한 공동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가 가능할까? 커먼즈 기관은 지역에서 주민들의 삶의 필요에 부응할 수 있는 공동공간을 운영하고 공동돌봄을 제공하며 밑반찬과 같은 먹거리를 공동생산, 관리, 공급할 수 있다. 이외에도 커먼즈 기관이 공동 생산할 수 있는 공공성을 가지는 재화, 서비스에는 에너지, 토지, 주택, 교육, 지식, 정보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공공재, 공공서비스의 공동생산, 공급을 통해 커먼즈 기관은 소규모일지언정 지역에서 공동성을 만들어가며, 지역을 주민의 공동의 것, 공동체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그는 그런데 문제가 있다. 자원이라는 게 국가, 지자체에 소속되어 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선분배이다. 국민이 낸 세금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재분배는 사회적 생산이 이루어진 이후의 분배이다. ‘사후에이루어지는 분배를 의미한다. 이와 달리 선분배는 사회에 속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분배에 참여할 자격이 있음을 함의한다. 사후 재분배와 다르다라며 공공성을 가지는 재화, 서비스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국가가 자원을 지원하는 것 필요하다. 국가에 축적되어 있는 자원, 지식, 정보 등은 모두 주민들, 시민들의 노동, 활동의 산물이자 결과이다. 커먼즈 기관은 적어도 일부 공공서비스, 공공재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역에 다양한 커먼즈 기관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선분배공공협력 중요...커먼즈 활동으로 만들어진 지역공동체, 주민자치 토대로

 

그러면서 박서현 교수는 커먼즈 기관과 국가, 지자체 등의 협력 즉 공공협력’(Public-Commons Partnership)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공공협력은 국가가 공적 지원을 통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시민들이 공공성을 가지는 재화와 서비스를 공동으로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국가, 지자체 등과 커먼즈 기관 사이의 거버넌스, 협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우리가 목격해온 것은 커먼즈 기관이 부재한 상황에서 공공재, 공공서비스의 공급이 지자체 등의 국가기관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져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방성의 연장선상에서 지역에 대한 주민의 자치 역시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역으로 커먼즈 기관들이 지자체와 협력하여 공공재와 공공서비스를 자율적으로 생산, 관리, 공급하면서 지역을 주민들의 공동의 것, 공동체로 만들어갈 수 있다면, 이러한 지역 공동체는 주민들이 스스로 다스리는 장소가 될 수 있는 소지가 크지 않을까? 즉 이러한 지역 공동체는 주민자치의 토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커먼즈 기관들의 활동들이 지역을 공동체로 만들고 이 공동체는 주민자치의 토대가 될 수 있을까. 이는 커먼즈 기관들의 활동을 통해 지역이 주민들의 공동체로 만들어지고, 이러한 공동체가 다시금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자치제의 토대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박서현 교수는 지역의 다양한 커먼즈 기관들이 생산공급하는 공공재, 공공서비스가 전체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여 주민총회에서 조정되는 식으로, 커먼즈 기관들의 활동에 대한 조율이 주민자치에 입각하여 이루어지는 것, 주민자치가 지역 커먼즈 기관들의 활동을 조율하는 제도일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조율은 지역, 근린에서의 삶에 필요한 공공재, 공공서비스를 적절히 공급하기 위한 근린생활 거버닝이 된다. 이는 근린에 대한 통치를 정치인이나 공무원에게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과 협력하여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고 민주주의를 근린에서의 주민들의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으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가상적이지만, 자기결정권의 확장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국가의 운영이 전체 시민의 삶의 안정적 재생산을 위한 공공서비스, 공공재를 생산, 공급하기 위해 그것의 자원을 주민자치의 토대라고 할 수 있을 커먼즈 기관들에 지원하는 식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이는 동반자 국가(Partner State)’ 개념과 거의 일치하는 것 아닌가 한다. 이러한 변화는 근린생활 거버닝에서 시작한다. 다만 문제는 이러한 실천이 관료화된 국가를 바꾼다는 의미를 가지는 한에서 그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예컨대 주민총회에서 표현된 주민 전체의 의사를 지자체의 운영에 반영하기 위한 주민자치 운동, 커먼즈 운동이 필요하다. 이게 없으면 근린자치 거버닝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동반자 국가근린생활 거버닝에서 시작! 관료제 변화 위해 주민자치운동 필요

 

본격적인 토론이 진행됐다. 먼저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는 예로부터 우리는 많은 공유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식민 시대에 약탈을 당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향교이다. 이건 공유토지로 인정받았고 해방 후 전부 재단법인화해서 지금도 향교는 성공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상당한 수익도 거두고 교육사업도 하고 있다. 공유지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항교일 것이다. 커먼즈는 전통시대부터 지금까지의 사례로 볼 때 규범이나 공유지로 볼 수 있는데 사례연구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공유지를 도시에 일반화 시킬 수 있을 것인가는 더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주민자치운동과 관련해서 회라고 하면 규범, 규약, 제도가 따라야 하는데 이것을 반영하기 위해 주민자치운동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매우 공감한다. 다만 지금 주민자치회는 진정한 주민자치회가 아니다. 행정자문위원회 정도이지 가짜 주민자치회를 주민자치라 모순되게 얘기하는 셈이다. 주민자치회는 원초적으로 새롭게 출범시켜야 한다. 그리고 재차 강조하지만 커먼스를 찾아나가는 사례 연구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서현 교수는 커먼즈와 주민자치 관계에 있어서 핵심적 논점인 것 같다. 사례를 연구, 확장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소속된 연구센터에서 공동목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2주에 한번 공동목장을 답사 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접근이 쉽진 않다. 공유지와 관련해 제주에 남아있는 것들이 있지만 전국사례, 도시사례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는 반드시 풀어나갈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회를 맡은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주민자치회 운동이 반드시 지역에 맞는 커먼즈를 개발, 발굴해서 규범화 하는 운동을 펼쳐야 하는 것인지?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을 경우 관제화 가능성, 충돌을 막기 위한 방법이 있는지 등이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박서현 교수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주민자치는 근린이라는 공간, 그리고 여기서 이뤄지는 개인의 삶과 연결되어 있고 자원, 재화, 서비스와 분리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그 내용에 있어 커먼즈의 문제가 주요한 측면이 되지 않나 생각한다. 관치화 관련해서는 이를 막을 수 있는 절대적 방안이 있지 않다는 게 어려운 지점이긴 하다고 응답했다.

임중범 건국대 대학원 박사과정 재학생은 주민 참여와 지자체 지원의 실현성’ ‘공유지 운영에 있어서 투명성, 공정성 확보 방안등 현실적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상당히 현실적인 지적이다. 협치가 가능할까 하는 점에서 분명한 것은 공무원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는 건 예상 가능하다. 대의를 설명하는 게 가능하다 이런 차원이 아니라 운동이 필요할 것이다. 사례를 발굴하고 실제 변화를 이뤄내는 것을 보여주고 확산시키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이런 활동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이를 통해 관계를 변화시키는 게 중요할 듯하다. 그렇다 해도 어려운 일인 것은 분명하다고 답변했다.

운동의 시작, 실제 사례에서 변화 이루고 이를 확산시키는 게 중요

문성규 고양시 주민자치위원은 주민자치의 진정한 정의와 의미에 대한 지적과 함께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박 교수는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지점이다. 대단한 제도를 먼저 만들고 공무원 등을 바꾸려고 하는 것, 물론 법령을 바꾸고 실질적 협치를 이뤄내기 위해 제도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 없고 실질적으로 운동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변화시켜야할 중요한 작은 사례들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그 사례들을 통해 작은 것일지언정 실제적인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접근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공무원의 복지부동만 비판하는 것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작은 영역을 바꾸고 그것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백영춘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수석부회장은 도시에서 찾을 수 있는 커머닝의 사례들, 선분배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박서현 교수는 굉장히 뼈아픈 지적이다. 제주에선 도시라 해도 타 도시에 비하면 훨씬 공동체성이 클 것이다. 제주의 특징적 사례를 도시에 바로 적용? 더 발굴하고 연구하는 것이 필요한 과제다. 선분배 역시 조심히 생각해야할 부분인 것이 돈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그냥 돈을 준다가 아니라 어떤 활동을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공동돌봄 같은 것은 국가에서 할 수 없는 사례, 공공성을 갖고 있는 활동이지만 조직 자체 예산으로는 할 수 없기에 관의 지원이 필요하다. 작지만 구체적인 활동 속에서 예산이 지원되고 지역에서 공공성이 커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제주대 김자경 박사는 대부분 주민들이 도시적 삶을 살고 같은 문제에 봉착한다. 도시에서의 커먼즈, 일방적 시혜가 아니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것으로 지역사회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것을 찾고 있다. 도시적 삶에서 어떻게 사회적 관계를 재구성하면서 과거 공동체적 관계를 다시 만들어갈까 이게 도시의 관건이라 생각한다. 주민자치도 그 지점을 잘 파고들어야 한다고 본다. 오스트롬은 무임승차자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뤄 2, 3중의 장치를 설정했다. 이런 상황까지 다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커먼즈가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인식 된다. 실제 그게 아닌데도 말이다. 도시는 좀 다른 차원으로 봐야할 것 같다. 서로 다른 지역에 살지만 공통의 목적 가진 결사체로 묶인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또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은 주민자치는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다. 커먼즈는 동질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동질성은 다양성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커먼즈와 거버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한 가족이 살 수 있는 일자리, 학교, 병원이 있어야 한다. 이걸 공급해주면 그게 커먼즈가 될 것이다. 커먼즈는 사람들이 수요 하는 것에 부응이 아니라 수요 창출, 생활 창출하는 쪽으로 디자인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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