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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서 배우는 주민자치·협치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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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서 배우는 주민자치·협치의 해법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2.06.14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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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윤명철 교수 ‘홍익인간 사상에서 찾아본 주민자치의 성격과 대안’

한민족의 원류인 홍익인간사상이 주민자치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한국주민자치학회는 지난 13홍익인간 사상에서 찾아본 주민자치의 성격과 대안을 주제로 한 제25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개최, 윤명철 동국대 명예교수가 발제를 맡아 진행했다.

윤명철 교수는 주민자치, 홍익인간 사상 이 두 주제는 시간적으로 큰 간격이 있고, 내용적으로도 상이하다. 홍익인간사상은 추상적이고 사변적이며 심지어는 허구인 관념의 산물로 오해하는 고대 단군신화의 산물이다. 반면에 주민자치는 원용어가 거버넌스(governance)’일 만큼 서양 현대의 산물이고 가장 실제적인 정치 및 사회의 (power)’ 또는 권리(right)’와 연관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두 주제는 상호보완 될 수 있고, 될 필요성이 강하며 또한 학제 간 연구라는 방식에 적합한 소재이며 주제라는 판단이다라며 주민자치의 주체인 사람의 문제 즉 주민의 자격과 거기에 걸맞은 교육방식 등의 본질과 자격의 문제 등을 홍익인간 사상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따라서 주민자치를 구성하는 요소와 성격을 주체와 운용이라는 2가지 코드로 분석한다고 서두를 꺼냈다.

 

주민자치 구성 요소성격을 주체운용의 코드로 분석

그는 주민자치에서 대의민주주의의 문제점들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역사의 주체 또는 주민자치의 주체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가 포함된 모든 역사와 문명의 주체는 인간이다. 주체는 역사활동의 담당자이며 거기서 발생한 이익의 실질적 수혜자이다. 그러므로 역사활동은 주체인 인간이 어떠한 위치에서 어떤 질()의 역할을 실천하며, 주위(외부)의 여러 조건들과 관계를 맺는 성격에 따라 그 모습이 결정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주체는 여러가지 성격과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으므로 구분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집행주체수혜주체의 명확한 구분이다. 집행주체는 권력의 행사 문제이고, 수혜는 복지 문제 등이다. 또한 집행주체는 명분상의 주체와 실질적인 주체로 구분해야 한다. 인간을 더 이해하려면 계급으로서의 인간, 집행주체로서의 인간뿐만 아니라 생활인으로서의 인간, 수혜 또는 소비주체로서의 인간도 역사 속에서 찾고 복원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유형화와 인식이 불명확하면 기층민중들은 명분만을 얻고 실질적인 권리는 그들의 대표자(?)들이 갖게 되며, 실제로 그러했다라며 인간은 잃어버렸던 명분의 획득을 놓고 오랫동안 갈등을 벌이고 결국은 명분획득에 성공했지만 명분만으로는 인간의 역사적인 위치가 상승될 수 없다.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획득해야 비로서 역사의 주체자리를 완전하게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의민주주의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명철 교수는 또 역사활동은 주체의 움직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상대하는 관계자로서 대상체가 있다. 어떠한 사건이든 이질적인 이 두개의 성질이 부딪쳐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상대적인 성질의 합이란 결과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일정한 상황과 상이한 상황이 관계를 맺을 때는 어떤 형태로든 갈등을 일으킨다. 갈등의 대상은 자연과 사회, 그리고 인간 본질의 세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역사에서 집단의 규모가 커지고 혈통이나 문화 등 이질적인 요소들이 합쳐 대단위가 되면서 사회갈등은 매우 커졌다라며 이러한 갈등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존재의 위기가 발생한다. 갈등을 해소시켜야 양 상황은 파국을 면하고 새로운 상황이 창조된다. 따라서 인간은 존재의 성립과 존속을 위해서 본능적으로 갈등조정기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시키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예비상황또는 중간단계를 설정하는 것이 있다. 즉 직접 충돌하는 위험한 관계를 피하고, 완충시키는 시간과 공간을 설정함으로써 양 상황의 논리를 상호교환 시킬 수 있다. 그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해결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검증하며 갈등을 조정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비상황중간단계 설정이 갈등 조정 및 해소의 한 방법

계속해서 그는 민자치는 태생적인 한계와 구조와 운영방식 등으로 인하여 집행주체의 자격과 권리의 정도를 놓고 갈등과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러므로 갈등은 극복주체의 능력과 대응태세에 따라 각각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 갈등의 적절한 극복과정은 주체의 힘을 집중시킬 수도 있고 그와 유사한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경험을 축적시킬 수도 있다. 반면에 갈등에 대한 불완전한 극복과 극복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는 존재를 위협하거나 발전을 왜곡시키게 된다. 그러므로 갈등극복 과정의 정확한 집행은 매우 중대하다라고 밝혔다.

다음으로 홍익인간을 중심으로 단군신화의 내용을 가지고 주민자치에 활용할 수 있는 주체의 성격과 운용방식을 살폈다. 그는 단군신화의 핵심논리인 홍익인간(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은 환웅의 의지가 발현되고 환인이 준 지도이념으로서 고조선의 존재 목표이고 사상이다. 핵심은 인간관이다. 단군신화는 역사의 주체는 신과 함께 인간이고, 운동은 신의 선택과 인간의 의지가 함께 작용해서 발동한 것임을 밝혔다. 실천을 위해 변신과 복잡한 재생과정을 통해 완성된 신인(demi-god)’을 거쳐 다시 완전한 인간으로 가는 과정을 표현했다. 역사의 궁극적 목적이 홍익인간이라고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제에 따르면, 홍익인간 사상의 생산과 운용의 주체는 1차적으로 환웅이다. 환웅은 천왕(天王)으로서 천상계에 거주하면서 하늘 아래를 단순한 바램이나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여러 번 자주 뜻을 두고(數意天下) 인간세상을 탐내어 구했다(貪求人世). 즉 피동적으로 사건을 야기 시킨 종속적이거나 부차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력을 갖춘 집행주체로서 사건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집행했다. 하늘에서 내려올 때 풍백, 우사, 운사를 대동하고, 그 밖에도 농사(), 생명(), 병 형벌, 선악을 주관하는 절대적인 신으로서 우두머리 역할을 하였다. 환웅은 의지를 표방했고 실천했으며, 곰과 호랑이()의 행동방식에도 작용하며 새로운 상황을 창조하는 적극적인 집행주체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반면에 곰()은 행위의 철저한 주체는 아니었지만 자기 역할을 분담해서 실천한 평등한 관계였다.

 

홍익인간, 질서재편기 역사적 상황 반영-시대정신 담은 해결방식...조화균형으로 합일

 

윤 교수는 홍익인간은 한민족사에서 진폭과 갈등이 심각한 질서재편기의 역사적 상황을 반영하고, 시대정신을 담은 일종의 해결방식이었을 것이다. 천상에 있었던 환웅은 기존질서를 탈피하고 새로운 공간인 지상에 내려와 그 행위에 적합한 이념(홍익인간)을 갖고 새로운 상황(신시)을 건설한다. 이는 문화사적으로는 새로운 문화의 추구와 건설로서, 혹은 새로운 국가의 건설이나 영토의 개척 등을 상징한다. 환웅의 의지에서 비롯된 역사는 철저한 변혁(變革)을 전제로 하였으며 대상은 기존질서였다. 곰으로 상징되는 또 하나의 질서 역시 변혁을 시도하고 환웅과 공동으로 신질서를 창조하고자 했다. 두 존재의 목적과 방식은 성공하여 결정체인 단군왕검(壇君王儉)을 탄생시킨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인, 환웅, 웅은 다양하고 복잡한 과정을 수차례 겪으면서 직접 충돌하거나 갈등이 없이 결합할 수 있도록 중간단계와 예비상황들을 성숙시켜나갔다. 그리고 일정한 조건을 갖춘 후에 대등한 성격의 신인(神人)과 신인(神人)으로서 무리 없이 결합한다. 모든 갈등은 조정되고 그 결과로서 합일된 존재인 단군왕검이 탄생한다. 환웅은 유목문화집단을 상징하고 은 농경문화를 영위하는 집단을 상징한다. 그래서 문제해결을 위해 몇 단계의 예비상황을 설정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홍익인간 사상은 신질서로 상징된 변혁을 기존질서의 부정(否定)이 아닌 기존질서와의 합일(合一)로 인식한다. 그리고 예비상황중간단계등의 완충장치를 만들어 조화와 균형의 방식으로 통일된 상황을 만들어 냈다. 이처럼 갈등을 무화시키고, 대립을 지양하며 합일을 추구하는 이원의 합일, ‘3의 논리로 구성됐다. 변증법을 의미하지만 역사발전에서 과정과 단계를 중시하고,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며, 갈등보다는 부분적 양보와 조화를 전제로 상호조화를 이루어가는 논리이다. 단군신화 속에서는 복합적인 예비상황과 중간단계의 설정, 질적 변신을 통해서 표현된 것이다. 홍익인간 사상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히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윤명철 교수의 발제 후 채진원 한국주민자치학회 학술부회장의 진행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먼저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는 홍익인간을 주민자치 이념의 가치로 삼아야 된다는 것은 우리 한민족의 DNA라는 표현과 연결되는 것 같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특히 우리 한민족의 전통사상에 입각해서 우리 주민자치의 이념을, 가치관을 끄집어내도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라며 이 홍익인간이란 말 자체가 많은 사람들한테 널리 이익을 주는, 도움을 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이것은 이타성이다. 그리고 이타성이 꼭 필요한 단체가 공동체이다. 공동체는 그야말로 협동, 협력, 소통, 양보 없이는 공동체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데 그런 원리 속에서 홍익인간이라는 말이 나왔던 것이 아닌가 해석을 했다. 그리고 이 홍익인간을 통해서 평등성. 수평성, 이타성이란 원리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익인간은 이타성...공동체 유지에 꼭 필요한 협동, 협력, 소통, 양보

김봉수 신촌동 주민자치회장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셔서 감사하다. 아울러 널리 이롭게 한다이 부분에 있어서. 과연 어떻게 주민자치회가 이 사회를 널리 이롭게 할 수 있는 근간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주문했다.

허강무 흑석동 주민자치회 분과위원장도 오늘 강의 훌륭하게 잘 들었다. 홍익인간, 단군신화와 주민자치가 연계되는 것에 있어서 큰 시사점을 받았다. 훌륭한 강의, 독창적인 강의에 감사드리고 많이 배웠다고 언급했다.

백영춘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수석부회장은 홍익인간이라는 그 뜻 자체가 주민자치와 상당히 많은 연관성이 있을 것 같으면서도 그렇다고 이것을 딱 집어 어떤 바탕이 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져 봤는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깊게 연관시켜 주셔서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 홍익인간이라는 것을 단군왕검이 조선을 통치 하면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구현을 했을까 하는 방법에 대한 것도 말씀해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중범 건국대 대학원 박사과정생은 개인적으로 홍익인간에 대해 교육이념으로서 우리 민족이 상당히 자부심을 느끼고 말 그대로 건국이념으로 삼아야 할 정도로 크게 위대하게 보고 있다. 다만, 세계화 추세로 가는 현실에는 이념적으로 좀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인류가 직면한 신자유주의라든지 핵전쟁, 인종차별, 환경파괴 등은 하나의 민족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그런 과제이고, 초연결된 세계에서 모두 합심해야 하는 그러한 현실인데 우리 민족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홍익인간의 이념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은경 교수는 홍익인간은 해방 후 지금까지 이어오는 굉장히 중요한 교육이념이어서 교육계에서도 이에 대한 논쟁은 굉장히 많다. 여러 교육 목표 중에서도 궁극에 닿아 있는 게 홍익인간이라는 교육이념인데 이는 어떤 분야든지 간에 다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그런 좋은 가치적 사상이라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독특한 운영주체, 운영방식의 문제가 있는 주민자치의 이념화라는 차원에서는 너무 보편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권행완 건국대 겸임교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주민자치의 퍼즐 하나를 맞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말 잘 들었고 많이 배웠다. 덧붙여 전통사회에서 중앙과 지방 사이의 협치 내지는 자치 관련한 역사적 사례가 있다면 무엇이고, 우리의 전통사상을 오늘날의 어떤 사상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은 단군신화를 보며 느끼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정도로 논리적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주민자치의 이상적인 절차나 주민자치를 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덕목도 다 짚어준 것으로 이해된다. 오늘 발표 들으면서 무척 반갑고 기뻤다. 많은 가르침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윤명철 교수는 홍익인간 재세이화(弘益人間 在世理化)는 그냥 선언이다. 마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하는 식의 가장 간략한 에센스이다. 중요한 건 요즘 시대 상황에 맞춰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다. 홍익인간은 원론적 소논문이다. , 그 시대의 가장 에센스가 담겨 있기 때문에 나머지는 그 이후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논리를 보강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세상의 옷을 입혀서 내놓는가는 후대 사람들의 몫이다. 르네상스도 그랬다라며 독립선언에 홍익인간이 들어있고 대한민국 정부가 그것을 계승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 이후에 홍익인간이 무엇인가에 관해서는 담론으로 발전을 못했다. ‘홍익인간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을 지금까지도 하지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지성계의 문제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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