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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돕고 함께 노는 ‘모정문화’ 도시에서도 살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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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돕고 함께 노는 ‘모정문화’ 도시에서도 살려보자!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2.06.21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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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송화섭 교수 ‘모정문화와 주민자치’
전북 임실군 신덕면 지장리의 모정
전북 임실군 신덕면 지장리의 모정

전통사회의 공동체문화인 모정(茅亭)’과 주민자치의 연계성을 찾는 연구와 토론이 진행돼 눈길을 끈다. 한국주민자치학회는 지난 21모정문화와 주민자치를 주제로 한 제26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개최, 송화섭 전북전통문화연구소장(전 중앙대 교수)이 발제를 맡아 진행했다.

발제에 따르면 모정은 호남지역 농민들이 여름철에 집회를 갖고 피서와 휴식을 취하기 위하여 세운 마을공용의 정자형 건축물이다. 여성들이 접근할 수도 이용할 수도 없는 곳이었다. 모정은 호남지방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전남대 호남문화연구소의 1966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북 1189, 전남 886개로 나타났다.

송화섭 교수는 모정은 전북이 전남보다 많다. 산간지대보다 평야지대, 도서해안지대보다 내륙평야지대에 많다. 호남지역에 집중 분포되어 있는 이유는 이 지방이 도작농경의 평야지대였기 때문이다. 모정은 여름철 모내기에서 김매기 기간 사이에 한시적으로 사용하는 성인 남자들의 자치적 집회소이자 19세기 자영농들의 집단품앗이와 노동력 동원과 평등주민이 이용하는 농민자치공간이었다고 설명했다. , 남성들만 이용한 것과 관련해 그는 모내기의 경우 남성과 여성이 모두 참여했지만 김매기 같은 경우 강한 노동력이 필요하고 대열에서 이탈되면 작업이 힘들어지기에 남성들만 참여했던 영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모정, 쉼터-놀이터-소통 역할 수행 농민 자치공간

모정의 명칭과 기원은 정자와 관련이 있다. 모정의 위치는 마을과 평야 사이 경계, 마을에 진입하는 입구, 마을 가운데 및 지대 높은 후방에 자리하고 있다. 모정의 기능은 벼의 작황 관찰, 경작지 관리, 마을 출입자와 방문자 파악 및 동향 감시, 15세 성인남자 집회소 및 휴식 놀이의 공간, 당산제 및 호미씻이 술멕이 공간 등이다. 또 주요 역할로는 주민자치회의 집회소, 두레회의, 농사정보교환 등 생활공동체로서의 역할 장유유서 윤리관념 형성, 주민분쟁 조정 및 징계, 상장례 협의 등 주민자치 인성교육의 장 세시풍속, 제의, 놀이, 입례 등 농경의례 역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어 송화섭 교수는 다양한 사진자료와 함께 모정의 유형과 형태를 소개했다. 그는 모정은 마을주민이 공동건립, 공동이용, 공동관리하는 마을공유의 공용건물이다. 성인남자들의 전용공간으로 부녀자들은 사용할 수 없고 성인남자 전연령층이 공동으로 사용했다고 정리했다. 그 중 전라북도 모정의 특징으로는 마을 앞 노거수에 피서, 휴식용 정자 조성, 선비 누정에서 농민 모정 파생(위치, 건물 형태 등), 노거수들돌모정농기가 두레꾼 조직화에 기여, 여름철 주민회의-두레집회-백중놀이터 공간 등이다.

고창읍 송암마을의 모정
고창읍 송암마을의 모정

다음으로 조선시대 각 마을별 노동공동체이자 상부상조 집단품앗이 조직인 두레와 모정과의 연관성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송화섭 교수는 “19세기말 이앙법(移秧法)의 확산으로 남성들의 노동력 요구되고 두레가 태동됐다. 실질적인 모정의 등장은 두레조직과 함께 등장했다. 조선전기 향도(香徒)에서 조선후기에 향도(鄕徒), 두레로 진화했다. 조선후기 향촌사회의 다양한 두레 짜기가 활성화됐다라며 모정의 다른 이름인 동청(洞廳), 농정(農亭), 동각(洞閣)은 주민자치회의 공간이다. 촌제 이전의 주민회의, 촌제 및 동제의 제비제관화주 선출, 촌제 이후 결산회의 등은 주민자치회의 실천사례이다. 미풍양속 문란, 불효, 절도, 수리분쟁 조정 자치회의도 열리고, 마을주민회의에서 마을 임금이나 부역, 머슴세경을 정하는 회의도 했다. 두레꾼의 백중기놀이와 합굿 전승 등 연중행사의 장소, 들돌성인식으로 두레꾼 공인증화[新參禮, 신참례] 장소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송화섭 교수는 모정의 주민자치 기여도와 관련해 여름철 농부들의 농민의 피서, 휴식처 제공 마을주민의 소통, 단결, 위계 주민자치 강화 마을여론광장 및 생활정보센터 기능 미풍양속 관리, 유지를 위한 주민 통제 및 화해 마을공동체회의에서 마을 임금, 부역, 분쟁 조정 백중놀이마당에서 마을굿 전승 원동력 제공 모정의 두레회의가 촌계로 분화, 전환 등을 언급했다. 그는 모정은 인조 14(1636) 임금이 정자 주위에 손수 벼를 심고 그 볏짚으로 지붕을 이어 농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위민정치에서 비롯됐다. 18세기 두레와 모정이 동반 태동했다. 모정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번창했다가 21세기에 해체됐다. 두레조직과 마을공동체문화도 와해되었다고 할 수 있다. 두레정신과 두레문화는 복원 전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모정과 함께 태동한 두레 정신문화 복원 전승해야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의 진행으로 본격적인 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먼저 임중범 건국대 대학원 박사과정생은 모정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됐는데 사람들이 놀기 쉽고 접근하기 쉽고 주민자치 하기 딱 좋은 장소라고 느꼈다. 모정의 가장 큰 이점이 주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장소라는 점인 것 같다. 주민자치를 하기 위해서는 도시도 접근이 쉬워야 주민들이 와서 의견교류도 하고 마을주민들 간 단합행위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의 주민자치센터를 별도 예산을 들이지 않고 잘 이용한다면 모정의 기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도시에서 모정의 기능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섬숙 서울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도 모정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고 많은 걸 알게 돼 보람을 느꼈다. 안타까운 건 모정이 성인남자들의 전용 공간으로 성인남자들의 경우는 전 연령층이 골고루 사용 가능하나 부녀자들은 사용이 불허됐다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당시 주민자치도 남자들끼리 진행했던 것인지, 혹시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있었는지 알고 싶다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발제자인 송화섭 교수는 모정이 쉬고 놀고 즐기는 풍류 공간이었다면 도시의 주민자치센터는 대개 주민들 교육 시키는 공간이다. 강좌를 놀이로 다 바꾸면 부담이 없고 편하고 하루 종일 가서 놀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교육, 강좌 등 공간 기능성부터 문제가 있다. 사랑방처럼 모여서 놀 수 있는 공간이 좋다. 그리고 여자들의 공간? 없었다. 우리나라는 가부장사회이고 농촌은 남자들의 강한 노동력이 필요해 여자들이 끼기 힘든 구조였다라며 여자들은 삼월삼짇날 화전놀이나 단오날 물맞이를 즐기거나 우물가 빨래터 등에서 소통했다. 집회소는 따로 없었다고 답했다.

박경하 교수는 주민자치센터는 주로 강의, 회의만 해서 재미가 없고 즐기는 문화가 없다. 동네마다 하는 축제문화도 잘못됐다. 동네사람들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서 같이 노는 문화가 되어야 하는데 외부 공연단, 장사꾼이 와서 그 지역민이 주체가 아닌 구경꾼 되는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은경 교수는 공동체에 공동공간이 있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소통공간, 다목적 기능의 공통공간 있다는 게 공동체 발전, 주민자치에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농촌 마을회관은 쉬기도 하고 공동 취사, 놀이, 교육기능도 갖췄다. 이런 현상들 보면서 읍면동 단위에 만들어진 주민자치공간은 왜 교육기능화 하는가 하는 질문과 관련하여 이 곳들은 규모가 크고 광범한 지역을 커버해야 해서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리 단위 공간의 경우 운영은 주로 마을에 맡겨져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모정 전통이 이렇게 이어져 오는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공동공간 있다는 게 주민자치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교육 일변도 아닌 놀이 필요

류호익 한국주민자치강사회의 공동회장도 모정문화는 양반들의 정자문화와 다르게 일터, 쉼터, 놀이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생산적 휴식, 마을총회, 교육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모정/두레문화를 복원해 촌락 공동체문화와 주민자치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라고 질의했다.

양형모 코리아연구원 감사는 모정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학문적으로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감사하다. 지역적으로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농촌의 주민자치는 원활한 것 같은데 도시는 이웃 간의 인정이 변화되고 약화되었다. 도시의 주민자치도 개인을 초월해 농촌처럼 맞춤형 주민센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송화섭 교수는 주치자치센터를 잘 이용하지 않는 것은, 내가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참여할 일이 있어야 하는데, 전국 주치센터 프로그램이 대동소이하고 (사람들이) 해보고 싶은 게 없는 게 문제다. 모이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강압적, 수직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 모정문화 보존도 모정에서 할 일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공동으로 음식을 나누는 공동 취식이 이뤄지고 있고 농사용으로 활용하는 건 없어졌다. 그렇다면 도시에선? 도시는 주민들의 이동이 심하다. 모정문화는 정착사회의 문화다. 이동문화은 놀 시간이 없다. 설령 도시에서 오래 거주한다 할지라도 모정에서 모일 사람은 대등하고 수평적인 관계여야 하는데, 농민들은 수평적, 민주적 대등한 관계가 가능하지만 도시에서는 힘든 면이 많긴 하다. 요즘엔 지자체에서 지어준 공간도 많다. 이를 어떻게 활용? 공동체적 놀이문화가 살아나야 한다고 답했다.

엄관용 더가능연구소 실장은 모정문화와 주민자치 관련한 현대적 재해석이 필요할 듯하다. 키워드는 자영농, 평등주민, 집단품앗이, 정청, 농청, 놀이, 예의 등이 될 것 같다. 경제적으로 동등한 조건이 자치활동에 영향 미친다고 보여진다. 모정은 교육기능도 있었다고 보고 윗세대와 아랫세대의 공동문화, 교육, 예의기능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송화섭 교수는 도시공간에서의 모정의 기능? 확보한다는 건 어렵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향도(두레조직)를 살려야 한다. 도시에서도 문화를 살려낼 수 있는 문화향도 양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활동비를 지급해야 한다. 농악, 민속문화 습득 등 기본 자질 갖춰 마을주민들과 함께 정월대보름 맞이, 복조리 제작 보급 등이 가능할 것이다. 민속은 꼭 농촌에서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도시라고 못하겠나? 도시에서도 단오제, 대보름맞이, 백중놀이도 하고 초대형 줄다리기도 가능하다. 도심 아파트에서 문화공동체, 문화향도를 키워야 한다라며 모정은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들이 필요해서 만든 조직인데, 도시에서도 사람들이 필요해서 공용공간 만들 수 있다.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물론 방법론 없이 준비 없이 하면 막연하다. 오늘날 도시에서도 모정문화를 살려내 보자. 놀이문화에 기반해서 마을 문화를 전승하자. 안된다고 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놀이에 기반한 도시의 모정문화 살리기, 안 된다 하지 말고 시도해보자

강경덕 연구원은 결국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요즘은 천주교에서도 젊은 사제들 사이에서 풍류신학이 나온다. 규율, 계율을 강조하니 종교에 대한 젊은이들의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모정과도 연관되는 얘기인 것 같다. 루덴스 사회이고 삶이 놀이인데 너무 교육만 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와서 흥겹게 놀아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승상 박사도 전북 고창에서 모정문화를 직접 경험했다. 너무나 많은 의미가 있고 경험했던 것과 같아서 많은 걸 배운 시간이었다. 모정문화는 당시의 생활, 생계문화로 없앨 수 없는 문화였다. 그 당시의 회사. 내 생계를 책임지는 회사였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 주민자치는 아니다. 하나의 기호라고 할까.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가? 주민자치의 중요한 고민이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은 모정문화, 촌계의 모습이 이랬다는 게 정리가 잘 되는 것 같다. 촌계는 사신, 노동, 생활공동체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췄다. 그러나 현대 서울에 대입해보면 종교? 너무 다양하고 직장? 다 다르다. 생활공동체 하나 남는다. 그런데 이것도 예전엔 놀려면 동네에 나와야 하는데 직금은 외출 안 해도 사람을 직접 안 만나도 관계망이 형성되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공동체 만들어내느냐의 문제에 직면한다. 사업을 하되 마을사업을, 마을행사를, 마을강좌를 했으면 좋겠다. 주민들끼리 소통하고 친해져서 뭔가 우리는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지평을 열어주면 좋겠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근데 이걸 기다려주는 사람도 기획하는 사람들도 없다. 그러나 현실은 이렇더라도 마을사업, 행사, 강좌, 1년 간 100군데 쯤에서 시험해보고 나면 뭔가 될 것 같은 생각도 들어서 지금부터 연구하려고 한다고 밝혔따.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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