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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그냥 두면 패배하는 게임...제도 마련-구조 개선-적극 행동 등 병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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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그냥 두면 패배하는 게임...제도 마련-구조 개선-적극 행동 등 병행돼야"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2.06.22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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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국행정학회 하계학술대회 및 국제학술대회 주민자치 기획세션 여수서 개최

'디지털, 그린, 코로나 : 대전환 시대 행정을 고민한다'를 대주제로 한국행정학회 하계학술대회 및 국제학술대회가 22일부터 24일까지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학술대회 첫 날인 오늘 오후에는 한국주민자치학회와 한국주민자치중앙회가 운영하는 주민자치 기획세션이 열렸다.

윤석열 정부가 풀어야 할 통리 주민자치회 확대 방안, 일본 정내회 사례가 한국 통리 주민자치회에 주는 시사점, 의성군 마을만들기 사례로 살펴보는 통리 주민자치 가능성 탐색 등 통리 단위 주민자치 실질화에 대한 심도 깊은 발제 및 토론이 펼쳐졌다.

주민자치 제1 기획세션은 정순관 순천대 행정학과 교수가 좌장을, 전영평 대구대 명예교수와 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원이 각각 발제를, 이덕로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김찬동 충남대 교수, 김영섭 웹이코노미 발행인이 토론을 맡아 진행되었다.

윤석열 정부, 주민자치 정책 전무하다

전영평 교수

전영평 교수의 '윤석열 정부의 지방정책과 주민자치 과제'라는 주제로 본격적인 발제가 시작되었다.

전 교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원천인 주민자치가 우선적으로 담보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민주주의는 완성되지 않는다""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지방분권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지만 구체적인 대안은 부재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이어서 "윤석열 대선 후보, 국힘의 힘, 대통령 인수위원회로 이어지는 가운데 애초부터 지방자치, 지방분권, 균형발전 이슈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대선 이후 윤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지방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김병준 위원장을 임명했다""그러나 급조된 지방정책 이슈는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렇다 할 지방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하지 않았고, 대선 이후 지방분권시대를 추진하는 와중에야 급하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슈를 선정해 지방선거와 차후 국가운영에 대비하는 방책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윤 정부의 15대 국정과제 중 76개 실천과제를 살펴보면, 이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계획과 대동소이하다. 대부분의 과제 내용은 지역개발, 지역원조, 지역숙원과제를 수행하는 것으로 주민자치 개혁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으며 "김병준 위원장은 이번 지방정책 수행의 차이점으로 중앙의 기획이 아닌 지방의 기획과 주도에 따른 균형발전 정책임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새 정부의 지방정책은 내부적으로 급조된 대중요법이란 비판을 면할 길이 없으며, 그 내용도 새로운 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전 교수는 이어 "과거에도 균형발전에 대한 지방의 요구와 개발계획은 남발될 정도로 존재했다는 점에서 인식의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지금의 방식은 새로운 것도 아니며, 지방에 그 책임을 전가시키고 중앙에서는 선정만 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지방경제 살리기에 치중되고 있으며, 주민자치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김 위원장의 균형발전전략에는 주민자치와의 연계성이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다. 지방균형발전에 있어 주민자치회, 주민자치운동단체와의 연계와 상승효과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실한 것"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주민자치, 기다리지 말고 행동해야

전 교수는 "그렇다면 새 정부의 주민자치 정책을 기대할 것인가 아니면 행동할 것인가"라고 자문하며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제대로 된 주민자치법 제정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더불어 주민자치 운동과 주민자치회 역량강화 운동을 시행하는 한편 주민자치 단체의 정체성 확립, 옹호단체 결성, 네트워크 확산, 정치적 이슈화, 정책 획득 및 이애 대한 지속가능한 관리 등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전 교수는 특히 "주민자치의 동력이 돼야 할 주민자치 옹호집단 결성과 활동이 필요하다. 주민자치에 대한 특정 정치세력의 유입과 장악 시도 역시 경계해야 한다. 주민자치 운동은 격렬한 대립과 혼란을 유발시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주민이탈현상과 자치냉소주의가 만연될 수 있기 떄문"이라며 "한국형 주민자치는 그냥 두면 지는 게임이다. 선진국 주민자치 모델을 비판적으로 수용해 한국적 주민자치 모델을 개발하는 한편, 지역 간 격차에 따른 주민자치 전략을 세워야 한다. 나아가 대중정치 상황에 머물러 있는 주민자치 이슈를 부각시켜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협력형 모델 실패, 도입 단위도 오류

조성호 연구원
조성호 연구원

이어서 조성호 연구원의 '정부의 주민자치 모델 설계에 관한 소고'를 주제로 한 두 번째 발제가 펼쳐졌다.

조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지방의회와 자치단체는 권한이 대폭 강화되었으나 지방자치의 궁극적인 목적인 주민자치 제도 개편은 무시되었고 철저히 배제되었다""김대중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도 주민자치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여기서 발생한 여러 폐해가 여전히 주민자치를 미로 속을 헤매게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2년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는 주민자치회 도입 모델로서 협력형을 결정했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역할에 어울리는 위상과 권한의 부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혀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현실"이라며 "시범사업 중인 협력형 표준조례에는 주민자치회는 읍면동장과 대등한 위치에서 읍면동의 행정업무 일부를 협의하여 처리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현실적으로 읍면동장과 대등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권한이 주민자치회에는 부여되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주민자치회 협력형 모델은 주민자치회가 읍면동을 심의(지방의회 역할)하는 기초정부 모델이기 때문에 읍면동을 지방정부화 하지 않고는 애시당초 실현이 불가능한 모델"이라고 비판하며 "주민자치회 도입 단위의 정책오류도 지적 대상이다. 우리나라 읍면동 단위는 선진국의 기초정부와 버금가는 인구 규모이기 때문에 읍면동 단위로 주민자치회를 설계, 도입한 것은 실패를 예약한 정부의 정책오류"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 "문재인 정부가 지원한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수직적으로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자치구 주민자치사업단 동 지원관으로 구축된 관변단체에 의해 지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그 결과 주민자치회의 주민 대표성은 상실되는 사례가 많다. 문재인 정부의 관 주도적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는 중간조직이라는 시민단체에 의해 주민의 자기 결정성의 침해소지가 높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조직형 모델 및 통리 단위 도입...주민자치회법 제정도 필요

그렇다면 새 정부 주민자치 모델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조 연구원은 "주민자치회의 도입 모델을 주민조직형으로 제안한다. 주민자치회의 통합형 및 협력형 주민자치회 모델은 기초정부 모델이기 때문에 선진국처럼 순수 주민자치 모델인 주민조직형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읍면동이 기초정부화되었을 경우 통합형은 기관통합형 기관구성으로서 검토가능한 모델이고, 협력형은 기관분리형 기관구성으로서 검토가능한 모델인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덧붙여 "주민자치회 도입 단위는 통리 단위로 해야 한다. 영국 등 선진국 주민자치 기구의 설치 단위는 약 1,000명 이하의 마을 단위다. 주민자치기구의 설치 단위는 영국 패리쉬는 1,000명 이하, 일본 자치회는 50~200세대 이하, 미국 커뮤니티협의회는 약 200명 이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주민자치회의 설치 단위는 읍면동 수준이 아니라 통리가 적정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주장했다.

조 연구원은 또 "주민자치회 도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주민자치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주민자치회 위원의 주민 직선 명시 주민자치회 대표는 주민자치회 위원이 간선하도록 명시 주민자치회의 정책결정은 합의제로 명시 주민자치회의 사무와 재정의 보장을 명확하게 제시 사무국의 설치를 명시하고 사무국의 인사권은 주민자치회 대표에 부여 주민자치회 총회를 설치하며 설치방안, 기능과 사무를 명시, 소집 및 운영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 주민총회의 의장은 주민자치회 대표로 명시 주민자치회 지원조직(주민자치연합회)의 설치, 운영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끝으로 "주민자치는 시대적 흐름이다. 힘들고 지난하지만 희망을 갖고 지속한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자기결정권을 가진 주민에 의한 진정한 주민자치가 실현될 것이라 본다"고 밝히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공동체의식 확보 통한 주민자치의 지속가능성 마련해야

토론이 이어졌다.

김찬동 교수
김찬동 교수

김찬동 교수는 "윤 정부의 공약 속에 주민자치, 지방자치에 대한 공약이 거의 없다는 점에 공감한다. 통반장에게 수당 주는 것 정도가 다다"라며 "결과적으로는 행동해야 주민자치를 실질화 시킬 수 있는데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는 참으로 다양한 견해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또 "주민자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마련이 필요한데 대표적인 예가 주민세를 주민자치회에게 준다든가 주민총회를 통한 직접적인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것이다"라며 "총회를 운영함에 있어 별도의 중간지원조직을 두다 보니 행정사업의 연장선이 되어 관치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국가 주도의 한국 사회이다 보니 많은 고민이 따를 수 밖에 없다. 굉장히 새로운 것을 하기 어렵다면 현재 주민자치에 있어 가능성 있는 부분부터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근린생활권에서 주민에 의해 촉발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주민자치의 역량을 모으는 것은 어떨까? 아파트 단지 내의 민주주의, 농촌의 경우 읍면동이 아닌 통리 단위의 민주주의는 현명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제안했다.

이덕로 교수
이덕로 교수

이덕로 교수는 토론에서 "주민자치 자체가 민주주의의 본질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조성호 박사의 통리 단위 규모 주민자치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차이는 있다"라고 선을 그으며 "도시라는 것이 상당한 이질성과 이동성이 있다. 관건은 공동체 의식이다. 우리 사회 구조 속에서 도시와 농촌에서의 공동체 의식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동질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김영섭 대표
김영섭 발행인

김영섭 발행인은 "행정이든 정치든 지속가능성과 자기결정성이 강조되는 추세다. 윤석열 정부의 계획을 보면 주민자치에 대한 의지가 굉장히 약한 게 사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라도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면 주민자치 제도 구축과 주민자치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또 "주민자치의 정파적 요소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기존 정치권과 단절된 독립적인 주민자치운동이 일어 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있다"라며 "통반리 수준의 주민자치를 직접민주주의식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열망은 일정 정도 타당하다. 다만 우리의 정치 여건이 주민자치를 전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지, 아니면 일정한 과도기를 거쳐야 하는지의 여부에 대한 논의와 주민자치의 수준과 범위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오늘의 논의가 매우 중요한 공론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김 발행인은 끝으로 "다만 대중정당정치도 활용되지 않고 대규모의 이동성과 익명성이 전제된 우리의 사회 상황이 공동체적 주민자치를 적절히 구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고, 민주적 역량이 보편적으로 구축되어 있는지의 상황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정순관 교수
정순관 교수

좌장을 맡은 정순관 교수는 "주민자치회에 의사결정권한이 필요하다. 그래야 제대로 된 주민자치가 가동될 수있다. 합당한 권한에 맡는 기능을 부여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이번 기획세션에 대해 총평했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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