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55 (금)
“한국의 주민자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상태바
“한국의 주민자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2.06.23 0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행정학회 하계학술대회 주민자치 기획세션]
김찬동 충남대 교수 일본 정내회 사례가 한국 통리 주민자치회에 주는 시사점
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연구소장 통리 주민자치 가능성 탐색: 의성군 마을만들기 사례

한국행정학회 하계학술대회 및 국제학술대회가 22일부터 24일까지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가운데 주민자치 기획세션 윤석열 정부의 주민자치, 어떻게 할 것인가?’의 두 번째 순서는 일본 정내회와 의성군 마을만들기 사례를 통해 통리 주민자치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간이었다.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김찬동 충남대 교수, 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연구소장이 각각 발제를 맡았으며 채원호 가톨릭대 교수, 전은경 한국주민자치강사회의 상임회장, 그리고 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정토론에 참여했다.

먼저 김찬동 교수가 일본 정내회 사례가 한국 통리 주민자치회에 주는 시사점을 주제로 한 발제를 진행했다. 그는 주민자치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와 이렇게 하는 것이 정말 제대로 주민자치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많다. 지방자치를 시작한지 32년째가 되어가고 있고, 지방자치의 풀뿌리라고 할 수 있는 주민자치를 하자고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를 시작한 지도 각각 23, 10년째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제대로 된 근린생활자치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서 주민주권에 입각한 주민자치를 하자고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마련하였으나, 정치적 합의를 하지 못해 주민자치는 공전 중에 있다라며 무엇보다 주민자치위원회, 주민자치회, 주민자치단체 등에 대한 개념정의, 이에 대한 합의가 잘 안되어 있고, 이렇게 되다보니 자치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생기고 주민자치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서두를 꺼냈다.

계속해서 김찬동 교수는 주민자치회의 시범실시는 협력형을 주로 하고, 통합형과 주민조직형은 실시가 유보되었지만, 주민자치회가 실질적 주민협의체로서 주민의 대표성을 확보하고,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혁신적 시도를 해 왔다. 주민자치를 통하여 주민들이 마을에 대한 공동의 목표를 가지게 하고, 주민자치회의 시범실시를 통해 마을의 필요한 의제를 발굴하며, 해결방안을 찾아 공동의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다. 주민자치회를 통해 지역 공동체간의 연대를 화보하여 지역문제해결의 플랫폼이 될 수 있어야 실질적인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라며 여기서 주민자치정책과 마을공동체 정책간에 할거적 및 분절적으로 진행되어 오던 것을 융합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었고, 그것이 융합형 주민총회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읍면동 내에 각각 존재하는 주민조직이나 마을공동체들이 사전에 총회를 개최하고, 이를 통해 발굴된 의제를 주민총회에 상정하는 방식으로 주민총회가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주민자치회가 지역문제해결의 전반적 과정을 총괄하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여기서 행정안전부와 자치분권위원회에서 어떤 주민자치 제도를 구상하고 설계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즉 읍면동의 주민자치회를 전국적으로 시범실시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읍면동의 주민자치회는 융합형의 주민총회를 운영하는 것이고, 그 하위 계층에서 다양한 마을총회를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구현될 수 있는 기반 만들기를 구상하고 있는 듯하다. 주민자치도 중층제의 총회를 통하여 주민자치의 대표성을 확보하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자치계층의 중층화를 통한 구역제도 설계에 대한 모형을 일본의 정내회 사례와 비교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발제에 따르면 일본의 자치회 혹은 정내회는 정()이나 구역 등 시정촌내의 일정한 구역에 주소를 둔 자의 지연(地緣)에 기초하여 형성된 단체로 일본 전역에 약 30만 개가 존재한다. 자치회와 정내회 등의 활동은 주로 경조, 지역행사, 방재방화, 문화활동, 사회복지활동, 행정기관에의 민원 요구 등이다. 구역의 주민상호간의 연락이나 환경의 정비, 집회시설의 유지관리 등 지역사회의 유지 및 형성에 관한 지역적인 공동활동을 하는 것이다. 인가를 받은 지연단체의 경우에는 토지나 집회시설 등의 부동산을 단체명의로 등기할 수도 있고 또 단체 활동에 필요한 자산을 단체명의로 소유하고 운영할 수도 있다.

김찬동 교수는 일본정내회(자치회)의 기본적인 특성을 주민자치의 관점에서 5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일정한 지역구획을 가지고 있고 그 구획이 상호 중복되지 않는다, 둘째 세대를 단위로 하여 구성된다, 셋째 원칙적으로 전 세대(가구)를 가입하는 것으로 한다, 넷째 지역의 여러 문제를 포괄적으로 관여한다. 그리하여 공()적 문제, 공유(共有)문제, 사적(私的) 문제 등의 전체적인 사업을 담당한다, 다섯째, 그 결과로서 행정이나 외부의 제3자에 대해서 지역을 대표하는 조직이 된다 등이다.

김 교수는 근린생활공동체와 근린생활 자치체는 구분되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구분을 주민자치영역에 적용해보면, 근린생활공동체에 해당하는 것이 일본의 경우에는 자치회이고, 근린생활 자치체에 해당하는 것이 주민자치위원회이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단체자치의 제도적 계보를 가지고 있기에 이중지위를 가지고 있고 시설은 지방정부가 제공하고, 운영은 주민자치체를 구성하는 것이라며 반면, 한국에서는 주민자치위원회가 근린생활공동체의 성격으로 설계되었고, 이번에 시범실시되는 주민자치회가 근린생활자치체를 지향하는 것으로 설계된 것 같다. 왜 이런 엇박자가 한국의 제도설계에서 나타난 것일까? 이러한 제도설계와 제도학습의 오류를 인지라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제도에 대한 무지는 억지를 낳고, 정치권력을 가지고 고집을 부리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의 주민자치는 정회 혹은 자치회와 같은 근린생활공동체로서의 기반이 튼튼하다. 즉 풀뿌리 주민자치의 역사와 전통이 깊고, 이들의 조직기반이나 운영이 튼튼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주민자치의 풀뿌리로서의 기반위에 근린생활자치체로서 주민협의회가 있다. 주민협의회는 주민자치센타에 그 사무국을 두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일본에는 한국의 동주민센터나 동장과 같은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일본의 주민자치는 주민주도형으로 이루어지지만, 주민자치를 위한 시설은 시정촌의 기초자치단체가 예산으로 설치하여준다.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을 주민에게 자치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역사적 전통이 다른데 외형적 제도만, 그것도 어설프게 모방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한국의 주민자치는 시스템에 대한 발상을 다시 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이어 두 번째 발제로는 김선희 소장이 통리 주민자치 가능성 탐색: 의성군 마을만들기 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1991년 한국의 지방자치 부활은 지방 및 주민의 참여나 의지가 반영되기보다는 민주화의 대가로 시혜적으로 주어진 측면이 강하다. 지방자치는 법률적·제도적 의미로서 단체자치와 정치적 의미로서 주민자치 영역이 공존하는 바 우리나라는 법률적·제도적 의미로서 단체자치가 주를 이룬다. 주민자치는 일정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지역운영과 지역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하는, 참여를 넘어 주민이 직접 결정한다는 원리로 의사결정권이 개인의 생활 가까이 오는, 자치를 위한 분권의 실현으로서 의미가 있다라며 그렇다면 왜 통·리 주민자치인가? 결국 읍면동 주민자치가 잘 안 되기 때문에 통리 단위로 하려는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발제에 따르면, 직접민주주의로서 주민자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면적 공간을 공유하고, 일상생활을 같이하는 마을에서의 자치경험이 중요하다. 이에 주민자치기구 구성 시 행정의 최소단위로서 읍·면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읍·면 주민자치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동·리 단위에서 주민자치가 요구된다. 마을현장에서 주민들이 서로 비슷한 정보를 바탕으로 논의하고,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기본에 충실한 주민자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마을은 공간적으로 가장 낮은 위계에 위치하지만 공간을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 단위로서 마을에서 출발하는 상향식 자치가 지방자치의 추진동력이라 할 수 있기에 이 단위에서의 지역역량 형성과 제도화가 요구된다. 이에 지방자치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정책사업 보다는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다양한 관계회복에 주안점을 두고 자생적 마을공동체를 형성하는 통리단위의 작은 자치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실질적인 마을자치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성과관리를 위한 지원체계와 모니터링 및 보상체계가 촘촘히 구성될 필요가 있다.

김선희 소장은 의성군 내 80개 마을자치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게 과연 되겠는가 했는데 해보니까 되더라. 문제는 행정이 생각하는 속도와 실제 진행되는 속도 간의 차이라고 지적하며 주민자치를 위한 행정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주민자치 생태계 조성은 행정과의 협력과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주민의 자발적 참여 및 다양한 주체 간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이때 지방정부의 개입이 문제가 되지만 직접민주주의로서의 자치를 활성화하고 자치역량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초기단계에서는 지방정부가 이장을 비롯한 지역의 관변단체 활동가, 주민들이 주민자치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을 하여야 할 것이라며 경상북도 의성군은 민간이 주도할 수 있을 때까지 행정이 지원한다는 원칙 아래 읍·면 단위로 1개의 주민자치회를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민관협력 거버넌스 구축을 시도했다. 의성군은 효능감 있는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위해 동일한 공간을 대상으로 주민자치회와 마을만들기 사업을 상호 시너지가 발생하도록 통합적으로 운영하고자 계획했다. 이 과정에서 발제자는 마을과 공동체 협동조합 일원으로서 참여했다고 밝혔다.

김선희 소장은 이 과정을 통해 행정의 달력을 주민의 달력으로 바꿨다. 농번기를 피하고 농한기에 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간을 배려했고 또한, 행정의 언어를 주민의 언어로 바꿨다. 처음엔 왜 자꾸 우리보고 오라 가라 하냐라며 귀찮아 하던 주민들도 어 내가 얘기했던 게 우리마을에서 사업이 되네라는 걸 경험하면서 참여가 늘었다. 비전과 전략을 세워 한 발작 씩 진행해 나갔고 우선 5명이 모여 마을 일을 얘기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키움단계, 채움단계, 나눔단계, 자립단계로 순차적으로 진행해 나갔다. 마을계획을 작성하는 방법도 교육하고 활동에 대한 소식지도 만들고 온라인으로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통리 주민자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상생활을 같이하는 마을에서의 자치활동 경험은 주민으로서 자연스러운 공적활동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향후 지속가능한 자치 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주민자치 기반마련을 위한 행정의 초기지원은 매우 중요하며 이때 행정 성과보다 주민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역량강화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 마을에서의 자치활동은 읍면단위에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와 함께 지역의 자치생태계를 보다 풍부하게 구축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점에 대해서는 행정은 지원에 대한 성과를 담보할 수 있어야 하지만 생활영역의 주민자치역량강화는 더디게 이루어진다. 이를 인내할 수 있는 단체장의 의지와 중간 활동가의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을까? 다음으로 주민자치 지원사업은 행정차원에서 읍면동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상황인데, 통리주민자치가 사전에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주민자치회 활동과 동시에 지원될 경우 선순환을 이루기보다 오히려 같은 일을 다르게 인식하는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채원호 가톨릭대 교수는 통리 주민자치를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따라 그 기획에 대해 긍정적 부정적 평가가 다 가능할 것 같다. 근린의 의미는 확장될 필요가 있다. 읍면동 자치와 통리 자치는 대체 모델이 아닌 병존할 수 있는 모델이라 생각한다라며 인구밀도에 큰 편차를 보이는 도/농 지역의 적정 주민자치 구역은 달라야 한다. 면적, 인구, 고령화 등 다양한 변수 고려해야한다. 통리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농어촌의 경우 정주 여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콤팩트/네트워크화가 필요하다. 주민자치의 규모의 적정성은 주민자치(운영) 모델과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은경 교수는 주민자치(위원)회는 어디에 설치해야 하고 설치 단위 결정을 위한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주민자치는 지역공동체성을 기반으로 지역자치를 해가는 것이다. 지역공동체성 형성은 면대면 접촉이 가능한 규모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의 읍면동은 인구가 너무 많고, 지리적 범위가 너무 넓어 공동체성 형성이 어렵다. 주민자치는 지역 공동체성을 갖춘 단위지역(마을, 아파트단지 등)을 배경으로 하거나 공동체성 형성이 가능한 지역단위로 설정되어야 한다고 본다라며 전국을 획일화하기 보다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마을, 통리, 아파트단지 등에 주민자치회를 설치운영하고, 읍면동 주민자치와 연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 결정권은 주민에게 줘야 한다. , 인구이동과 함께 행정동의 분할과 통합이 자주 발생하는데 공동체성을 지닌 법정동을 존중한 읍면동 주민자치조직 운영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호 박사는 주민자치회 성공을 위해서는 읍면동 개념을 버려야 할 것 같다. 애시당초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라며 길을 잃었을 땐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게 가장 빠르다. 원점으로 가는 게 가장 빠르다. 읍면동 주민자치는 길을 잃었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이걸 살리기 위해 이런 저런 걸 하고 노력하다보면 부작용만 나고 10년 더 표류하게 될 수 있다. 본질을 먼저 살리고 부수적인 건 나중에 수습해도 된다. 그렇다면 본질은? 통리 단위로 정착시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공공성(公共性)’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연구세미나95]
  • 문산면 주민자치회, 주민 지혜와 협의로 마을 발전 이끈다
  • 제주 금악마을 향약 개정을 통해 보는 주민자치와 성평등의 가치
  • 격동기 지식인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연구세미나94]
  • 사동 주민자치회, '행복한 끼'로 복지사각지대 해소 나서
  • 남해군 주민자치협의회, 여수 세계 섬 박람회 홍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