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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없이 현실 없다...소강, 최선의 방향 찾아가는 과정에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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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없이 현실 없다...소강, 최선의 방향 찾아가는 과정에 존재”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2.06.2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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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서상욱 대표 ‘대동사회와 지방자치’

이상향의 공동사회인 '대동'과 현실적 차선책으로 꼽혔던 '소강'사회의 개념과 작동원리 속에서 오늘날 민주주의, 지방자치, 주민자치에의 시사점을 찾는 시간이 마련됐다. 한국주민자치학회는 지난 28대동사회와 소강사회; 지방자치제도는 최소화된 대동사회의 유산이다를 주제로 한 제27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개최, 서상욱 관인학사 대표가 발제를 맡아 진행했다.

발제에 앞서 서상욱 대표는 공부할 때 2가지 자세로 관과 찰, 즉 관찰을 얘기한다. 관은 멀리 보는 것이고 찰은 세밀하게 보는 것이라 시선이 전혀 반대로 가는 것인데 망원경과 현미경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이게 나오면서 현대 과학이 발전했고, 온갖 과학이 완성됐다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 시각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동안 해온 것은 아무래도 쪽으로 많은 결과물을 냈는데 때로는 고개를 들고 멀리 봐야할 필요 있지 않나 한다. 오늘 발제를 수락하고 괜히 했구나 후회가 될 정도로 대동사회-소강사회와 지방자치, 주민자치의 연결이 어려웠다. 현실적으로 이 짧은 시간에 연결이 되긴 어렵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뭔지 알 순 없지만 어딘가 발원지 될 만한 곳을 찾는 정도로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민주주의는 일종의 소강사회, 그 핵심에 자율이 있다

 

발제에 따르면, 대동(大同)과 소강(小康)2500여년 이래 중국인이 추구해온 이상사회에 대한 담론이다. 이 담론은 중국의 전통사회에서 넓은 사회적 기반과 깊은 문화적 저변을 형성했다. 권력구조라는 측면에서 이 담론은 봉건(封建)과 전제(專制)를 가리는 가장 저변의 사상이다. 원래 대동은 철저한 방임상태에서 자율적인 집단을 추구했지만 나중에는 획일화를 강화하는 이념으로 변질되었다. 소강은 사유의 효율성을 바탕에 두고 예악이라는 느슨한 통제로 절충적 사회를 실현하려고 했으나 그저 경제적 삶의 향상이라는 단순한 목표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부단히 이상사회를 추구한다. 차선이건 차악이건 민주주의는 일종의 소강사회이다. 그 핵심에는 자율이 있다. 지방자치는 이러한 이상사회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유산이라고 서상욱 대표는 밝혔다.

발제자는 대동은 공자가 처음 제창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유가, 묵가, 도가, 농가 등 제가의 사회학설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소강이라는 개념은 시경(詩經) 대아(大雅) 민로(民勞)’에서 가장 먼저 언급했다. 백성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일을 하다가 잠시라도 쉬는 것을 가장 원한다는 민역로지흘하소강(民亦勞之 汔河小康)’에서 소강은 소휴(小休) 또는 소안(小安)이라는 뜻이다. 이는 위정자에게 백성들을 휴양생식(休養生息)하게 하라는 권고이다. 대동이라는 이상사회의 다음 형태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상욱 대표에 따르면, 예기 예운편에서는 공자의 대동과 소강사상을 설명한다. 춘추말기 정치적 혼란기에 살았던 공자가 사회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 것은 예(), (), ()이다. 학은 무너진 예와 악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는 혼란한 시대의 대안으로 과거에 있었던 천하위공(天下爲公)이라는 대동사회와 천하위가(天下爲家)’라는 소강사회라는 이상사회를 제시했다.

대동사회의 특징은 천하가 공동의 소유이며 천자의 자리도 세습이 아니다. 정치상으로 널리 민주를 실행하고, 사회구성원이 공동으로 덕과 재능을 지닌 사람을 선거하여 천하를 다스리게 한다. 선출된 사람은 전력을 다해 사회를 위해 일해야 한다. 신용과 화목은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추구하는 가치관이다. 대동사회의 본질적 특징은 인애(仁愛)이다. 인애는 남을 자기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모두 전체 사회에 대한 애정이 있다. 전쟁도, 소란도, 범죄도 없으므로, 모두 평안하게 살았다. 인애라는 도를 기반으로 각 연령 당계의 사회구성원들이 모두 적당한 제도에 안배되었다. 모든 재산은 공동의 소유이므로, 대동사회의 이러한 경제를 기반으로 사람들은 사유관념을 지니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대동사회는 공이무사(公而無私)라는 덕행이 체현된 고도의 이상사회였다고 서 대표는 발표했다.

 

대동사회는 이상향...소강사회는 한 발 물러난 차선의 현실적 선택

 

대동사회는 이상향이었던 만큼 실현은 쉽지 않았다. 소강사회는 한 발 물러난 차선의 현실적 선택이다. 공자는 하왕조 이래 국가는 천하위가라는 소강사회로 진입했다고 생각했다. 소강사회의 특징은 천하위가라는 전제제도로 사유재산이 생겼다. 세습도 일어났다. 천자와 제후는 왕위를 자손에게 세습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제도를 마련하여 안정적인 가족의 권리를 보장했다. 가정중심의 부양제도가 나타났다. 인간관계의 친밀함은 가정 내부로 국한되었다. 이것이 친친(親親)이다. 소강사회에서 사람들의 삶은 다시 안정과 평화를 누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상향을 폐기한 것은 아니었다. 예법을 활용하여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재난을 없앴으며 군신지간의 질서, 부자지간의 , 형제지간의 화목, 부부지간의 화합이 보장되면서 상하지간의 치별과 등급질서가 구축되었다.

서상욱 대표는 대동사회는 공산주의와 비슷하지만 공산주의보다 합리적이고, 소강사회는 사회주의보다 현실적이다. 총체적으로 보면, 대동과 소강은 유가의 최고 목표와 현실적 목표로 구분할 수 있다. 대동사회는 최고의 이상사회이며, 소강사회는 따뜻하고 화목한 종법사회이다. 소강지치를 확립하면서 대동의 추구가 멀다고 생각한 공자는 주례의 회복을 통한 소강의 실현을 기대했다. 그는 일단 소강을 거쳐야 대동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맹자는 물질적 충족이 소강을 실현하는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예악과 교육이라는 소프트한 방법으로 이상사회를 추구하려던 유가의 생각은 점차 변화하여 여전히 예악과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욕망을 사회적으로 다스리려면 강력한 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동은 천하일통이라는 정치권력의 구호와 도교의 종교적 이상으로 변질되었고, 소강은 그들이 민중에게 제시하는 당근으로 변하고, 법이라는 채찍이 사회질서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도연명은 도화원기에서 전란이 없고 민풍이 소박하고 안정된 행복을 누리는 세상 밖의 도원을 묘사하면서 대동사회의 아름다운 삶을 문학적으로 재현했다. 그러나 다시 도화원을 찾았을 때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고 표현하며 결국 사회적 대동사회를 실현하는 것은 포기하고 개인적 추구로 그치고 말았다고 서 대표는 덧붙였다.

발제에 따르면, 근대의 개량파 강유위(康有爲)사회적 진화가 거난세(据亂世)에서 평세(升平世)를 거쳐 태평세(太平世)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종적으로 국가, 계급, 삭탈이 없고, 재산을 유하며 사람마다 평등하게 무한한 자유를 누리는 대동사회를 세우려고 했다고 서 대표는 발표했다. 손문은 천하위공과 세계대동을 최고이상을 삼았다. 그의 대동사상은 삼민주의 가운데 민생(民生)에 집중적으로 체현되었다. 그는 민주주의를 대동주의라고 칭하며 평균지권(平均地權)과 절제자본(節制資本)을 민생주의의 양대 기본강령으로 삼고, 경자유기전(耕者有其田)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유학을 제창하는 두유명(杜維明)은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을 비판하고, 문명의 대화를 주장하면서 대동을 제시했다. 최근 중국 공산당은 개방 이후 이룬 경제적 성과를 소강사회로의 진입이라고 자화자찬한다고 서상욱 대표는 지적했다.

서 대표는 대동, 소강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같다. 과연 사람이 자유롭게 살아야 할까? 매우 근본적인 문제이다. 만일 그렇다면 어디까지 자유를 보장해줄 수 있고 어디서부터 안 되는지 답이 없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수위를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답은 없지만 영원히 토론해야할 문제일 것이다. 상황에 따라 또 다르고 또 다르고... 또 하나는 과연 우리 삶의 단위가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조직일 때 가장 안전할까? 이 역시 크든 작든 풀리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다만, 영원히 우리 가슴속에 있는 건 간섭받기 싫고 되도록 우리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고 싶다는 점일 것이라며 자치는 타자와 섞이기 싫다는 거,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어디까지 가능할 지는 끝없는 논쟁이 될 것이다. 대동-소강-난세는 역사적, 현상적으로도 우리의 국내외 상황과 관련되면서 유기적, 적극적으로 그때그때 변화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대동사회, 현실 될 수 없으나 상상은 할 수 있어...제한적이지만 가능할 것이란 기대로

이어 채진원 한국주민자치학회 학술부회장의 진행으로 본격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는 주민들은 피지배계층, 생활공동체인데 중국 고전은 지배층의 역사 즉 통치자가 민을 어떻게 통치하느냐의 시각에서 만들어졌다. 치자를 위한 논리가 주민자치와 연결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민의 입장, 밑에서부터의 시각 있지 않겠나. 앞으로 그런 측면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 대동-천하위공, 소강-천하위가에서 ()’가 무엇인지는 의미 있어 보인다. 유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에서 평천하는 황제가 천하를 평정하는 것, 치국은 제후가 국가 다스리는 것이라면, 가는 제후 밑에 있는 사대부 즉 패밀리가 아닌 소사이어티 개념이라고 본다. ‘개념에의 천착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정빈나 박사는 대동, 소강의 출처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해보이고 과잉해석도 경계해야 할 것 같다. 대동이라는 것은 문명초기 원시공동체사회에서 가능한 단계이지 초시간적으로 통용되는 기획은 아닐 것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최선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에 소강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지방자치와 대동, 소강의 연관성이 분명하게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계실 거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발제자인 서상욱 대표는 지적하신 부분에 공감한다. 지방자치와 연결하는 것까지는 아직 준비가 덜 됐다. 민간 자치는 우리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며 살겠다는 것을 가장 이상적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홍길동전의 율도국도 아니고. 이는 또 하나의 왕국이라서... 도연명의 도화원이 대동사회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도연명이 다시 가니 찾을 수 없더라라고 한 대목이 작가로서 위대한 점이라고 생각한다(웃음)”라며 대동사회는 현실이 될 수는 없으나 상상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사회 규모에선 안 되지만 한동네선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근데 또 집안에서도 안 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제한적이지만 가능할 것이라는 꿈은 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자들이 끝없이 이상론을 얘기하는 건 실현되리란 기대라기보다는 이상 없인 현실 없다, 이상 없이는 현실의 가야할 방향성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일 것 같다. 현실적으론 소강도 안 되고 세상은 그냥 난세일 뿐이고 난세의 연속이며 대동은 그저 캐치프레이즈에서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말이다라고 답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비교정치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공자가 대동을 이야기했던 시기와 비슷하게 서양에서는 플라톤이 이상사회, 공유사회 등 상당히 유사한 얘기를 한다. 일종의 소유적, 가족적 질서가 고대적 이상에 있어서는 장애요인으로 간주되었던 것 같다. 소강사회는 기존 소유권 인정에 욕망이 적절히 통제되는 상태를 말하는 것 같은데 공자와 플라톤의 고민의 시퀀스가 상당히 비슷한 것 같아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비슷하구나라는 걸 새삼 느끼며 많이 배우고 고민하게 된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김정환 경기도 주민자치원로회의 대표회장은 현장에서의 주민자치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많다. 목표를 세우면 현장에선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아쉽다. 바람이 있다면 위에서의 지침도 중요하지만 현장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잘 수집해 발전시켜 모델화 시키고 매뉴얼로 만들어 지역별 특징을 살려서 해주면 좋을 것 같다. 현장에서 현실에 맞는 주민자치가 활성화 될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다. 그 시대에 했던 것들을 받아들여 현실에 적용 가능한 것들을 잘 연구해 만들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신명숙 대진대 교수는 생각지 않았던 주제를 가지고 토론할 수 있다는 게 의미 있었던 것 같다.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잃었지만 백성은 살아남았는데 주민이 망하면 어떻게 되지?’라고 반문하면서 오늘 이 시간, 이 모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게 됐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참여해서 사회 문제를 악(조화)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현실에서 찾고, 학회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 전공자들도 참여해서 함께 공부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진=이문재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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