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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타운미팅, 한국에 적용하기 어렵다? 주민자치 지향점은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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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타운미팅, 한국에 적용하기 어렵다? 주민자치 지향점은 같아”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2.07.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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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민기 교수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주민자치 사례와 시사점’

주민자치의 전형으로 꼽히는 미국 타운미팅의 구체적 운영 사례를 통해 한국 주민자치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기회가 마련됐다. 한국주민자치학회는 719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주민자치 사례와 시사점를 주제로 한 제31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개최, 민기 제주대 교수가 발제를 맡아 진행했다. 민 교수는 1980년대 후반 파견 근무로 7년 간 미국에 거주한 경험도 있어 더욱 생동감 있게 발표 내용을 전달하며 오늘 세미나 목적은, 주민 중심 총회 원형이 어떻게 운영됐을까를 살펴보고, 최근 IT 발달에 따라 새로운 직접민주주의를 실험해 볼 수 있는 기술발전이 되고 있어 이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의 관점에서 미국 타운미팅을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발제에 따르면, 뉴잉글랜드는 초기 미국 역사가 시작된 곳으로 이 지역 주민자치의 대표적 형태인 타운미팅(Town Meeting)17세기 초반 매사추세츠 주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됐다. 타운미팅은 타운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들이 처리해야 하는 일들, 스스로 자신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일, 죄 지은 사람을 기소하고 심판하는 행정관(Magistrate)을 직접 선출하는 곳이다. “타운미팅은 사람들의 모임일 뿐 아니라 직접 민주정치가 이루어진 의결기관이라고 민기 교수는 발표했다.

잘 알려진대로 프랑스의 정치사상가인 알레시 드 토크빌은 1830년대 미국을 돌아보면서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 타운에서의 주민자치를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책에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토크빌은 미국의 타운을 자유의 원칙이자 생명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타운이 카운티(county)보다 먼저, 카운티가 주(state)보다 먼저, 주가 연방(Union)보다 먼저 형성되었다. 뉴잉글랜드에서는 이미 1650년부터 타운이 완벽하고 확고하게 형성되었다. 타운에서는 실질적이고 활동적이며 민주적인 동시에 공화적인 정치활동이 이루어졌다. 타운은 자체의 모든 행정관을 임명하고 세금을 책정하며 스스로에게 세금을 할당하고 징수한다. 뉴잉글랜드의 타운에서는 대의제 형식의 통치가 허용되지 않았다. 모두의 이해관계에 관련된 사항들은 아테네에서처럼 공공장소에서 시민들 모두가 참석한 총회(Town Meeting)에서 처리되었다고 자신의 저서에 기술했다.

타운미팅의 형태에는 지역주민 모두가 참석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타운미팅, 구역별로 투표할 대표주민을 선출해 이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대의제 형태의 대표 타운미팅이 있다. 또 정례적 형태의 연례 타운미팅과 비정례적인 특별 타운미팅이 있다.

민기 교수는 뉴잉글래드 코네티컷주와 메사추세츠주, 특히 웨스트버로우(Westborough)의 타운미팅 사례를 자세히 소개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우스터카운티(Worcester County)55개 법인화된 자치단체 타운 중 하나인 웨스트버로우의 타운미팅에서 나타난 주요한 특성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타운미팅은 집행기관 구성, 조례의 제개정, 예산의 승인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의결기구이다. 둘째, 타운미팅 참석자격은 타운주민 중 연령과 유권자 등록요건을 충족하면 누구나 타운미팅 총회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집회민주제이자 직접민주제의 주민주권기구이다. 셋째, 타운미팅에 참여하는 주민은 타운의 집행기관 구성뿐만 아니라 타운의 크고 작은 모든 일들 직접 결정하고 있어 풀뿌리민주주의와 주민자치의 전형을 유지하고 있다.

민 교수는 미국의 지방정부는 주정부가 부여한 헌장(charter)에 의해서 설립된다. 이 헌장에는 지방정부의 경계, 권한, 책임과 조직 등이 포함되어 있다. 헌법처럼 이 헌장은 조세와 채무 동원을 포함한 기본적인 기능과 함께 지방정부 공직자의 임면과 권한, 지방정부의 조직을 나열하고 있다라며 웨스트버로우의 자치헌장도 제1장 법인 관련 규정, 2장 입법기관, 3장 선출직 공무원, 4장 타운 매니저, 5장 행정조직, 6장 재정, 7장 일반 규정, 8장 행정부서, 9장 하수처리위원회, 10장 주민소환 부칙 등 86개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의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직책은 타운 집행위원(Selectmen) 5(임기 3), 타운 총회의장(Moderator) 1(임기 3), 학교위원회(School Committee) 5(임기 3), 지역공업고등학교위원회(District School Committee) 1(임기 4), 주택위원회(Housing Authority) 5(임기

5), 도시계획위원회(Planning Board) 5(임기 5), 타운 서기관(Town Clerk) 1(임기 3), 공공도서관 이사회(the Trustees of the Public Library) 9(임기 3) 등 총 7개 직위이다.

민기 교수는 뉴잉글랜드 지역의 타운미팅이나 스위스 게마인데의 총회 사례를 보면, 우리의 정치 환경이나 법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은 쉽게 내리곤 한다. 그렇지만 미국의 주민자치에서 나타난 주민이 자기 지역의 주인이라는 정신은 우리나라 주민자치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라며 지역의 주인인 주민이 자기 지역사회에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그들 스스로가 결정하는 행위의 핵심은 지방자치의 연원이 단체자치이든 주민자치이든 동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 지역에 적합한 주민총회 등이 활성화되어 우리가 살고 있는 읍동 지역의 문제를 주민이 참여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라며 우리나라의 주민자치가 당장 미국식으로 바뀔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작은 읍면에서부터 그 지역의 일을 주민들이 모여서 결정하는 그런 자치를 확산해가면 언제인가 우리 식의 주민자치 모델이 각 지역에 따라 만들어 질 것으로 예상 된다고 밝혔다.

민 교수는 또 지방자치가 지역 주민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 지방자치가 중앙과 지방의 권력 배분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주민의 생활정치를 책임지는 지방선거가 대선의 연장전이나 정권 심판론으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주민자치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를 전담하는 주민의 역량이 높아져야 한다. 주민자치회 사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주민자치회와 읍(행정)의 관계를 보면 행정이 주도적인 반면 실제 주체가 되어야 할 주민자치회가 수동적이고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고 있다. 우리 지역 대부분의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를 담당하는 읍동의 7급 공무원이 작성해 준 시나리오에 의해서 주민자치회가 운영되는 ‘7급 주민자치회인 것이다. 지역주민이 자기 역량만 가지고 우리가 구상하는 주민자치를 하기는 어렵다. 그들이 일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국가가 젊은 청년들을 농산어촌 지역으로 보내 7급 공무원 수준의 급여를 책정해 주민자치회 사무국장, 인턴으로 활용해 지역주민을 서포트 하게 하는 건 어떨까 싶다. 이 친구들이 5년 정도 일하면 지역 읍면동 공무원으로서 일할 수 있는 제도,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라고 제시했다.

계속해서 그는 오늘의 발제는 뉴잉글랜드의 타운미팅 사례를 우리가 도입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 가진 주민자치에 대한 상상력과 창의력이라는 것이 어떻게 제도화 되어 시행되고 있는 지의 사례 중 하나로 뉴잉글랜드의 타운미팅을 들여다 본 것이라며 제도라는 것은 우리의 의복처럼 끊임없이 개량되고 진화하는 것이다. 우리의 주민자치도 좋은 선례와 사례 등을 통해 주민주권이 실현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고 밝히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발제 후 사회자로서 토론을 진행하며 채진원 한국주민자치학회 학술부회장은 미국의 주민자치 상황을 입체적으로 실감나게 잘 설명해주신 것 같다. 주민총회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누가 참석하고 어떻게 결정하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을 입체적으로 잘 풀어주셨다. 각 분과별 집행위원들을 주민들이 직접 선발한다는 것이 우리 주민총회와 많이 비교된다. 우리의 경우 주민총회를 1년에 한 번씩 짜여 진 시나리오에 따라 보여주기 식으로 많이 하는데 미국의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 의장과 집행위원의 급여, 임기 보장에 이르기까지 많은 상상력을 주는 것 같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어 채 교수는 오픈 타운미팅과 대표 타운미팅 채택 여부는 주체의지 보다는 적절한 인구수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 한국의 주민자치와 미국의 타운미팅을 비교해봤을 때 그 차이가 결국 주체의지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인지, 이런 차이가 왜 생기는 것인지 궁금하다. 원인 진단이 있어야 대안도 건설적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질의했다.

송화섭 교수는 미국에서 초기 타운미팅이 시행되던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비슷한 주민자치가 시행되고 있었는데 그걸 우리는 놓치고 있었다. 남원 입암 마을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타운미팅을 하고 있었다. 입암리에서는 1년에 한 번 정월대보름에 주민총회를 해서 그해 예산 결산 보고 및 내년도 예산 계획을 보고하고 규약에 따라 분쟁조정이나 마을에 일어날 수 있는 사항들을 협의 한다. 입법, 인사, 재정권이 다 있는 셈이고 외부의 도움 없이 마을 사업으로 재정을 확충해 나간다. 조선시대부터 마을 단위로 촌계 조직이 있었는데 규약, 자치권, 운영방식 등을 미국의 타운미팅과 비교하는 작업이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 새 정부에서도 촌계 조직을 주민자치 모델로 확대시켜가면서 면장 선출, 교육위원 선출을 주민들이 직접 해나가면 미국처럼 주민자치가 조직적으로 뿌리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민기 교수는 앞으로 촌계에 더욱 관심을 가져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오픈 타운미팅과 대표 타운미팅의 운용은 인구와 관련이 있다. 다만 오늘 타운미팅을 공부하는 이유는, 향후 주민자치의 방향을 그려보는 것도 있지만, 현대 IT기술 발달에 따라 대면 중심 제약점을 기술력으로 극복해 직접민주주의의 중요성과 효용성을 충분히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것 같다. 이는 우리의 역량 문제이기도 한데 우리 스스로 이 기술력과 결합시킨 제도를 만들어낼 역량이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우리에게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성, 상상력이 있느냐의 차원, 이를 발전시킬 필요도 있는 것 같다라며 주민자치위원들을 보면, 지금 수준으로는 아무리 주민자치의 중요성을 이야기해도 크게 발전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너무나 관변에 머물러 있고 관의 지원에 좌지우지 한다. 자생적이고 시민중심, 사회중심 활동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은경 교수는 미국의 타운미팅이 우리의 주민자치와 같은 것인지는 의문인 부분이 있다. 자연스러운 역사성을 가진 정치활동, 그걸 지켰다는 것, 물론 우리나라처럼 사회변화가 극심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미국도 큰 사회변화를 겪었을 텐데, 초기의 타운미팅, 주민자치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 미국의 타운미팅 vs 우리 주민자치회를 직접 비교해보면 타운미팅은 조례입법권 사업결정 행정권한 등 실제 일은 집행부가 별도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 주민자치회는 조례 제정 권한이 없는데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조정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 그리고, 주민의 덕성 문제로 주민자치교육에서 제일 우선순위로 해야 할 덕목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기 교수는 사회 큰 변화와 함께 고려해야할 것이 인구와 면적인 것 같다. 그러나 사회적 변화가 있어도 자치적 역량이 있느냐가 가능 중요한 사항인 것 같다. 그리고 주민자치회 기능과 역할은 조례의 내용과 크게 상관 없는 것 같다. 조례에 제약되지 않고 얽매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주민자치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덕성은 주민의 참여의식과 나의 일이라는 의식인 것 같다고 답했다.

계속해서 대의제 성격인 대표 타운미팅의 한계나 제약성에 대한 질문에 민 교수는 대의제 자체가 문제 아니고 또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진정 주민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참여하느냐 여부가 중요한 것 같다. 비용을 지불하면서 새 학습능력을 연마해 제도를 제대로 운영해볼 수 있는 역량 키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은 주민의 주체 역량과 환경과의 함수관계를 조절하면서 그 역량을 전략적으로 기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이에 대해 민기 교수는 가야할 방향,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공동체가 점점 피폐해지고 덕성이 무너지면서 법과 규정이 들어오게 된다. 그 갭을 채우는 방법으로 젊은이들을 지방에 내려 보내자는 것이다. 지역주민과 일을 해볼 수 있도록, 지역을 살릴 수 있도록 역량을 보충하면 점점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현장에서 잘하고 있는 지역, 제도가 없어도 스스로 만드는 성공사례에 집중하는 것, 이런 토론도 중요하지만 현장에 내려가서 하는 노력들도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 정말 많이 배웠다. 열정을 가지고 이런 노력을 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더디게 가는 것 같지만 빨리 결과가 올 것 같다. 우리의 주민자치에 대한 노력이 더딘 것 같고 결과도 더디게 나오지만 어느 날 꽃이 피듯이 확 필 것 같은 느낌이다. 같이 노력해서 열심히 했으면 한다고 밝히며 세미나를 마쳤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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