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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배제 '주민자치위원' 우민화 '주민자치회' 무력화시키는 통합형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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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배제 '주민자치위원' 우민화 '주민자치회' 무력화시키는 통합형 모델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2.07.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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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회 없는 통합형 모델 실효성 없어
- 주민총회의 권한 확보된 주민주도형 모델 통리 단위에 설치해야
-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회에 대한 통합적 인식도 문제
- 마을공동체, 주민자치회 대표성 확보에 치명적 “같이 갈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지역공동체 정책 방향 및 과제와 관련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제시한 주민자치회 모델이 주민자치회의 자치역량 제고와 주민 및 지역 대표성 확보, 공공성 측면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의 협력형 주민자치회가 사실상 실패한 모델로 판명 난 상황에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주민자치회 진화모형의 다음 단계인 통합형 모델을 제시했다.

주민자치회에게 읍면동사무에 대한 의결 및 집행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통합형의 핵심이다. 외형상 주민자치회가 읍면동을 지휘, 감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읍면동장의 임명은 여전히 시군구청장에게 달려있다. 주민자치회는 이름만 내세운 허수아비일 뿐이다.

게다가 주민자치의 최적 단위인 통리가 아닌 읍면동 단위의 주민자치 추진으로 이미 실패한 사례를 답습하는 오류까지 범하고 있다.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회를 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윤석열 정부 정책을 그대로 비호하는 점 역시 문제가 크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도표에서와 같이 새로운 주민자치 모델 및 전략으로 통합형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의 협력형과 같이 실효성이 부재된 모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도표에서와 같이 새로운 주민자치 모델 및 전략으로 통합형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의 협력형과 같이 실효성이 부재된 모델이라는 지적이 많다(출처=한국지방행정연구원 보고서).

 

통합형 모델, 주민자치회 허수아비로 내세운 실패작 될 것

윤석열 정부는 6개 국정목표와 110대 국정과제에서 지역활성화와 관련된 6번째 국정목표로 지역균형 발전 15개 국정과제와 더불어 주민자치위원회 및 주민자치회 개선76개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이에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월간 <자치발전> 6월호 꼭 알아야 할 지방자치 정책 Brief’에서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공공성 강화를 통한 자치역량 견인과는 반대로 주민역량 강화를 통한 공공성 견인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주민자치회 도입을 위해 구축한 주민자치회 진화모형과 전략 도표를 인용해 현재의 협력형이 아닌 다음 단계인 통합형 모델을 새로운 전략으로 제안했다.

지난 2012년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모델로 협력형이 도입된 바 있다. 그러나 역할에 합당한 주민자치회의 위상과 권한 부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며, 제도적 장치 또한 부재했다. 읍면동장과 대등한 위치에서 행정업무를 협의해 처리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지게끔 규정된 모델이 협력형이지만 실제는 읍면동장과 대등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권한이 주민자치회에 전혀 부여되지 않았다. 오히려 읍면동장 밑에 위치하는 주민자치회로 전락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협력형 모델은 주민자치회가 읍면동을 심의하는, 다시 말해 지방의회 역할을 담당하는 기초정부 모델이다. 따라서 읍면동 자체를 지방정부화 시키는 것이 필수다. 그러나 인사·입법·재정권 등 일체의 권한이 없는 주민자치회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협력형 주민자치회는 애시 당초 실현성이 없는 모델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서 새로운 주민자치 모델이자 전략으로 제시한 통합형 모델은 어떨까? 통합형은 주민자치회가 읍면동사무에 대한 의결 및 집행 기능을 가지는 것으로, 주민자치회가 의결기구, 읍면동사무소가 집행기구가 된다. 읍면동사무소가 주민자치회를 위한 사무조직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주민자치회가 읍면동을 지휘, 감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읍면동장 임명권은 여전히 시군구청장에게 속해 있다. 이름뿐인 허수아비로 주민자치회를 내세울 뿐이다.

도입 단위 역시 비판 대상이다. 우리나라 읍면동은 선진국의 기초정부에 버금가는 많은 인구와 방대한 면적 규모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읍면동 단위로 주민자치회를 설계, 도입하는 것은 예견된 실패를 또 다시 실행하는 것과 같다. 통합형 모델에서도 협력형과 같이 주민자치회 도입 단위를 읍면동으로 규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주민 스스로 만들고 운영하는 주민자주형 모델 통리 단위에 설치해야

반면, 주민자주형(주민총회형) 모델은 주민이 자주적 의지로 자치회를 구성하고 자치회 총회를 통해 마을을 민주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기존 협력형과 통합형 모델에는 주민자치회의 최고의결기관인 주민자치회 총회에 대한 권한과 기능이 일체 배제되어 있다.

주민이 자치회를 이끌 회장과 임원을 직접 선출하며, 자치회 전체를 규율하는 정관을 제정하는 한편, 그 정관을 실행하는 사무조직을 직접 운영하고, 주민들이 주민자치세를 납부해 자치회를 스스로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주민자치회에 인사·입법권·재정권이 보장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자치회 도입 단위는 통리가 마땅하다. 선진국 주민자치기구의 설치 단위를 살펴보면 영국 패리쉬는 1,000명 이하, 일본 자치회는 50~200세대 이하, 미국 커뮤니티협의회는 200여 명 이하 등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주민자치회의 설치 단위 역시 현재의 읍면동 수준이 아니라 통리가 합당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기존의 협력형 모델은 행정의 개입이 많아 자치가 아닌 관치로 일관되는 경향이 컸고 이는 10년 가까이 유례없는 시범사업 주민자치회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통합형 역시 시군구청장이 읍면동장을 임명하는 방식이 그대로인 관계로, 주민자치회 집행기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채 교수는 또 무엇보다 협력형, 통합형 모두 주민총회의 실질적 권한이 빠져 있다. 주민 스스로 주민자치회와 자치회의 최고의결기관인 총회를 통해 자치할 수 있는 주민총회형(주민자주형) 모델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업 실행이 주목적인 마을공동체, 주민자치회와 충돌은 필연적

한편, 보고서에서는 윤석열 정부는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회의 상호보완적이며 선순환 관계를 고려한다는 취지로 두 정책을 개별적으로 보지 않고 마을자치 활성화와 같은 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자치회와 마을공동체 간에는 명백한 차이가 존재한다. 주민자치회는 현행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규정된 주민자치조직이다. 반면, 마을공동체는 지역 및 사회단체, 관변단체, 비영리단체(NPO), 비정부단체(NGO) 등이 참여하는 결사체다. 해당 마을과 관계없는 조직도 대거 포함될 수 있어 논란의 소지가 크다.

또한, 태생적으로 마을공동체는 사업의 기획 및 실행 자체가 주안점이 되는 조직인데 공동체를 만들어 실행하는 사업이 영리나 이권사업으로 변질될 수 있다. 그런 목적이라면 마을공동체에서 주민자치회를 흡수하려는 시도가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주민자치회의 설치 및 운영을 중간지원조직 형태인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등에 위탁하는 제도적 규정도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지원한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수직적으로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자치구 마을자치센터동 자치지원관으로 구축된 시민단체에 의해 철저히 지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주민자치회의 주민 및 지역 대표성 상실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중간지원조직, 마을공동체라는 미명 아래 주민의 자기결정성 침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회는 지난 4월 김병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만나 주민 주도의 최적화된 주민자치회 모델을 제시한바 있다. 김병준 위원장(왼쪽)과 전상직 중앙회 대표회장
중앙회는 지난 4월 김병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만나 주민 주도의 최적화된 주민자치회 모델 구축을 제시한바 있다. 김병준 위원장(왼쪽)과 전상직 중앙회 대표회장(사진=월간 <주민자치> D/B)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마을공동체 사업은 시민운동가, 활동가들이 공동체를 빙자해 시민운동을 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공동체에 대한 정의, 철학, 사회적 의미, 인간에 대한 성찰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결국 시민운동의 도구 수준에 머무는 마을만들기,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주민자치회를 접수하겠다는 속내가 숨어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 회장은 또 주민자치회는 지역과 주민을 대표해야 한다. 대표성은 공동체로서 배타적 지위를 가져야 비로소 성립되는 것이라며 대표성이 확보되어야 주민자치회로서의 본질적 가치가 있고 이를 기반으로 활동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마을공동체는 주민자치회의 대표성을 정면으로 부수어버린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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