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 재임 중 대통령선거에서 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위반)로 강원도의회 의원 당선자 2명, 원주시의회 의원 당선자 1명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주민자치위원의 과도한 정치적 중립 의무 규제 및 선거운동 금지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이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 귀추를 모으고 있다.
주민자치위원 정치적 중립 규제, 위헌 근거 많아
한국주민자치중앙회와 한국주민자치학회는 주민자치회 위원에게 정치적 중립 의무를 부과한 지방분권법과 선거운동을 금지시킨 주민자치회 조례가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지난 7월 22일 주민자치회 위원에 대한 선거운동 및 표현의 자유 침해를 시정하기 위해 헌법소원심판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에 청구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8월 9일 헌법재판소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9조 제2항 등 위헌 확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위헌소송) 청구’가 재판부 심판에 회부되었다는 결정문을 통보했다.
이번 위헌소송의 쟁점은 위촉직인 주민자치회 위원이 합리적 이유 없이 고도로 신분이 보장되고 공익성마저 요구되는 방송통신위원이나 중앙 및 지방노동위원회위원 등의 신분자와 동등하거나 더 높게 과도한 정치적 중립을 강제로 요구받아 선거권, 평등권,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받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민자치회 위원을 행정의 하부기관 구성원인 통반장과 동일하게 선거운동의 자유까지 제한한 점 역시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것이 위헌소송 청구의 핵심이다.
무보수 명예직 주민자치위원의 선거운동 금지, 과연 합당한가?
이런 가운데 원주시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출신 당선자 3명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아 출마했고 2명은 강원도의회 의원에, 1명은 원주시의회 의원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색상의 상의를 입고 선거사무원과 함께 거리 인사를 한 것이 확인되어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공직선거법 제60조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공무원이나 미성년자, 외국인, 예비군 중대장급 이상의 간부 외에도 통리반장과 읍면동 주민자치센터에 설치된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을 명시해 이들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민자치위원을 통리반장과 동일하게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에 포함시켜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인가에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통리반은 지방자치법과 지방자치단체 조례 등에 따라 설치된 읍면동 산하 행정구역이다. 따라서 통리반장은 그 자체가 행정의 하부기관이며,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소정의 보수도 지급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의 경우 읍면동 구역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 조직의 구성원이기는 하지만 풀뿌리 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행정과는 거리를 둔 탓에 행정기관 또는 행정의 하부기관으로 규정지을 수 없다. 주민자치위원의 선거운동 금지가 합리적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과도한 차별이라는 견해가 힘을 받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9월 5일 지방의원 당선자들 위헌소송 청구인 자격으로 기자회견 및 청구서 제출 예정
한편,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기존에 청구한 주민자치회 위원의 과도한 정치적 중립 의무 규제 및 선거운동 금지에 대한 위헌소송에 이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에 대해서도 동일한 근거로 표현의 자유, 선거권, 평등권 등이 침해받고 있음을 지적, 오는 9월 5일 헌법소원심판청구 기자회견을 갖고 청구서 접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3명의 지방의원 당선자들이 청구인으로 나설 예정인 가운데 법률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온다 이동호 변호사는 “지난 7월 말 진행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시범실시 주민자치회 위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규제 및 선거운동 금지의 위헌성을 지적한 것이라면 9월 5일 예정된 위헌소송은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에 대해서도 동일한 근거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라며 “이들 역시 선거권, 평등권,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어 청구서 제출 당일 기자회견을 통해 청구인들의 입장 표명과 함께 위헌소송의 법리적 근거를 자세히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주민자치학회 학술부회장인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시범실시 중인 주민자치회와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에게 선거법상 선거운동 금지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행정기관이나 행정의 하부기관에 속한 구성원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무보수 명예직이자 생계 목적으로 영리업무 종사가 가능한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을 통리장이나 방통위원 등과 동급으로 해석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며 “이에 위헌 요소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들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지방의회 당선자인 청구인들과 한국주민자치중앙회, 한국주민자치학회가 연대해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