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이하 균형발전법)과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이하 자치분권법)을 통합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통합 특별법안)’이 입법 예고되며, 지방시대위원회 출범에 따른 주민자치 정책 추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주민자치 정책을 일체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실체 없고 계획 없는 尹정부 주민자치 정책
14일 입법 예고된 통합 특별법안에는 기존 자치분권법에 명기된 주민자치회의 설치, 기능, 구성(제27~29조)이 내용 변경 없이 ‘제40조 주민자치회의 설치 등’으로 한데 묶여 명기되었다.
그러나 2014년에 개정된 자치분권법의 주민자치 조항은 주민자치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주민자치에 정작 주민은 없다는 것이다. 주민이 회원이 되지 못하고 위원만 있는 기형적인 주민자치회가 회칙 제정, 회장 선출권, 재정권 등도 부재된 채 주무부서인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권위적 행정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데 그치고 있다.
읍면동 단위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하게 한 조항도 문제다. 한국의 읍면동은 대부분이 자치단체에 가까운 규모로, 인구에서 무보수 명예직의 비상근 주민자치회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며 면적에서도 생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이에 주민자치회를 통리 계층에 설치하는 것이 이론적, 현실적으로 가장 적절하며, 행정의 보조기능을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면 주민자치 실질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대표성 및 자치권 확보 시급
통합 특별법안에도 ‘주민자치회의 설치 시기, 구성, 재정 등 주민자치회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라는 조항이 포함된 만큼 주민자치회가 지역 및 주민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주민자치회법 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 중 111번째 ‘지방시대 실현을 위한 지방분권 강화’ 내용에도 ‘주민자치회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주민참여 확대로 주민자치회 자율성 보장 및 지역 여건에 따른 주민자치회 구성‧운영 다양화, 주민자치회 법적 근거 마련’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지역과 주민, 기타 민간단체, 지방자치단체 등 다각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복잡한 주민자치를 지극히 단순하게 ‘주민자치회 개선’이라는 한 마디로 국정과제에 올린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정책 제안을 위해 출범을 앞둔 지방시대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간접민주주의의 대안인자 풀뿌리민주주의 초석인 주민자치 는 시대적 흐름이다. 단체자치에 치우친 지방자치 현실에서 주민자치가 실질화되어야 진정한 지방분권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며 “통합 특별법안을 근거로 한국 주민자치의 현실을 반영한 주민자치회 법이 빠른 시일 내 제정되어야 한다. 지방시대위원회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한데, 주민자치에 대한 별도의 분과를 구성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에 ▲통리자치회와 읍면동자치회를 이중설계해 각각 자치와 협치로 운영 ▲주민자치를 지배하는 시민단체를 주민자치회 시범실시에서 완전 배제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주민자치회 모델 개발 및 적용 ▲2년 간 시범실시를 거쳐 최적의 주민자치회 모델을 제도적으로 확립 ▲전국 단위 주민자치회 상급단체 조직화로 주민자치박람회 등 다양한 사업을 주민자치회가 자체적으로 운영 등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주민자치 정책을 국정과제로 주문한 바 있다.
주민자치 제도 개선 위한 위헌소송 이어져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주민자치회의 제도적 개선을 위해 작년 말부터 연속적으로 헌법소원심판(위헌소송) 청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작년 12월 30일에는 주민자치위원에 대한 무차별적으로 강제 진행되는 사전의무교육이 헌법상 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근거로 ▲올해 4월 28일에는 주민자치회 회원을 주민 대신 위원으로 대체한 기형적인 주민자치회 조례가 헌법상 결사의 자유 및 자치권에 위배되는 것을 지적하며 ▲7월 22일에는 주민자치위원의 정치적 중립 규제와 선거운동 금지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 및 평등권에 명백히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각각의 위헌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중 주민자치위원의 사전의무교육, 그리고 정치적 중립 규제 및 선거운동 금지에 대한 위헌소송은 헌법재판소 재판부 심의에 회부되어 본격적인 심판이 진행 중이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모든 위헌소송의 근본적 취지는 주민자치회와 관련된 왜곡되고 부당한 제도적 개선에 있다. 주민자치회를 정치의 시녀, 행정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는 악독한 제도가 해소되어야 진정한 주민자치 실질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주민자치회가 가져야할 마땅한 권한과 지역과 주민을 대변하는 독립적인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해서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가 주민자치의 현실을 반영한 실질적인 주민자치 정책을 제시하기 바라며, 이를 위해 새로 출범하는 지방시대위원회의 행보를 유의 깊게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월간 <주민자치>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