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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주민자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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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주민자치인가
  • 조진연 충청남도 서천군 문산면 주민자치회장
  • 승인 2022.10.06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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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군 문산면 주민자치위원 위촉식 모습
서천군 문산면 주민자치위원 위촉식 모습

충남 주민자치회의 현실을 보고 느낀 점을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법률과 조례를 떠나 오늘날 기로에 놓인 주민자치(위원)회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한국주민자치중앙회와 시도 자치분권대학의 유명한 교수님으로부터 많은 교육을 받고 있으나 현실과는 거리가 먼 학술적인 면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과정에서의 과제를 논하고자 한다.

충남 서천군은 13개 읍면으로 구성되었으며 2002년부터 주민자치위원회가 시작되었으나 주민이 작은 문산면을 비롯한 4개면은 2018년에서야 주민자치위원회가 출범되었다. 문산면 주민자치위원회는 그해 8월 면장의 자문기관으로, 면의 단체장과 지역주민 23명이 면장의 추천으로 주민자치위원으로 위촉되어 조례를 참고해 회칙을 만들고 임원을 선출하면서 위원회를 시작하였다.

서천군 초대 지방의회 의원직 경험으로 필자는 위원장으로 추대 되었고, 자치위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매년 선진지 견학 2회 실시로, 충북 칠성면의 인구가 3천명에서 7천명으로 늘어난 과정과 신산업 최첨단 농공단지 건설계획으로 큰 냇가를 막아 저수지를 만들어 관광사업으로 배를 띄워 수입을 창출하고 농가의 생산품 직거래 시설을 제공하여 수익을 창출한 사례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다음 해에는 논산시 은진면을 방문, 논산시장님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논산형 자치회로 전환 되었다는 자랑 섞인 여러 성공사례 강의를 들음으로써 조금씩 눈이 뜨이게 되었다.

선진지 견학을 통해 자부심을 느끼며 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문산면도 먼저 환경에 관심을 갖고 도로변에 마구 버린 쓰레기를 청소하여 면을 깨끗하게 만들자는 위원들의 결의에 따라 사업을 실시하였다. 2년 동안 놀랄 만큼 효과를 거두고 마을 입구마다 상습 불법 투기 장소에 꽃밭을 조성해 서천군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주민자치위원회 출범 2년 만에 도지사 단체 표창과 충남형 자치회로 선정되어 2020년도부터 3년간 매년 9000만원의 예산을 확보, 사무국장을 뽑을 수 있는 자치회로 지정받아 공모를 통해 33명의 회원을 선발해 6시간의 교육 이수 후 서천군수의 임명장을 받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3000만원의 예산 중 1/2은 사무국장을 채용해 급여로 지급하고, 나머지 예산으로 교육과 홍보용 달력, 영상제작, 주민총회 등 필요한 사업에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서천군 올해까지 12개 읍면에 주민자치센터를 건립 완성하였고 문산면은 복합형 주민자치센터를 구축해 주민센터, 복지관, 도서관, 보건소, 체육관 등 85억원의 예산으로 설계를 끝내고 내년 예산에 반영키로 하였다.

또 참여예산으로 각 읍면 주민자치회에 1억원씩 사업비를 책정하여 주민총회에서 사업을 결정하고 행정기관과 협의하여 집행하고 있다. 4년 간 주민자치위원회와 자치회 활동을 하면서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월례회의 참석 수당에 회원들이 일정액을 보태 사업비로, 다시 회비로 전환해 지역사업을 하고 있다.

환경을 중요시하는 문산면 자치회는 참여예산으로 마을마다 깔끔이방을 만들어 18개 마을에 제공하고 분리수거를 하고 있으며 회원들이 모은 회비로 18개 리에 1년에 2개월 간 노인 일자리 창출을 하고 있다. 선정된 환경도우미는 분리수거, 홍보, 환경 감시 등에 열심히 임해 주민들의 참여도 향상됐다. 농촌의 지형 형편상 버스를 타려면 거리가 멀어 휴식이 용이하지 않아 중간에 노인을 위한 안락한 의자를 이어서 배치해 그늘막을 만들어 쉼터를 조성했다.

충남형 시범실시 주민자치회가 서천군에는 7개면이 지정되었는데 2023년부터는 종료된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천안시. 당진시. 논산시 등 자립도가 높은 지역은 걱정이 없겠으나 기타 농촌의 군 단위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서천군도 서천형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려고 행정, 의회와 열심히 접촉하고 있으나 재정적인 문제가 있다.

행정안전부의 표준조례나 충남의 조례는 주민이 없는 주민자치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재정적인 지원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충남형 주민자치회가 종료된 시범군은 자치회 사무국을 폐쇄할 지경이라 진퇴양란에 빠져 있다.

그동안 함께 해온 사무국장을 내보내야 되니 도에서는 특별 보조금이라도 내려줘야 이를 근거로 각 시군이 예산을 세울 근거가 있지 않겠는가? 충남의 각 시군의 많은 지역단체들이 수많은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는데 군수의 임명장을 받는 주민자치회가 이런 천대를 받아야 되는지 알 수 없다. 왜 행정 당국은 주민의 대표 주민자치회를 일반 지역공동체와 같은 취급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행안부에서 처음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를 시작할 당시 주민의 많은 기대를 받았으나 실속 없는 주민자치가 된 것 같다.

정부에서는 주민을 위한 풀뿌리민주주의를 한다 하지만, 주민을 위한 자치인지 정치를 위한 자치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었고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주민이 빠진 지방분권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중립이라는 명목으로 왜 주민자치회를 제한하는지도 알 수 없다.

결론적으로 행안부 장관, 충남도지사, 충남도의회는 한국 주민자치를 위하여 아래와 같이 시정 하여 줄 것을 요구한다.

 

첫째 행정안전부는 주민자치 조례에 재정적 지원을 포함해 주민을 위한 자치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충남도지사는 시군 주민자치를 위한 특별보조금을 시군에 명시하여 지급해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충남도의회는 주민자치를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적 조례를 제정해주시기 바랍니다.

넷째 주민자치회 가입을 목적으로 실시하는 6시간의 교육을 기존 회원에게는 폐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섯째 주민자치회 위원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폐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어려운 현실에 처한 대한민국의 주민자치회가 시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4년간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하여 그동안 경험한 일들을 용기 내어 글로 올립니다.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이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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