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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길 개척, 모든 게 힘들지만 하나하나 차근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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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길 개척, 모든 게 힘들지만 하나하나 차근차근”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2.08.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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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터뷰] 이상훈 은평구 주민자치협의회장

“은평구 주민자치, 정말 열심히들 하시고 구청장인 제가 봐도 ‘와, 이런 사업도 하시네’ 놀랄 정도로 참신한 내용도 많습니다. 꼭 관심 갖고 살펴봐 주세요.” 지난 6월 만난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구내 주민자치회 활동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에 본지에서는 은평구 주민자치협의회를 이끌고 이는 이상훈 회장(구산동 주민자치회장)을 만나 구 주민자치에 대한 내용을 들어봤다.

여름 햇살이 따가운 오후, 이상훈 은평구 주민자치협의회장을 만나러 구산동 주민자치회 사무실에 들어서니 탁자 위에 간식꾸러미가 잔뜩 쌓여 있다. “내일 자매결연을 맺은 아동복지센터 아이들에게 줄 간식이에요.” 기자를 맞는 이상훈 회장의 표정이 환하다.

주민자치회는 봉사단체가 아닌 주민대표기관이라는 항변(?)을 자주 할 때도, 들을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민자치회에서 대민봉사 역할사업의 의미와 중요성이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주민자치위원들은 여전히 무보수 명예직 봉사자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구산동 주민자치회에 있어서 봉사의 의미는 각별하다.

우리 지역에 장애인 인구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높습니다. 일찍이 터를 잡은 오래된 복지시설이 많고 이용자분들이 근처에 모여 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도 복지시설을 비롯해 체육센터, 병원, 직업훈련원, 재활센터 등이 많습니다. 지역 특성이 그렇다보니 주민자치회 사업도 아무래도 복지, 봉사 쪽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편입니다. 어르신, 다문화가정, 취약계층도 많고요. 복지시설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킹을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게 형성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일찍이 그런 관심과 방향 때문인지 구산동 주민자치회는 2019 한국주민자치대상에서 주민조직네트워크 분야 수상을 하기도 했다.

 

복지에 각별한 관심...관광자원 활용조성에도 주목

조상 대대로 거주한 이 곳에서 나고 자라 고향을 떠나본 적 없는 찐 토박이이상훈 회장, 그런 만큼 그의 지역사랑은 남다르다. 지역에 대한 자부심, 더 좋은 동네로 만들고 싶은 마음도 강하다.

구산동은 타 지역에 잘 알려진 동네는 아니지만 자연환경과 문화유적이 잘 어우러진 곳입니다. 상업지역이 거의 없이 주로 주택가로 이뤄져있고 초중고교가 10개나 되는 등 살기 좋은 곳입니다. 봉산이라는 명산에 천년고찰이자 금으로 만든 동양 최대의 절, 수국사가 있고 유적인 봉수대도 있습니다. 봉산을 잘 조성해 이웃주민들의 쉼터로서는 물론이고 서울시민들이 찾는 관광자원으로 알리는 것이 동네 숙원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들도 편안히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숲길, 데크 길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한 사업이고요.”

동 주민자치회는 구산(龜山)이라는 지명에서 착안해 별주부전을 테마로 스토리텔링이 있는 마을 축제를 만들고 있다. 수국사 앞에도 역시 이름과 연관이 있는(한자는 다르다) 수국을 많이 심어 꽃길을 조성할 예정이다.

올해 주요사업으로 시니어모델 아카데미도 있다. 시니어 분들에게 바른 자세와 체형을 알리고 워킹 교육, 메이크업과 사진촬영까지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독거 어르신, 저소득 중장년층 등에게 이미용 쿠폰을 드리는 나눔돌봄사업도 있고, 학생들에게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시민역량을 키워주는 청소년 주민자치위원회프로그램도 있다. 그런가하면 다문화가정 어린이 책읽기 지원사업, 가을 숲체험 프로그램 운동도 계획되어 있다. 이 모든 사업들이 지난해 의제개발 후 안건에 부쳐져 주민총회에서 의결된 사업들이다.

사업을 소개하는 이진숙 사무국장의 목소리에 활기가 넘친다. 역시 은평구 토박이인 그는 얼마 전까지 간사로 일하다 그 능력을 일정 받아 사무국장에 발탁됐다. 지난해부터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실시한 은평구는 올해부터는 16개 전 동에 사무국을 설치, 사무국장과 간사를 공개 채용했다. 구산동 역시 공채를 통해 이진숙 사무국장, 이경진 간사를 새로 선발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자매간이다. 이 회장은 두 분은 동시에 진행된 공개채용 절차를 통해 공정히 선발됐다며 활짝 웃었다.

이 회장은 주민자치회가 발전하려면 사무국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양한 사업을 통해 자치회 활동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아야 지속가능한 유지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사무국장, 간사의 처우개선 요구를 구에 요구하고 있다. 핵심 인력 확보가 정말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처우를 보장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은평구 16개 전 동 주민자치회 사무국 출범...6월부터 사업 박차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이 실시되면서 이전 주민자치위원회 시절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처음부터 다 개척해나가야 하니까 일이 무척 많아졌고 모든 게 다 힘들었죠(웃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사안을 자발적으로 하나하나 의견을 제시하고 안건을 내는 것에서부터 변화했어요. 위원장이나 위원들이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없고 모든 사업은 총회에서 주민들의 의결을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 바뀌어서 그 수많은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들이 정말 힘들었어요.”

10대 넘게 구산동에 뿌리를 내린 토박이 중에서도 토박이인 이 회장은 자연스럽게 마을 활동과 봉사에 관심을 갖고 참여했고 동네 선배의 권유로 약 12년 전 주민자치위원회와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위원장에 올라 10년간이나 장기집권(?)했던 이상훈 회장이 느끼는 주민자치회의 변화상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시범사업은 지난해 시작됐지만 사업시행은 올해가 처음이다. 작년에 안건을 개발해 총회에서 선정된 사업들을 올해 하나하나 시행 중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팬데믹이 끝나지 않은 데다 두 차례의 선거가 있어 활동에 제약이 많았다. 결국 사무국이 출범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된 셈이다.

 

구 협의회, 어떻게 공약수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시스템화도 과제

 

이상훈 회장은 은평구 동 주민자치회장들의 모임인 주민자치협의회의 수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2년 임기의 협의회장에 뽑힌 그는 매월 정기회의를 주재하며 각 동 회장들과 활발히 소통해왔다. 협의회에서는 각 동의 이슈와 함께 구 주민자치 차원에서 함께 논의하고 개선해야할 사안들을 주로 다룬다.

우선은 올해 6월 일제히 출범한 각 동 주민자치회 사무국을 안정화 시켜야 하고요. 단계를 밟아 내년에는 협의회 사무국을 구축하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협의회는 조례에 명시된 공식 기구이지만 별도의 사업예산이 없고 인력도 없기에 시스템 구축이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미 구에 요청한 사항이기도 하고요. , 구청에 주민자치 담당 과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협의회 안건으로 내려고 합니다. 주민자치가 담당 공무원 한명이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담당부서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 협의회장을 맡으면서 가장 힘든 건 역시 각 동 회장들과의 소통이었다. 이 회장은 회장님들 각자 생각이 다 달라 어떻게 공약수를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었다. 많은 분들이 모이다보니 솔직히 대화로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평소 술을 잘 하지 못하는 그는 각 동 회장들과 보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기위해 술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이것도 고충이라면 고충이었다고 웃으며 덧붙이기도.

끝으로 주민자치위원들에 대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주민자치회가 되면서 위원이 기존 25명에서 50명으로 늘었는데 시간을 내 봉사를 해야 하는 일이다보니 참 쉽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시간 할애를 많이 해야 하는데 본업이 있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힘들어 하는 분들도 있고 늘 참여하는 분들만 하는 경우도 있고요. 기왕에 주민들을 위해 나서셨으니까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고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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