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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다른 세상, 관치 벗어난 진정한 자치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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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다른 세상, 관치 벗어난 진정한 자치 이뤄야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2.08.12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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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터뷰] 최흥옥 강서구 주민자치협의회장

“민주시대에 이게 말이 됩니까?” 쉽지 않은 역경 속에 올해 초 어렵게 출범한 강서구 주민자치협의회 초대 회장, 최흥옥 방화2동 주민자치회장은 하고 싶은 말이 참 많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외형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관치에서 벗어나지 못해 말 못할 고충을 많이 겪어왔던 그다. 속앓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주민자치가 되면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저절로 올라간다는 최흥옥 회장을 만났다.

울림이 있는 짱짱한 음성, 최흥옥 강서구 주민자치협의회장을 처음 만나면 마치 자체 에코가 내장된 듯한 그 우렁찬 목소리에 먼저 귀가 쫑긋 세워진다. 아니나 다를까 행사 진행도, 결혼식 주례 경험도 많다는 그다. 어릴 땐 잠시나마 아나운서의 꿈을 꾸기도 했다고.

짧은 대화 속에서도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최 회장은 국토교통부에서 주로 조사, 검사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항공사고조사위원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한 후 여러해 전에 정년퇴직했다. 그리고 약 5년 전 주민자치위원회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우리 동네가 이대로 가면 안되겠다, 더 좋은 마을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어요. 방화2동은 강서구에서 생활면적이 가장 넓은 동이에요. 서울의 국제관문도시이기도 하고요. 행정구역상 김포공항 국내선은 공항동, 국제선은 방화동이거든요. , 도농지역으로 나루터가 있는 임해지역이기도 합니다. 서울의 국제관문이기도 하면서 어업, 농업, 도시가 어우러진 멋들어진 동네죠. 개화산이라는 명산도 이고요. 반면 서울 서남의 하수처리장, 건설폐기물 처리장이 있는 취약 지역이기도 합니다. 국제공항 바로 앞에 있는 지역을 국제도시로 만들어줘야 하는데, 오랜 기간 주민들은 고도제한으로 재산권 침해를 받고 혜택은 전혀 없이 손해를 감수하며 소외되고 낙후된 채로 살았어요.”

 

공무원 정년퇴직 후 낙후된 마을 발전에 힘 보태고자 주민자치에 관심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지역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나왔다. 그는 보통 그 지역에 어떤 시설이 설립되면 지역에 혜택이 주어지는데 우리 동네는 공항에 접해있음에도 주민들이 혜택은커녕 오랫동안 피해를 입거나 손해를 봐와서 고발 직전까지 가는 등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 안타까워서 개선해보고자 하는 마음에 나섰지만 관치의 실상을 보면서 많은 좌절을 느꼈다고 그간의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처음 접한 주민자치위원회는 희망 보다는 실망으로 다가왔다. 회의를 하기위해 모이긴 했는데 안건이 있어도 어떻게 하겠다는 게 없고 왜 모여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동장이 어떤 판단이나 결정이 어려울 때 자문을 해주는 역할이 되어야 하는데 전문성이 부족해 자문다운 자문을 하지 못하고 의견을 내는 정도에 그치는 상황이었다.

공무원들의 인식도 문제였다. ‘직능단체 중 가장 마지막에 생긴 기구?’ 정도로 인식했다. ‘명실상부 주민의 대표기구라는 건 그거 허울에 불과했다.

주민들이 숙원사업을 위해 안건을 내고 비록 해결이 힘들더라도 행정에 건의해서 알려야 하는데 구청에 아무리 얘기해도 받아들여지질 않는 거예요. 이런 점들을 주민자치회에서 적극 추진해야 하고 나쁜 행정의 사례들을 모아 자꾸 지적하고 문제제기 해야 하는데 참 힘들더라고요. 제가 공무원 출신인데도 이 같은 행정의 사례들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민원을 이렇게 처리하지?’ 싶어서요.”

 

어렵게 출범시킨 주민자치협의회...새 지평 열기를

강서구 주민자치협의회 출범도 난항이었다. 지난해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이 실시되면서 강서구 각동에서는 협의체 구성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올해 초에 강서구 협의회가 처음으로 구성됐어요. 그런데 협의회 구성 얘기가 나오자 구청에서 난색을 표명하며 모임 자체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어요. 그런 와중에 왜 우리가 못 만나나싶어서 왜 이걸 못하게 하냐고 관에 적극적으로 항의를 했고 우리 주권을 우리 스스로 살리자라는 마음으로 협의회를 구성하게 됐습니다. 구 주민자치 조례에 협의회 구성에 대한 조항을 포함시키기로 하고 구의회와 협의를 거쳤고 결국 최단시간에 조례에 넣을 수가 있었어요.”

이미 1월에 협의회를 구성하고 초대 회장에 선출됐지만 구청에서는 조례가 통과되기 전 협의회장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지 못 하겠다고 해서 조례 통과 후 다시 회장을 선출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최 회장은 밝혔다.

최흥옥 회장의 동 주민자치회장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연임하지 않고 올해 말까지 임기를 마무리하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2년 임기의 협의회장 역시 올해 말까지만 맡겠다는 그다.

주민자치회장도, 협의회장도 새로운 세대의 분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지평을 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 삶의 철학이 남보다 내가 더 잘하지 않는다, 다른 분들이 더 좋은 아이디어로 더 잘 할 수 있는데 단지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최 회장은 협의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 번 더 강조했다. 그는 정보의 공유가 중요하다. 각 동의 좋은 사례나 선진사례를 공유해 널리 알리고, 잘못된 사례 등도 반복되지 않도록 공유하는 게 엄청 소중하다. 그 다음이 교류, 실제 가서 배우고 체험하는 것이다. 벤치마킹을 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협의회를 통해 지역 전체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 내 동만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포괄적 발전방향, 안목이 커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주민자치 되어야 행복지수 높아져주민권리 주민에게 돌려줘야

최흥옥 회장은 지난해 주민자치회 시범실시가 되면서부터는 조금씩 희망의 싹을 발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회가 빠르게 변해가는 걸 체감하고 지금은 디지털, AI 시대에 맞는 주민자치와 행정이 이뤄져야 하는, 과거와는 다른 새 시대가 됐다는 걸 느낍니다. 세계 속 한국의 역할, 위상도 달라졌고요. 그에 걸맞게 우리도 달라져야 합니다. 이미 해외 선진국들은 순수 민의에 의한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하고 있죠. 근데 왜 우리는 못하고 있나? 왜 예전 권위주의시대의 관치를 아직도 하고 있나? 이걸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을까? 한국은 지금 많이 늦었지만 주민자치가 활짝 열려야 할 시대가 됐습니다.”

최 회장은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 현 시점에 가장 필요한 일은 주민자치회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즉 주민자치회를 가동시켜주는 수탁업무의 과감한 위임이다. 실질적인 주민자치가 되어야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높아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최흥옥 회장은 핀란드의 행복지수가 세계 1위인데 주민자치가 너무 잘 돼 있더라. 중앙정부는 국방, 외교 정도만 관할하지 나머지 많은 것들은 주민자치로 운영된다. 행복지수를 올리는 건 주민자치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안하나. 주민센터 운영도 완전히 주민들에게 맡기고, 특수기술이나 법정 요건을 요하는 일이 아닌 시설관리, 청소 등은 주민들이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주민자치회가 수탁업무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며 이제는 주민들의 권리를 주민들에게 돌려줘야할 때가 됐다. 주민들의 능력이 공무원을 앞서고 있다. 예전과 다르다. 주민들에게 맡기면 스스로 봉사로 나서기도 해서 예산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은 공무원이 잘해서가 아니라 각 분야 국민들이 잘해서 된 것이다. 주민들이 이룬 것을 공무원들이 향유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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