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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민자치중앙회의 정체성과 리더십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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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민자치중앙회의 정체성과 리더십을 생각하다
  • 전영평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2.12.0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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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 이야기

주민자치 옹호 집단으로서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민자치라는 주제는 주민의 인권 및 복리증진에 필수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주민자치의 실질적 구현을 쟁취하려는 노력은 정치계, 학계, NGO 등에서 핵심 이슈로 논의된 적이 없으며 정책적으로도 소외된 영역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자치, 지방분권, 지방균형발전 등의 이슈를 총선, 지방선거, 특히 대통령선거와 연결하여 활용한 사례는 많았으나 정작 지방자치의 꽃인 주민자치는 여태껏 한 번도 선거 쟁점이 되어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겠지만 결론은 주민자치는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에서 벗어난 이슈이기 때문일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한국주민자치중앙회(이하 중앙회)는 조직화, 사업의 다양성, 재정확보, 네트워크 구축 등의 측면에서 실로 놀라운 집중력과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렇게 잘 성장한 한국주민자치중앙회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와 함께 중앙회가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변수인 지도자 리더십의 중요성과 그 역할에 대하여 간략하게 정리해 보고자 한다.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올해 3분기 정기회의 모습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올해 3분기 정기회의 모습

중앙회의 정체성 : 공익형 주민자치 NGO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의 공익형 비정부조직(NGO)’은 사회문제 해결을 원하는 바라는 주민, 시민,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대변하기 위해 등장하였고 이후 지속해서 성장해 왔다. ‘공익형 NGO’는 정치경제 문화적으로 앞서 나가는 선진 문명사회에서 출범하였는바(미국의 경우,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출범) 이는 성장과 분배, 빈부격차와 차별, 전쟁과 인권, 기업독점과 국가 역할 부실 등의 문제에 대한 시민저항과 직결된 것이었다.

우리의 경우에는 199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공익형 NGO라고 할 수 있는 자생 조직들이 등장하였고 이후 수많은 자칭 공익형 NGO’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이들 공익형 NGO의 특징은 비영리조직 NPO와는 달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시민을 대변하고, 공익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정치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익형 NGO는 한 사회의 건전한 발전의 토대가 되는 민주적 비판의식을 고취할 뿐 아니라 정책 참여를 통해 사회적 신뢰 형성 및 협동적 소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형성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한 사회에 어떠한 수준의 공익형 NGO가 존재하며 그것이 권력, 시장, 시민사회와 얼마나 건전한 비판적 협력적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에 따라 그 사회의 삶의 질과 민주주의 문명 수준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서구 사회의 기능주의적 가치즉 신뢰, 규범준수, 참여, 협동--에만 한정할 필요는 없다. 사회자본은 그 사회의 역사와 공간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갖게 되며 그 기능도 달라진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한국에는 한국 사회의 특성과 관련된 사회자본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공익형 NGO가 역사적으로 정부를 상대로 어떠한 사회자본을 창출하였는가에 대하여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여타 자발 조직의 경우 정책에 대한 무관심과 권력에 대한 무력감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필자는 공익형 NGO가 창출한 사회 민주화, 사회 정의의 실현, 참여와 연대, 인권 옹호, 환경 보전, 복지 향상이라는 가치를 우리 사회에 가장 두드러진 사회자본으로 규정하여도 무방할 것으로 본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주민자치중앙회가 십여 년간 지속해서 추구해 온 활동은 한국형 사회자본으로서 풀뿌리민주주의 구현이라는 공익적 목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조직, 사업, 활동을 쉼 없이 전개한 노력은 온전한 공익형 NGO로서 중앙회의 정체성에 확실히 부합하는 것이다.

 

중앙회의 특이성과 변별성

한국의 공익형 NGO는 거의 과거 재야 운동권 출신들이 현실 정치 및 정책과 관련된 이슈를 개발하고 결집하여 조직화 한 뒤 언론과 대중 선전을 통하여 회원을 모집하고 활동해 왔다. 공익형 NGO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시점은 군사독재를 종식시킨 문민정부 이후부터이다.

반독재 정치투쟁에 집중하던 운동권 활동가의 상당수가 문민정부 시대 이후 경제, 정치, 부패, 환경 문제 등과 같을 생활밀착형 사회 부조리 척결 정책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가면서 운동권 출신 활동가는 정책전문가들과의 결합을 통하여 전문성과 운동성, 그리고 대중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채택하였고 이는 상당한 호응과 성과를 끌어낸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한국주민자치중앙회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는 공익형 NGO로서의 정체성에는 확실히 부합하지만 조직 구성의 목적, 역사, 활동가 충원의 측면에서는 여타 공익형 NGO와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중앙회에서는 단일목적 집중, 리더십의 지속성과 관심, 전략적 사업 선택과 투자, 실무 지원 부서 운영, 운동의 확산과 홍보 등에 있어서 여타 NGO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치밀한 경영지향 마인드가 엿보인다.

대학에서 다년간 조직이론, 조직행동론, 조직발전론 등을 강의한 경험을 바탕으로 필자가 판단하건대 중앙회의 특이성과 변별력은 조직 리더십에 결정적으로 의존한다는 가정을 세우게 되었고, 이는 지난 1년간 리더의 저술과 발표, 지도자 및 관련자와의 대화, 주민자치 세미나와 회의에 참여하면서 더욱 확실해졌다.

필자는 1990년대 이후 경실련에서 시민운동에 참여하면서 시민참여, NGO, 지방자치에 대한 강의와 실천을 병행하였는데 이 또한 중앙회의 정체성, 리더십, 사업 운영에 대해 비상한 관찰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사실, 한국의 대부분 NGO는 취약한 조직 구성, 조직인력 부실, 사업역량 부실, 회원회비 부족 등의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회가 주민자치 운동을 지속해서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리더의 강력한 의지와 재원 조달에 의존하면서 실무 지원 부서들이 경영조직 부서의 메커니즘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공익형 NGO로서 온전한 목표설정과 활동을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주민자치에 대한 리더의 강력한 의지와 재정적 지원에 의존하여 운영되는 조직으로서의 특이한 특징과 변별력을 가진 조직이 중앙회의 참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익형 NGO 리더십 연구의 흥미로운 대상이 되고 있는 중앙회 전상직 대표회장의 강연 모습
공익형 NGO 리더십 연구의 흥미로운 대상이 되고 있는 중앙회 전상직 대표회장의 강연 모습

왜 중앙회의 리더십인가?

어떤 사람은 왜 한국주민자치중앙회의 리더십을 추적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의구심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공익형 NGO의 활동과 성장 과정에는 리더십 이외에도 여타 다른 특성-예컨대 전략적 특성, 인력적 특성, 조직규모 특성, 거버넌스 특성 등-이 공통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회의 성장 과정을 보면, 필자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리더십 특성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였다는 가설이 가장 적합한 이유임을 알게 된다.

중앙회의 리더십 역할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는 보다 구체적인 이유-필자는 개인적으로 중앙회의 성장과 리더십과의 관계에 학문적 호기심과 연구를 하고 있다-를 몇 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민자치는 지방자치의 중요한 한 축으로서 그 중요성이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주민자치 구현을 목적으로 하여 활동하는 NGO 단체는 한국주민자치중앙회가 유일하다는 발견 때문이다. 지방자치를 민주주의 실현의 실질적 구현으로 주장하는 활동가조차도 대부분 관공서간 지방분권 운동에 치중함으로써 자치의 핵심을 놓치고 있었다. 지방자치 옹호자들이 풀뿌리민주주의의 핵심인 주민자치의 성장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가운데 주민자치의 중요성과 성장을 위해 NGO를 창립하고 활동하게 되는 이유는 창립가의 리더십 변수-리더와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바대로-가 크게 작용하였음이 분명하다.

둘째, 대부분의 공익형 NGO는 창립 초기에는 운동가, 명망가, 회원들이 모여들어 사업 목표와 활동 방향을 제시하여 호응 받는 것 같지만 이후 초기 리더와 활동가들이 물러나게 되면 차기 활동가에 의해 사업의 성격, 방향성, 종류가 변화되는 경향이 있다. NGO 리더의 짧은 임기와 잦은 변화는 리더십과 사업성과 간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사업추진에 있어 리더의 역동적 역할과 전략을 분석을 연구하는데 어려움을 주게 된다. 그러나 중앙회의 경우에는 창립자이며 소유주 회장에 해당하는 대표자가 십수년간 주민자치 옹호 조직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리더십 연구를 위한 효과적인 분석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종합세트형 NGO-참여연대, 경실련, 바르게살기협의회 등-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이슈를 그때그때 특정 목적을 위하여 다루는 경향이 있어 특정 이슈에 대한 리더십 작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중앙회는 주민자치라는 한 가지 이슈에 집중하여 기획, 전략, 활동을 구사해 왔기 때문에 특정 이슈에 국한된 리더십을 면밀하게 잘 관찰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넷째, 중앙회의 활동 내용을 보면 여타 조직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와 활동 내용이 축적되어 있고, 여타 NGO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조직적 구성과 사업 활동이 주도면밀하게 진행되고 있어 이를 주도하는 리더의 역할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공익형 NGO 리더십을 연구하고자 할 때 마주치게 되는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즉 누구를 NGO의 리더로 규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공익형 비정부조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의 경우를 관찰해보면, 민주화 운동권 출신의 인사들이 모여 조직을 창립하고 사적 네트워크를 통해 알게 되는 명망 있는 전문가(특히 교수)나 사회 저명인사(비정부단체 저명인사)를 영입하여 조직의 간판 대표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외부 영입을 통해 대표가 되는 인사는 주로 명목상의 대표 노릇을 하면서 대사회적인 행사에 참여하거나 성명서 등을 발표할 때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실제로 해당 조직의 주요 회의나 관리 활동에 일상적으로 관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NGO 대표들의 활동 계획은 당해 조직의 사무총장(처장)의 지휘로 각종 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하는 것이 상례이다.

NGO의 상근자들은 대부분 대학 운동권 출신 인사로서 사무총장과 이념적 연고적 관계를 같이하는 인사들이며, 각종 위원회의 회의계획과 자료, 의사결정 방향 등도 대부분 상근자 집단의 계획에 따라 진행되며, 사무총장의 결재와 대표의 명목상 승인 과정을 거쳐, 언론에 공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NGO의 리더십을 연구한다고 할 경우, NGO 대표자의 리더십을 연구하게 되면 그것은 현실과의 거리가 너무 멀고 부실한 연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공익형 NGO 리더십을 연구할 경우 그 연구 대상은 대부분 사무총장 혹은 핵심 위원회 위원장 리더십을 연구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 타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가끔 사무총장이 대표직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강력한 사무총장의 리더십이 연구 대상이 될 것이다. 예컨대, 경실련의 경우는 서경석의 리더십, 참여연대의 경우는 박원순, 김기식 리더십 연구가 훨씬 더 타당한 연구가 될 것이며, 환경운동연합의 경우에는 최열 등이 해당할 것이다.

소규모 NGO의 경우에는 대표와 사무총장(처장)의 역할이 분화되지 못한 채 사무처장이 대표를 겸하고 있는 사례가 많이 있으나 상근자 숫자가 두세 명 정도이고 회비 회원 숫자도 수십 명 정도이며 사회적 영향력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본격적 리더십 연구의 대상으로는 부족하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공익형 NGO의 리더십 연구는 어떻게 해야 가능한 것일까? 필자의 견해로는 공익형 NGO 리더십 연구는 첫째 공익형 NGO의 대표로서 활동-단순 명예직이 아닌-하면서 상당 기간 공익형 NGO의 의사결정과정, 조직사업과 조직관리에 영향을 미친 지도자, 둘째 공익형 NGO의 창립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조직의 사업과 관리에 관여한 인사로서 사무총장이나 조직 대표로 활동한 지도자, 셋째 조직을 창립하고 지속해서 대표직을 수행하며 조직사업과 관리를 주도하는 조직 창업가이며 기획 및 사무를 총괄하는 설립자 형 지도자를 대상으로 해야 그 연구의 가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한다.

필자는 공익형 NGO 리더십 연구가 가장 잘 적용될 수 있는 대상이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사례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 작업은 한국 공익형 NGO 리더십 연구에도 (이 분야에 대한 본격적 연구는 없으므로) 큰 이바지를 할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한국 유일 주민자치 옹호 NGO인 한국주민자치중앙회를 사례로 하여 단체 지도자의 리더십 특성과 전략 등을 분석하여 제시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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