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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부터의 향촌자치’와 마을지도자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이유[연구세미나48-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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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부터의 향촌자치’와 마을지도자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이유[연구세미나48-①]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2.12.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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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회 최은진 교수 ‘1930년대 양개도의 향촌건설방안과 '중국향약제도' 연구’

당대 중국 농촌사회의 개혁을 위해 향약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현대적 적용과 시사점까지 다룬 중국 사회학자 양개도의 역작 <중국향약제도>의 주요 내용을 다시 고찰하고 분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주민자치학회는 지난 12‘1930년대 양개도(楊開道)의 향촌건설방안과 중국향약제도연구로 제48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개최, 최은진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교수가 발제를 맡아 진행했다. 지정 토론자로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와 유승상 박사가 참여했다.

최은진 교수는 발제에서 양개도(양카이다오, 1899~1931)는 중국 최초의 농촌사회학자로 농촌문제 해결을 향촌의 민치를 수립하는 문제와 연결했으며 향촌건설운동의 대표자 양수명(梁漱溟)의 향촌건설이론 형성에도 영향을 끼쳤다. 양개도와 양수명의 공통점은 농촌 기층 경영 통치와 농촌 조직화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전통 향약제도에서 그 방안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양수명은 산동에서 향촌건설 실험의 일환으로 향양제도를 시행했으며, 양개도는 향약제도를 이론적으로 정리했다. 둘의 차이점은 양수명이 전통의 소환이었다면 양개도는 현대적 접근이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발제에 따르면 양개도는 농촌사회 건설방안을 농촌자치지방공동사회로 연구했다. 그는 농촌문제를 진화사적으로 파악했으며 미국과 같은 유사한 역사적 단계를 거칠 것으로 예견했다. 농업혁명 단계를 거쳐 도시와 농촌간의 모순이 발생하며 도시의 상인이 농산물가격을 조정하면서 농촌경제가 도시로 인해 좌우되는 도농 대립이 나타나는 전환기에 처해 있고 이에 농촌 내부의 계통을 구축하고 농촌 외부의 힘과 협조하여 도시와 농촌의 평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이는 농촌문제의 원인을 제국주의의 침략에 따른 것이 아닌,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시화에 따른 보편적인 문제로 인식한 것이다.

그 해결방안으로는 아래에서 위로의 농촌자치즉 개인이 과학 이성을 지니고 자연과 지방공동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하며 농촌 생활의 개량: 습속과 제도 개량을 주장했다. 이는 현대 사회의 질서와 규범을 갖추는 것 개인, 가정, 사회단체 간의 관계, 농촌과 국가 정치권력과 협조적 관계 설정 국가, 정치권력과의 협조 관계 형성을 잘 설정하고 서로 협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내용이다. 이는 양개도가 도시와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국가, 정치권력과 협조적 관계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라고 최은진 교수는 발표했다.

양개도의 지방공동사회는 동일한 지역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일정한 인구 규모로 농업을 직업으로 하는 이들로 구성 농민 전체의 행복을 추구한다. 이는 농촌 사구(社區, 커뮤니티)인 것이고 직업과 지역이 강조된 개념이다. 양개도는 지방공동사회가 복합적인 부분들이 얽혀 있어 토지분배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는 없고, 토지 분배 문제도 토지 점유를 표준으로 검토할 것이 아니라 농민이 노동하고자 하는 의지를 고려의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연사회의 조절 능력이 작동하는 지방공동사회 즉 촌을 중심으로 아래에서 위로의 농민자치를 통해 농촌 개량, 농민의 행복 추구를 제시한 것이다.

발제에 의하면 양개도는 농촌의 문제를 교육 부족, 농민의 경지면적 협소, 농민 과로, 가족외 사회생활의 부재, 좋지 않은 교통 등으로 보고 그 해결방안으로 농촌의 조직화를 꼽았다. 또 지방공동사회(農村社區)의 조직을 자치조직사업조직으로 나누어 파악했다. 여기서 자치조직은 사회 기층의 민권체계를 실현하는 경로가 되며 사업조직은 농촌사회의 사업을 관리한다. 양개도는 농촌 자치가 이원적 조직 계통으로 나뉘어 시행된다고 본 것이다.

이 같은 이원적 농촌 조직에 대해 양개도는 민권을 보장하고 사업의 효율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보았지만 그렇다고 상급 행정기관의 관여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며 아래에서 위로의 지방자치를 이루어야 헌정의 기초가 완전해 질 수 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고 최은진 교수는 밝혔다.

양개도가 말한 농촌 자치조직은 촌민의 자발적 참여로 조직되며 각종 기관은 농민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 농촌 자치는 경제발전, 민주적 자치 사회의 실현과 농촌 자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며 아래에서 위로 조직되는 것이다. 결국 농촌의 이원적인 조직화는 자치조직과 사업조직의 이원적 조직의 유기적 연계이며 농촌의 조직화를 통해 농촌의 개량과 민주적 자치 실현을 모색한 것이 양개도의 연구 내용이다.

최은진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양개도는 농촌지도자의 역할도 강조했다. 자치조직과 사업조직을 구성함에 있어 농민과 지도자와의 관계가 중요하고 특히 지도자가 주도적으로 이끌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개도와 양수명은 모두 촌장을 선발하고 배양해야 한다고 보았으나 양수명은 촌장의 자질을 보증하기 어렵다고 봤고, 양개도는 현재의 촌장이나 새로운 학문을 익힌 젊은 청년이나 모두 훈련을 통해 지도자로 양성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농촌의 지도자 양성은 일시적이 아닌 장기적 훈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촌장 양성 방안으로 지식 습득과 실습을 제시했다.

최은진 교수는 양개도의 향촌 건설 방안은 농촌 자치를 위한 지방공동사회의 형성과 농촌의 조직 기제 수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의 향약제도 연구에 그대로 적용되어 있으며, 양개도가 촌치의 사회사적 검토의 필요성과 농촌문제를 종합적이고 실제적으로 보고자 한 입장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가 남경정부의 지방자치를 포함해 역사적인 향촌통치의 문제를 현대의 조직이론에서 검토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양개도 향약 연구의 특징을 농촌 조직과 향촌 통치라는 관점에서 향약을 역사적으로 고찰 향약정신의 부활과 향약제도의 활용을 고찰 서향의 농촌사회학 방법론과 서구 개념 등을 활용해 향약제도 연구 역사적 고증보다는 현대조직이론으로써 향약을 분석 양수명이 도입한 여씨향약의 의미를 부각시키되 관치에 반하는 민치라는 특성을 향약정신으로 분석, 나아가 청대 이후에 향약이 변질되었다고 비판 양수명 및 전체 향촌건설운동에 영향을 끼침 향약정신이 이론에 그치고 공동화되지 않으려면 치향삼약처럼 향약이 보갑과 사학, 사창 등과 조직적 결합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고 정리했다.

이와 함께 사인(士人) 계급과 향촌 인민의 연합, 즉 농촌지도자를 중시하는 것과 이원적 농촌조직에서 농민들의 아래로부터의 조직원리인 민치 정신과도 부합하고 지방공동사회 형성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공동의 심리 문화는 향약이 정신감화를 중시하는 특성과 부합하며 사업 조직을 통해 농촌의 경제적 발전과 개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볼 때 경제와 정치, 교육이 함께 이루어지는 삼약(三約)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으며 향약에 대한 연구와 고증이 향촌 자치 이론의 근원을 추구한 것으로서 전통시대 향약과 지방공동사회인 농촌 사구(社區) 원리의 공통점을 밝혀낸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은진 교수는 농촌 자치는 직접적 민치를 의미한다고 본 양개도는 향약제도가 이러한 농촌자치에 부합하는 전통이라고 주장하면서 농촌에 향약을 다시 뿌리내리게 하고자 했다. 또 자치조직과 사업조직의 역할을 정치권력과 교화권력으로 나누어 인식함으로써 당시 중국 정부가 의도하는 정치와 교화의 일치로부터 벗어나는 한편 현대 조직에 전통적 덕치를 가져온다고 했다. 여기서 덕치는 자율적 교화라는 근대적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서 이원적으로 통치되던 농촌 통치 전통을 현대의 현실에 적용시키기 위한 것이다. 전통적 덕목의 현대적 재해석인 것이다. 이것이 양수명이 중국의 윤리와 습속을 향치의 근간으로 하는 것과 다른 점이라고 구분했다.

계속해서 최 교수는 양개도는 또 중국 기층 사회가 정치와 교육의 두 가지 방향으로 통치(治理)되어 왔다는 것을 규명함으로써 향약이 교육과 교화를 대표하는 특성을 지녔음을 강조했다. 즉 정치권력과 교화권력의 이원적 계통이 향촌의 통치에 존재했었다는 점을 향약제도 연구를 통해 인식하고 현대 농촌에서 자치 조직을 대표로 하는 정치권력과, 사업조직을 대표로 하는 교화권력을 병행하여 설치하고자 했다. 또한 원래 촌치조직이던 보갑, 향약, 사창, 사학이 나누어 시행했던 교화의 기능을 현대 농촌사회에서도 분업시켜 조직하고자 했고 이에 정교 분리를 강조했다. 이는 당시 남경국민정부의 정교 일치의 방향과는 다른 것으로 가능하면 정치권력을 제한하고자 했고 자치사업의 내용도 치안, 호구 조사, 범죄 조사에 국한시키고 최저한도의 공공 안전만 유지시키게 했다. 이 과정에서 사인(士人) 계층이 지방사회에서 민본정신을 펼칠 공간이 마련되었다는 것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현대의 전문적 농촌지도자는 향약제도의 사인 계급의 역할에 부합하는 것으로 봤다. 전통시대 사인 계급이 향촌 인민과 서로 연합했던 전통을 계승하여 지식인들이 그 역할을 담당할 것을 계획했다. 다만 청대에는 이러한 전통이 상실되었기 때문에 현대적 중국 농촌조직을 설계할 때는 자치조직과 사업조직을 구분하여 정치와 교화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라며 이처럼 양개도가 서구 농촌사회학 이론을 중국에 적용하고 향약제도로 확장하여 향촌 건설 운동의 방향성을 탐색한 것은 서구 학문의 중국화 과정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양개도가 향약의 전통과 원형을 찾아내고 농촌 운동에서 그 계승점을 확보해 낸 것은 향촌 건설 운동의 다양한 방향을 제시하였을 뿐 아니라 농촌에까지 지식인의 참여 공간을 확장시킬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히며 발제를 마무리 했다.

 

사진=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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