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55 (금)
“사업단자치 아닌 진짜 주민자치 만들어야”[사람人터뷰]
상태바
“사업단자치 아닌 진짜 주민자치 만들어야”[사람人터뷰]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2.12.12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천수 강동구 주민자치협의회장

주민자치위원회 간사 6년, 위원장 2년, 주민자치회장 4년. 주민자치조직 핵심 간부 생활만 12년. 특히 길동 주민자치회장과 강동구 주민자치협회장 연임 임기까지 4년을 꽉 채우며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최천수 회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위원회 시절부터 주민자치회 시범실시까지, 중간지원조직이라 할 수 있는 주민자치지원단 경험부터 페지까지 많은 경험을 해온 그의 소회는 각별히 귀담아들을 내용이 많다.

그간 세 분의 회장님을 뵈었는데 특히 더 주민자치 발전에 필요한 분이라는 생각이에요. 주민이 중심이 되어서 진행하는 사업을 하시려는 의지가 강하세요. 공무원인 제가 도움을 많이 받기도 하고요. 점점 일이 많아지고 있는데 역할, 업무 분장을 통해 협업을 해주시니까 오히려 일이 덜어지는 부분이 있어요.”(길동 주민자치 담당 공무원)

주민자치회장, 협의회장 인터뷰를 하기 위해 해당 지역 주민자치센터를 찾게 되면 종종 동장이나 담당 공무원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길동 주민자치회 사무실을 찾았을 때도 마침 담당 공무원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이 같은 훈훈한 멘트에 최천수 강동구 주민자치협의회장(길도 주민자치회장)호흡이 잘 맞는다. 열심히 찾아서 일을 하는 스타일이고 일에 대한 이해가 높다. 저 또한 일을 찾아서 하는 타입인데 결정이 필요한 때에 담당 공무원이 빨리 의사결정을 해주니까 일에 대한 진행이 빨라지고 서로 윈-윈이 되는 것 같다고 응수했다.

 

주민자치회에서 내가 뭘 하겠다가 아니라 여기서 뭘 얻어가겠다?

 

최천수 회장이 주민자치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동구에 거주한 것은 1992년부터이니 훨씬 오래전이고 길동과의 인연은 사업장 소재지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장에 머물다보니 마을을 위해 뭔가 일을 하고 싶어졌어요. 동네 선후배들의 추천도 있었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주민자치위원회와 연결이 되어서 간사 6, 위원장 2, 그리고 시범동이 되면서 주민자치회장 4년을 하게 되었지요.”

여기에 강동구 주민자치협의회장까지 4년이다. 이렇다보니 최 회장은 동네 회장, 협의회장까지 하다 보니까 저절로 주민자치 한 우물만 파게 됐다. 주민자치회장을 하다보면 다른 직능단체 임원을 함께 맡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개인적으론 주민자치를 제대로 하려면 시간이 꽤 소요돼 병행하기 힘들더라. 동네 역사, 동네 사정을 잘 아니까 새로 부임하는 공무원들이 많이 의지를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4, 주민자치위원회부터 그 간의 진행과정과 상황을 잘 아는 최천수 회장의 평가는 어떨까. 그는 이 변화가 긍정적인지는 평가가 애매하다. 위원회 시절엔 인간미가 있었고 동네 이웃끼리 모여서 뭘 하는 재미 같은 게 있었는데 또 외부에서 보는 입장에선 자기들만의 리그다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주민자치회는 구성에서부터 추첨으로 하다 보니 생각하는 방향이 너무 다른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것 같다. 처음 1년 사이엔 인적 구성의 변동이 특히 많았다. 내심 내가 자치회에 들어가서 뭘 하겠다가 아니라 자치회에서 뭘 얻어가겠다생각했던 사람들은 초기에 다 빠져나갔다. 자치회에 참여하면서 뭔가 활동을 해나가면서 얻는 것도 있는 건데, 처음 주민자치회가 출범했을 땐 어 저기 뭔가 그럴 듯하다’ ‘뭐 좀 얻어갈 게 있으려나했던 분들은 시간이 조금 지나니 어 진짜 별거 없네하면서 다 나갔다고 씁쓸해했다.

주민자치회에 3040 젊은 세대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점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최 회장은 “40대 이하 청년층 의무 비율 같은 게 정해져 있는데 유지되는 동이 거의 없다. 일단 젊은 세대들은 주거이동이 빈번해 참여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엔 40대 이하 청년층의 참여비율이 어느 정도 유지됐는데 1년 쯤 지나면 남는 분들이 많지 않다. 열심히 하는 분들은 주로 50~60대 자영업 하는 분들, 주부 분들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업단의 명과 암...각 동 특성에 부합되지 않는 정책 일괄 적용 문제 많아

 

지난 4년간의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는 주민자치사업단의 지원 속에서 진행됐다. 이에 대해 최천수 회장은 “4년 지나보니 사업단이 주민자치회가 역량을 갖춰나가는데 도움이 되었다기보다 오히려 방해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주민자치회의 독립성, 주체성이 생기도록 만들지 않고 오히려 사업단을 통해 역량이 분산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주민자치회는 사업단이 제시하는 방향대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일례로 박람회 출품 같은 세세한 사항까지 지정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그는 초창기 사업단에서 각 동 특색에 맞는 자치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일괄적으로 기준을 정해 적용했다. 이건 사업단자치이지 주민자치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동이 많다. 사업단에서 지원관이 파견되었는데 일괄적으로 똑 같은 정책 방향과 시기를 정해서 하더라. 각 동의 특성에 부합되지 않았다. 동네마다 상황이 다 다를 수 있는데 그 차이를 인정 안하다 보니 이에 부합되지 않는 동은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우리 동은 위원들이 잘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온 셈이다. 물론 회장단이 어떻게 구성되느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각 직능단체장 참여케 해 시너지’...매년 초·중학교에 장학금 지급

 

길동 주민자치회 위원 구성의 특징 중 하나는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각 직능단체장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협의회에서 각 동의 실태를 들어보면 동 마다 나름의 특성, 문화가 다 있고 차이가 있는데 길동에서 잘한 건 직능단체장들을 주민자치위원으로 참여시킨 것입니다. 길동은 직능단체가 잘 꾸려져 있고 각자 기능을 잘 하고 있어요. 마을 일에 앞장서고 있는 고참들이 주민자치회에 들어와 중심을 잘 잡아주니까 사업이나 행사를 추진하는 데 있어 수월한 측면이 있죠.”

직능단체장들을 비롯해 주민자치위원들의 참여가 활발하고 적극적이어서 위원회 시절부터 진행해온 장학사업도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매년 중학교 한 곳, 초등학교 세 곳에 장학금을 기탁, 해당 학교에서 추천한 학생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올 연말이면 임기가 끝나지만 특히 예산 운영에 관한 한 특히 쓴 소리 할 게 많은 최천수 회장이다. 그는 일단 주민자치회에 지원되는 예산이 너무 쪼개져 있다. 주민자치회 출범시 사업단이 가르쳐준 게 분과별 사업이다. 보통 5개 분과에 예산이 나뉘어 내려오는데, 이와 비교되는 게 주민참여예산 사업이다. 이 사업은 총 예산이 1억이라면 1~2개 사업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데 자치회 사업 예산은 다르다. 주민참여예산처럼 포괄 예산으로 주면 좋은데 예산 세부 항목까지 정해주니까 예산 활용에 융통성이 없어 제대로 된 사업을 하기 어렵다. 차라리 예산을 통으로 내려주고 여기에서 업무추진비 비율만 정해서 나머지는 재량권을 줘야 업무량도 줄어들고 업무 효율성도 높아지는데, 예컨대 예산 총액이 1천만원이라고 하면 행사실행비, 홍보비, 사무용품비, 업무추진비 등 예산항목만 4~5개가 된다. 이렇게 되니 예산 활용도 어렵고 회계시스템 입력도 어렵다. 이런 비효율이 없다고 지적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제 경험이 도움이 된다면.” 오랜 주민자치 활동의 경험과 노하우가 다음 회장단과 위원들에게 잘 전달이 되면 좋겠다는 기자의 말에 최천수 회장은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랫동안 지역민과 부대끼며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길동 사업장에서 보내고 있는 그가 후임들에게 여전히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공공성(公共性)’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연구세미나95]
  • 문산면 주민자치회, 주민 지혜와 협의로 마을 발전 이끈다
  • 제주 금악마을 향약 개정을 통해 보는 주민자치와 성평등의 가치
  • 격동기 지식인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연구세미나94]
  • 사동 주민자치회, '행복한 끼'로 복지사각지대 해소 나서
  • 남해군 주민자치협의회, 여수 세계 섬 박람회 홍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