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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코디네이터, 자치회 대표성과 역량 무시하는 또 다른 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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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코디네이터, 자치회 대표성과 역량 무시하는 또 다른 관치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3.01.19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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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동 자치지원관 폐지하고 시간제 코디네이터 운영

관악구가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종료하고 자체 예산을 들여 21개 전 동에서 3월부터 관악형 주민자치회를 실시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동 자치지원관을 폐지하고 시간제 코디네이터로 대체할 예정이다. 그러나 주민자치회의 역량을 배제해 자발성 및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관치로 번질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무국·사업국을 파트타임 코디네이터에? 명백한 주민자치 역행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구 자치지원센터-동 자치지원관으로 이어지는 서울형 주민자치회 수직 체계에서 동 자치지원관은 자치회에 위에 군림하며 주민자치 현장을 좌지우지한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서울시의 마을공동체사업 예산 지원이 중단된 상황에서 관악구는 구 예산을 통해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라는 명목으로 시간제 코디네이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업계획 수립, 회계 처리 등 주민자치회의 주요한 업무인 사업국과 사무국 일을 자치회 차원이 아닌 파트타임 근무자에게 일임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주민자치회 내에서도 충분히 자치 역량과 전문성을 가진 담당자를 선임할 수 있고, 위원의 자치역량 강화를 통해서도 해결해 봄직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무국장과 사업국장을 별로도 두어 주민자치회의 대내외 역량을 제고시켜 지역 및 주민 대표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주민자치 현장의 최근 행보다. 따라서 관악구의 시간제 코디네이터 운영은 되레 주민자치를 퇴보시키는 결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사진=관악구청
사진=관악구청

또 구청장과 동장이 결정, 동 자치지원관과 다를 바 있나

무엇보다 동별 일일 4시간 월 10회 근무로 활동비 60만 원을 지급 받는 시간제 코디네이터가 과연 주민자치에 대한 열의와 동기부여를 가지고 근무할 지 의문이다. 또한 시간제 코디네이터의 채용 및 면접을 주민자치회에 맡기지 않고 구청이 주관이 되어 동 주민센터가 진행하는 것은 구청장과 동장을 통한 또 다른 관치와 다름없다는 점에서도 관치 논란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관악구 주민자치 담당자는 부족한 예산을 반영하고 효율성 제고를 위해 파트타임 근무인 시간제 코디네이터를 운영하기로 했다구청이 주관하고 동 주민센터가 채용을 진행하되 주민자치회의 의견을 반영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채용 및 면접 방식은 2월 확정할 예정이라며 동 자치지원관이 직업이었던 이들의 지원 보다는 주민자치회 간사 등의 지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선식 관악구 주민자치협의회장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기존의 동 자치지원관에서 명칭만 바뀌는 시간제 코디네이터는 아무 의미가 없다라며 구체적인 시행 계획 전에 주민자치회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한편 주민자치회 간사 출신이나 명망 있는 지역의 퇴직자들이 많이 지원해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치 불러올 우려 커

기존의 동 자치지원관을 폐지하고 시간제 코디네이터로 대체한다는 관악구의 방침은 결국 이름만 바뀌고 근무 형태만 줄어들 뿐 주민자치 현장을 또 다른 관치로 문들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주민자치의 근본 미덕은 주민과 자치회의 자발성 및 자율성에 근거한다. 주민자치의 대내외 사업을 처리하는 사무국과 사업국은 자치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과 역할인데, 이를 시간제 코디네이터에 맡긴다는 것은 대표성과 전문성 제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더불어 "주민자치회와의 충분한 의사소통 및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할 사안이며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자치회 내 사무국과 사업국 담장자가 배정될 수 있도록 행정에서 지원하는 것"이라며 동 자치지원관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구청장과 동장에 의해 시간제 코디네이터가 결정된다면 명칭과 근무형태, 근무시간 등만 바뀐 채 또 다른 관치를 불러 올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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