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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마을과 주민자치, 공동자원을 활용한 주민자치와 균형발전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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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마을과 주민자치, 공동자원을 활용한 주민자치와 균형발전 방안
  • 최현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장)
  • 승인 2023.01.25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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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자원과 주민자치

계묘년 새해를 맞이해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공동자원과 주민자치를 주제로 한 시리즈기획을 새롭게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상부상조하는 공동체의 원형과 전통이 잘 계승되어 유지, 발전되는 특별한 지역 제주그리고 공동자원과 주민자치의 이야기가 지면을 한층 풍성하게 해줄 것입니다.<편집자 주>

 

제주의 마을과 공동자원

제주의 마을은 전통적으로 공동목장, 용천수, 마을어장과 해녀밭, 말방아, 신당, 저수지 등 다양한 공동자원을 마을주민들이 함께 관리해왔다. 지금도 제주의 마을들은 육지의 마을들에 비해 비교적 다양한 마을 공동자원을 마을자산으로 관리한다. 마을자산은 제주에서 주민자치가 활성화되고 주민 생활을 안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다. 사실 마을이란 사람들이 모여 살며 자연자원을 바탕으로 공동의 것(the common)을 형성하여 이를 함께 이용하며 살아가는 관계의 망이다. 생활의 기반인 이러한 공동의 것이 사라지면 마을 공동체는 약화된다. 마을을 넘어선 수준의 자치체에서도 주민이 함께 관리하는 자원이 있는가 없는가? 그리고 있다면 어떻게 이용되는가에 따라 시민들의 공동체 의식과 생활이 크게 규정된다.

공동자원의 활용이 마을의 자치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기 위해 선흘1리의 사례를 살펴보자. 선흘1리는 제주 동부지역 중산간 마을로 행정구역상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에 속하며 총면적은 19.69. 토지가 비옥하고 마을주민들에게 식수, 땔감, 먹거리를 제공해주는 동백동산이라는 공동자산이 있어 4.3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은 후에도 마을이 번성했다. 하지만 1971년 동백동산이 제주도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되어 국가에 수용되면서 동백동산은 이용도 개발도 할 수 없는 애물단지가 됐다. 이렇게 마을 공동자원이 사라지고 도시화의 영향이 커지면서 1980년대 말부터 마을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2012년에는 1980년대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더욱이 남은 마을 인구의 대부분은 노인들로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초등학교가 폐교할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흘1리 마을주민들은 마을을 되살릴 방안을 모색했다. 2011년 동백동산이 람사르습지로 지정됐는데, 정부는 동백동산을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마을주민과 제주도, 지역전문가 등과 협력체계를 모색했다. 이장 등 마을 지도자들은 마을만들기 정부, 전문가, 생태관광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2011년 주민 복지 향상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생태관광을 통한 마을만들기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마을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원탁회의 리민 큰 마당을 개최하여 마을만들기 방향과 방법을 주민들 스스로 논의하고 결정했다.

20136월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제주도, 제주시, 환경부 담당자와 그 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총 18명의 비영리단체 선흘1리 생태관광 시범마을 추진협의체(이하, 생태관광협의체)’를 구성했다. 환경부는 같은 해 선흘1리를 생태관광지로 지정했다. 201411월에는 제주시가 동백동산습지센터를 건립하여 생태관광협의체에 20153월부터 위탁 운영하게 했다. 이에 따라 마을주민들은 동백동산을 직접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이용·관리할 수 있게 됐다.

선흘리 동백동산습지보호지역 안내판
선흘리 동백동산습지보호지역 안내판

선흘1리 마을주민들은 생태관광협의체와의 협력 속에서 습지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마을주민들이 동백동산의 역사적·생태적 가치에 대해 공부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발생한 수익의 대부분(70%)은 마을에 환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를 위해 마을회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식당을 이용하거나 마을에서 생산된 재료를 쓰면서 오랫동안 운영한 식당을 이용하고, 마을주민들을 교육하여 해설사(꼬마해설사, 삼촌해설사, 주민자연환경해설사 등)로 활용할 뿐 아니라 숙소도 마을주민이 운영하는 곳으로 이용을 유도했다.

마을주민이라면 누구나 교육을 받고 생태관광 프로그램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동백동산은 그것은 아끼고 지키는 데 참여하는 마을주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동의 마을자산이 된 것이다. 동백동산뿐만 아니라 그것을 활용한 다양한 생태관광 프로그램도 새로운 마을 공동자원이 됐다. 왜냐하면 다양한 생태관광 프로그램은 동백동산을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는 방법이면서 동백동산을 지키려는 의지를 가진 마을주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해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이주해온 주민들도 같은 원칙에 따라 언제든지 이용과 관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수익의 10%를 환경보전기금으로 환원한다는 원칙도 마련했다.

생태관광이 시작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마을의 동백동산을 찾는 방문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2011년 이후 슈퍼마켓이 늘고 식당, 숙박시설, 카페 등도 여러 곳 생겼다. 방문자가 늘면서 지역 농산물의 판매량도 들었고, 부녀회가 운영하는 향토음식체험 프로그램에의 수입도 늘었다. 마을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지속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지표는 마을 인구가 증가하고 인구구성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구는 2012660명에서 2015714, 2020925명으로 지속적으로 늘었는데, 30~40대 젊은 이주민의 유입이 주요인이었다. 이에 따라 선흘 분교는 학생수가 201022, 201112명까지 줄어들었다가 201635명으로 늘어나면서 폐교 위기에서 벗어났고, 2021년에는 108명으로 늘어 20223월 본교로 승격했다.

선흘리 동백동산 먼물깍 전경
선흘리 동백동산 먼물깍 전경

 

제주의 공동자원과 주민자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탁회의나 간담회 등에 많은 주민이 참여해 마을의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등 마을공동체가 되살아나고 주민자치가 활성화된 것이다. 청년과 어린이가 증가하자 끊어졌던 마을 축제도 다시 시작됐다. 그리고 이 마을 축제는 돈벌이를 위한 것이 아니고 자연과 인간, 학교와 마을, 선주민과 이주민을 잇는 주민을 위한 행사로 진행된다. 습지생태예술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통한 마을지도 만들기, 7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기 삶의 그림책 만들기 등 주민이 참여하는 문화프로그램과 습지조사와 습지탐험 등 주민이 참여하는 생태보호 프로그램을 실시해 주민들의 유대감과 자긍심을 향상시키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동사업을 진행, 그 수익의 일부를 마을 어른들의 생신을 표시한 마을 달력을 만들고 어른들의 생신을 챙겨드리며 어린이와 빈민 등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들과 자연을 돌보는 데 사용함으로써 마을공동체가 공고해지고 자연은 약탈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으로 지속가능해졌다.

제주도 조천읍 선흘1리 사례가 보여주듯이 공동의 마을자산을 육성하는 것은 지역발전과 주민자치의 핵심 요소다. 지역의 공동자원을 주민이 이용하고 관리하여 먹거리·교육·돌봄 등을 저렴하게 얻을 수 있게 되면 마을은 활기를 띤다. 또 주민들은 공동자원의 관리에 참여하면서 판단력, 의사소통 능력, 민주적인 의사결정 능력, 행정력 등 자치역량을 신장시킬 수 있다. 지역이 경제적 기반을 가지고 주민들이 자치 능력을 갖추게 되면 지역균형발전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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