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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K의 어리바리 주민자치회 입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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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K의 어리바리 주민자치회 입성기
  • 에디터K
  • 승인 2023.01.2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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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주민생활

불과 얼마 전까지 주민자치에 대해 일도 모르던 지나가던 행인 아니 주민1’ 에디터K의 주민자치회 입성부터 활약(과연?)까지를 담아내는 맨바닥체험기입니다. 과연 에디터K슬기로운 주민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에디터K : 계란 흰자수도권의 한 신도시에 서식하고 있는 글로소득자’. 삶의 8, 아니 9할 이상의 시간 동안 주민자치(위원)회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가 뒤늦게 사전 의무교육 6시간수강을 득하고 추첨에 의해 주민자치위원에 위촉됐다.

 

노리고 있었다?

맞다. 노리고 있었다. 무엇을? OO동 주민자치위원 모집 공고를.

인생의 9할을 모르고 살았건만 한번 경험해 봐야지하고 마음먹으니 공고 언제 올라오나은근한 기다림. 드디어! 보고야 말았다, 모집 안내 플래카드를.

동네 대로변에서 눈에 잘 띄는 곳에 2개의 모집 안내 플래카드가 사이좋게 나란히~ 하나는 바로바로바로 OO동 주민자치회 위원 모집, 또 하나는 사회보장협의체 위원.

, 사회보장협의체가 더 잘 나간다(?)고 하던데? 아니지, 아니지. 초심을 잃지 말자. 뭔가 떨어질 걸 기대하고 하려는 게 아니잖아. 분명 동네를 위해, 주민을 위해 뭔가 해보겠다는 거 아니었음? 맞지, 맞지.

이 플래카드를 무려 9월에 본 것 같은데 지원서 제출은 10월 말까지였고 위원 선발을 위한 공개추첨이 11월 초에 열렸고 중순에 첫 상견례 겸 이틀간의 교육이 진행됐다. 그런데!

 

사전교육 6시간! 추첨에서 뽑힐지 아닐지도 모르는데?

공고기간이 이렇게 긴 이유가 있었다. 주민자치위원이 되려면, 정확히는 주민자치위원 모집에 지원하려면 6시간의 사전교육을 이수하게 되어 있다. 지자체 소속 평생교육기관과 중간지원조직, 두 군데서 운영하는 온라인 교육 총 4시간, 간단하게나마(실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테스트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한 번 더 말하지만 OO동 주민자치회 위원 선발 방식은 공개추첨이다. 이는 100% 선발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6시간 사전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전원 주민자치위원으로 선발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위원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지원자들이 6시간의 사전교육을 받아야 할까? 그 교육, 주민자치위원으로 최종 선발되고 받으면 안 되는 것일까?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채택된 선발방식이 바로 공개추첨이다. 이렇다면 사전교육 6시간이라는 허들도 없애야 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고 뭔가 해당직무 적임자를 뽑으려 한다면 아예 공개경쟁에 의한 채용방식을 채택해야할 것이고 말이다.

이런 항변이 나올 수도 있다. ‘모름지기 주민자치위원 정도 되려면 마을, 주민에 대한 투철한 봉사정신은 있어야 하는 것이고 최소한 이 정도의 사전교육은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혹은 에이~ 그 교육이 엄한 내용도 아니고 다 들어두면 좋은 건데, 설사 추첨에서 떨어져도 교육 받은 거 어디 안 간다니깐~’.

아닌데? 6시간으로 할 거 많은데? 교육이 뭐 재미라도 있던지.

 

신도시, 아파트 단지 설명회까지?

두구 두구 두구~ 추첨 현장을 실시간으로 공개해 제법 스릴이 있었다. 과연 뽑힐 것인가? , 어 내 이름이 불렸다. 오호~ 50명 플러스 예비명단까지(나중에 보니 추첨식 전후에 사퇴자가 여럿 있어서 예비명단이 금세 동이 나는 사태가...).

동네마다 참여도가 천차만별이라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 인구가 많은 신도시에서 주민자치위위원 지원자가 50명이 넘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으로 보였다. ‘젊은 세대는 먹고사느라 바빠 마을 일에 관심이 없어 주민자치회에는 중장년 이상 어르신들이 대세라는 일반적 인식을 고려해보면 더더욱.

나중에 알고 보니 이처럼 참여도가 양호했던 건 긴 모집기간 동안 동 주민센터에서 인근 아파트를 다니며 찾아가는 설명회를 실시한 영향이 컸다. OO동이 신도시 조성과 함께 신규 개설된 행정동이다 보니 주변엔 1000세대 이상의 대형 단지들이 꽤 여럿이었다. 담당 공무원이 일일이 각 아파트를 다니며 주민자치회 설명회를 개최했고 이때 지원서를 제출한 주민들이 꽤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까지?’ 이 같은 적극적인 홍보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어 잠시 감탄.

 

어쩔 수 없이(!) 현재까진 공무원이 일일이 떠먹여주는주민자치회 구성

12OO동 주민자치회 출범식(위원 위촉식) 개최에 앞서 11월엔 두 차례 교육과 함께 사전모임이 열렸다. ‘, 이 동네 개념이네?’ 싶었던 건 모든 모임이 직장인을 고려한 저녁 7시였기 때문이다(왕복 3시간의 출퇴근러는 이 마저도 쉽지 않았지만. 결국 월례회의 시간은 30분 늦춰진 7:30이 됐다).

그러나. 3일에 걸쳐 열린 교육과 사전모임 참석은 쉽지 않았다. 이틀간의 교육은 아이스브레이크와 상견례, 소통과 주민자치 기초교육으로 채워졌다. 사전모임은 매우 중요한 회장과 임원진 선발을 위한 자리였다. 이상한 건, 분명이 위원들 간 소통을 위한 단체문자방이나 온라인채널도 진작 개설되었건만 정견이나 공약 등 회장 입후자들의 면면을 미리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미리 후보자들의 공약 등을 알아야하지 않나. 온라인채널에 올리게 하자는 의견은 왜인지 담당 공무원의 재가(?)가 떨어지지 않아 실현되지 못했다.

어쩌면 첫 주민자치회의 향방을 결정할 수도 있는 회장 선거를 5분도 되지 않는 정견발표에 의지해야 했다. 서둘렀으나 그날 회의에 약간 늦고야 말았던 필자는 한 후보자의 소개와 발표는 들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감(?)으로 투표를 했고 초대 회장단과 임원진이 꾸려졌다.

그렇게 출범식까지 총 4차례 모임에 참여한 소감은 현재까진(!) ‘공무원이 펼쳐놓은 밥상에서 멋모르고 끄적끄적 밥 한 술 뜨는혹은 공무원이 일일이 떠먹여주는 눈칫밥(?) 먹는수준이라는 것이다.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새로 만들어진 동에 첫 주민자치회 구성이니까 그렇지라고 정상참작’(이라고 쓰고 정신승리라 읽는다)을 하지만 진정한 주민자치가 될지, 여전한 주민관치에 머무를지는 결국 필자를 비롯한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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