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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이라는 말이 무색...무차별 확산 중인 주민자치회,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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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이라는 말이 무색...무차별 확산 중인 주민자치회, 무엇이 문제인가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3.02.01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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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범실시 주민자치회가 낳은 치명적 폐단 심각
- 경기도 및 수원시 주민자치 비판적 분석하는 학술대회도 열려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현재 1,300개가 넘는 읍면동에서 실시 중이다. 시범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주민자치회를 통해 과연 풀뿌리민주주의 초석인 주민자치 실질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비판적 분석 없이 행안부 표준조례 그대로 답습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주민자치회 및 주민자치회 개선안을 내건 바 있지만 현재까지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후보였던 대선 당시에도 주민자치 관련 정책 공약은 특별히 거론된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에 실시되던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비판적 점검 없이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표준조례를 답습해 전국적으로 주민자치회가 시범실시 되는 중이다. 도시, 농촌, 어촌, 산촌, 도농지역 등 각 지역별 환경을 반영하고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주민자치회 조례가 아닌 행정안전부의 표준조례를 그대로 답습한 만큼 획일화되고 천편일률적인 주민자치회 운영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또한, 민선 8기에 들어선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적인 성과주의에 매몰돼 너도나도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를 도입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범실시 주민자치회가 내포한 현실적 폐단, 제도적 한계 등 대표적인 문제점들을 각계 전문가의 말을 빌려 분석해 본다.

 

일체의 권한 없는 빈껍데기 주민자치회

주민자치의 필요충분조건은 분권과 자치다. 그 중심에 주민자치회가 있다. 주민은 주민자치회 회원총회로 자치에 참여하고 시군구는 사업으로 지원한다. , 시군구는 일체의 간섭 없이 오직 충분한 지원만 해야 한다는 게 주민자치의 가치이자 본질이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현재의 주민자치회에는 주민이 부재되어 있다. 행정안전부 표준조례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주민자치회의 설치)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하여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라는 조항을 철저히 왜곡했다라며 그 증거가 바로 주민자치회의 회칙 제정권, 주민자치회장 선출권, 주민자치회의 재정권 등을 박탈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주민자치회는 주민에 의해 만들어 지고 주민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민자치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입법·인사·재정권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진=행정안전부 홈페이지
사진=행정안전부 홈페이지

 

주민 없고 위원만 있는 기형적 구조

특히, 행정안전부의 시범실시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에는 주민의 주민자치회 구성원으로서 참여와 관련된 규정은 없고 주민자치회 위원의 위촉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 그나마 위원마저도 30명 내외 한정된 숫자로 제한되어 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해당 조례는 주민자치회 구성원에서 주민을 배제하고 대신 한정된 숫자의 위원으로 대체해 버림으로써 읍면동 주민이 주민자치회라는 결사체에 가입할 수 있는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라며 주민 지위에서 갖는 자치권 또한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것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기형적 형태의 주민자치회 구조 논란은 헌법상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상태다.

 

읍면동 설치 주민자치회 실효성 있나

읍면동 단위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한 점은 실효성 논란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 읍면동은 대부분이 자치단체에 가까운 규모다. 인구에서도 무보수 명예직의 비상근 주민자치회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며, 면적에서도 생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규모가 전혀 아니다.

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지방자치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통리 단위 주민자치 모델 설계 및 운영을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주민자치회를 통리 계층에 설치하는 것이 이론적, 현실적으로 가장 적절하고 기존의 행정 보조기능을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면 주민자치 실질화를 앞당길 수 있다주민자치회는 지역이나 주민을 대표하는 자치기능, 자치단체와 협력하는 협치기능으로 구분된다. 자치기능을 통리에 두고, 협치기능을 읍면동에 두는 이중구조로 설계가 가능하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무차별 사전의무교육, 헌법소원심판청구 돼

불명확한 공고를 통해 공개모집하고 사전의무교육을 무차별 강제한 뒤 지원자의 동기부여마저 꺾는 추첨으로 선정되는 주민자치위원 선정 방식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주민의 주민자치회 진입을 여러 단계로 원천 봉쇄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호 법무법인 온다 변호사는 이러한 논란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소송 기자회견 당시 주민자치위원으로 선정된 주민에 대해서만 시행해도 될 교육을 선정되지 않을 수 있는 주민까지 포함해 무차별적으로, 그것도 사전에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정당한 근거 없이 주민의 공무담임 기회를 자의적으로 배제하는, 결론적으로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위헌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실제 주민자치위원에 대한 무차별적인 사전의무교육은 헌법상 공무담임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어 관련 조례 조항이 헌법재판소 재판부 심판에 회부되어 심리 중에 있다.

더불어 주지할 점은 주민자치회가 대표성과 사회성 그리고 신뢰성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방식으로 주민자치위원을 선정하면 주민자치회의 자치사업 역시 연속성을 보장받지 못한다. 자치계획 수립 같은 기본적인 사무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1월26일 한국주민자치학회는 연구 세미나를 통해 주민자치 관련 법규의 위헌성을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진 바 있다.
1월 26일 한국주민자치학회는 연구 세미나를 통해 주민자치 관련 법규의 위헌성을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진 바 있다.

 

경기도 및 수원시 주민자치 점검하는 학술대회 열려

한편, 경기도 수원시는 작년 30일 팔달구 매교동 주민자치위원회를 끝으로 44개 모든 동에서 주민자치회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가 내포한 여러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개선안을 찾고 있는지, 그렇다면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비판적 통찰이 전제되었는지 의문이다.

이에 한국주민자치중앙회와 한국주민자치학회는 2023년 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주민자치 기획세션을 열어 경기도 주민자치의 현황과 과제, 수원시 주민자치의 현황과 운영 사례 등을 주제로 현재 주민자치회의 실태 및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주민자치 이론과 현장의 목소리를 밀착시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시범실시 주민자치회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통해 주민자치 실질화의 학술적 전기 마련은 물론 치열한 주민자치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이번 주민자치 기획세션은 216() 오후 3시부터 수원에 위치한 아주대학교 율곡관에서 개최된다.

 

사진=월간 주민자치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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