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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민들이 바라본 주민자치회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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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민들이 바라본 주민자치회의 현실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3.03.08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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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주민자치회 성과 및 인지도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 분석

서울 주민들은 주민자치회에 대한 인지도가 현저히 낮고,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 중심의 자치행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또한, 주민자치회의 기능 및 역할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으며, 동 주민자치센터와의 협의 및 협력 업무에 국한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36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작년 1110일부터 127일까지 한국갤럽이 시의회 의뢰를 받아 주민자치위원을 제외한 서울 거주 20대 이상 남녀 일반주민을 대상으로 주민자치회 성과 및 인지도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지역은 서울시 내 주민자치회 시행 동(), 조사표본은 600, 조사방식은 면접조사로 진행되었다. 주요 조사내용으로는 주민자치회에 대한 이해 주민자치회에 대한 태도 거주 동 내 주민자치회에 대한 인식 향후 주민자치회에 대한 기대 및 만족도 등이었다. 주요 조사결과를 분석해 보았다.

 

Q. 주민도 모르는 주민자치회

주민자치회에 대해 듣거나 알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들어본 적 없다 46.2%, 들어는 봤지만 무엇인지 잘 모른다 43.5%, 들어봤고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는 답변은 10.3%에 그쳤다.

 

A. 주민 없고 위원만 있는 기형적 자치회, 표준조례가 문제의 시발점

주민자치회의 대외 홍보가 미진한 탓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단지 표면적 결과에 불과하다.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 모두가 주민자치회의 회원이 되고 회원들 중 주민자치위원 등을 선출해야 하지만 지금의 주민자치회는 주민은 없고 소수의 위원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주민자치회가 아니라 위원자치회라는 지적이 큰 이유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이하 지방분권법)에는 주민자치회를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시범실시 표준조례를 통해 주민자치회에서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이란 문구를 삭제해 버렸다.

주민을 빼고 위원으로만 구성된 기형적인 주민자치회는 마을공동체, 마을만들기를 내세운 중간지원조직인 시민단체와 행정 관료가 지배하게 되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행정안전부 표준조례 개정안에도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라는 문구를 삭제한 문재인 정부의 표준조례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지방분권법에 명기된 그대로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이 표준조례 개정안에도 반영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주민자치회 구성원에서 ‘주민’을 배제하고 한정된 숫자의 ‘위원’으로 대체해 버림으로써 주민이 주민자치회라는 결사체에 가입할 수 있는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주민 지위에서 갖는 자치권과 국가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참정권 또한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것”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주민자치회 성과 및 인지도에 관한 여론조사(서울시의회)
주민자치회 성과 및 인지도에 관한 여론조사(서울시의회)

 

Q. 주민자치회가 주민행정의 중심, 과연 그럴까?

주민자치회 제도에서 주민의 요구가 행정에 얼마나 반영되는가라는 질문에 보통이다 47.3%, 반영되고 있다 36.7%, 반영되지 않고 있다 16% 순서로 답했다. 또한 주민자치회 제도에서 주민행정의 중심이 주민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 45.2%, 보통이다 41%, 그렇지 않다 13.8%로 답변했다.

거주하는 동의 주민자치회를 어떤 단체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주민대표의 자치기관 53.2%, 동의 행정보조기관 29%, 유관단체의 연합조직 9.2%, 구의 행정보조기관 8.7%로 순서로 답변했다. ‘주민자치위원의 위상을 묻는 질문에도 주민의 대표가 61.8%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동 행정의 자문위원이 18.0%로 집계되었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대체로 주민자치회가 주민의 대표기구로서, 주민의 요구를 대변하는 주민행정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과연 실제로도 그럴까?

 

A. 입법·인사·예산권한 없는 자치회, 주민 및 지역 대표성 부재

주민자치의 필요충분조건은 분권과 자치다. 그 중심에 주민자치회가 있다. 주민은 주민자치회 회원총회로 자치에 참여하고 행정(시군구)은 사업으로 지원한다. , 행정은 일체의 간섭 없이 오직 충분한 지원만 하는 것이 주민자치의 본질이자 기본적인 가치다. 그러나 현재의 주민자치회에는 일체의 권한이 부재되어 있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제대로 된 주민자치를 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의 회칙 제정권, 주민자치회장 선출권, 주민자치회의 재정권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권한 일체가 박탈된 상태라며 주민자치회는 주민에 의해 만들어 지고 주민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민자치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입법·인사·예산권한을 보유하고 있어야 주민 및 지역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Q. 읍면동 하부기관으로 주민자치회 보는 시각 높아

주민자치회가 주민의 대표기구로서 주민의 요구를 대변하는 주민행정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답변과는 다르게 주민자치회와 동 주민사치센터의 관계에 대해 동 주민센터가 우위에 있다 42.2%, 대등하다 28.5%. 주민자치기구가 우위에 있다 17.7% 순으로 나타났다. 이상적인 형태의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센터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병존(53.3%)이 통합(25.7%) 보다 월등히 많았다.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개정 계획(행정안전부)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개정 계획(행정안전부)

 

A. 행정의 하수인으로 주민자치회 부추기는 표준조례 개정안

일반주민들이 주민자치회를 읍면동 하부기관으로 보는 시각은 그만큼 행정에 의한 제도적 간섭과 제약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자치가 아닌 관치로 일관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여기에 최근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표준조례 개정안은 관치 논란을 부추기기에 충분하다. 개정안의 골자는 읍면동장에게 주민자치위원 선정위원회 위촉 권한을 넘긴 것이다. 주민자치위원 위촉권자를 기존의 시장·군수·구청장에서 읍면동장으로 하향조정한 것일 뿐 제대로 된 제도개선이 아니다. 서울의 경우 동장이 위원선정위원회 위촉 권한을 갖게 된다. 주민자치회의 자치권 및 자율성을 파괴하는 관치행정, 주민자치 지배구조 구축이라는 우려가 크다.

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표준조례 개정안에 대해 위원선정위원회 구성에 의한 주민자치위원 선출제도는 2013년 시범실시 주민자치회에 적용되었으나 부작용이 노정된 바 있다. 위원선정위원회를 단체장과 행정 관료들의 영향력 아래 두고 사실상 행정 관료가 주민자치위원을 선출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며 주민자치위원 선출은 전적으로 주민들에게 맡기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이자 자치의 핵심 원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Q. 자치회 아닌 협력회에 그치는 이유는

향후 희망하는 주민자치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동 주민센터와 협의 및 업무협력이라는 답변이 68.8%로 압도적이었고 동 주민센터의 업무 직접 수행 16.8%, 동 주민센터 지휘 및 감독 9.8%가 뒤를 이었다. 주민들의 시각은 자치회가 아닌 협력회로 보고 있는 것이다.

 

A. 마을서비스사업이 제대로 된 주민자치형 사업

주민자치는 마을사업을 통해 개인의 인격과 마을의 공동체 의식을 제고시키는 행위다. 동 주민센터와 협의하고 협력하는 업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생활에 필요한 마을서비스사업이야말로 주민자치회가 지향해야할 진정한 주민자치형 사업이다. 그러나 현재의 주민자치회 사업은 봉사활동이 대다수인 실적 위주의 행정서비스형이나 시민단체 활동을 사업화하는 완장형 시민운동이 대다수다.

또한, 행정안전부는 주민자치회를 과업중심조직으로 판단하지만 정작 이를 수행할 권리와 행위 능력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회의 생활중심사업은 사무국에서 기본업무로 수행하고 과업중심사업은 수임·수탁·수익사업 등 사업별 사업국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건은 국가가 법령으로, 자치단체가 조례로 주민자치회에 이러한 임무를 부여할 경우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제반 조건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제공하는 조건에 대해 주민자치회가 사전에 충분히 심의한 후 동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양한 주민자치회 모델 구축 필요

한편, 이번 조사에 서울시의회가 간과한 점도 있다.

행정안전부가 표준조례를 홍보해 기조자치단체들이 이를 그대로 답습, 전국에 천편일률적인 주민자치회가 설치되도록 한 점이다. 상위법인 지방분권법은 물론 헌법에 위배되는 측면이 다수 있음에도 위법성 및 위헌성이 전혀 수정되지 않은 채 전국적으로 표준조례에 의한 시범실시 주민자치회가 확산되는 폐단을 양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이라는 대도시 안에서도 모두 획일화 된 주민자치회가 아닌 아파트단지, 주택밀집지역 등 각 구역별 특성에 적합한 다양하고 차별화된 주민자치회 모델 개발과 설치가 필요하다.

 

수치 등 외형적 결과 보다 근본적 대안 세워야

서울시의회의 이번 조사 보고서는 주민자치회에 대한 인식 및 태도를 파악해 서울시의회의 주민자치회 운영 및 관리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답변과 수치 등 단순한 외형적 결과에 현혹되지 말고 명확한 문제의식 아래 주민자치회의 객관적이고 냉철한 분석으로 제대로 된 서울의 주민자치를 세우는데 서울시의회가 경주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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