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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최초로 구 전체 동 자치회관 위탁 운영 “권한 만큼 책임 막중…잘 해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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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최초로 구 전체 동 자치회관 위탁 운영 “권한 만큼 책임 막중…잘 해내야죠”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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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터뷰] 류은무 금천구 주민자치협의회장

류은무 서울 금천구 주민자치협의회장(가산동 주민자치회장)의 나이와 이력을 알고 나면 두 번 세 번 놀라게 된다. 나이 보다 한참 젊어 보이는 외모도 그렇고 구의원을 세 차례, 12년간 지낸 후 주민자치회장과 협의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은 이력이다. 금천구는 주민자치 활동으로 꽤 유명한 자치구다. 서울시 최초로 구 내 모든 동의 자치회관을 주민자치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금천구 주민자치를 이끌고 있는 류은무 회장을 가산동 주민자치센터에서 만났다.

남해 섬 출신이에요. 어릴 때부터 객지생활을 했는데 바로 이곳에 자리를 잡았죠. 새로운 동네에 정착을 하려면 사람을 사귀어야 하는데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매일 아침 학교 운동장에서 공차는 사람들을 보며 기웃기웃 했죠. 초등학교 때 축구를 하고 싶었는데 키가 작다고 잘렸거든요.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다가 동네 조기축구회 간부도 되고 88올림픽 땐 회장도 했어요. 구 단위 연합회장도 했고요. 그땐 매일 아침 축구를 했고 수시로 축구화가 닳아 바꿔야 할 정도로 발발이였죠. 하하. 키는 작지만 스피드가 있어서 부지런히 발발이 움직였죠.”

 

축구사랑 금천사랑모든 건 축구에서 시작됐다

 

그렇게 신명나게 하던 축구회 활동으로 인해 류은무 회장의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류은무의 축구사랑 금천사랑이라는 책까지 냈을 정도로 그의 축구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남에게 베풀기 좋아하는 그의 성정도 한몫 했다.

이런 류 회장의 축구회 활동을 눈여겨보던 지역 국회의원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그는 그 이전까지 상상도 한 적 없던 정치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된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 3선 의원으로서 활발한 의정 활동을 펼쳤다.

류은무 회장에게 12년 간의 의정 생활은 살고 있는 지역인 가산동, 금천구 그리고 지역주민과 더욱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후 류 회장은 전직 구의원이 일반적으론 잘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다. 본격적으로 주민자치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서울시 마을활동가 1기 과정에 지원, 교육을 이수하고 지역활동에 눈을 돌리게 됐다. 늦깎이 대학생으로 평생교육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솔직히 이전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역 유지들의 모임? 뭐 이런 인식이 있었어요. 그래서 거리를 두기도 했었고요. 교육을 받고 지역활동을 하면서 많은 분들을 알게 됐어요. 이웃을 알아가고 타 지역에도 가서 교육을 받기도 하고. 본래 제 성격에 맞지 않는 일들을 많이 한 셈이죠(웃음). 공모사업에 참여하고 직접 실행하고 예산을 집행하면서 그 흐름을 조금씩 배워가고 넓혀가기도 했고요. 이런 과정들 속에서 주민자치회에 참여하게 되고 여기까지 왔네요.”

금천형 주민자치’ 2개 동 시범사업 후 구 전체 동에 사무국 설치 주민회관 위탁 운영

 

이런 가운데 금천구 내 모든 동(10개 동) 주민자치회가 구로부터 위탁 받아 올해부터 자치회관을 직접 운영하게 됐다. 2021년 서울시에서 추진한 자치회관 위수탁 시범운영 공모사업에 2개 동(시흥2, 3) 주민자치회가 선정돼 1년간 시범운영한 것이 전 동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에 대해 류은무 회장은 보다 적극적이고 면밀한 사업 운영을 통해 주민자치회가 중심이 되어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자치회관 운영을 시행할 것이다. 실질적인 자치회관 운영 권한을 부여 받은 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구나 구의회가 주민자치회의 위상과 자치역량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서울시는 물론 전국이 금천구 주민자치를 모범사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자치회관 운영을 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시범만 하고 안한다며 말이 안 되죠. 10개 동 회장님들과도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주민 스스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책임은 다 회장에게 있는 거다. 체계가 잡힌 조직을 가지고 운영하지 않으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서 사무국 운영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어요. 각 동마다 사무국장과 사무원도 모집했죠. 공고도 주민자치회장 이름으로 나갔어요. 이 부분에 대해 회장님들이 우려를 하기도 했습니다.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그래서 그랬어요. ‘우리가 주장하던 건데 걱정만 하지 말고 슬기롭게, 잡음 생기지 않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잘 운영해야 한다고요. 연말 평가해서 운영을 잘 못했으면 다음 해엔 위탁을 못 받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안 되니까요.”

 

서민형 리더, 자기주장만 앞세우지 않고 시대적 흐름 간파해 합리적으로 판단

 

인터뷰 말미에 김종범 가산동 주민자치회 사무국장이 모습을 보였다. 연배는 달라도 미소가 담고 인상이 비슷한 두 사람은 알고 보니 조기축구회 멤버로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류은무 회장에 대해 축구회 활동을 같이하면서 앞서 가는 길을 잘 따라가고 있다.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 주시는 분이라고 표현한 김 사무국장에게 류 회장에 대한 얘길 더 들어봤다.

한마디로 소탈한 서민형 리더예요. 절대 자기주장만 내세우지 않고 시대적 흐름을 간파해 여러 사람들을 아우르며 합리적 판단을 하시는 분이죠. 그런 부분이 강점이에요.”

가산디지털단지(서울디지털산업단지, G밸리)로 유명한 가산동은 산업단지로 유명한 곳이다. 특수하다면 특수한 지역인 만큼 주민자치회를 이끄는 입장에서는 애로가 많다. 류 회장은 우리 동은 인구는 작은데 산업과 주거가 어우러져 있는 곳이라 프로그램 고민이 많다. 지역 특색에 맞게 G밸리 관련 분과위도 따로 있다. 산업종사자와 주거민 간 소통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예컨대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엄청 많은데 이 질 좋은 제품을 주민들에게 샘플용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라든지, 산업과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시스템을 만들어냈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주민자치 활동에 있어서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많다고 아쉬워하는 류 회장, 그는 사고가 젊은 사람을 좋아한다. ‘고인 물속에선 발전이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거침없이 이야기 한다. “나이가 많다고, 동네 유지라고, 지위가 높고 성공을 좀 했다고 목에 힘주는 분위기가 되어서는 발전이 없다.

인터뷰 후 짧은 사진 촬영 내내 안경 속 그의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사진=김윤미 기자 citizenautonom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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