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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행정이 간섭 안하고 주민 스스로 멋지게 놀 수 있다면 성공”[연구세미나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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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행정이 간섭 안하고 주민 스스로 멋지게 놀 수 있다면 성공”[연구세미나68]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5.23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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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회 여수시 주민자치협의회와 함께 한 ‘대한민국 척박한 주민자치 현실 속 우리의 할 일’

여수시 박건문 주민자치협의회장과 각 면/동 위원장 및 위원들이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찾았다. 한국주민자치학회는 523일 서울을 방문한 여수시 협의회 회원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68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인사동 태화빌딩에서 개최했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윤석열 정부의 갑갑한 주민자치정책 속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강을 펼쳤으며 강의 후 자유토론과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대한민국 주민자치, 갑갑할 수밖에 이유

전상직 회장은 윤석열 정부 주민자치, 매우 갑갑혀라는 제목의 강의자료를 띄우고 주민자치의 불편한 현실과 주민자치회의 역할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1999년 읍면동이 개편되고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되고 주민자치위원회가 출범하였을 때 주민자치센터장은 당연히 주민자치위원장이 해야 하는데 동장이 맡았다. 이것 하나도 주민자치위원회에 안 맡겼다. 주민자치위원회가 프로그램 개설하고 강사 선정해 운영했으면 주민자치센터 지금보다 훨씬 더 잘 됐을 텐데 위원회는 프로그램 심의만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주민자치위원장은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된다. 1년 내내 아무 일 안 해도 주민자치에 아무 지장 없는 불필요한 자리로 만들어버린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전 회장은 주민자치회를 읍면동에 만들면 규모가 너무 크다. 다른 나라는 보통 100~500명 규모에서 주민자치회를 만든다. 그런데 이렇게 하려면 행정에서 통리장을 내놔야 하는데 그걸 안하는 것이다. 통리 주민자치회, 읍면동 주민자치회가 존재하고 동장은 행정복지센터장을, 주민자치회장이 동회장, 통회장을 맡아야 한다. 실제 조선시대에도 이렇게 했는데 지금 안하는 이유가 납득이 안 간다. 주민자치회장을 주민이 직선하고 회칙을 만들어 회비 걷어서 사업을 한다고 하면 주민자치는 잘 될 수 있다. 근데 이걸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고 하면 당장 읍면동장, 시장군수구청장, 국회의원들이 다 찬성을 안 할 것이다. 본인들이 불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라며 이런 난국을 이제는 타개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주민자치는 살아날 수가 없다. 주민자치를 반듯하게 될 수 있도록 하는데 제가 가진 역량을 다 동원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계속해서 전상직 회장은 행안부에서 표준조례 개정안을 만들어 각 시군구에 보내고 있다. 매우 문제가 많고 부적절한 내용이 많아 다음 주중에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냉철하게 살펴야 한다라며 예전에 동네마다 자치회 다 있었다. 회장을 동네주민들이 모여 민주적으로 선출했고 회비를 똑같이 내고 부역도 같이 했다.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마을자치를 문제없이 잘했다. 정부가 개입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일제는 조선의 미덕을 파괴했고 이게 지금도 그대로인 상황이다. 정부는 통장 하나도 내놓지 않고 있다. 통은 주민자치에 맡겨도 아무 문제 없다. 읍면동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의 교육, 사회경험 수준이 그 만큼 높다. 또 하나 우리에게는 새마을운동이라는 성공한 경험이 있다. 물론 정부가 도와준 측면이 있지만, 주민자치에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향약, 새마을회, 주민자치회를 연결시키는 작업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척박한 현실 속 주민자치(위원)회가 해야 할 일

전 회장은 또 한국인들이 이사를 그렇게 자주 다니는데 주민자치가 되겠어? 이런 말씀도 하시는데 꼭 한 지역에 오래 살아야만 주민자치가 가능할까? 한국인은 주민자치 경험이 많다. 임진왜란 때 주민들이 나라를 구하고자 의병을 일으켜 싸웠다. 이게 주민자치다. IMF 금모으기운동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했다. 이런 국민이 자치역량이 없다고? 말도 안 된다. 주민자치가 잘 되게 하려면 도와주고 간섭을 안 하면 된다. 간단한 건데 실천이 안 되니 갑갑하다라며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위원장님들, 절대 공무원이 써준 쪽지를 읽는 것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역할 다 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할 일이 많다. 회의 때 모든 안건을 집행부에 일괄 위임하고 밥 먹으러 갑시다이래서는 위원회 100년 해도 안 된다. 공부 좀 합시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 매월 회의 때 마다 여수시청 과장 한 분씩 불러서 과의 업무 설명을 1시간 씩 듣는 것이다. 2년이면 여수시 업무파악이 저절로 될 것이다. 더 깊이 들어가 전문 강사의 강의를 듣고 건의서 만들어 시장에게 전달하면 공무원들이 주민자치위원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능력이 있어야 대접 받는다. 여수시 예산 항목을 시간 날 때마다 하나하나 설명을 들어도 좋다고 제시했다.

그리고 그는 여수시 협의회 회의를 꼭 시청에서 하고 시장을 참석시킬 이유가 있을까? 여수시 경찰서에 가서 한 번 하면 치안에 관해 브리핑을 다 해줄 것이다. 다음으로 소방서, 교육청, 여수항만청 등을 돌아다니며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시 자치행정과에 딱 잡혀서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 같다. 회의 전에 공부도 꼭 필요하다. 미리 어떤 정책이나 사안에 대해 깊이 살펴보고 선수를 친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후수로는 성공 못 한다. 위원장은 동장을 상대로, 협의회장은 시장을 향해 선수를 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한 게 있다면 중앙회에서 다 지원해드릴 것이다. 언제든 연락주시길 바란다라고 주문했다.

끝으로 전상직 회장은 주민센터 프로그램이 몇 사람의 취미공간으로 머물러선 안될 것 같다. 프로그램 하나만이라도 위원장님이 동네 주민들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것으로 만드셨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주민들을 위해서라면 물러서시면 안 된다. 대부분 동네에서 어른이실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봤을 때 나도 저 분처럼 멋있는 어른이 되어야지라는 마음이 들게 해야 성공한 인생이다. 멋있게 사는 게 중요하다. 주민자치도 일을 하는 것보다 멋있게 노는 게 최고다. 이제는 일을 하더라도 즐겁게 놀이삼아 할 수 있는 일을 하셨으면 좋겠다. 주민자치회가 해야 할 일을 잘 세팅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주민자치회가 하는 일의 30%가 민원해결이다. 이것만 할 수 있어도 성공이다. 주민자치위원회=민원위원회가 되도 될 것 같다. 주민들이 심심할 때 놀러갈 수 있는 곳이 주민자치센터라야 한다. 일단 공무원과 결별하고 우리끼리 재밌게 해보자(웃음). 여러분들이 힘을 모으느냐 못 모으느냐가 관건이다라며 강의를 마쳤다.

박건문 주민자치협의회장은 중앙회와 전 회장님이 늘 여수시에 각별한 관심 가져주시고 주민자치에 대해 이렇게 애써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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