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55 (금)
“운동 확대 재생산의 본질은 ‘주민자발성’, 정부정책·리더십만으로 안 돼”[연구세미나69-②]
상태바
“운동 확대 재생산의 본질은 ‘주민자발성’, 정부정책·리더십만으로 안 돼”[연구세미나69-②]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6.14 1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69회 정갑진 국제새마을운동연구원장 ‘주민자치를 위한 새마을운동의 원형과 추진원리’

새마을운동에 대한 다각적 측면의 평가와 논의, 그리고 오늘날 주민자치와 연결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이 같은 논의는 한국주민자치학회가 613일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에서 개최한 제69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에서 활발히 펼쳐졌다.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 겸 향약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은 이날 세미나의 발제는 정갑진 국제새마을운동연구원장이 주민자치를 위한 새마을운동의 원형과 추진원리를 주제로 진행했고 전영평 대구대 명예교수가 지정토론에 나섰다.

새마을운동의 성공요인을 국민적 자각과 적극적 참여 정부의 적절한 지원과 능동적 역할 효율적인 추진전략의 활용 등으로 꼽은 정갑진 원장의 발제가 끝난 후 전영평 교수의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전영평 교수는 오늘 발제는 새마을운동중앙회의 주요 직책을 수행하신 경험, 경륜을 토대로 새마을운동의 이론과 실제를 전문가 수준에서 정리하면서 새마을 정신, 추진과정, 전략, 성과를 반추하여 주민자치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해주셨다. 이 발제로부터 주민자치운동의 역량 강화와 전략적 방향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1960년대와 70년대 새마을운동 추진과정에서 (주민자치를 위한 기초마을 단위의 실질적 주민자치 관행이 매우 미미한 실정이기 때문에)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어 그는 새마을운동주민자치운동을 아래 표의 내용으로 비교해 소개했다.

계속해서 전영평 교수는 주민자치와 관련한 주요 쟁점을 정리해 질의했다.

첫째 새마을운동과 주민자치운동 간의 유사성과 차이점 구분을 통한 시사점, 교훈 도출이 필요하다. 유사점은 주민의 자조, 자립, 자발, 자율을 존중한다는 것, 차이점은 새마을운동이 국가/정부의 지원과 관리가 중심이라면 주민자치운동은 민간옹호조직(한국주민자치중앙회) 중심이나 국가가 점유한 주민자치로 변질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주민자치운동과 국가관계의 설정에 있어서 새마을운동식 국가-마을의 합체 추진이 맞는가, 아니면 민간 주도(관치 배제) 통 단위 마을 자치 구성이 맞는가? 주민자치 추진 방식에 있어서도 상향식(bottom up)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상하향식조합(bottom up-top down)으로 할 것인가? 어떤 방식이 유리할 것인가?

셋째 읍면동 민주화(읍면동장 선출)는 정당정치/정파적 침투와 선거부조리, 선거관리의 어려움 등이 예상되는데 읍면동 민주화와 통리주민자치가 양립할 수 있다고 보는가?

넷째 새마을운동에 비추어 볼 때 주민의 주민자치운동 참여 동기를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다섯째 정파성을 극복하면서 주민자치 제도화를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현행 관 주도 주민자치제도는 타당한가? 아니면 제도적으로 주민자치법을 만들어야 하는가?

여섯째 주민자치운동 추진 속도는 급진(radical), 개량(reformist), 후원(patron) 중 어떤 속도가 바람직한가?

일곱째 주민자치운동의 리더십, 주민회의 리더십 양성 문제, 만들 것인가, 빌릴 것인가? 그리고 중앙회의 리더십은?

여덟째 경제성장, 자유주의, 산업발전, 정보통신, 교통수단, 소통수단, 가족관계, 저출산인구감소, 농촌소멸, 도시생활 등 압축적 총체적 상황 변화에 따른 새마을/주민자치운동의 전개방안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아홉째 새마을초기의 시대상황/정신과 현재의 시대상황/정신이 다르다. 새마을운동 초창기인 1960~1975년의 농촌의 문화적 속성은 계층적/운명주의적이었다면 현대는 개인주의적/평등주의로 이행하고 있다고 보는데 상황에 맞는 주민자치/새마을의 영역과 주제를 찾아야한다 등이다.

이에 대해 발제자인 정갑진 원장은 심도 있고 날카로운 질문을 주셔서 제 역량에는 좀 벗어난다 싶을 정도로 자치운동과 연계해 감히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최대한 정리해서 말씀드려보겠다고 운을 뗀 뒤 주민운동이 정착화 되려면 이런 단체가 선도세력으로 나서는 게 맞나하는 의문이 초기엔 생길 수 있다. 단체운동은 출발은 미약하지만 국민적 지지, 사회적 공의 획득이 목표인데 자치운동 성공에 있어 새마을운동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그는 좋은 사례로 새마을운동 파트에 마을문고운동(독서운동)이 있다. 요즘 보면 고리타분해 보일 수도 있는데 6,70년대 책이 귀하고 독서가 생활화되어 있지 않을 당시 울산의 엄대섭 선생이 탄피함에 작은 책들을 넣어서 다니면서 농촌에 보급한 게 마을문고의 시초다. 이후 정부에서 국가과제로 채택했다. 한 독지가에 의해 시작됐지만 국가적 과제, 새마을과제로 채택된 것이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이걸 중심으로 단체까지 결성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사례도 있다. ‘새마을명칭이 붙은 가장 유명한 게 새마을열차와 새마을금고일 것이다.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위상이 많이 낮아졌지만. 새마을금고도 이름에서 새마을을 떼려고 무진장 노력을 했지만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해 계속 쓰고 있다. ‘새마을위상이 떨어졌지만 실상 새마을금고는 세계적 은행이다. 내부 경영 잘해서 엄청나게 자산이 늘어났다. 이 사례를 보면 사회운동의 지속성은 펀드 없이는 힘들고 자치운동 역시 기금이 필요하다. 그래야 힘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정갑진 원장은 또 자치운동은 지금 시점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것 같다. 시행착오나 험난한 과제가 있지만 이것을 운동화 하는데 뜻있는 동지들이 앞장서서 하면 주민자치운동도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시골이나 농촌에서는 자치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아 그 중요성과 필요성을 역설하는 게 운동인 것 같다. 지금 지방소멸이 심각한데 자치의식만이 이를 살릴 수 있다. 외부정책이나 지원은 수단에 불과하다. 주민들이 눈을 떠 내 마을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겠다는 간절한 위기의식에 불을 붙이는 게 이 모임의 미션일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그리고 정 원장은 새마을운동은 지역과 국가의 상황, 문화, 처지에 따라 달라야 한다. 독특한 매력과 문화를 발굴해내는 게 관건이다. 창의성이 보장되는 운동으로 가야 한다. 법제화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는 과잉상태인데 새마을운동은 초법적 상황이 오히려 문제였던 부분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당시엔 근거 법 없이도 상식선에서 처리했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법 없으면 지원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법이 있어도 나쁠 게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법으로만 할 수 없는 게 운동이라 법 이외의 운동성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순수, 열정, 동지애로서 사명과 목표를 호소하는 노력이 함께 이뤄지면 국민적 지지를 획득하는 데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그는 도시는 개인주의화 되어서 삭막하고 연대성이 약해서 주민자치운동의 출발도 농촌부터 점화시켜야 할 것 같다. 단위는 체계적으로 가려면 읍면동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대표자 선출권 없는 자치는 어려울 것 같다. 이제 우리 의식, 수준이 그럴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회운동은 정치를 배제하긴 어려운 것 같다. 자치운동에 정치세력화의 차원이 있고 이는 결국 좋은 정치를 하려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발제와 토론에서 모두 많은 공부거리를 주셔서 감사하다. 다만 발제 내용 중 농촌 소득 증대의 결과가 순수하게 새마을운동의 결과인지 혹은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결과인지 인과성, 상관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새마을운동의 성공요인이 시대적 산물, 정부의 전략적 정책의 산물이라고 한다면 변화된 시대상황에 맞게 어떻게 나아갈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새마을운동은 결과적으로 자발적으로 보이더라도 국가중심의 자원배분에 의한 국민동원운동으로 설명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국가가 동기부여를 하고 이를 국민들이 수용하는 게 당시로서는 합리적 선택이었을 것 같다. 그러나 주민자치는 국민국가건설에서의 국민수준에서 시민’, 더 나아가 주민수준으로 내려와야 하고 개인주의적 자유운동이 있어야 주민자치와 연결될 수 있을 것 같다. 새마을운동의 의미와 한계, 그리고 주민자치는 분리해서 다른 차원에서 설명이 필요할 듯 하다고 밝혔다.

김필두 건국대 겸임교수는 새마을 조직은 전국 시도, 시군구, 읍면동 조직까지 계층화가 뚜렷한 반면, 주민자치회는 공식적으론 읍면동 조직밖에 없다. 양 계층 사이에 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자치회에서 새마을조직을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뚜렷한 목표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새마을운동은 목표, 미션, 비전이 뚜렷하지만 주민자치는 이게 약하다. 강력한 게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추진전략 면에서도 주민자치는 관주도/의존적이며 중앙회 조직의 경우 지도자가 그만두면 과연 조직이 존속될 것인가 하는 우려가 있다. 지금은 새마을운동의 성공과 실패를 따지기 전에, 지금까지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혹은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면 추진전략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주민자치는 민주성, 자발성, 자치성을, 새마을운동의 경우 능률성, 경제성을 중시했다면 양자의 통합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은수 숭실대 교수는 작년에 코이카 프로젝트로 르완다를 두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새마을운동 자체가 개발도상국 발전모델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르완다는 1960~70년대 우리나라와 흡사한 상황이다. 주민들이 매주 토요일 나와서 청소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도시도 매우 청결하고 치안도 안정적이었다. 행정적, 교육적 노력도 많았다. 국내에선 새마을운동이 이미 지나간 것 아니냐 하는데 기본적 정신, 이념, 사업전략 등을 개도국, 아프리카에 가서 오히려 글로벌화 하는 게 더 적절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글로벌화 하면 그 파급효과, 잠재력이 더 클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리더십을 위해서는 여기에 필요한 이념, 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운동은 철학보다는 이념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운동에 있어서는 이념이 중요하고, 적절한 이념을 바탕으로 비전, 미션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평생교육에서도 마을 평생교육이 대세이고 이는 주민자치운동과도 밀접하다. 어떤 리더십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 구체적으로 체계화해서 주민자치를 마을평생교육과 연결시키면 훨씬 더 활성화가 가능하고 선진화된 시민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갑진 원장은 새마을운동 확산은 국내외 양쪽에서 병행하고 있다. 르완다는 동남아의 라오스처럼 새마을운동에 대한 이해가 매우 높은 아프리카 시범국가이다. 그리고 새마을운동의 성공요인 중 공동재산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새마을운동이 전국적으로 내실 다졌던 것이 회관 건립이다. 전국 약 80%의 시군구에 지역단위 회관이 다 있다. 부동산이라 갈수록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임대료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구심점이 된다. 기본자산, 기금이 있어서 지속가능성이 유지되고 있고 운동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기초가 될 수 있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오늘은 성과 위주로 소개를 했는데 물론 한계도 있다. 주민자치운동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정 원장은 이어서 리더십이 아무리 뛰어나도 주민들 의지, 불씨 없으면 점화가 안 된다. 여기서 운동의 확대 재생산의 본질은 주민자발성이다. 새마을운동 때문만은 아니고 우리의 전통 자산 그리고 마을단위로 접근해 성공했다. 그 당시엔 천지개벽할 만한 성과였다. 대단한 지도자들도 많이 나타났다. 이들을 새마을연수원에서 양성? 꼭 그렇진 않다. 현장에서 보면 4H 출신이 많았다. 당시엔 리더십 훈련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4H를 통해 훈련이 이뤄졌고 이들이 자연스럽게 새마을운동 리더가 됐다. 또 지방자치가 시작될 땐 지방의원들의 40% 이상이 시군구 새마을 출신 인사들이었을 정도다. 이들의 리더십이 탁월했다. 이 리더십은 새마을운동 속에서 더 육성되었고 후에 주민자치위원회에 많이 흡수되었다. 새마을의 조직력이 강한 게 정신과 교육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정윤희 주식회사 딴짓 대표는 대구에서 발달장애인 고용 베이커리카페, 독립서점, 비영리갤러리 등을 운영하고 숙박사업도 하고 있다. 주민자치에 대해 공부하려고 오늘 올라왔다, 비영리갤러리를 운영하면서 공익적 이슈, 공공 주제들 위주로 청년 작가, 취약계층 작가 지원을 하고 기획 전시를 하고 있는데 작년에 새마을 관련 전시를 하면서 새마을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새마을은 관변조직 이미지가 강했는데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시간과 돈을 들여 참여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라며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은 최은수 교수님 말씀처럼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 주는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이 특이한 발전 경험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이 동참할 수 있게 나라에서 이끌어줘야 하고 오히려 국제적으로 더 확산되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새마을청년포럼 NGO를 출범하려고 한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은데 준비 하면서 이미지가 바뀌어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록으로 보존해야 하고 그 가치를 지금 젊은 세대가 알게끔 전국민적 관심을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마을운동과 주민자치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새마을운동은 페미니즘 측면에서도 부녀자들이 처음으로 집 명의를 가지게 해준 운동이고 집밖으로 나가 활동하게끔 해준, 여성들을 사회에 동참시켜준 의미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문효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공공성(公共性)’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연구세미나95]
  • 문산면 주민자치회, 주민 지혜와 협의로 마을 발전 이끈다
  • 제주 금악마을 향약 개정을 통해 보는 주민자치와 성평등의 가치
  • 격동기 지식인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연구세미나94]
  • 사동 주민자치회, '행복한 끼'로 복지사각지대 해소 나서
  • 남해군 주민자치협의회, 여수 세계 섬 박람회 홍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