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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왜 필요해? 꼭 해야 돼?’ 해답 줄 수 있는 대학 강의를![연구세미나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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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왜 필요해? 꼭 해야 돼?’ 해답 줄 수 있는 대학 강의를![연구세미나71]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6.23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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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박기묵 대구대 교수 ‘주민자치론 과목 개발기획서’

주요 대학에서 92학기부터 시작되는 주민자치학 과목 커리큘럼에 대한 구체적인 심층적인 논의가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한국주민자치학회는 23대구대학교 주민자치론 과목 개발기획서를 주제로 제71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열었다. 전영평 대구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번 세미나에서 박기묵 대구대 도시행정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와 전은경 주민자치교육원장이 지정 토론자로 나섰다.

발제에 앞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의 주민자치의 낙처(落處)’라는 제목의 기조강의가 진행됐다. 전 회장은 주민자치의 개념부터 역사, 조건, 그리고 현재 상황과 바람직한 구조와 사업 등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는 주민마을의 생활관계를 주민들이 주민과 마을을 위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체계라고 정의하고 주민자치의 원리로는 공공선’ ‘연대성’ ‘보조성’ ‘인간존엄성을 제시했다.

전 회장은 또 우리나라는 정작 직접민주제가 이뤄져야 할 읍면동/통리에서 주민자치가 이뤄지지 않는 직접민주제의 사각지대라는 엄청난 모순에 직면해 있는데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라고 뼈아픈 현실을 지적하며 조선의 향약으로 대표되는 전통시대 주민자치의 역사도 짚었다. 그는 향약에서 보듯 수령이 주도하거나 간섭해도, 사족이 신분과 실력을 앞세워 주도해도 주민자치는 되지 않았다. 오직 주민들끼리 수평적, 민주적으로 협력한 촌계에서만 주민자치가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상직 회장은 구역, 주민, 주권 3요소가 있다고 할 때 주민자치의 조건은 주민이 마을과 생활관계를 자치하고 서로 연대할 수 있도록 분권이 되어야 하며, 구역을 주민들이 나의 마을로 승인해야 하고, 주민을 주민들이 나의 이웃으로 승인해야 하며, 마을일을 주민들의 나의 일로 승인해야 한다. 여기서 자발성, 자주성, 자율성이 발현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현재의 주민자치 상황은 어떠할까. 전 회장은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의, 읍면동장을 위한, 행정을 위한 주민관치이며, 시범실시 주민자치회는 주민의, 시군구단체장에 의한 중간지원단체에 위탁한, 정정치를 위한 주민정치라고 일갈했다.

계속해서 그는 행정안전부 표준조례에 의해 주민자치가 아닌 위원회자치혹은 주민관치로 왜곡된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상직 회장은 지방분권법에 명시된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이 행안부 표준조례에 와서는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 빠져 있고 갑자기 주민자치위원이 등장한다. 주민이 아닌 위원이 주민자치회를 차지하고 있다. 회장 선출권도, 재정권도 없애 주민자치회를 무력화, 무효화 시켰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시장(또는 군수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관련 법인 또는 단체 등으로 하여금 주민자치회의 설치운영을 지원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주민동의도 없이 설치운영 전 과정에 외부 단체가 지원한다는 것이 지원일까, 지배일까질문을 던지며 주민이 스스로 만들 수 없다면 자치회를 굳이 만들 필요가 있을까?“라고 대답을 대신했다.

다음으로 주민자치회의 구역(계층)에 대해 전상직 회장은 읍면동은 주민자치를 하기에는 면적도 너무 넓고 인구도 많다. 통리 주민자치회로 자치를 하고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협치를 하는 이중구조로 가는 게 적절해 보인다. 다만 지금 행안부가 통리를 안내놓으려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민자치회 사업과 관련해서는 현재는 위원 뽑는 거 따로, 사업 따로 가고 있다. 사업을 할 사람을 따로 뽑지 않고 현재와 같은 구조로 위원들에게 무리한 사업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지금 주민자치회는 실적을 위주로 하는 행정 과시형 사업이나 조직을 조직화 하는 완장형 사업을 해왔는데, 정작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마을서비스 사업 즉 사회적 자본 형성, 사회서비스 공급, 지역과 주민을 대변하는 것은 해본 적이 없다고 짚었다.

전 회장은 주민자치회의 주체가 자치단체에서 지역주민으로 변경되면 자치회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과 사회에 따라 주민자치회는 다르게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표준조례처럼 하나의 형태로만 제시되어서는 안 되고 도시, 농촌, 주택형태 등에 따라 최소 12가지 유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상직 회장의 기조강의 후 박기묵 교수의 발제가 이어졌다. 박 교수는 우리 학교에서 주민자치론 과목을 개발하게 되어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처음 지방자치가 시작될 때 뭔가 되려나보다 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은 참담한 현실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많은 주민들이 구청장, 구의회 의원들 이름도 모르고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심지어 지방자치 쪽 공부를 하고 논문을 쓰고 있는 저조차도 잘 안다고 할 수 없다. 학계에서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을 하지 말자고 하는데도 절대 안 되고 있는 현실이다. 오늘 주민자치에 대해 들어보니 엄청난 장애요소들이 있구나를 절감하게 된다. 매우 어려운 분야지만 이번 학기 과목개발기획서 만들어 오늘 공유하고 고견을 듣고자 한다고 서두를 꺼냈다.

먼저 과목의 필요성과 목적에 대해 박기묵 교수는 주민자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선진국에서는 일상화 되어있으나 한국의 경우는 오랜 관치 습관과 주민참여의 부실로 인해 형해화된 주민자치로 존속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자연재해 발생과 사회경제적 재해 발생 등으로 인해 주민참여의 필요성, 중요성, 실행방법론 등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학 차원에서 주민자치의 이론과 실제를 강의하고, 주민자치의 현장을 탐구함으로써 주민자치의 에너지를 극대화할 필요성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필요성으로 인해 개발된 이 과목은 대학 학부 차원에서 주민자치의 중요성, 순기능, 이론과 실천에 관한 전문적 학술적 탐구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한국 주민자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지식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수·학습 목표로는 한국에서는 최초로 대학 이상의 수준에서 주민자치 강의를 개설하여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지식기반을 설치하고 이를 확대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주민자치의 필요성, 주요 이슈, 사례 등에 대한 이해력, 탐구력, 참여역량을 증진하는 것 또한 목표이다라고 소개했다.

교수학습 모형은 강의, 토론, 문제활용, 사례활용, 프로젝트, 문제풀이형 등이며 교과 내용구조 및 흐름도는 아래 표와 같다.

계속해서 박기묵 교수는 학습구조와 주차별 강의계획서를 소개했으며 강의 홍보계획과 시험계획까지 공개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이어 시작된 토론에서 박경하 교수는 기조강의에서 전상직 회장님이 주민자치의 철학, 원리, 조건부터 역사, 상황까지를 잘 정리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 이어서 강의계획안 발표 잘 들었는데 주민자치 사업 부분이 포함되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또 현장 사례를 좀 더 포함해도 좋을 것 같다고 포문을 열었다.

다음으로 전은경 원장은 개설되는 지역과 학습자의 특성을 감안하여 운영하되 주민자치 이론 뿐 아니라 현장 탐방, 실천력 함양을 위한 소규모과제를 도입하면 좋겠다. 교육방법을 다양히 하되 특히 학습자 주도적 방법(참여, 과제, 발표, 토의 등)을 통해 주민자치에 대한 긍정성, 애향심, 주민자치참여마인드 형성에 주안점을 두고, 지역문제해결과제 프로젝트 등을 통해 주민과의 접촉기회를 넓혔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전 원장은 학부생 대상 과목이므로 수강생 눈높이에 맞는 수업이 필요하고 내가 사는 지역사회조사나 주민자치회장 인터뷰, 주민자치 선진지 방문이 꼭 포함되면 좋겠다. 시도와 협력해 주민자치 명예기자 제도 운영도 모색해볼 만 할 것 같다고 덧붙이며 교과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전상직 회장은 인문학적인 부분이 마지막 주차에 들어가도 좋을 듯하다. 각 종교에서 보는 자치 개념 같은 곳을 소개해도 좋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소영진 대구대 교수는 주민자치와 우리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왜 주민자치가 필요한지 설득하는 내용이 보완되어야 할 것 같다. 지방자치의 자치와 주민자치의 자치 개념은 다른 것 같다. 이 개념을 잘 잡아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전상직 회장도 중요한 말씀이다. 도시는 이웃과 교류를 전혀 안 해도 되는 삶이지만 시골은 다르다. 뭔가 동기부여를 새로 하지 않으면 점점 이웃과 교류할 필요 없어진다. 내 인격, 생활, 인간됨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가 되면 자치가 수용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고립이 더 나을 수 있다. 주택 형태 중 아파트 비중이 70%이고 자치의 주 대상이 될 것이다. 여기서 설계해내면 거의 다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의견을 더했다.

좌장인 전영평 교수는 주민자치의 중요성, 필요성, 개념에 대해서는 나 자신이 이걸 먼저 정립해야 할 것 같다. 매번 강의에서 계속 반복해야 할 것 같다. ‘주민자치 왜 해야 돼? 왜 필요해?’ 이 부분을 중요하게 언급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 왜 필요한가. 일본의 경우는 1번이 친목, 2번이 민원처리이다. 주민 vs 국가의 필요성이 충돌하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목적은 아직까지 정부를 돕는데 있다. 이게 아닌 상태에서 발현하는 가치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기순 대구시 주민자치원로회의 상임회장은 주민자치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민 행복을 위해서다. 그럼 어떻게 하면 행복한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게 최고일 것이다. 주민자치를 해보니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면 기가 막힌 현상이 나타나더라. 노인들 문화축제를 3회까지 주관해봤는데 우리에게는 함께 하는 DNA, 유전자가 있다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지금은 그게 차단돼 있어서 안 되는 것 같다라며 대학 강의와 관련해 법정대학의 꽃은 모의법정이라고 하듯 주민자치학 커리큘럼에는 모의주민총회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 동기를 연구하려고 경영학과 전공 교수님들께 집중 질문을 드린 적 있다. 매슬로우 5단계 욕구가 있는데 요즘은 생리, 안전욕구는 다 해결이 돼 있어서 존경, 사랑 욕구로 곧바로 진입하는 것 같다. 그런데도 밑에서부터 올라가는 사업기획을 하면 무조건 실패할 것이다. 이런 사회적 특성도 연구해 이번 강의에서 파격적으로 나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다중적,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소영진 교수는 예전엔 지역 공간 개념이 자기 욕구 충족의 장이 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물리적 공간에서 사이버 공간, 가상의 공간으로 옮겨가고 있다. 게임 상 길드에서의 교류 욕구가 더 크다고 할까. 이런 상황에서 주민자치의 참여 욕구, 동기를 어떻게 고취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리고 동기는 욕구 뿐 아니라 가능성의 영향도 받을 것이다. 아무리 욕구가 있어도 행정, 정치, 법제도에서 막아버리면 참여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상직 회장은 지금 세대가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면 이웃 관계가 재미없어서 몰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살펴야 할 것 같다. 사회적 관계가 빈약하니 그쪽으로 갈 수도 있고, 이럴 땐 인간적인 관계로 게임보다 더 짜릿한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사업을 해보니 아이들도 실질적 인간관계를 더 좋아하더라. 사회적 활동의 장을 넓히면 좋겠다. 사회관계 총량이 결국 주민자치 역량일 것이라고 제시했다.

김정렬 대구대 교수는 비교, 사례, 방법론 등을 활용해서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강의 되었으면 한다. 학생들이 수강하고 싶게끔 소제목도 흥미롭게 잘 정리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박기묵 교수는 목표 설정을 거창하게 하기 보다는 주민자치에 대해 전혀 모르는 학생들에게 작게라도 알려준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그래야 학생들과 소통이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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