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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의 역사적 전통과 현대적 계승, 향약·촌계 그리고 주민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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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의 역사적 전통과 현대적 계승, 향약·촌계 그리고 주민자치
  • 월간 주민자치
  • 승인 2023.07.0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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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세계학술대회 주민자치 기획세션 6월 30일 연세대서 열려

향약, 촌계가 오늘날 주민자치에 주는 시사점 그리고 주민자치의 직접민주주의 의미와 과제를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정치학회가 주관하는 한국학세계학술대회가 629일부터 71일까지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가운데 30일 한국주민자치학회의 주민자치 기획세션 주민자치의 역사적 전통과 현대적 계승: 향약촌계 그리고 주민자치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이날 오후 130분 연세대 백양누리 IBK홀에서 진행된 주민자치 기획세션은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의 기조 강연 주민자치의 과거현재미래로 포문을 열었다.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의 정의와 조건, 원리를 제시한 후 향약, 촌계, 향회조규로 대표되는 전통시대 주민자치부터 새마을운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시범실시 주민자치회까지의 과정을 짚으며 과제와 방향을 제시했다.

전 회장은 행정안전부의 표준조례가 주민자치를 왜곡하여 주민자치회에 주민은 없고 위원만 있다. 회칙 제정권도 없고 회장 선출권도 없고 재정권도 없다. 심지어 주민자치회 설치, 운영을 외부단체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마치 조선시대 수령향약과 양반향약이 합쳐진 것과 같은 형국이라며 읍면동은 주민자치 하기에 면적도 넓고 인구도 많다. 통리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는 통리 주민자치회로 가야한다. 또 지역에 따라 주민자치회 형태는 다를 수 있어야 하는데 표준조례에는 딱 하나의 유형만 있다.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조선 때부터 내려오는 촌계, 주민자치의 전통과 토양 위에서 새마을운동까지 연구하면 매우 멋진 주민자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조선시대 향약촌계의 성격과 주민자치의 시사점

이어 본격적인 세션이 시작됐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1섹션은 조선시대 향약촌계의 성격과 주민자치의 시사점이라는 제목으로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가 발제를, 배수호 성균관대 교수, 차인배 연세대 연구교수, 채원호 가톨릭대 교수가 토톤을 맡았다.

박경하 교수는 발제에서 향약은 시행 주체, 대상, 목적, 지역이 다 다르고 명칭도 동일하진 않지만 이를 구분하면 향규 동계 주현향약 촌계 등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한 뒤 조선시대 지방행정 체계를 개략적으로 소개했다. 이중 향약은, 국왕-감사-수령으로 이어지는 관치적 행정계통과 구분되는, 재지사족 중심의 자치적 행정계통과 관련 된다.

조선시대 향약의 성격은 아래 표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박경하 교수는 촌계의 근대적 계승 사례로 칠곡의 관호동계를, 현대적 계승 사례로서 남원 입암향약과 장수 계남면 향약을 소개했다. 그는 또 워렌(Warren)의 지역사회 수행기능의 5가지 분석틀(경제활동/사회화/사회통제/사회참여/상호부조 기능)을 토대로 향약, 촌계를 분석해 주목을 끌기고 했다.

이에 따르면 첫째 생산·분배·소비의 기능(경제제도)은 촌계에서의 두레노동공동체의 기능과 마을 공유지의 공동 이용과 분배이며, 둘째 사회화의 기능(가족제도)은 향약 규정의 강독회를 통한 유교적 질서에 입각한 행동양식 교육이다. 셋째 사회통제의 기능(정치제도)은 향약의 4대 강목의 하나인 과실상규를 통한 교화와 상벌 시행이며, 네째로 사회통합의 기능(종교제도)은 촌계에서의 사신(축제) 공동체 기능을 통한 마을 구성원과의 일체감, 동질감 장치 역할, 그리고 다섯째 상부상조의 기능(사회복지제도)은 향약 핵심 규약인 환난상휼을 통한 일상생활에서의 혼상시 부조 등이다.

박경하 교수는 전통시대 공동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적, 의무적 덕목이다. 서구 이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전통시대의 향약에서 오늘의 주민자치에서의 공동체생활 규범과 도덕률을 유추할 수 있다. 촌계 구성의 자발성, 운영의 자율성, 의사결정의 민주성, 공유지 활용 재원 확보의 자립성, 강신례라는 주민총회 결산 등이다. 예의, 배려, 소통, 경제적 자립, 복지 등의 협동정신과 규정을 바탕으로 한 전통시대의 상부상조하던 향약공동체의 운영원리는 현대의 마을과 도시 공동체에서의 주민자치에서 재조명하여 정책적 시사점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유교적 전통을 계승하나 현시대적 내실이 부족한 향교, 향약의 자립과 협동정신을 계승하였으나 그 정체성 확보에 부심하고 있는 새마을회가 현대 주민자치의 정신적, 공동체 가치를 재생산하는데 협력하면 좋을 것이라고 발제를 마무리했다.

이에 채원호 교수는 조선시대 향약이나 관련 제도정책이 현대 주민자치와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는지에 관한 발표로 현대 주민자치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특히 조선 건국 이후 지방정치, 즉 중앙집권적 관인지배체제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 지방통제와 지방자치가 착종하는 역사적 맥락을 잘 설명해주셨다라며 다만 주현향약이 관 주도라는 면에서 보면 지방정부 섹터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자 했던 점에서 지방의회에 더 근접한 모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민선 회의체가 아니었던 점에서 현대의 지방의회로 보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차인배 교수는 19세기 동계 혹은 촌계의 조직과 실태, 그리고 운영 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라며 둑도동민폭행사건을 소개하고 이 조직의 성격과 함께 규약 내용 중 하나인 손도출동(損徒出洞)’에 대해 질의했다.

끝으로 배수호 교수는 주민자치에 관한 자료 및 정보 수집 및 종합적·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관리학제 간 협업과 공동 연구의 필요성의 강조하며 주민자치회단위를 마을 단위, 지역공동체 수준으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지역사회 단위에서 배타성, 폐쇄성과 개방성 간의 조화를 어떻게 일궈나갈 것인가에 대한 방안 모색을 제기했다.

한국 주민자치의 직접민주주의 의미와 과제

다음으로 진행된 2섹션은 최흥석 고려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 주민자치의 직접민주주의 의미와 과제발제를, 김찬동 충남대 교수, 강인호 조선대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가 토론에 나섰다.

조성호 위원은 발제에서 직접민주주의 이론적 검토, 1948년 건국이후 한국의 지방자치와 직접민주주의 발전과정을 분석하고, 한국의 주민자치제도와 직접민주주의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주민투표, 주민발안, 주민소환, 주민총회 등 직접민주주의 제도 중에서 직접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주민총회를 주요 분석대상으로 설정했다.

조 위원은 주민자치회의 직접민주주의 과제와 관련해 현행 주민자치회는 인구가 많고 면적이 큰 읍동 수준에 주민총회가 설치되어 주민참여를 통한 직접민주주의 구현이 어려운 실정으로 분석된다. 참고로 영국 등 선진국 주민자치기구의 주민총회 설치 단위는 약 1000명 이하의 마을 단위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주민자치회의 주민총회 설치 단위는 읍면동 수준이 아니라 통리 단위가 적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우리나라 주민자치회의 주민총회에 대한 바람직한 설치 단위를 제시하면, 통리를 기본단위로 하되 소생활권 및 주거형태를 고려하여 1000명 내외가 적절해 보인다라며 현행 읍동 인구 및 면적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RTM(Representative Town Meeting, 대표형 타운미팅) 형태의 주민총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 조성호 위원은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안은 주민자치회의 장(주민총회 의장)을 위원의 투표로 선출하지 않고 위원 중 호선함에 따라 주민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자치회장(주민총회 의장)을 주민총회에서 선출하도록 하여 주민 대표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주민총회가 주체적으로 자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입법권, 재정권 등의 자치권 확보가 필요하다. 또 주민총회가 읍면동 주민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주민총회의 설치 및 운영 관련 법률을 제정하여 법적 권한과 지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주민총회는 현실적으로 읍·동장과 대등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권한이 주민총회에 부여되어야 한다. 그리고 주민총회의 운영방안은 주민자치회의 규약에서 정하도록 하여 주민총회 운영의 자치권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조성호 위원은 주민자치회의 주민총회 모델 제시와 관련 주민 참여를 어렵게 하는 읍면동 단위 대신통리 단위 주민총회 설치를 강조하며 시군구 행정하부계층으로 행정복지센터만 있고, 지역공동체의 의사결정기구로는 주민총회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조성호 연구위원은 한국의 직접 민주주의는 주민투표/소환/발안, 주민총회, 주민자치회까지 외형적 틀은 다 갖췄다. 자치와 분권을 통해 실속을 다져나가면 된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직접민주주의인 주민발안/소환/투표에 있어서는 운영주체가 없다. 교묘하게 운영주체를 만들지 않았다. 이건 주민총회가 해야 한다. 미국 타운미팅, 스위스 게마인데, 영국 패리시에서는 모두 주민총회에서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주민총회를 방해하고 있다. 주민총회에서 뽑는 사람이 주민대표가 되어야 하는데 이를 단체장이 임명하고 주민자치회를 허수아비로 만들어놓았다.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먼저 김찬동 교수는 우리나라는 시군구 큰 규모에 작동될 수 없는 직접민주제를 덧입혀놓고 안주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주민총회는 결정권이 있는 입법조직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공론장, 회의체 정도로 만들어놨다. 근린정부가 만들어져야 제대로 된 주민자치가 될 텐데 우리는 여전히 행정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주민자치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인호 교수는 주민자치에 대한 개념화가 필요하듯이 주민총회에 대한 개념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발제에서의 주민총회는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방정부 기관구성 형태의 하나인 ‘Town Meeting’(현재 미국의 일반목적 지방정부 중 4.9%가 채택하고 있음)으로 자치정부이다. 발제자는 자치정부로서의 주민총회(미국의 타운미팅과 스위스 게마인데)와 자치기구로서의 주민총회(영국 그리고 한국)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하고 발제에서 강조하는 내용의 기본 전제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한다. 그러나 마을 자치가 내실 있고, 성숙해지려면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어메니티(amenity) 확보와 마을 주민들이 자치 공동체가 본인들과 지역의 삶을 윤택하게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제도적 기제라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주민(시민)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제도 자체도 중요하지만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자치와 분권에 대한 인식 제고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학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제시했다.

박정수 교수는 조선의 촌계는 전제주의 시대에 통치가 미치지 못한 부분을 채워준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현재는 형식적 민주주의인데 과연 제대로 민주주의가 되고 있는가? 단체장, 교육감까지도 직선으로 뽑지만 과연 내가 스스로 의사결정해서 뭔가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까? 이건 전혀 만족스런 수준이 아닐 것이다. 지방정부는 내게는 너무 멀다. 그렇다면 통리 주민자치, 지방정부의 수준을 내리는 것은 만족감이나 참여수준이 높아질 것 같긴 한데 그 많은 계층들, 즉 통리, 읍면동, 시군구가 다 자치를 하면 이 간극들은 어떻게 메울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조선은 민주주의를 안했던 시대이고 타운미팅, 풀뿌리 지방정부 형태는 우리가 한 번도 안 해봤던 형태다. 과연 우리가 이걸 원하나? 우리가 해본 건 이제까지 독재, 권위주의 시대에 있다가 단체자치를 하고 있는데 민주주의에 대한 만족도, 책임의식의 진전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절충안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이어 박 교수는 주민자치, 직접민주주의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는 보다 나은 거버넌스를 마련하려는 제도적 혁신 노력과 함께 시민의식을 제고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우리의 사회적 자본인 신뢰수준이 미흡하기는 하지만 보다 주민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자치단위의 확산을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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