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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권력구조·정당법 규제…주민자치정당 실효성 저해요소 극복 가능할까?[연구세미나72-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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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권력구조·정당법 규제…주민자치정당 실효성 저해요소 극복 가능할까?[연구세미나72-②]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7.05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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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주민자치와 정치, 그리고 ‘주민자치정당(local party)'

지역정당으로서 주민자치정당의 실효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펼쳐졌다. 한국주민자치학회는 74주민자치와 정치, 그리고 주민자치정당(local party)'를 주제로 제72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중앙대학교 백주년기념관 9층에서 개최했다. 이현출 건국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번 세미나에서 윤왕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교수가 발제를 했고,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가 지정 토론에 참여했다.

윤왕희 교수의 발제가 마무리된 후 채진원 교수의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채 교수는 발제자는 주민자치를 진전시키기 위해 20여 년 동안 제기된 지역정당(local party) 개념을 중앙정치와 지역주의 정치행태에서 벗어나는 주민자치정당으로 바꿔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리고 전국단위선거에 개입하는 전국정당과 다른 지역단위선거에만 개입하는 주민자치정당이 실질화 되기 위해서 통리읍면동시도단위까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발제자는 지방자치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라는 명제 하에 로컬선거단위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것은 정치적인 것’(the political)을 배제하는 반정치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로컬정당의 허용을 제기하는 것은 직접민주주의를 인정하되 그 한계를 대의민주주의로 보완하자는 기본적인 가정도 포함하고 있다라며 발제자의 이런 접근, 기존의 로컬정당개념을 주민자치정당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것은 진전된 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권력구조의 측면을 간과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나이브한 측면이 있고 이런 측면이 약점으로 보완되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존 거대 권력구조 해체약화 없이 지역정당 정립 가능?

 

이어 채진원 교수는 현재 주민자치회를 관치화하고 있는 단체자치 중심의 권력구조, 그리고 지역구 국회의원의 지방선거단위 공천개입을 통한 중앙권력의 지방정치 종속구조를 너무 쉽게 낙관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가정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주민자치정당이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란 낙관주의적 시각도 마찬가지라며 지나친 비관주의도 금물이겠지만 지나친 낙관주의도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전국정당과 다른 지역정당의 이름을 로컬파티에서 주민자치정당으로 부른다고 해서 이러한 권력구조가 해체되거나 약화된다고 보는 것은 나이브한 접근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 권력의 속성상, 한국정치는 그동안 중앙정치, 지방정치, 주민정치가 따로 구분되어 작동하지 않았다. 당연히 전국정당과 구분되는 지역정당의 속성을 따로 정립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국정당과 지역정당을 따로 구분하겠다는 접근은 권력의 작동 메카니즘을 누락한 애매하고 추상적인 개념적 접근이라고 보인다. 결국 지방정치와 지방의 권력구조를 지배하고 있는 중앙정치와 중앙권력의 속성이 근본적으로 해체되거나 약화되지 않고서는 로컬단위에서의 권력구조의 속성이 바뀔 수 없다. 중앙정치가 통리단위부터 읍면동, 시군구단위 이상의 지방의원, 단체장, 광역단체장들까지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쟁구도로 예견되는 로컬정당의 허용문제는 기존의 기득권적 속성과 권력의 역학구도상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중앙정치의 권력구조에 맞서는 로컬정당 세력의 혁명적 계기가 없이는 로컬정당 허용의 문제는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현재와 같은 중앙집중적 권력구조가 작동하는 조건하에서 로컬선거단위에서의 주민자치정당주민자치회의 경쟁구도는 평화롭거나 협력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계속해서 채진원 교수는 권력구조를 변경하는 헌법개정 없이는 주민자치권을 보장받는 것은 대륙법의 성향이 강한 우리 헌법에서는 불가능하게 보인다. 주민자치회는 해당 지역 주민의 직접적인 참여와 위원들의 주민직선제 선출대신에 단체장과 동장에 통제받는 위원 중심으로 되어 운영되고 있는 권력구조에서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되는 지역정당의 허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그 결과도 낙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만약 지역정당이 허용되더라도, 지역정당의 효과는 긍정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며 로컬정당이 허용된 나라들의 경로상 특성을 볼 때, 우리나라는 중앙권력의 해체나 약화 속 주민자치 활성화가 우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것은 결국 중앙정부가 지방권력을 통제하는 주민에게 지배적이냐 아니면 비지배적이냐의 정치의 속성을 결정하는 권력의 속성 즉, 권력구조의 성격과 깊은 상관성이 있는 만큼, 대안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권력구조의 속성이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가의 문제와 연관된다. 주민자치 선진국과의 비교연구를 통해 그 차이를 찾고, 차이의 원인을 제거하여 차이를 줄이는 경로와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짚었다.

 

주민자치회 실질화가 우선돼야

 

다음으로 채 교수는 자생성이 강한 주민자치의 형성방향과 방법을 논하기 위해서는 방법론적으로 우선 주민자치의 선진국의 권력구조와 정치문화 및 정당문화를 한국과 비교하여 그 차이를 만드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한국 주민자치의 본질적 속성이 형성되거나 자라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 선진국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들에 주목해야 한다라며 주민자치를 방해하는 원인진단에 대한 처방과 관련해서는 전략적 실천이 필요하다. 전략적으로 급진적 접근점진적 접근여부 그리고 집중과 선택전술과 투 트랙전술(위로부터 해체, 아래로부터 주민자치회 활성화) 여부의 문제를 판단하고 선택하여 정책노선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그는 개인적으로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 반대라는 국민여론이 많다는 점을 볼 때, 주민자치정당의 허용보다 중앙권력의 해체/약화시키는 주민자치회의 실질화가 더 우선이라고 본다. 물론 중앙권력의 해체/약화시키기 위해서는 중앙당의 각급선거 공천방식을 주민들이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주민배심원제오픈 프라이머리의 확대를 통해 중앙당 및 중앙당 공천이 없는 정당체제인 미국식 원내정당체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런 조건하에서 각급 지방선거의 공천을 정당공천이 아닌 주민들이 통제할 수 있도록 미국처럼 정당비공천(non-partisan)/비정당 선거제(non-partisanship election)’ 방식이나 오픈 프라이머리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자유토론에서 황도수 건국대 교수는 주장이 선명한 좋은 발제였다. 쟁점의 출발, 문제의식은 같이하는데 그 내용에 있어서는 반대 입장이다. 발제자는 지방정치, 행정에 대해 간접민주제를 전제를 하고 이를 소통하는 매개체로서 정당을 고려하고 있고 그러므로 주민자치정당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와 다른 해결책으로 지방에 인구도 적으로 직접민주주의로 가자고 할 수도 있다라며 중앙정당이 지방 끝까지 지배하는 상황에서 지방 문제를 과연 정당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정당 성립도 어렵지만 만든다 해도 시민단체 수준으로 의견 모으는 정도나 활성화 지원 역할 정도가 되지 않을까? 정당은 정치적 결사체로서 지속성, 안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주민자치정당의 전망은 무엇인가? 지방에서 지속적인 쟁점을 가지고 등장할 수 있는 정치적 결사체가 가능한가? 결집하기 어렵고 그렇다면 지속성도 어렵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황도수 교수는 오히려 주민들 스스로 내가 주인이고 주권자니까 국가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 작은 지역은 직접 내가 나서겠다고 해야 한다. 주민소환, 발안, 투표제는 국민들이 관심이 없어서 안되는 게 아니고 그걸 하기 힘들고 어렵게 법률을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혹시 진단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지방정당 보다는 직접민주제를 본격적으로 제대로 구현하자고 국회에 요구해야할 것 같다. ‘기회의 창이라고 표현하신 지방자치법 4조는 칭찬할 만한 게 아닌 것 같다. 법은 결정하는 것인데 결정은 안하고 국민들에게 쇼를 한 것처럼 보인다. 토론하면서 더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 찾아가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임중범 향약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제에서 지역정당을 주민자치정당으로 명명할 것을 제안하셨는데 지역정당이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고 권력과 무관한 생활정당의 성격을 띠고 있어 주민자치에 적절하다 볼 수 있다. 일부지역에 지역정당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 법이 지역정당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헌법소원도 진행되고 있는데 각 지역당들이 명칭변경을 받아줄까라는 의문도 들고, 지역정당 흡수하는 형태가 아니라 아예 전국단위 정당 성격을 띤 주민자치정당을 만드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정치구조 개혁-아래로부터의 활성화 노력 둘 다 병행돼야

김필두 건국대 겸임교수는 발제에서 조례를 통해 지자체 내에 정당을 만든다 했는데 지방자치법은 상위법 범위 안에서 조례 제정이 가능해 현실적으로는 정당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조례로 지역정당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 왜 지역정당을 만들려고 할까? 지나친 권력 독점을 바꿔보자, 지역에서도 지역 목소리를 내보자는 의미일 것이다. 중앙권력 약화 내지는 해체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당법이 없어져야 한다라며 주민자치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 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정당이 필요하다고 본다. 단순히 함께 모여 의논하는 차원이 아니고 실제로 의회, 집행부에도 참여할 수 있는, 주민들 목소리를 확실히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좌장인 이현출 교수는 지역정당, 대안정당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고 대변하는 방식에는 세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첫째 기존 대의기구를 통해 의사결정 하는 방법, 둘째 직접민주주의 즉 읍면동장 직선제 등 주민이 의사결정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방법, 그리고 절충형으로 주민자치회가 매우 활성화돼 회장이 직선에 의해 선발되면 시군구의회에 주민자치회장을 상원격으로 참여하게 하는 제도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되면 다양한 민주주의모델이 구현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윤왕희 교수는 여러 좋은 의견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특히 채진원 교수님, 깊이 있게 읽어주시고 좋은 지적을 많이 해주셨다. 기본전제가 되는 권력구조 문제를 깊이 봐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지금 현재 중앙정치 권력구조를 변화시킬 실질적 전략이 없는 상태에서 지방정당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주셨는데 저도 바꿔서 질문을 드리고 싶다. 우리나라 정당구조는 미국과 확연히 다르다. 미국은 당원 개념이 없고 사실상 중앙조직이 없는 상태라 비정당공천, 오픈프라이머리가 가능할 것 같다. 근데 우리나라는 정당차원의 권력구조가 그대로인 중앙집권적 구조에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등을 통해 중앙당 집중 권력구조를 바꿔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신 건 아닐까? 저는 중앙 권력구조는 바뀌지 않았지만 아래로부터 먼저 움직임을 만들어서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변화로 중앙정당들을 대체한다는 궁극적 목표를 가지고 있고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 더욱 깊게 더 고민하고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는 주민자치정당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갈등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논의를 함으로써 주민들의 의사반영을 정치에서 해야 하지 않겠나. 이런 논리의 확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배귀희 숭실대 교수는 발제 내용에 기본적으로 공감하는 바가 크다. 지역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는 자기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기관구성 다양화에 대해 지방자치법에서 허용하는 게 기회의 창인 것도 맞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상황에서 활성화 방안은 무엇일까? 기초의원, 단체장에 대한 정당 공천제 폐지에 공감하지만 과연 정치인들이 이걸 놓을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복잡하게 맞물려있는 부분이 있어서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선거구제 개편 등 선거제도를 깊이 다루면 어떨까? 이게 단초가 되어 지방의 이슈가 중앙정치 이슈보다 더 크게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집중하면 지역색이 훨씬 완화되고 지역 목소리, 정치적 이슈,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 주민 주도의 지방자치도 지금보다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은 주민자치에서 자치, 정치, 이 두 기능을 고민한 적이 있다. 정치로 할 수 없는 부분을 자치로는 할 수 있다 생각한다. 정치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충분히 수행할 수 있어 그 가치가 높다고 생각했다. 시장, 정치가 할 수 없는 일을 자치가 해야 하고 이 영역이 주민자치의 고유성이 도리 것이다. 자치는 정치를 균형 잡아 주는 균형추 역할 더 중요할 것 같다. 잘못 가는 정치를 바로잡아야지 직접 뛰어들면 힘들지 않을까 한다. 현재는 정치에 의해 주민자치가 눌려 있다고 봐야 한다. 정치중립을 시키려면 아예 엄격하게 하거나 그렇지않으면 아예 풀어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본다. 정치 안에 함몰돼 있는 주민자치를 어떻게 구해야 할지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사진=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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