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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실질화 위해선 탈정치-탈행정화 우선돼야” 2023 한국지방자치학회 학술대회 기조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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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실질화 위해선 탈정치-탈행정화 우선돼야” 2023 한국지방자치학회 학술대회 기조강연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3.08.18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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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국지방자치학회 하계국제학술대회 특별세션에 전상직 중앙회장 기조강연 나서

주민자치는 결국 주민들이 하는 것이다. 정치나 행정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탈정치화, 탈행정화가 우선되어야 제대로 된 주민자치가 실현될 수 있다

817일 전라남도 순천시 순천대학교에서 열린 2023년 한국지방자치학회 하계국제학술대회에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기조강연을 통해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구현시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에 대해 강력하게 역설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주민자치가 처한 현실을 통찰해 굵직한 화두를 짚어낸 전 회장의 기조강연을 지상중계한다.

 

읍면동 민주화 사각지대, 주민자치 식민지와 같아

주민자치는 민주제다. 시도, 시군구에서는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직선하는 간접민주제와 주민투표발안 및 소환 등 직접민주제가 병행되고 있다. 그러나 읍면동장은 주민이 직선하지 않고 행정이 임명한다. 따라서 읍면동은 직접은 물론 간접민주제마저 부재된 민주주의 사각지대이고 주민자치 식민지와 같다.

지방자치는 선진국일수록 주민에 의한 주민자치가 발전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민자치를 국가가 통치하는 현실이다. 읍면동이 민주화되기 위해서는 지역 문제를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 체계가 바로 주민자치이고, 이를 위한 조직이 주민자치회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주민자치 본질?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것

주민자치의 본질은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것이다. 단 이것을 혼자 하면 개인자치, 관료가 하면 행정, 시민단체가 하면 운동이다. 따라서 주민 모두 함께 해야 주민자치가 완성된다.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일 중 국가나 지자체장, 시민단체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바로 마을과 생활 차원의 문제를 다루는 영역이다. 이를 해결하는 게 주민자치다. 따라서 제대로 된 주민자치는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행정의 간섭 없는 지원으로 실현될 수 있다.

 

지원하되 간섭 않는 게 행정의 역할

주민자치는 주민이 마을의 생활관계를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읍면동 주민총회라는 최고결정기관이 규약을 제개정하고 회장 및 감사를 직접 선출하며, 주민자치회 사업과 예산 역시 직접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자치회의 원리를 알아야 한다. 주민자치는 기본적으로 인간 존엄성에 기초를 두고 공동선-연대성-보조성으로 구성된다. 이를 토대로 분권과 자치 아래 주민이 구역을 마을로 승인하는 자발성, 주민이 주민을 이웃으로 승인하는 자주성, 주민이 마을의 일을 나의 일로 승인하는 자율성이 필요충분조건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주민자치 정책은 명백한 자치와 분권에 기반 해야 한다. 주민이 주민자치 할 수 있는 동기가 생기도록 행정은 지원해야 한다. 주민이 자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역시 읍면동장의 일이다.

주민 없는 자치회가 있을 수 없듯이 정부 없는 자치회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주민자치 정책은 여전히 부재되어 있다. 현 상황에서는 행정은 충분히 지원하되 간섭 말고 주민이 자치할 수 있도록 인내해야 한다.

 

주민 없애고 위원만 남긴 시범실시 주민자치회

문재인 정부의 시범실시 주민자치회는 철저히 실패했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조 주민자치회 설치에 관해 풀뿌리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을 행정안전부 시범실시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에서는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란 문구를 삭제해 버렸다.

이로 인해 주민자치회의 회칙 제정권은 박탈되어 시군구 조례에 묶여 관치화된 것이다. 주민자치회장 선출권도 박탈되고 공개추첨으로 무력화시켰다. 재정권 역시 빼앗아 시군구 예산에 의지하게끔 예속화 시켜 버렸다. 결국 지금의 주민자치회는 주민 아닌 소수의 위원만으로 구성된 기형적 구조다.

특히 주민자치위원마저도 단체장이 위촉하게 되어 있다. 주민 없는 자치회에서 결국 소수의 위원이 전부일 수밖에 없다. 행안부의 표준조례 개정안은 더 가관이다. 읍면동장이 위원선정위원회 권한을 가지고 주민자치위원 선정을 좌지우지하게끔 되어 있다. 심지어 수직적 관계에 있는 이통장까지 선정위원회의 당연직위원으로 둘 수 있다. 문제가 심각하다.

 

시민단체, 중간지원조직으로 주민자치 발판 삼아 몸집 키워

한편, 행정과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 관변단체는 중간지원조직이라는 미명 아래 주민자치회를 지배하고 주민자치회의 정당한 권리를 말살시키고 있다. 얼마 전 폐지된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이 대표적 증거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마을자치지원센터, 동자치지원관 등 중간지원조직을 내세워 주민자치 경험이 전무한 시민단체에 정책부터 행정까지 포괄적으로 위탁해 버린 것이다. 이런 작태는 조선시대에 실패했던 주민자치인 수령향약, 양반향약과 다를 게 없다.

 

우리 역사 속 돋보이는 주민자치, 촌계·향회조규

실록을 찾아보면 우리 역사에도 훌륭한 주민자치가 많다. 조선시대 수령과 재지사족은 분권이 되었다. 그러나 양반과 상민 간에는 분권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양반끼리 한 향약은 성공했다. 하지만 양반과 상민이 한 향약이나 양반과 수령, 상민이 함께 한 향약은 모두 실패했다. , 기층민들끼리 함께 한 촌계는 성공했다. 바로 우리나라 주민자치 원형인 것이다.

대한제국에 들어와서는 1895년 유길준 선생이 향회조규를 만들어 소향회, 중향회, 대향회를 구성했다. 소향회는 리에 설치되어 매 호 대표가 모여 회장 선거를 하고 중향회는 면에 두어 소향회에서 회장 1, 대의원 2명 등 3명이 모여 면회를 구성한다. 여기서 또 다시 3명이 모여 군회인 대향회를 구성하는 합리적 구조였다.

그러나 일제가 말살해 연결고리가 끊어져 버렸다. 읍면에 공무원을 읍면장으로 배치하고 주재소까지 설치, 주민자치 조직을 전면 행정조직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조선 사회를 파괴해 수탈이 용이한 조직으로 재구성해 버렸다. 따라서 현재 읍면동과 통리를 공무원이 관리하는 것은 일제의 잔재이자 식민지와 같은 현실이다.

 

읍면동은 협치, 통리는 자치하는 이중구조 주민자치회

읍면동 주민자치는 인구 규모나 면적 범위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리 단위 자치가 가능하다. 따라서 이중구조로 만드는 게 맞다. 그러나 행안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한 것은 정책적 오류다. 한국 읍면동은 대다수가 자치단체에 가까운 큰 규모다. 인구도 무보수 명예직의 비상근 주민자치회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며, 면적에서도 생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주민자치회를 통리 계층에 설치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기존의 행정 보조기능을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면 주민자치 실질화를 앞당길 수 있다. 이중구조 주민자치회는 지역이나 주민을 대표하는 자치기능, 자치단체와 협력하는 협치기능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자치기능을 통리에 두고, 협치기능을 읍면동에 두는 이중구조로 주민자치회 설계가 충분히 가능하다.

 

9월부터 대학서 주민자치학 개설...주민자치 체계 구축 위한 치열한 연구할터

주민자치회는 사회적자본 형성, 사회서비스 공급, 주민목소리 대변 등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 그런데 이런 사업을 지금의 주민자치회는 상상조차 못하고 있다. 행정 서비스와 시민운동과는 전혀 다른 것이 주민자치다. 주민자치위원을 지역의 봉사자라고 여기는데 이는 행정에 봉사하는 것이고, 시민운동에 협조하는 것일 뿐이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주민자치 영역에서의 봉사가 필요하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회 회원총회에서 만들어 운영하고 주민자치사업은 시군구가 지원하는 형태로 간다면 성공적인 주민자치 체계가 만들어 질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연구는 여전히 빈약한 현실이다. 보다 치열하고 심도 깊은 연구가 있어야 한다. 이에 9월부터 서울대, 중앙대 등에 주민자치학과가 개설되어 주민자치 현장과 이론을 결합시킨 탄탄한 주민자치 연구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 주민자치 실질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

 

진정한 지방분권, 지방자치 시대 열어가자

한편, 특별세션이 끝난 후 개회식이 열렸다.

전광섭 한국지방자치학회장
전광섭 한국지방자치학회장

 

전광섭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개회사에서 한국지방자치학회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충실히 실천하고 있는데, 여야를 막론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을 부회장으로 모시고 있다라며 자치분권과 국가의 균형발전에 대한 학회 차원에서 오래 연구해 왔다. 지방소멸 등 지역의 문제가 참으로 어려운 부문이다. 단차원적으로 해결할 게 아니라 오랜 시간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지방시대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 어느 때 보다 중앙과 지방의 협력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노관규 순천시장
노관규 순천시장

 

노관규 순천시장은 환영사에서 한국지방자치학회 하계학술대회를 순천에서 개최하게 된 점 영광으로 생각한다. 11년 만에 지방자치 현장에 복귀했는데 중앙정부의 권한이 여전히 지방 보다 크고 강력하다는 것을 느낀다라며 이제 국가 시스템을 돌아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학술대회가 중앙과 지방이 합께 협력해 보다 발전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축사를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가 시혜와 애걸의 관계로 설정되어 있다. 문제가 크다. 지금 보다 시스템적으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자세부터 바뀌어야 한다. 모든 정책에 지자체가 협력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오늘 학회가 그러한 방안을 찾는 소중한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이정현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

 

이정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은 우리 몸에 여러 장기가 있는데 콩팥이라는 작은 장기지만 아픈데 내버려 두면 죽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 지방이 지금 그럼 현실이다. 수도권에 인력, 경제력, 자본력 모든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다.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라며 이를 인정해야 한다. 국가를 대개조한다는 심정으로 바꿔야 한다. 지방자치를 연구하고 공부해 온 많은 학자들이 순천에 모이셨다. 이제는 지방정부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 국방을 제외한 모든 것을 지방으로 내려 보내는 개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상민 국회의원

 

이상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구을)지혜와 에너지를 모으는 뜻 깊은 학술대회가 열리게 된 점 기쁘게 생각하다. 중앙과 지방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간 관계 설정도 부족한 면이 많다라며 중앙정치는 과다하게 포화 상태다. 그런데도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다.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지방정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혁명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저 역시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행안부, 시범실시 주민자치회 전면 폐지하고 통리-읍면동 이중구조 주민자치회 설치해야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2006년 한국주민자치학회를 창립하고 2012년 한국주민자치중앙회를 창립해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대통령이 여섯 번 바뀌는 과정에서 주민자치는 조금의 진전도 없는 현실이라며 주민자치는 주민이 자치회 회원총회의 결의로 주민자치회를 창립하고 주민 스스로 규약을 만들고 대표를 선출하며 정치인이나 행정 관료의 간섭 없이 자치를 하는 것이라고 축사의 서두를 열었다.

이어서 그러나 진보는 정치적으로 주민자치를 장악해 주민을 악용했고 보수는 주민자치를 행정의 처분에 맡겨서 주민을 억압했다. 주민자치가 정치적으로 위협이 된다면 정치권은 허용하지 않는다. 행정에도 위협되면 행정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민자치의 본질은 주민들의 자치라는데 있다. 그런데 현 제도는 정치와 행정 안에 편입되어 있어 주민자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번 정부에서 이 딜레마를 풀어 줄 것을 당부했는데 그러지 못해 참으로 아쉽다라고 말했다.

전 회장은 또 행정안전부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에서 지방분권균형발전법 제40조에 분명히 못 박아 둔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는 규정을 무시하면서 주민자치회를 주민 아닌 소수 위원으로 구성하는 변칙을 저지르고 있다제가 분노하는 지점은 행안부가 고의적으로 저지른 잘못에 대해 주민자치회를 떡 주무르듯 하던 시민운동가도 주민자치에 대해 가르치는 학자들도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두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특히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자칫 정치화와 행정화가 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주민자치회는 먼저 탈정치화를 해야 제도적으로 안심할 수 있고 탈행정화를 해야 비로소 주민이 자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통리에는 주민총회형 주민자치회를 두어 주민이 마음 놓고 자치하도록 하고 읍면동에는 협의회형 주민자치회를 두어 필요한 협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전 회장은 행안부는 문재인 정부의 표준조례로 실시하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를 즉각 폐지하고 통리에는 주민총회형 자치회를, 읍면동에는 협의회형 주민자치회를 두되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시범실시 주민자치회를 지방분권균형발전법 제40조의 시행규칙으로 명확히 규정할 것을 제안한다라며 아울러 주민자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를 학문적으로 정립해 9월부터 6개 대학에서 강의를 개설한다. 내년에는 광역시도마다 거점 대학에 주민자치학 과목이 개설되어 학자에게는 연구의 기회를, 학생에게는 학습의 기회를, 전국 10만 주민자치위원에게는 교육의 기회가 되도록 할 것이다. 주민이 가진 모든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어 대한민국이 진정한 주민자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도움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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