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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기분 좋게 동네주민 등치는(?)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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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기분 좋게 동네주민 등치는(?) 리더십"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8.24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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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군 2023 지역아카데미 ‘주민자치회 활성화 추진전략’ 전상직 회장 특강

"주민자치는 기분 좋게 동네주민을 등치는 리더십이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 겸 중앙대 특임교수가 정선군민을 대상으로 주민자치 강의를 펼쳤다. 이날 강의는 정선군이 마련한 2023지역아카데미 주민자치회 활성화 추진전략한 달 간의 교육 중 두 번째 시간으로 23일 정선군 사북읍 소재 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 교육실에서 열렸다.

이날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의 의미와 현재 주민자치(회)를 둘러싼 현실, 우리 조상들의 주민자치 전통과 앞으로 주민자치회가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먼저 전 회장은 "정선군수, 정선군 의원들 모두 다 군민들이 뽑는데 정작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읍장, 동장들은 직선하지 못한다. 읍은 민주주의의 장이 아니라 식민지다. 읍면장을 뽑지 않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기막힌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잘못된 제도를 지적하는 학자, 전문가들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오로지 저만 외롭게 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실을 개탄했다.

계속해서 그는 "읍면동장을 주민들이 뽑고 마을일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게 된다면 주민자치회는 따로 없어도 된다. 그 자체로 주민자치가 민주적으로 잘 될 것이다. 근데 우리는 주민자치회가 있어도 주민자치가 제대로 안되는 답답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잘 살고 잘 먹고 잘 놀게 하는 것이다. 이를 혼자하면 개인자치, 관료들이 하면 관료행정, 주민들이 함꼐 해야 비로소 주민자치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함께'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핵심이다"라며 "우리나라는 전통사회에서 이미 주민자치를 멋지게 했던 경험이 있다. 향약과 촌계, 그리고 1895년 향회조규라는 매우 훌륭한 법도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이 내가 사는 읍면동을 내 마을로 승인하고, 같이 사는 주민을 내 이웃으로 승인하고, 마을 일을 내 일로 승인해야 주민자치가 된다. 어떻게 하면 주민들을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쉽고 쉬운 것 같으면서도 매우 어려운 게 주민자치이다. 공무원들이 조금만 더 주민자치에 대해 알고 물러설 때 물러서주고, 단체장이 좀 더 주민자치를 알고 밀어주면 되는데 이걸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회장은 또 "일본에선 주민자치회가 잘 운영되고 있는데 회장들에게 주민자치회의 역할을 물었더니 52%가 가장 중요한 일로 주민들이 친목하도록 만드는 것을 꼽았다. 주민들이 상호소통하고 친하게 지낼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을 하게 하는 건 그 다음이다. 먼저 주민들이 친분이 생긴 후에 그 친분을 가지로 일을 하는 것이다. 친하지 않은 주민들을 일꾼으로 부려먹는 것? 말로 안 된다. 주민자치회의 두 번째로 중요한 역할은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회가 이런 역할을 하고 회장이 열심히 자기 역할을 하는 게 마땅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주민자치회장이 열심히 일을 하면 공무원도, 지방의원도 자기 일을 뺏겼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 또 답답한 것은 주민'자치'회인데 스스로 회칙, 규정을 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민자치조례를 지방의회에서 정한다. 주민자치회는 예산을 직접 받지도 못한다. 물론 자치회, 위원들 자체의 역량 부족 문제도 있다. 공무원에게 의존하는 경향,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주민자치 조례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행정안전부 표준조례를 거의 그대로 적용해 '주민자치회에 주민이 없는' 현실에 대해 전상직 회장은 날카롭게 비판했다. 또 외부기관에 주민자치회의 설립과 운영을 위탁할 수 있게 한 조항에 대해서도 강력한 시정을 요구했다.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회에서 어떤 사업을 해야할까?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틀에 박힌, 늘 해오던 행사가 아니라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업을 얼마든지 발굴할 수 있다. 매월 새로 전입한 주민들을 초청해 기존 주민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할 수도 있고 아이들, 온가족이 즐거워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도 가능하다. 또 주민자치회의 긍지,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매우 중요한 사업으로는 선거를 앞두고 '단체장, 지방의원 후보자 초청 주민자치 토론회'도 개최할 수 있다. 이건 꼭 기획해보시길 추천한다. 주최는 언론사가 해야하는데 월간 주민자치 발행인인 제가 얼마든지 도와드릴 수 있다. 누가 주민자치에 대해 관심이 있고 잘 할 수 있는 후보인지 조목조목 질의할 수 있는 자리다"라고 제시했다. 

끝으로 전 회장은 "중앙회장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한정되어 있어서 송구스럽지만 최대한 마음껏 중앙회를 활용하시길 당부드린다. 마음 놓고 이용해주시길 바란다. 아울러 주민자치회, 위원장들은 동네의 부유한 분들, 재능이 많은 분들, 그리고 시간이 많은 분들에게 각각 돈과 재능, 시간을 훔쳐서(웃음) 일하게 만드는 게 역할이다. 주민들을 기분좋게 등치는 것, 주민자치는 기분 좋게 주민을 등치는 리더십이다(웃음). 동네 아이들이 여러분들을 봤을 때 '나도 커서 저 분처럼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마을의 멋진 어른이 되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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