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55 (금)
중세 암흑기서 어떻게 '자유와 자치정신' '보충보완성' '인민주권'이 발아될 수 있었을까?[연구세미나75]
상태바
중세 암흑기서 어떻게 '자유와 자치정신' '보충보완성' '인민주권'이 발아될 수 있었을까?[연구세미나75]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9.08 1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75회 이관춘 교수 ‘주민자치의 철학-중세 시민자치의 역사와 기독교사상’

주민자치의 이론과 사상, 철학적 배경을 고찰해보는 흔치않은 시간이 마련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주민자치학회는 97주민자치의 철학-중세 시민자치의 역사와 기독교사상을 주제로 제75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중앙대학교 법학관에서 개최했다. 이민희 평택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번 세미나에서는 지난 시간에 이어 이관춘 연세대 객원교수가 발제자로, 김성민 건국대 명예교수와 이현출 건국대 교수가 지정 토론자로 나섰다.

발제를 맡은 교육철학자 이관춘 교수는 지난 발제와 같이 일본 학자 토시유키 오타키(Toshiyuki Otaki)의 저서 <서양고대중세자치론-시민자치의 역사사상과 철학>의 내용을 중심으로 서양 중세의 자치론과 사상을 발표했다.

 

도시주민이 어떻게 자치권을 획득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중세도시 성격 파악이 중요

먼저 중세 시민자치의 역사와 배경에서 고대 이후 도시시민자치의 변천에 대해 발제자는 로마공화국의 멸망과 함께 소멸된 인민의 지배 중세 후반(11c 이후)의 도시자치 부흥: 소수의 특권적, 폐쇄적 단체자치 중세 봉건사회: 봉건제는 고도로 지방 분권화된 사회정치체계로 그 특징을 정리했다.

다음으로 중세 도시의 자치와 시민관련해 이관춘 교수는 이탈리아 자치 도시, 코무네(Comune)은 자유(libertas)의 정신으로 발달했다. 12c 중세 이탈리아는 기독교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남부의 노르만 왕국과 북부의 코무네였다. 둘 다 혁신적이며 오랜 기간 사회 경제적, 정치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이곳에서는 자신들의 생활을 다루는 법과 결정에 대해 시민들의 대략적인 참여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발제에 따르면, 프랑스 중세도시의 3가지 유형은 코뮌’ ‘콩슐라’ ‘프랑시스였다. 이중 코뮌은 주로 북프랑스에 분포된 도시로 정치적 자치권을 획득한 진정한 자치 도시라 할만 했다. 코뮌의 개념은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등에 존재하는 말단 지방행정구이며 서약을 기초로 한 결사의 의미가 있다. 서약단체로서의 코뮌은 도시귀족의 지배를 배제하고 도시의 안전과 질서를 자치적으로 유지하여 상공업 발전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왕이나 제후의 간섭이나 부당한 과세에 반대, 왕이나 제후의 인가를 받아 독자적인 시장 및 시의원을 선출해 자체적인 행정기구를 구성했다.

이 교수는 코뮌(Commune)의 어원상 사전적 의미는 공동생활을 하는 집단, 공동체이며 서유럽 일부지역, 특히 쾰른에서 발달했다. 코뮌운동은 서약(선서)공동체 결성을 통한 도시 영주 저항운동으로 이 같은 선서공동체의 형성은 하나의 혁명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는 곧 도시 자치기관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즉 중세도시는 영주의 예속민이 농촌으로부터 유입되어 성장한 것이며, 도시주민이 어떻게 자치권을 획득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중세도시 성격 파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이관춘 교수는 “11세기 마지막 2-3년 간 주민의 자치를 요구하는 운동이 다양한 도시에서 발생했다. 이 코뮌 운동의 배경은 시민의 경제력과 자의식의 각성 봉건사회 지배계급을 갈라놓은 서임권 투쟁이다. 단 이 운동이 반드시 혁명적 투쟁은 아니었으며 비교적 평화로운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코뮌 운동은 주어진 테두리 내에서의 최대한의 자치를 목표로 했다. 그러므로 부분적으로만 반봉건적이었을 뿐 반봉건이 원칙은 아니었다. 12세기 이후 자치권 획득 운동이 코뮌 형태로 유럽 각지에 출현한 역사적 사실은 주목할 점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중세 기독교 사상정치철학과 자치에서 먼저 기독교와 통치자치 사상이 발표됐다. 발제에 따르면 중세의 근간은 기독교와 봉건제로서 정치사상과 기독교사상의 큰 특징으로 전체적 관점의 중시: 사물이나 인간의 여러 활동을 결정하는 규범의 세분화 부재 인간과 정치 이해: 인간을 세계, 동료, 신과의 관계 vs 정치를 종교의 종속적 부문으로 인식 중세의 정치사상: 기독교사상과 일체화되거나 융합된 정치사상 존재자치에 영향 인간에서 개인으로: 고대 그리스 로마 폴리스의 인간기독교의 개인의 관심 정교일치에서 분리로: 고대-종교와 국가는 사람의 것그리스도: 종교를 정치에서 분리 등이다.

 

기독교, 역설적으로 새로운 정치사상, 개념의 원천 제공

 

이관춘 교수는 기독교는 새로운 정치사상의 원천을 제공했다. 헬레니즘기의 철학 부진, 로마 제정확립기 이후 정치사상의 정체는 역설적으로 기독교가 새로운 정치사상, 개념의 원천을 제공케 했다. 모순이 낳은 새 정치 개념이며 공동체의 새롭고 강력한 이상이 됐다고 짚었다.

이어 등장하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자치론은 이웃사랑 공동체정신의 연원이라 할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기독교, 서양사상 전체에 영향을 미쳤으며 기독교 철학 신학의 토대가 됐고 시민사회라는 주제를 종합적으로 다룬 최초의 철학자로 평가받는다고 발제자는 설명했다. 여기서 변증법적 역사관질서의 관념’ ‘자연법과 복종계약론’ ‘정치 그 자체보다 이상적 통치자에 초점을 맞춘 중세 군주의 귀감‘’ 등의 개념이 나온다.

다음은 스콜라 철학과 아퀴나스 사상이다. 발표에 의하면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은 13세기에 복원된 아리스토텔레스 정치사상에 기독교사상이 융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법은 공동선을 향한 이성의 명령이며 복의 목적은 공공선이다. 아퀴나스의 인민주권론은 자치론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아퀴나스에 따르면 지배자의 목표는 평화의 확보이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목자이고 최선의 정체는 왕정-귀족정-민주정이 잘 혼합된 정체이다. 입법권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인민 전체에 귀속되며, 인민이 지배권을 분유해 공동선을 창출한다는 혼합정체론은 윤리적 자율성을 함의하고 있다. 이는 근대적 자치 사상으로 계승되었으며, 지방자치론에서 매우 중시되는 보조성(보충성, 보완성)의 원리도 등장한다.

이관춘 교수는 중세에서 근세-근대 자치사상으로의 가교가 되는 것으로 먼저 장 퀴도르의 시민권 사상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시민신자를 구분해 정치권력은 시민에게 고유한 것이라고 했다. 시민이 선출한 국왕이 책임을 다하시 않을 경우 언제라도 지위를 박탈할 수 있고, 개인은 재산권을 가지며 재산권에 대한 통치자의 간섭은 처벌 받아야 한다고 했다. 장 퀴도르는 근대 민주정 사상의 확립자이며 존 로크가 <사회계약론>에서 그의 재산권 이론을 계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마르실리우스의 인민주권 사상도 주목된다. ‘유일한 합법적 주권은 인민: 국가는 시민 자신의 것-시민이 입법자라고 주장한 그는 인민주권의 선구자이다. 그런가하면 존 위클리프는 교회로부터의 자치 자율 개혁을 주창하며 부의 공평한 재배분, 농민들의 생활수준 개선과 불평등한 사유재산제 반대를 주장했다. 그의 영향을 받은 존 볼 역시 혁신적 평등사상, 당시로서는 반체제적이고 급진적인 개혁을 주장했다.

 

코뮌, 도시자치권 투쟁 등이 근세 자치정신으로 이어져

결론적으로 이 교수는 중세의 반체제가 근세 사상의 선구가 됐다. 코뮌, 도시자치권 투쟁 등이 근세 자치정신으로 이어졌다. 자치, 자율 개념은 중세 사료나 저작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코뮌이나 자치권 획득 투쟁 속에 함의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코뮌은 추상적 이론이 아닌 서구 기독교 세계 1050~1250년에 자연발생적으로 출현했다. 많은 도시의 자치정부(11~12세기)는 고대 아테네, 근대 도시만큼 민주적이진 않았지만 자치정부'로서의 특징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중세 말기에 유명론(Nominalism)이 등장했는데 이는 스콜라철학의 보편개념에서 개인에 대한 관심으로 가치가 역전된 것이다. 유명론에 의해 개인과 전체와의 분리가 발생했고 이후 개인이 중심이 되어 르네상스의 운명 개념, 더 나아가 개인의 의지와 노력이 중심 가치로 떠오르게 됐다고 짚었다. 아울러 주권재민론의 부상으로 자치의 복권이 이뤄져 근세 이후 본격적인 자치사상의 싹을 띄우게 됐다고 덧붙였다.

발제 후 첫 지정토론에 나선 김성민 교수는 흔히 중세를 암흑기로 표현하며 종교적 억압으로 인간의 지성과 사회발전이 정체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경우가 흔한데 발제자는 이러한 고정관념에 대해 일침을 가는 정리로 중세가 가지는 정치학적, 철학적 가치에 대해 재발견을 도모했다. 특히 코뮌을 중심으로 한 자유도시의 형성은 근대적 가치를 태동을 알 수 있게 해주었으며 자연법, 사회계약론, 자유주의 등 근대의 다양한 가치들의 근원을 코뮌과 같은 중세 공동체로 제시한 것은 주요한 관점이다. 또한 헬레니즘 세계의 퇴락으로 철학의 공백을 역설적으로 기독교가 메우며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부활했다는 점을 짚은 것은 중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좋은 지적이라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이어 김 교수는 단 발표가 전반적으로 선언적으로 제시되어 안내하거나 주장하시는 내용의 근거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보완성의 논리를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심각한 철학적 논증이 필요하다. 아울러 코뮌이 서약을 기초로 한 결사라는 것은 근대적 주체의 계약행위가 아니라 중세의 종교적 관점의 결사라는 점이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도시의 서약, 계약관계는 근대 계약의 출발이 된 건 사실이다라며 또 하나 보완하고 싶은 점은 천년왕국주의. 이는 교황을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적 중세사회에 대한 저항으로 로마의 기독교공인 이후 힘을 잃은 기독교식 현실 혁명이론의 부활인 셈이다. 억압적이었던 중세의 정치적 상황은 속세에서의 구원과 해방을 계속 꿈꾸게 했고 그것이 천년왕국주의다. 수도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이 운동은 중세의 도시들까지 펴져 나가며 다양한 저항을 펼쳤고, 교황과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도시를 구성하고자 한 이념으로 자리했다고 짚었다.

 

개인의 발견, 보완성 원리 등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설득적 근거 필요

 

계속해서 김성민 교수는 중세의 주요관심사가 인간이라는 보편적 가치에서 개인이라는 개체성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주장인데 이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느낌이다. 발표에서는 중세에서 개인, 자치의 근거를 찾으려 하는데 상당히 난해한 문제다. 아우구스티누스와 아퀴나스가 현대적 논의인 보완성의 원리를 취한다는 것은 비약으로 볼 수 있다. 중세에서 보편의 해체를 통한 개인의 발견을 추구하려면 중세의 기득권자인 아우구스티누스나 아퀴나스보다 발표에서 언급된 유명론을 확장하고 개인의 자유를 통한 신앙을 주장한 칼뱅의 사상을 소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 같다. 인민주권에 관해서는 인간 개별의 오성과 그 자격을 논한 쿠자누스를 언급하는 것이 더 유효할 것 같다라며 방대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몇 부분에서는 철학적 검토가 필요해 보이지만 개인과 자치의 가치를 역사와 사상사 속에서 재발견하고자 하는 발제자의 천착에 존중과 경의를 표한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두 번째 지정토론자인 이현출 교수는 먼저 여러 질문을 던지며 토론의 화두를 꺼냈다. ‘왜 중세에서 시민자치를 찾는가? 이탈리아 북부는 퍼트남이 말하는 사회적 자본이 두터운 지역인데 중세에도 코무네에서는 자치가 잘 발달되었나? 사회적 자본과 자치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뜻인가? 코뮌운동과 자치획득 운동을 통한 12세기 이후 자치권의 확산이 근대국가 태동의 배경과 맞닿아 있다고 보아야 하는가? 상업혁명으로 곤경이 최소화되며 뭉칠 수 있었고, 야경국가의 등장으로 자치의 영역은 넓어진 것이 아닌가? 아우구스티누스와 아퀴나스의 보완원리론은 근대국가 태동과정에서 상업자본을 중심으로 한 도시 시민사회가 우선이고 국가는 작은 국가에 머물러야 한다는 논리의 귀결 아닌가? 결국 중세에서의 자치사상은 문예부흥, 상업혁명, 종교개혁 과정에서 근대국가 태동의 흐름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이 그것이다.

 

시민들의 자유 확대 위한 자발적 참여통제 가능한 자치 모델 개발해야

 

계속해서 그는 주민자치철학의 현실 접목방안으로 자유, 인권, 법치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이념과 함께 자유와 자치그리고 주민자치의 난관 극복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현출 교수는 오늘날 공화주의 흐름에서 비지배 자유의 이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면 자치와 자율의 이념이다. 자치, 자율, 인민주권의 이념은 인민의 적극적인 정치참여에 대한 강조와 연결. 인민이든 시민이든 주체의 적극적 정치참여는 그들이 자유를 누리기 위한 필수적 전제조건이거나 자유 그 자체이다. 마이클 샌델은 자치로서의 자유를 강조했다. 자치 그 자체가 자유의 본질이며, 자유는 오직 자치와 참여 안에서만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자치는 그것이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시민성의 핵심이라는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관제자치, 진영자치가 아닌 시민들의 자유 확대를 위한 자발적 참여와 통제가 가능한 자치 모델을 개발해야 하며, 시민적 덕성과 역량 개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주민자치의 강화가 국민통합을 위한 잠재력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토론을 마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공공성(公共性)’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연구세미나95]
  • 문산면 주민자치회, 주민 지혜와 협의로 마을 발전 이끈다
  • 제주 금악마을 향약 개정을 통해 보는 주민자치와 성평등의 가치
  • 격동기 지식인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연구세미나94]
  • 사동 주민자치회, '행복한 끼'로 복지사각지대 해소 나서
  • 남해군 주민자치협의회, 여수 세계 섬 박람회 홍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