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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의 지혜 넘치는 향약 촌계 전통 오늘에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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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의 지혜 넘치는 향약 촌계 전통 오늘에 살리자!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9.12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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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형 주민자치 실질화 교육 연구] 2강 조선과 한국의 주민자치: 향약 촌계를 중심으로

종로형 주민자치구축을 위한 올바른 방향찾기에 나선 <종로형 주민자치 실질화 교육 연구>60여명의 교육생들과 함께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3개월간의 일정으로 지난 4일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종로구가 주민자치의 현황과 환경 변화 분석 종로형 주민자치 모델 개발 종로형 주민자치 로드맵 제시를 위해 한국주민자치학회와 함께 기획, 진행하고 있다.

1주민자치의 개념과 원리, 조건’(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 강의)에 이어 12일 종로구청 12층에서 열린 2강은 박경하 한국주민자치학회 부설 향약연구원장(중앙대 명예교수)조선과 한국의 주민자치: 향약 촌계를 중심으로라는 주제 강의로 실시됐다.

강의에 앞서 전상직 학회장 겸 중앙대 특임교수는 모든 행정학자들이 한국에는 주민자치가 없고 영국, 스위스, 일본 등이 잘 한다고 했다. 이에 우리 조상들이 일본, 영국보다 못할 리가 없다는 생각에 조선왕조실록을 뒤지니 주민자치 얘기가 잔뜩 나와 있더라. 상민 위주로 주민자치를 가야 한다는 율곡선생의 지적이 이미 400여 년 전 얘기다. 국내에 향약 연구자가 계실 거라 생각하고 찾았는데 다행히 박경하 교수님이 계셨다. 유일하게 향약, 촌계 연구를 하시면서 주민자치를 아시는 분이어서 얼른 모셔서 연구하실 수 있도록 했다. 오늘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 넘치는 향약 강의를 듣고 종로에서도 멋지게 실천하시길 바란다고 인사 겸 담부를 전했다.

 

마을문제, 주민자치회서 해결해야이게 가능할 수 있는 제도 만들어져야

박경하 교수는 국내에 향약 전공자는 많으나 촌계 전공자들이 거의 없다. ? 사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층민들은 관습법, 상식에 따라 촌계를 운영했기에 문서로 남겨놓지 않았다. 양반들이 향촌민 통제를 위해 만든 향약은 자료가 남아있다. 기층민들이 상호부조, 상부상조 하던 조직인 촌계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향약에서 요즘 이어갈 전통은 무엇인가, 오늘 이 시간에 여러분과 이 얘기를 나누고자 한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어 박경하 교수는 조선시대 지방행정 체계와 함께 현대로 치면 지방의회역할을 하던 향회, 조직의 규약인 향규에 대해 소개했다. 그리고 중국 여씨향약의 전래와 시행과정, 향약의 4대 덕목인 덕업상권, 과실상규, 예속상교, 환난상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 교수는 향약의 덕목이야 말로 지금 시대에도 딱 맞는 내용이다. 이게 바로 주민자치다. 주민자치회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잘 모르는데 바로 향약 4대 덕목에 해당하는 일을 하면 된다라며 지금의 주민자치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건 물론 여기 계신 여러분들과 같은 주민자치위원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걸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주지 못한 게 잘못이다. 예컨대 요즘 아파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층간소음 문제를 보자. 이걸 행정에서 해결해 줄 수 있겠나. 이건 동네사람들이 설득해야 한다. 바로 주민자치위원들이 할 일이다. 근데 행정에서 이걸 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만들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향약의 조직 중 상천민 즉 기층민이 조직하고 운영했던 촌계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박경하 교수는 촌계는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이다. 그 마을의 유일하게 존재하는 공식적인 주민자치조직이었다. 반면 요즘 주민자치회는 어떤가. 주민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여러 지역조직 중 하나에 불과하다. 안타까운 현실이다라고 짚었다.

발제에 따르면 촌계의 규모는 사료를 종합해보면 대략 60호 미만이 80% 내외. 박 교수는 이게 바로 주민자치를 잘 할 수 있는 규모다. 주민자치가 가능하려면 대표가 어느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까지 알아야 한다. 그만큼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주민자치 규모는 읍면동으로 되어 있어 너무 크다. 그래서 한국주민자치학회에서는 통리 규모 주민자치회를 주장하고 있다. 지역이 다 다른데 똑 같은 규약, 조례를 적용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고, 주민자치회 이름도 지역마다 다 통일되게 쓸 필요도 없다. 이름은 다 달라도 된다고 제시했다.

박경하 교수는 촌계의 기능으로 제사(축제)공동체’ ‘생활공동체’ ‘노동공동체의 기능을 꼽았다. 그는 조선후기의 촌계는 사족의 동계와 지방관에 의한 주현향약 등의 하부조직으로 흡수 편입되기도 하였으나 끊임없이 기층민의 입장을 반영하면서 그 독자성을 유지하여 왔다. 또한 19세기 중후반 촌계에서의 두레조직이 지배층의 수탈에 저항한 농민항쟁의 일부세력으로서 참여하기도 하였다. 이는 민의 사회의식의 성장과 아울러 끊임없는 저항을 통해 자치성을 확보해 나가는 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라며 기층민의 조직인 촌계는 지배층의 지배이념사상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족의 동계 등에 흡수되는 등 외형적 형태는 변화되고 있었지만 그 모습이 용해되거나 분해됨이 없이 생활공동체로서의 자생적인 필요를 바탕으로 오랜 전통을 유지하여 왔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향약 촌계의 전통 현대까지 면면히 이어져법규 제정 필수-공유재산 확보에도 관심을

이와 함께 상당히 진보적인 내용을 담았던 조선시대 향약 법률인 향약판무규정향회조규’(1895)의 주요 내용과 그 의미도 전했다. 박 교수는 갑오개혁과 을미년의 <향회조규><향약판무규정>이 우연히 등장한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 향촌자치의 유제인 향회 유향소 향약의 전개과정을 통해 주민자치, 민권 향상을 향한 끈질긴 노력과 희생으로 정립된 것을 반영 제도화 된 것이다. 광무년간에 향회제를 폐지하지 않은 것은 면면히 이어 온 향회의 역사성과 기층민의 주민자치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근대적 측면에서는 한계를 가지지만 일정 부분의 자치권 부여, 주민 참여, 국왕의 법률적 승인 등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경하 교수는 주민자치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봉사라고 생각한다. 봉사정신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애향심이 있어야 한다. 조례도 직접 여러분이 만들어야 한다. 왜 우리 동네일을 남한테 맡기나. 우리 스스로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계속해서 촌계의 현대적 계승 사례로서 칠곡 관호동계와 남원 입암향약, 강원도 체천향약, 제주 서귀포시 성읍1리 향약 등이 소개됐다. 박 교수는 워렌(Warren)지역사회 수행기능5가지 분석틀을 토대로 향약의 현대적 시사점도 제시했다. 경제활동, 사회화, 사회통제, 사회참여, 상호부조 등 워렌의 5가지 수행에 향약의 두레공동체’ ‘유교적 가정교육’ ‘과실상규’ ‘사신(축제)공동체’ ‘환난상휼등이 적용될 수 있었다.

그는 전통시대 공동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적, 의무적 덕목이다. 서구 이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전통시대의 향약에서 오늘의 주민자치에서의 공동체생활 규범과 도덕률을 유추할 수 있다. 촌계 구성의 자발성, 운영의 자율성, 의사결정의 자주성과 민주성, 공유지 활용 재원 확보의 자립성, 강신례라는 주민총회 결산 등이 그것이다라며 예의, 배려, 소통, 경제적 자립, 복지 등의 협동정신과 규정을 바탕으로 한 전통시대의 상부상조하던 향약공동체의 운영원리는 현대의 마을과 도시 공동체에서의 주민자치에서 재조명하여 정책적 시사점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유교적 전통을 계승하나 내실이 부족한 향교와, 향약의 자립과 협동정신을 계승하였으나 현재 그 정체성 확보에 부심하고 있는 새마을회가 현대 주민자치의 정신적 공동체 가치를 재생산하는데 협력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주민자치에서 강조되지 않는 도덕성을 찾아야 하고 공유지 확보 전략도 세워야 한다. 공유지가 있다면 국가 예산에 목맬 이유가 없다. 이래야 자치가 된다라고 주문했다.

박경하 교수는 한국 주민자치제도 현황’ ‘위원회 조직구성’ ‘주민자치회 추진경과’ ‘주민자치회 제도의 문제점등도 간략히 정리해 짚으며 자발성’‘자주성’‘자율성’‘보조성의 의미를 한 번 더 강조하고 주민자치 원리에 바탕을 둔 법규 제정의 필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이어 향약 전통을 이어 현대에 계승한 마을 사례들을 직접 사진으로 보여주며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자주적 의식을 가지고 자발적,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우리의 촌계 전통은 지금보다 더 자주적, 자발적, 자율적으로 운영했다. 좋은 전통을 현대에 살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사진=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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