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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지방자치법에 이통장 규정 신설...주민자치 외면하고 수직적 관치행정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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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지방자치법에 이통장 규정 신설...주민자치 외면하고 수직적 관치행정 구축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3.09.20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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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조례 개정안에 이어 지방자치법 개정까지, 풀뿌리민주주의 가치와 주민자치 본질 훼손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12일 입법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이통장의 근거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5월 행안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내려 보낸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안 개정안의 주민자치위원 선정위원회에 이통장을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시키는 조항과 연결 지어 본다면 민주주의 사각지대인 읍면동에 이어 통리까지 행정의 수직 체계 아래 두려는 의도로 보여 진다.

 

읍면동에 통리까지 행정의 지배 아래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이번에 입법예고한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4절 하부 행정기관 등 제134조의 2 (이장통장 운영 및 지원)행정동의 통에는 통장을 두고 읍면의 행정리에는 이장을 둔다. 1항에 따른 이장통장의 운영 및 지원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최일선 행정조직인 웁면동에서 다양한 행정 업무를 보조하는 이통장의 근거를 지방자치법에 규정하여 책임감을 높이고 자긍심을 갖도록 하여 이통장의 현장 역량을 제고시킨다는 목적에서다.

그러나 행안부의 숨은 속내는 읍면동에 이어 통리까지 행정의 지배 아래 두고 철저한 관치행정을 펼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행정안전부 홈페이지
사진=행정안전부 홈페이지

 

풀뿌리민주주의 가치와 주민자치 본질 훼손하는 행안부

한편, 행안부가 발표한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개정안 중 제9조 위원의 선정에서 이통장 등을 주민자치위원 선정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둘 수 있다는 조항과 맞물려 고려할 때 읍면동에 이어 통리까지 철저한 민주주의 사각지대에 놓일 우려가 크다.

주민자치회를 배제하고 풀뿌리 자치기구인 주민자치위원 선출에 행정기구인 읍면동장에 이어 통리장까지 깊숙이 관여하는 모순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방자치법에 통리장의 법적 근거까지 포함되고, 그들의 운영 및 지원 등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따라 일방적으로 정한다면 주민자치회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풀뿌리민주주의 초석인 주민자치의 가치와 본질을 철저하게 훼손하고 파괴하는 행위라 하겠다.

 

관치행정 수직체계 구축으로 읍면동-통리 민주주의 사각지대

행안부는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개정안 공개 당시에도 일체의 숙의 및 공론 과정 없이 단기간의 일정으로 개정계획을 밀어붙여 졸속행정처리, 날치기개정이라는 비난에 몰린 바 있다. 공정성·투명성·신뢰성 확보는 물론 국민의 권익보호에도 명백히 위배되는 처사라는 지적이 컸다.

특히 주민자치회가 법적인 근거를 전혀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민자치 현장과 긴밀하게 밀착되어 있는 이통장의 법적 근거와 권한만을 확대시키는 것은 주민자치회의 실체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입법예고된 지방자치법 일부개정안이 읍면동장-이통장 수직체계를 통해 주민자치회의 자치권 및 자율성을 철저히 파괴하는 관치행정, 주민자치 지배구조 구축이라는 강력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이유다.

사진=지방자치법 일부개정안 표지
사진=지방자치법 일부개정안 표지

 

정부 제대로 된 주민자치 할 생각 있나

지난 문재인 정권의 변칙적이고 편법적인 주민자치회 표준조례를 윤석열 정부의 행안부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공정과 상식을 국정운영의 기조로 내건 윤 정부가 정작 주민자치에 대해서는 어떤 공정성도, 기본적인 상식도 무시하는 현실이라는 비난 역시 크다.

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논란에 대해 행안부는 읍면동장의 행정 보조기구인 통리장의 지위와 운영 및 지원은 지방자치법과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하는 반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주민자치회 개선은 행안부 표준조례 개정을 통해 추진하려고 있다결국 통리장에 대한 운영 및 지원은 대폭 강화하고 주민자치회 개선은 소홀히 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주민자치회 개선을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혹은 시행규칙 제정을 통해 적극 추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또한 윤석열 정부가 주민자치회 개선을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한 만큼 조속히 주민자치회 개선의 로드맵을 제시하는 한편 구체적인 법제화 방향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현재까지 제대로 된 주민자치 정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개정안에 이어 이번 지방자치법 일부개정안까지, 시대역행적이며 풀뿌리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관치행정이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에 행안부가 펼치는 일련의 행태는 충분히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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