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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 많아도 꿰어야 보배, 주민자치도 주민 역량 잘 활용하고 엮어내는 게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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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 많아도 꿰어야 보배, 주민자치도 주민 역량 잘 활용하고 엮어내는 게 관건”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9.21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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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 하망동 주민자치위원회 역량강화 워크숍 선진지 견학 차 중앙회 방문

영주시 하망동 주민자치위원들이 주민자치 워크숍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서울 견학에 나섰다. 우경배 주민자치위원장과 박미선 하망동장을 비롯한 주민자치위원과 담당 공무원 20여명이 21일 한국주민자치중앙회가 위치한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을 찾았다.

안현미 중앙회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우경배 주민자치위원장은 참여한 위원들과 담당 공무원을 소개하며 이번 견학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이어 박미선 하망동장은 인사말에서 여기서 보니까 위원님들이 더욱 더 빛나시는 것 같다. 늘 주민들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위원장님은 앞장서서 위원회를 이끌어셔서 하망동이 영주시에서 가장 으뜸가는 주민자치를 하고 있다.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것이라는 전상직 회장님의 특강 내용은 하망동 주민자치위원님들이 이미 다 수행하는 일들이다. 오늘 강의를 통해 한층 더 좋은 주민자치를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 저도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상직 중앙회 대표회장은 먼 데서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다. 고향이 의성인데 예전 영주는 (우리 마을보다) 한참 앞섰던 기억이 난다. 하망동은 자주 방문하기도 해서 꼭 친정 같은 느낌이 든다. 오늘은 여러분들께 교육이 아니라 우리가 주민자치를 어떻게 하면 되는가를 솔직히 얘기 나눴으면 한다고 서두를 꺼냈다.

전상직 회장은 동장은 선거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시장이 임명하는 게 맞을까? 주민 선거로 동장을 뽑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해낼 거다. 중국도 동장 선거를 하는데 우리는 못하고 있다. 만약 동장 선거를 한다면 누가 제일 반대할까? 지자체장, 공무원들이 반대하고 국회의원도 시의원도 반대할 것이다. 왜냐? 본인들의 자리가 없어지거나 불편해지거나 입지가 애매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의원들의 경우 카운터파트가 단체장이고 주민을 대신해 시정을 감시 감독하는 것이지 일상적으로 주민을 대표한다고 하긴 어려운 것 같다. 만약 동장이 주민 직선으로 뽑힌다면 주민의 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읍면동에 애초 공무원을 보내서 잘 될 리가 없다고 해서 읍면동장을 주민들이 선거로 뽑는다. 대신 군을 없앴다. 민선 읍면동장은 확실히 파견 공무원과는 행정 서비스마인드가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 일본 견학을 갔을 때 깊이 체험한 사례다. 우리는 읍면동장을 뽑는 주권이 없다. 하망동민으로서 동장을 뽑는 주권 없는 것이다. 이게 없으면 식민지나 다름없다. 세계 10위 선진국민인 우리가 읍면동장을 제대로 못 뽑겠나. 행정에선 왜 그런 권한을 안 주는지 모르겠다라며 비판했다.

계속해서 전 회장은 읍면동 민주화가 제 필생의 소원이다. 통장, 읍면동장, 경찰서장, 검사장도 다 주민이 뽑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행정서비스가 더 친절해지지 않겠나. 교육자 즉 교장선생님도 주민이 뽑아야 한다. 스위스 게마인데를 보면 인구가 대게 5천명인데 직선으로 뽑힌 대표를 시장이라 부르고, 의회도 있고 의원도 7명인데 비상근이다. 일주일에 회의 한 번 참석하고 회의수당만 받는다. 근데 시장도 의원도 다 주민들이기 때문에 집집마다의 세세한 사정들을 다 잘 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이 잘 못 될 수가 없고 공무원이 일을 잘 못할 수가 없게 된다. 예컨대 우리 같으면 외국인에게 국적을 부여하고 영주권을 주는 권한이 법무부에 있다. 그런데 스위스는 이 영주권 부여 여부를 주민들이 주민총회에서 투표로 결정한다. 매년 전체주민수의 1%로 내에서 영주권을 준다는 대원칙 하에 누가 우리 마을에서 살아도 좋은지를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이 그 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해서 잘 될 수 있는 일은 주민들이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개인적으로 주민자치를 24년째 연구하고 있고 그간 세미나만 1천 번 했다. 그 비용이 얼마 겠나? 그러나 결코 아깝지가 않다. 나라도 나서지 않았으면, 주민자치가 잘 되는 거 그다지 바라지 않고 관심 없는 공무원, 시의원들이 이나마도 꿈쩍도 안했을 것이다. 소귀에 경 읽는 격이다. 시장군수구청장들은 주민들이 가만히 있을수록, 조용할수록 좋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주민자치는 시끄러운 게 정상이다. 원래 싸우는데서 시작한다. 안 싸우면 주민자치가 안 된다. 싸우면서 정 들어야 주민자치가 제대로 된다(웃음). 하지만 공무원, 단체장, 의원들을 시끄러운 걸 원치 않는다. 말이 없으면 주민자치는 망한다고 강조했다.

전 회장은 또 주민자치위원은 머슴이 아니다. 동장이 시키는 일을 하는 머슴이 아니다. 동네 전체를 들여다보고 우리가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데 필요한 일은 뭘까 찾아내고 그걸 하는 것이다. 또 동네 전체를 위해야지, 위원들 자신들을 위하는 일을 해선 안 된다. 이걸 찾아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우리 동네를 위해 필요한 일이 뭐가 있는지 찾아보고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 위원장님들에게는 도처에 공짜로 부려먹을 사람들이 즐비하다. 단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이 분들을 잘 꿰어낼 능력이 위원장에겐 있어야 한다. 이걸 만드는 게 주민자치를 잘 되게 하는 1순위다. 출향민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주민자치회는 동장이 못하는 일, 시의원들이 못하는 일을 해야 한다. 주민 역량 활용을 잘 하면 엄청 재밌게 보람 있게 주민자치를 할 수 있다. 행정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건 그야말로 기본이고 그 위에 재밌는 일을 찾아 하는 게 우선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읍면동 전체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볼 기회가 되시면 좋겠다. 어른노릇 멋있게 하는 주민자치위원회가 되길 바라고 저도 열심히 도와 드리겠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어 박미선 하망동장이 전상직 회장에게 선물을 증정했고 기념촬영과 함께 이날 행사는 마무리 됐다. 강연 후 하망동 주민자치위원들은 오찬을 하며 환담을 나누고 다음 견학지로 이동했다.

사진=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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