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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주민과 마을이 함께 어우러지는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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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주민과 마을이 함께 어우러지는 동행”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3.09.25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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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영주시 주민자치 아카데미에서 전상직 중앙회장 특강 열어

영주시 주민자치연합회가 23148아트스퀘어에서 풀뿌리민주주의 초석인 주민자치 실질화 구현 및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 주민, 주민자치위원 등을 대상으로 한 2023년 주민자치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남서 영주시장, 박형수 국회의원(경북 영주시영양군봉화군울진군/국민의힘), 심재연 영주시의회 의장, 박대규 영주시 주민자치연합회장,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등이 내빈으로 참석해 축하인사를 전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대규 영주시 주민자치연합회장, 박남서 영주시장, 박형수 국회의원, 심재연 영주시의회 의장

행사의 주체인 영주시 주민자치연합회 박대규 회장은 주민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주민자치에 관심이 있는 주민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니 각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에 참여해 주민자치 활성화에 동참해주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위원만 아니라 주민 모두 함께 해야 주민자치

이번 영주시 주민자치연합회 아카데미는 이론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주민자치와의 동행이란 주제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주민자치 실현 방안에 대해 소통하고 의견을 나눴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중앙대 특임교수)은 특별강연을 통해 영주시 주민자치가 해야 기능과 역할에 대해 열강을 펼쳤다.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는 주민자치위원만 하는 게 아니라 주민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다. 혼자하면 개인자치고 다 같이 해야 주민자치가 된다. 그래서 주민자치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못할 것도 없다. 기죽지 말고 꿋꿋하게 주민자치 밀고 나가시기 바란다고 격려하며 마을 어린아이들이 여기 계신 여러분들을 보며 멋있는 어른, 훌륭한 어른의 본보기가 될 수 있게 멋진 주민자치 해주시기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주민자치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주민자치와 주민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전 회장은 특강을 통해 조목조목 짚어냈다.

 

주민자치 실질화, 주민의 적극적 참여와 행정의 간섭 없는 지원 필요

전 회장은 주민자치의 본질은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것이다. 단 이걸 혼자 하면 개인자치, 관료가 하면 관료행정, 시민단체가 하면 시민운동이다. 주민 모두가 함께 해야 주민자치가 완성된다. 그런데 뒤집어 놓고 보면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일 중 국가나 단체장, 시민단체가 해줄 수 없는 일이 분명히 있다. 그것은 마을차원의 문제, 생활차원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이게 바로 주민자치가 해야 할 일이라며 주민자치에서 감수성 없는 사업은 강요하는 사업이 되고 상상력 없는 사업은 쓸모없는 전시사업이 된다. 따라서 제대로 된 주민자치 사업은, 그리고 이에 대한 실행은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행정의 간섭 없는 지원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특강의 서두를 열었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중앙대 특임교수)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중앙대 특임교수)

 

우리나라 역사에도 본보기 되는 주민자치 있어

이어서 우리 역사 속 주민자치의 원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주민자치의 역사는 중종 당시인 1518년 향약을 반포하면서 시작되어 1747년 상하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보은향약에서 꽃 피웠다. 그러다 1895년에 들어 유길준 선생이 향회조규를 만들면서 만개한다. 향회조규는 오늘날 주민자치회 법이라며 “1895년 대한제국에서 법률로 반상차별을 철폐하고 주민이 회원이 되어 대표자를 선거하는 등 조선 향약 328년의 경험이 주민자치의 지혜로 되살아 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선 주민자치의 결정판인 향회라고 설명했다.

실제 향회조규에는 대향회, 중향회, 소향회로 조직을 구성해 놓았는데 소향회는 리에 설치되어 매 호 대표가 모여 회장 선거를 하고 중향회는 면에 두어 소향회에서 회장1, 대의원 2명 등 3명이 모여 면회를 구성한다. 여기서도 또 다시 3명이 모여 군회인 대향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전 회장의 말처럼 제대로 된 주민자치가 작동할 수 있는 조직 구성인 것이다.

 

현재 읍면동과 통리는 민주주의 사각지대

이 당시 주민자치를 확실하게 주민에게 맡겼지만 지금 서울의 통은 주민에게 맡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상직 회장은 당시에는 국가 존망의 위기에 처한 탓에 주민들의 희생을 필요로 해 결집되도록 만든 것이기는 하다. 일제 강점기에는 주민자치를 행정적으로만 만들었지 주민이 모여 국가를 구성하는 진정한 주민자치는 작동되지 않았다. 결국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말살 당해 주민자치의 연결고리 끊어졌다그런데 읍면동과 통리 체제는 일제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있다. 시도지사와 시군구장을 주민이 선출하는데 반해 읍면동장과 통리장은 관선하는 것이 그 증거다. 지금이라도 읍면동장과 통리장을 직선해야 민주주의 사각지대인 읍면동과 통리의 진정한 민주화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을 나의 이웃으로, 지역을 나의 마을로 승인해야

그렇다면 현대적 의미에서 주민자치의 정의는 무엇일까?

전 회장은 주민이 마을의 생활관계를 주민과 마을을 위하여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읍면동 주민총회라는 최고결정기관이 규약을 제정 및 개정하고 회장 및 감사를 선출하며, 주민자치회 사업과 예산을 결정해야 한다. 이렇듯 주민에 의해 만들어지고 주민에 의해 운영되어야 하는 것이 주민자치라며 주민자치의 원리 역시 동일한 맥락이다. 주민이 다른 주민을 나의 이웃으로, 살고 있는 지역을 나의 마을로, 마을의 일을 나의 일로 승인하는 것이다. 관건은 이러한 주민자치의 원리가 원활히 실행되도록 분권해 줘야 한다. 그러나 현재 주민자치로의 분권은 일체 없다라고 날카롭게 꼬집었다.

실제 주민자치의 주체는 자발성, 자주성, 자율성에 기반해야 하는데 행정과 정치적인 목적으로 심각하게 제약되고 있는 현실이다. 주민자치회는 비행정, 비정치, 비영리 조직이자 고유의 목적을 가진 지역의보편적 조직이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는 전 회장의 주장처럼 주민이 만들고 직접 운영할 수 있는 권리와 의무가 있어야 하고 주민자치회는 이러한 주민의 권리 및 행위능력을 대변하고 대표해야 마땅하다.

 

주민 없고 위원만 있는 주민자치회, 행안부 표준조례가 문제의 발단

이어서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합의해 구령을 만들어야 한다. 이 구령이 바로 주민자치회 회칙이다. 근데 이걸 누가 만드나? 지방의회 의원들이 조례로 만든다. 주민자치회 회칙은 지역에 따라 내용이 달라야 하고 이를 주민이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전혀 안 되는 것이라며 지방의회에서 이 권한을 절대 놓으려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제가 수 없이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어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전 회장은 또 모든 문제의 발단은 행정안전부다. 주민 없는 주민자치회로 왜곡시켜 버렸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조 주민자치회 설치에 관해 풀뿌리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을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에서는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란 문구를 삭제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주민자치회에 주민이 없어져 버렸다. 대신 소수의 위원으로 채워 넣었다. 주민자치회의 회칙 제정권이 박탈되었고 대신 시군구 조례에 묶여 관치화된 것이다. 회장 선출권도 박탈되고 공개추첨으로 무력화시켰다. 재정권 역시 빼앗아 시군구 예산에 의지하게끔 예속화시켜 버렸다. 결국 지금의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아닌 소수의 위원만으로 구성된 심각하게 기형적인 구조다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시민단체 권력과 덩치만 키운 주민자치 위탁

전상직 회장은 또 고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시작된 시민단체에 대한 주민자치 위탁이 시민운동가와 권력형 시민단체의 규모만 키웠다고 비판했다.

그는 행정과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 관변단체를 중간지원조직이라는 미명 아래 주민자치회를 지배하고 주민자치회의 정당한 권리를 말살시켰다. 행정에게 권한을 위탁 받은 중간지원조직에 의해 주민은 흡사 식민지에 처한 현실이라고 못 박았다.

전격적으로 폐지된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이 대표적 증거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마을자치지원센터-동자치지원관으로 이어지는 중간지원조직을 내세워 주민자치 경험이 전무한 시민단체에 정책부터 행정까지 포괄적으로 위탁한 것은 자치단체의 무책임이자 지방의회의 무지를 드러내는 극치다. 이에 대해 전 회장은 주민 동의 없이 모든 것을 민간에 위탁해 버리는 작태는 조선시대에 이미 실패했던 주민자치인 수령향약, 양반향약과 다를 게 없다. 일부 행정적, 재정적 지원은 위탁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주민자치 본질인 고유 사무는 위탁 불가한 영역이다. 주민은 회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며, 총회에서 위임한 사항을 집행하고 위임하지 않은 사안은 다시 총회를 소집해 결정해야 한다그러나 주민자치회 유지 및 운영에 필요한 사무국은 있지만 주민 간 소통, 주민과 주민자치회 간 소통을 담당하는 회원국, 주민자치회의 사업수행을 담당하는 사업국은 지금 주민자치회에 부재된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일본 주민자치, 주민 간 소통과 친목에 앞장서

전 회장은 이어 주민자치 선진국인 일본의 사례가 우리 주민자치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회비를 내면서까지 주민자치를 하고 있다. 일본 주민자치회의 역할은 주거환경의 유지가 31.7%로 가장 높다. 그 다음이 주민 간 소통과 친목으로 30.8%. 소통과 친목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마을문제 대응이 15.5%, 이를 기반 삼아 사회서비스를 공급한다. 자치단체에 협력하는 것은 12.2%, 자치단체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9.8%인데 이는 다름 아닌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라며 또한 주민의 불만과 민원 해결을 위해 주민자치회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시군구에 부탁하고 청원하고 있다. 주민자치회를 통해 진정을 넣고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이런 경우가 지금까지 25.1%였고 앞으로는 더 증가해 47.2%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 입장에서는 주민자치회가 긍정적이고 바람직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주민이 주민자치회에 회비를 내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진정한 주민자치 사업은 공동체 위한 마을서비스 사업

한편, 주민자치회의 주체가 자치단체에서 지역 주민이 대표성을 부여해 변경된다면 주민자치회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그 임무와 역할에 대해 전 회장은 사회적자본 형성, 사회서비스 공급, 주민목소리 대변이라고 못 박아 말했다. 문제는 이런 사업을 지금의 주민자치회가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 회장은 행정 서비스와 시민운동과는 전혀 다른 게 주민자치다. 주민자치위원을 지역 사회의 봉사자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행정에 봉사하는 것이고, 시민운동에 협조하는 것일 뿐이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주민자치 영역에서의 봉사가 필요하다주민자치는 일, 다시 말해 마을사업을 통해 개인의 인격과 마을의 공동체 의식이 눈 뜨는 행위다. 그런데 현재 주민자치회 사업은 봉사활동이 대다수인 실적 위주의 행정서비스형이나 시민단체 활동을 사업화하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같은 완장형 시민운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마을서비스 사업이야말로 진정한 주민자치 사업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주민자치 통해 개인의 인생과 마을의 역사 일깨우다

그는 이어서 주민자치를 통한 마을행사는 개인의 인생과 마을의 역사를 일깨우는 것으로 전입주민 환영회, 성인 축하식, 어린이 척사대회 등을 통해 주민 간 친목을 도모할 수 있다. 또 주민자치를 통해 학습과 배움의 효과도 얻을 수 있는데, 동네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마을 강좌를 예로 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전상직 회장은 진심어린 당부의 말을 남겼다.

주민자치는 주민이 스스로의 주인, 마을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행위이며, 주민자치위원은 마을의 어른이 되는 것을 뜻한다. 어른은 무엇인가? 경험과 여유로 대표되는 지혜의 미덕과 함께 덕망과 책임, 그리고 윤리라는 사회적 역할을 겸비한 사람을 뜻한다. 주민을 인격자로, 마을을 공동체로 만드는 주민자치를 위해서는 마을에 존경할 어른이 있어야 한다. 여기 모인 주민자치위원들과 여러 관계자들이 마을의 진정한 어른, 멋있는 어른이 되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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