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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공동체일 다루는 정치적 행위 그러나 정치에 휘둘려서도 정치를 휘둘러서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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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공동체일 다루는 정치적 행위 그러나 정치에 휘둘려서도 정치를 휘둘러서도 안돼”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9.2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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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형 주민자치 실질화 교육 연구] 4강 '행정 정치 사회와 주민자치'

흔히 부정적 인식을 떠오르게 하는 정치는 주민자치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종로형 주민자치구축을 위한 올바른 방향 찾기에 나선 <종로형 주민자치 실질화 교육 연구> 네 번째 강의에서는 수강생들이 강연자와 그 해법을 찾아 나섰다.

3개월간의 일정으로 94일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종로구가 주민자치의 현황과 환경 변화 분석 종로형 주민자치 모델 개발 종로형 주민자치 로드맵 제시를 위해 한국주민자치학회와 함께 기획, 진행하고 있다.

1주민자치의 개념과 원리, 조건’, 2조선과 한국의 주민자치: 향약 촌계를 중심으로’, 3강 영국과 일본의 주민자치에 이어 25일 종로구청 12층에서 열린 4강은 행정 정치 사회와 주민자치라는 주제의 강의로 실시됐다.

먼저 1부 강의를 맡은 윤왕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주민자치에서 정치는 어떤 역할일까? 주민자치에서 정치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라며 흔히 정치라고 하면 부정적인 것, 정치는 누구나 다 아는 것, 정치는 곧 선거라는 인식이 많다. ‘여의도 정치가 저 모양인데 동네에 정치가 들어온다면? 싸우고 난리 나는 거 아닐까?’라는 부정적 생각을 많이 하실 것이다. 또 정치는 누구나 다 아는 거라 생각한다. 행정, 경제 같은 분야는 배워야 하는 거라 여기는 반면 정치는 배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많고 전문성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선거 때 정치권 밖에 있는 사람을 더 귀하게 생각해 영입을 하는 경우도 많고 정치는 안하던 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서두를 꺼냈다.

윤왕희 교수는 정치는 공동체 일을 다루는 것이다. ‘넓은 의미의 정치는 국가 수준은 물론이고 개인이나 집단의 일상생활 영역에서 사회 구성원들 간의 다양한 이해관계나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이다. 결국 정치란 국가 또는 집단 수준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여 합의에 이르게 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일상생활 속의 모든 곳에 정치가 존재하며 정치는 우리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라며 정치는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와 동의를 이끌어 내는 역할이라면, 행정은 공동체가 정한 목표를 구체적으로 집행하는 역할이다. 정치가 없으면 행정도 없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그는 특정 정책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행정은 성과나 효율성을 추구하고 정치는 정책의 결과를 실제로 받아들이는 주민의 의견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이 두 가지 관점이 조화를 이룰 때 균형 잡힌 국가 정책 수립이 가능하다라며 그럼에도 이제까지 한국사회에서는 행정이 정치보다 우위에 있었다. 관료제의 권력은 기술적 전문 지식에 행정상의 경험이 더해져 공고해지는데 그간 한국의 국회, 정당은 주변적인 역할만 했을 뿐이고 그 자리는 정부 관료를 비롯한 행정권력이 차지했다. 특히 지방에는 행정만 있고, 정치는 없는상황이 지속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왕희 교수는 주민자치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 ‘주민주권론은 주민이 자치의 주체로서 최고 의사 결정권인 주권을 행사한다는 의미다. 자치권은 주민에게서 나오며 주민자치는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정치다. 주민자치는 주민이 자기 입법권자기 통제권을 가질 수 있어야 완성된다라며 주민자치는 정치적 구성물이다. 주민자치는 일정한 지리적 범위의 공동체 안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이 다양한 의견과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는 정치적 구성물이다. 공동체 내에는 수많은 필요와 요구들이 존재하는데 복수의 요구들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는 정치적 선택이며 그 과정은 생생한 정치교육이 된다. 따라서 지방행정 중심의 주민자치로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주민자치는 중앙정치’+‘지방행정을 통해 지방정치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 싸우는 게 정상이고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갈등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윤왕희 교수는 공천과 지역정치’ ‘지방선거 공천규정등을 설명하며 한국의 지방선거 공천은 중앙의 당 엘리트들(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이 자신의 권력자원으로 활용할 인물을 충원하는 성격이 강하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지방정치가 여전히 중앙에 예속되고 있다. 지역이슈의 실종, 생활정치 중심의 지방선거 의미가 퇴색됐다. 여기에 주민자치가 들어설 공간이 마련되지 못한 것이다. 주민자치는 정치적인데 정치가 작동할 공간이 없고 주민자치가 설 자리가 없다. 주민자치에도 정당이 개입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물론 이는 중앙당의 권한이 센 기성 전국정당이 아니라 새로운 로컬파티 즉 지역정당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방자치는 정치 측면을 강조하는 주민자치와 행정 측면을 강조하는 단체자치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지역을 중시하는 생활정치 정당으로서 로컬 파티(local party)는 주민들의 구체적 생활 단위인 근린공동체에서 정치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확대한다. 주민자치를 하려면 정당정치가 살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정당 즉 우리지역 내에서만 활동하는 정당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윤 교수는 주민자치는 민주주의를 우리 곁으로 더 가까이 끌어당기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대의제를 기본 틀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결국 정당이 양자를 매개하고 결합하는 수단으로 작용해야 한다라며 동 이하의 단위에서 주민자치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 리 단위에서 직접민주주의 기반의 주민자치 + 동 단위에서 로컬 파티 기반의 주민자치가 합쳐져야 한다. 생활정치의 제도화를 통해 자치의 영역을 제도화하고 투입의 정치과정을 안정화해야 한다. 주민자치위원들은 주민들이 직접 뽑아야 이들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통리 단위에서는 대면 접촉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와 주민자치에 대해 윤왕희 교수는 시민사회의 자치역량과 시스템이 구비되어야 상향적인(bottom-up) 주민자치가 가능하다. 동은 국가로부터 내려오는 하향적(top-down) 단체자치와 상향적인 주민자치가 만나는 곳이다. 리는 상향적 주민자치가 전면적으로 실시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시민사회는 기성 정당들의 비민주성과 당파성, 양극적 대립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자치의 외피를 쓴 관치도 넘어서야 한다. 이른바 관설민영(官設民營)’의 의존적 행태를 극복하고 관치적 참여에서 자치적 참여로 가야 한다. 주민자치는 시민사회의 영역에서 스스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정 부문의 민주화는 정치적 패러다임에서의 민주화 없이는 어렵다고 짚었다.

끝으로 그는 주민자치의 우선순위? 사회의 민주화 정치의 민주화 행정의 민주화 순이다. 사회의 민주화가 가장 중요하다. 주민자치는 시민사회 고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라며 왜 주민자치를 해야 할까? 민주주의 지수와 같은 양적 지표, 경제규모, 한류 열풍 등이 한국사회의 정치적 역량을 나타내 주는 것은 아니다. 현재와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선거 중심의 대의제만으로는 질 높은 민주주의를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민자치를 반드시 필요하다. 생활공간에서 민주주의가 경험되고 학습되지 않는 나라의 민주주의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한국의 정치체제는 주민자치를 통한 민주주의의 성숙과 발전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일주일에 작은 시간이라도 공동체 일을 하며 주민들이 함께 자치의 경험을 나눌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 위험하다. 내부로부터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주민자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의 새로운 단계로의 도약이 가능하다. 느리지만 우리 사회를 바꿔나갈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며 1부 강의를 마무리했다.

2부 강의는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 겸 중앙대 특임교수가 맡았다. 그는 민주화라는 건 결정도 집행도 다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주민자치회에서 결정, 집행할 수 있는 게 있나? 회비나 후원금을 받을 수 있나? 없다. 그렇다면 읍면동을 민주화 하려면? 읍면동의회를 만들어서 의원들이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 읍면동장을 우리가 뽑아서 집행도 우리가 해야 한다. 주민자치회가 민주화 되려면 주민자치회가 어떤 사안에 대해 결정을 직접 하거나 아니면 의회를 구성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오늘 이런 점들에 대해 차근차근 짚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의 본질은 마을을 주민들이 민주제로 운영하는 것이다. 주민자치는 행정적 속성을 가지면서도 비행정조직이요, 정치적 속성을 가지면서도 비정치조직이요, 재정을 필요로 하면서도 비영리조직이요, 고유의 목적을 가지면서도 지역보편조직이다. 그런데 흔히 주민자치회를 봉사조직으로 하는 분들도 있다. 내가 하고 싶어 맘대로 하는 것은 자치가 되는데 틀이 정해진 봉사를 하는 건 자치 아니다라며 일본의 주민자치회는 회칙을 주민들이 만들고 회장도 주민들이 뽑고 예산도 회비도 주민들이 결정한다. 입법, 행정, 집행까지 주민들이 다 하도록 일관된 세트, 프로세스를 다 만들어놓았다. 일본 주민자치회의 회원은 세대주다. 회비는 대략 한 달에 300엔에서 1500엔 쯤 낸다. 단 회비만 가지고 공공사업 유지를 잘 하긴 어려워 정부에서 제대로 만들어 신고한 자치회에 대해 기본운영은 도와준다. 정부가 위탁사업을 준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에서 통반장이 고지서 배포 같은 것, 가로등 전구 관리 등 주민자치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준다. 우리도 못할 거 없다. 단 우리나라 행정에서는 이럴 경우 자신들의 일을 뺏긴다는 인식이 아직 있을 수 있다. 영국의 패리시 규모는 더 작고 회원은 유권자이다. 입법기구(이사회)를 따로 두고 있고 이사회의장 vs 회장(집행기구)이 분리되어 있다. 주민자치 선진국들 중에서도 일본과 영국 두 나라가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사례로 많은 참고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회장은 통을 통회로 만들어 주민들이 통회장 선거를 하면 동장, 구청장 모두 불편해하고 반대하겠지만 안 하면 안 된다. 만약 통 주민자치회를 만들어 주민들이 직접 다 한다고 하면 행정, 의회 등에서 난리가 나겠지만 그럼에도 자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현재 주민자치의 걸림돌은 현상유지편향, 즉 모든 변화는 손해라는 인식이다. 현 주민자치위원들은 아무 일도 안 하고 그냥 그 지위만 누릴 수도 있으나 그래서는 안 된다. 정치와 관련해서는 주민자치는 정치에 휘둘려서도 안되고 정치를 휘둘러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상직 회장은 또 주민자치회는 지역을, 주민을 대표하는 단체가 되어야 한다. 구청장도 자치회와 상의해 마을일을 해야 하고 이런 권위를 주민자치회에 부여해야 한다. 주민들이 주민자치회를 대표기구로 인정해야 한다. 주민자치회에 민원을 얘기하고 주민자치회는 모든 동네 내외부관계를 바람직하게 만들어가는 지위 있어야 한다. 구역, 인구, 사업 모두 중요하다. 구역은 적합한 규모인가, 주민들이 다 주민자치회에 모일 수 있고 자치권이 있는가. 재정은 확보할 수 있는가 등등을 다 고려해야 하고 이게 다 가능해야 한다고 짚었다.

계속해서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의 치명적 약점은 다들 주민자치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가 절실히 필요하다.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만든 주민자치회에 주민들이 자치할 수 있도록 권리능력과 행위능력을 부여해야 한다. 이게 바로 분권과 자치다. 주민들에게 맡기고 잘 될 수 있게 하려면 정부가 간섭 없는 지원을 하면 된다. 주민들이 못할 리 없는 것들을 다른 외부조직이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주민자치회가 할 일은 무엇일까? 전 회장은 주민자치회는 자치단체나 시민단체의 하청기관이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게 주민들간의 친목이다. 이게 먼저다. 친하다보면 사회적 자본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사회서비스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주민자치회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자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관치 주민자치회 시스템이다.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플랜(plan)-(do)-(see)를 다 할 수 있어야지 여기서 실행만 하면 시키는 대로 하는 봉사가 되는 것이다. 자치역량은 제도로 형성되고 사업역량은 지원으로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전상직 회장은 주민들이 읍면동 차원/규모의 사업들을 무보수로 명예로 자치로 실천해 낼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개인역량, 조직역량, 정책역량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봉사는 가능하나 사업과 행사는 힘들다. 사업지원단을 꾸려야 한다. 주민자치회는 지역주민의 대표자 기능 + 읍면동의 협력자 기능을 다 해야 하는데 행정에 도울 건 돕고 주민이 따로 할 건 따로 해야 한다. 근데 지금은 둘 다 못하고 있다. 주민자치회에 힘, 권한이 없다. 힘 있게 만들어야 행정을 돕든지 주민들끼리 따로 하든지 할 수 있다. 자치기능도 협치기능도 살려야 한다. 주민자치회 구역/계층은 읍면동 주민자치회와 통리 주민자치회, 이중구조로 만들되 협치형, 자치형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통리 주민자치회는 지역단체 대표 기능, 대표자 역할을 하고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정책 협력 기능, 협력자 역할을 하면 된다고 밝혔다.

끝으로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를 차근차근 키워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현재 주민자치(위원)장님들은 지금 능력으로는 주민자치를 하기 어렵다. 엄청나게 노력하고 변화해야 한다. 인재도 사업도 만들어야 한다. 인재가 있어야 기본이라도 해낸다. 행정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주민자치회에 실패와 성공의 경험이 모두 축적되어야 한다라며 주민자치는 어찌 보면 멋있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일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닐 수 있다. 통리에서 멋지게 주민자치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파트는 통리에 부합되는 면이 있는데 주택은 다르고 상가도 다르다. 도시와 농촌이 다르다. 제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라며 주민자치의 성공비결은 줄탁동시라는 말에 다 있다. 줄은 역량지원, 탁은 실행지원, 이를 통해 자치역량형성이 가능하다. 행정에서는 이 원리를 알고 지원해야 주민자치가 망가지지 않는다. 주민자치는 동행이다. 주민들이 마을에서 동행을 하는 것이다. 힘들더라도 중간에 실망하지 마시고 끝까지 같이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주문하면서 강의를 마쳤다.

사진=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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