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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정치성 복원 필요한 주민자치, ‘지역정당’ 새로운 대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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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정치성 복원 필요한 주민자치, ‘지역정당’ 새로운 대안 될까?
  • 월간 주민자치
  • 승인 2023.10.0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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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지방정치연구소 창립 학술대회 주민자치 기획세션 ‘주민자치와 지방정부’ 세미나 열려

읍면동 민주화의 해법을 주민자치, 지역정당(로컬파티)의 출현과 활약으로 풀어내려는 논의가 진행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5일 조선대학교 법사회대 1층에서 열린 지방정치연구소 창립 학술대회에서 주민자치 기획세션이 열렸다. 

본격적인 세미나에 앞서 먼저 주민자치 인간의 사회화 사회의 인간화라는 제목으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의 기조강연이 진행됐다.

전상직 회장은 읍면동은 민주주의의 사각지대다. 간접민주제인 시군구 사이에 비민주적인 읍면동/통리가 자리잡고 있다. 읍면동은 행정 민주화도, 정치 민주화도 사회 민주화도 안 되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읍면동/통리의 민주화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품위 있는 사회가 되려면 그 사회의 제도 자체가 구성원들에게 모욕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제도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전 회장에 따르면 주민자치의 필요조건은 분권이고 충분조건은 주민들이 사는 구역을 나의 마을로, 주민을 나의 이웃으로, 마을일을 나의 일로 승인하는 것이다. 자치역량은 제도로 형성되고, 사업역량은 지원으로 형성된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인 주민자치회 이중 구조를 제안했다. 주민자치기능의 중심은 통리회에 두고 협치기능의 중심은 읍면동회에 두는 이중구조로 설계하는 것이다. 그는 주민자치회의 최고결정기관은 주민총회가 되어야 하며 주민자치회는 주민에 의해 만들어지고 주민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강연에 의하면 주민자치의 근본원리에는 인간존엄성과 공동선, 연대성과 보조성이 자리하고 있다. 주민자치회가 할 일은 사회적 자본 형성’ ‘사회서비스 공급’ ‘주민목소리 대변등이며, 정치와 행정이 할 수 없고 개인과 시장이 할 수 없는 일들을 주민자치회에서 해야 한다. 이에 전 회장은 주민자치는 행정적 속성을 가지면서도 비행정조직이요 정치적인 속성을 가지면서도 비정치조직이요 재정을 필요로 하면서도 비영리조직이요 고유의 목적을 가지면서도 지역보편조직이다라고 정의하며 주민들이 마을에서 동행을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며 기조강연을 마무리했다.

 

주민자치의 역동성과 지속가능성 담보 위해 새로운 정치적 기획 로컬파티에 주목

좌장 임성진 전주대 교수

다음으로 주민자치 기획세션 세미나가 진행되어 임성진 전주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윤왕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교수가 발제를, 김선명 순천대 교수와 안병철 조선대 교수가 토론에 나섰다.

윤왕희 교수는 발제에서 그동안 왜 한국에서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구현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단체자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창된 주민자치 또한 행정의 틀 속에 갇힌 채 동일한 실패를 반복해 온 것은 아닌지 성찰해 보는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진단 하에 발표자는 주민자치의 정치성을 회복하고 풀뿌리민주주의의 작동 기제로서 기능하기 위해 로컬파티(local party)라는 새로운 정치 기획에 주목한다. 여기서 로컬 파티의 의미는 전국정당과 달리 특정한 지자체 내에서만 활동하는 정당으로서 실생활 정치와 밀접하게 연계된 정당을 말한다. 로컬파티를 중심으로 주민자치가 실질화 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어 윤 교수는 ··동은 행정계층일 뿐 자치계층이 아니다. ··구의 자치단체장이 읍··동장을 임명하고 주민센터는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하부행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법체계 내에서 읍··동을 자치계층화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자치계층화 하지는 않더라도 주민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면서 민주주의의 원리를 도입하는 것은 가능하리라고 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민자치위원들을 주민의 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로컬 파티가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렇게 구성된 주민자치위원회가 읍··동의 입법기관으로서 의결기능을 행사할 필요는 없다. ··동의 주요 사항들에 대한 심의 기능 정도에만 충실함으로써 기존의 행정관청과 충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주민자치위원회가 심의할 정책의 범위나 대상은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가 행하던 것보다는 훨씬 넓어져야 할 것이다. ··동 차원에서는 심의(협의) 기능에 그치는 주민자치가 통·리 단위에서는 전면적 권한을 행사하는 총회형 주민자치회로 새롭게 거듭날 필요가 있다는 것 또한 본 연구자의 주된 주장이다라고 설명했다.

발제 윤왕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교수
발제 윤왕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교수

이와 관련해 발제자는 ··동과 달리 통·리에는 상시적인 행정기구나 공무원 인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치와 행정이 충돌할 가능성이 적고, ·리는 또한 전통적으로 주민들 간에 대면 접촉이 가능한 규모여서 주민자치가 전면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단위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장 작은 단위에서 온전한 주민자치를 구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읍··동 민주화의 가능성을 확장한다면 결국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혁신을 통해 국가 차원의 대의민주주의의 질적 심화도 가능해지리라 기대한다라며 선행연구와 달리 본 발제에서는 주민자치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라는 점, 따라서 로컬파티라는 새로운 정치적 기획으로 주민자치의 역동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주민자치의 실질화를 위해 헌법이나 법률 개정을 포함한 큰 틀의 법제도적 개혁을 요구하지 않고 현행 법체계 내에서 가능한 방안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그래야 주민자치의 실제적인 적용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왜 읍··동은 민주화 되어야 하는가? 당장 자치단체화할 수 없어도 변화 반드시 필요

그렇다면, 왜 읍··동은 민주화 되어야 하는가? 생활자치가 가능한 근린공동체의 민주화 필요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이에 대해 윤왕희 교수는 이 질문의 해답은 우선 민주주의와 지방자치가 상향적으로 제도설계 되어야 한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 생활자치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국가 수준의 민주주의는 한낱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풀뿌리공간에서 민주주의가 충분하게 제도설계 되어 있고 그에 따라 주민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권자로서의 실천을 경험할 수 있어야 중앙권력 내지 국가공동체의 민주주의 훼손도 막을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동이라고 포괄돼 있는 행정계층은 균질적인 단위라고 보기 어렵다. 현재 한국의 읍··동은 전국적으로 3524개에 달한다. 읍 단위의 계층 내에서도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읍과 가장 적은 인구를 가진 읍은 120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며, 면과 동에도 비슷한 정도의 편차가 존재한다. 이는 읍··동을 동일한 성격의 단위로 포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미라며 인구 규모로만 보면, 한국의 읍··동은 해외 선진국의 기초자치단체보다 더 크다. 해외 선진국의 사례에 비춰보면 자치단체화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오랫동안 관치를 기반으로 통제 위주의 지방행정이 지속되어온 한국의 법체계 내에서는 비록 읍··동을 자치단체화 할 수 있는 길은 막혀 있더라도 최소한 민주화의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읍··동을 변화시켜나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 않고는 지방자치의 온전한 실현도, 민주주의의 성숙도 요원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다음으로 윤왕희 교수는 정치적 중립 혹은 탈정치화의 모순을 지적했다. 그는 ··동 민주화에 있어 가장 모순적인 문제는 정치적 중립에 대한 과도한 요구이다. ··동에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도록 하는 근거 법률인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40조 제1항은 풀뿌리 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하여 읍··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제5항에서는 주민자치회 위원에 대해 그 직무를 수행할 때에는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제정한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안17(정치적 중립)에서는 주민자치회의 위원이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가지며, 공직선거법60조 제1항 제7호에 따라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행안부 표준조례안의 취지에 맞춰, 주민자치회를 시범실시 중인 자치단체들은 해당 조례에 주민자치위원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해 두고 있으며 위원이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경우 자동 해촉 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중립 혹은 탈정치화의 모순로컬파티통해 주민들의 정치 참여 기회 확대해야

윤 교수는 관련 법률과 조례에서 말하는 정치적 중립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반대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으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들은 주민자치회의 기본원칙을 천명하는 조항에서 주민자치회는 그 명의 또는 그 대표의 명의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반대하는 등의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에서도 그러한 취지가 다시 한 번 확인된다. 문제는 이러한 규정들이 주민자치회의 정치적 성격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데에까지 이른다는 점이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반대하지 않는 것과 정치활동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인데, 지금은 이 두 가지가 서로 혼동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민자치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력의 배분 측면에서 보자면, 주민자치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민이라는 세 주체가 상정된 상태에서 이들 간의 권한 재분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민자치가 이뤄지는 근린공동체 내에도 수많은 필요와 요구들이 존재하는데, 복수의 요구들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는 정치적 선택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주민자치는 정치적 구성물로 이해해야 하며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한 지방 민주주의 모델에서는 주민들이 정치 참여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진다는 것과 책임성 또한 정치적 책임성이 우선한다는 사실이 공통적인 합의 기반이다. 지방 민주주의 모델 하에서만 공동체의 정책결정과정이 엘리트 지배 혹은 시장 지배가 아닌 주민자치를 통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왕희 교수는 주민자치회에 대해 단순한 정치적 중립 요구를 넘어서서 정치활동 일체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주민자치의 정치적 성격을 부정한 채 탈정치화 시키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오랜 권위주의 통치를 끝내고 민주화를 달성한 지 40년 가까이 흘렀지만, 정치의 복원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오히려 정치의 영역은 최대한 축소하면서 행정이나 사법이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생각이 주류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주민자치 분야에서도 이러한 주류적 시각은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지방에는 행정만 있고, 정치는 없는상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지 인식적 차원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4단계로 나눠진 행정계층에 비춰보자면, 자치계층은 2단계까지만 침투할 수 있을 뿐이며 정당은 그보다도 낮은 1단계, 즉 광역시·도 차원에서만 존재를 인정받는다. 지구당이 폐지되면서 시··구 수준에서 정당이 공식적인 조직체를 갖는 것은 불법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당의 사무실조차도 시··구 차원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한국의 정당들은 분권화에 더 없이 취약하며, 생활정치는 정당과 먼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고 짚었다.

윤 교수는 정당이 없이는 지역의 정치가 살아나기는 힘들다. 한국의 지방자치에서 그동안 정당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많았던 이유는 정당이 지역민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이슈들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중앙당의 하부 기관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했기 때문이라며 개념적인 차원에서 로컬파티는 전국 단위 정당의 보조 수단이나 하위조직이 아니라 정당체계 구성의 한 축을 담당하는 독자적 위상을 지니는 것이다. 지역정당은 무엇보다 중앙정치에 예속된 지역정치와 정치적 기회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역 주민들의 구체적 생활단위인 지역공동체에서 주민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확대한다. 따라서 주민자치를 논하는 데 있어 지역정당을 빼놓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을 중시하는 생활정당으로서의 로컬파티는 읍··동 민주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치기획이 될 수 있다. 기존의 패권적, 일당지배적 지역정치 구도를 극복하고 지역 내의 정치적 다원주의를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로컬 파티는 주민자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기제가 될 것이다. 로컬파티가 시··구 이하의 단위에서 정치의 빈 공간을 채워줄 수 있다면 정치적 중립을 넘어 탈정치화 되어 버린 지방정치의 영역을 다시 구축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또한 그것이 결국 주민자치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통리 단위서 주민총회형 주민자치회 모델 실시해야주민자치위원 대표성 확보 필수적

읍면동 민주화를 위해 발제자인 윤왕희 교수는 ··동 단위에서 협력형 주민자치회 모델의 보완 ·리 단위에서 주민조직형(총회형) 주민자치회 모델 실시를 주장했다. 그는 ··동 민주화를 위해서는 현재 읍··동의 행정계층에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 주민자치회를 읍··동과 통·리에 각각 설치·운영하는 중층적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다만, ··동 단위의 주민자치회는 협력형 모델로, ·리 단위의 주민자치회는 주민조직형(총회형)으로 서로 다른 모델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읍··동 주민자치회의 위원들은 주민들이 직선으로 선출하며, 위원 선출과 주민자치회 운영에서 로컬 파티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읍··동 행정사무에 대한 심의 기능 위주로 되어 있는 주민자치회의 기본적 권한은 대체로 유지하되 심의의 대상 범위는 확대하여 읍··동의 주요 업무에 대한 실질적인 협의 기능을 강화한다. ·리 단위에서는 주민에 의한 직접민주주의를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총회형 주민자치회를 통해 의결, 집행 기능이 통합된 온전한 자치체를 운영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윤왕희 교수는 한국의 행정구조상 현재 읍··동은 자치계층이 아니라는 한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읍··동의 행정책임자(읍장, 면장, 동장)를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거나 읍··동에 자치의회를 구성하여 자치 입법권을 확보하는 등의 전면적인 민주화 방식은 현 단계에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라며 따라서 행정계층에 지나지 않는 읍··동의 현 상태를 받아들이되 그 안에서 최대한의 자치적 원리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틀 속에서는 협력형 주민자치회 모델이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협력의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협력의 질적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후 주민자치회는 방범, 위생, 복지 등 사회서비스 공급과 관련된 업무와 정책 제언, 민원 등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업무에서도 협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련되는업무도 협의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윤 교수는 주민자치회 위원들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주민자치위원들은 주민들이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선거의 과정에 로컬 파티가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주민자치위원들을 직선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방법만이 위원들의 대표성을 높이고 주민자치회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다만 로컬 파티에 대해서는 법적인 문제가 존재하나 로컬 파티를 하나의 기초자치단체 내에서만 활동하는 정당이라고 한다면 정당법의 등록 규정에 의해서 성립되고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조례로 운영되는 형태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로컬 파티는 전통적 의미의 정당이 아니라 근린공동체의 주민자치기구 구성과 운영에 관여하는 형태이기에 명칭에서도 정당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대신 주민정치단체로 명명한다면 기초지자체의 조례로서 해당 구역 내의 주민자치위원 선거 및 주민자치회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근린공동체의 생활정치 투입과정을 제도화,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 대목에서 발제자는 중요한 점을 짚었다. 그는 주민들이 주민자치회의 위원들 또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회의 위원 구성은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형태의 주민자치기구에 대한 선택권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위해 특정한 지방자치단체 내에서만 활동하는 로컬 파티 성격의 주민정치단체를 해당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등록 관리하면서 주민자치위원 후보자 추천을 비롯한 주민자치회 운영 전반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주민들의 자치적 선택권, 즉 정당한 정치적 결정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현행 법체계 내에서 주민자치회 위원들에 대한 직선제와 주민정치단체허용을 위해서는 주민투표와 해당 지자체의 조례 제정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동 단위서 로컬파티-주민자치회 경험 축적, 민주주의 진전에 중요한 전기

계속해서 윤왕희 교수는 물론 이상적인 주민자치에 비해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로컬 파티의 본래적 의미와 기능에 비해서는 미약한 역할에 그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이는 향후 정당을 통한 정치참여의 제도화에 긍정적 작용을 하리라고 확신한다. 사실 한국의 유권자들은 그동안 정상적인 정당활동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아래로부터 주민들 혹은 당원들이 직접 조직하고 운영하는 실질적인 정당은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핵심장치인 정당에 대한 체험과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체험, 곧 이중 체험을 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이중 체험의 접점이 바로 로컬파티라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결국 읍··동 단위에서 로컬파티와 함께 주민자치회에 대한 경험을 축적하는 것은, 아주 느릴지는 몰라도, 한국 민주주의의 진전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는 일로 평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통리 단위에서의 주민조직형(총회형) 주민자치회 모델 실시를 주창하며 ··동과 달리 통·리 단위에서는 주민자치회가 보다 온전한 형태의 자치권을 보유한 채 주민들의 전면적 참여를 통해 실행될 필요가 있다. ·리 단위를 완전한 주민자치 형태로 운영한다고 해도 기존 행정력의 저항이나 기득권 세력들과의 마찰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실제 주민들의 면대면 접촉이 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통·리이므로 주민자치의 개념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통·리 단위라 할 수 있다. ·리 단위 주민자치회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수시로 총회 개최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적어도 월 1회 이상의 정기적인 회합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총회를 통해 주민들 간에 신뢰를 쌓고 의사소통의 방식을 익히며 민주적 공동체 운영을 스스로 터득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의제의 보통선거가 보편화되면서 정치적 삶으로부터 후퇴했던 시민들(주민들)이 다시 공동체의 일을 함께 숙의하는 정치적 삶으로 복귀하는 의미를 총회형 주민자치회는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윤왕희 교수는 공동체성이 살아 있는 읍면 단위의 리와는 다른 양상을 띠는 도시지역의 경우 아파트 단지별로 구성돼 있는 입주자대표회의를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는 작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주민자치적 관점의 공동체성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파트는 주민들이 개별화, 원자화 하면서 각자의 주거공간으로 숨어드는 은신처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형식적 유사성에 함몰되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한 주민자치 활성화를 기획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도시지역의 통 단위 주민자치회에 대한 면밀한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중요한 점은 아직 주민자치회에 관한 별도의 법률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와 같이 새로운 형태의 주민자치회 모델은 각 지자체의 선도적인 결단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기회로 인식해도 좋다. 향후 주민자치회를 전국적으로 획일화 하는 입법이 이뤄진다면 다양한 형태의 실험과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정치를 복원하고, 주민들을 정치적 삶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지자체들은 새로운 모델을 적용한 주민자치회 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국회에서 언제 이루어질지 기약할 수 없는 법률 제정을 기다리지 말고, 지자체가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제대로 된 민주주의, 자치다운 자치를 끌어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시범실시가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주민자치 통한 민주주의 성숙과 발전 절실

끝으로 윤왕희 교수는 진정한 읍··동 민주화는 정치 부문의 진전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주민자치가 왜 제자리걸음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이다. ··동 민주화를 위해서는 정치적 기획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행정 민주화라는 틀로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 주민들이 행정의 객체가 아니라 정치의 주체로 거듭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주민주권의 원리가 구현되는 것은 정치의 공간이지 행정의 공간이 아니다라며 정치의 민주화, 행정의 민주화 이전에 사회의 민주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자치는 시민사회의 영역에서 스스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 중심의 대의제만으로는 질 높은 민주주의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생활공간에서 민주주의가 학습되고 경험되지 않을 경우, 그 나라의 민주주의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지금 한국의 정치체제는 주민자치를 통한 민주주의의 성숙과 발전을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첫 토론자인 김선명 순천대 교수는 정말 중요한 발표를 해주셨다. 많이 배우고 고민을 많이 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읍면동의 민주화라는 개념을 이렇게 집중적인 테마로 설정하고 이슈로 제기했던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읍면동의 민주와 자치의 문제를 직접 테마로 놓고 또 여러 가지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를 해주고 계셔서 많이 배웠다. 한편으로 실행 가능성, 또 여기에서 발생한 문제들이 많이 떠오르게 됐다라며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런 자치, 분권의 문제가 왜 필요한가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지금 시대에 자치, 분권을 하지 않는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 발전의 난맥상, 질적 발전 도약의 문제 등이 해결 가능할까라고 했을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급격한 소멸과 쇠퇴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그래서 자치와 분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걸 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고 했을 때 오늘 발표는 정말 센세이셔널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토론 김선명 순천대 교수
토론 김선명 순천대 교수

다만 그는 구체적 단계에서 발표자는 로컬파티를 제안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정치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남북한 대치라는 특수상황에서 역사적으로 진보정당이 활성화되지 못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고 양당체제, 소선거구제, 지역정당화로 정책정당화가 되어 있지 않고 정당이 다원화 되어 있지 않아 로컬파티가 제대로 성숙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로컬파티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기존 여건에서는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라며 우리나라는 의사결정의 사각지대가 굉장히 많다. 지역이든 마을단위든 광역이든 기초든 읍면동이든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의사결정체계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사각지대가 있다. 주민의 이해관계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없는데 이런 문제를 제대로 짚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국가 사회의 운영원리가 제대로 정착되어 있지 않다. 북유럽의 경우 정치-경제-사회단위가 촘촘히 엮어져 있어 거의 모든 국민들을 포괄하고 있어 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해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반면 우리사회는 주민 참여 조직단위가 제도화 되지 않아 갈등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읍면동/통리 단위 주민자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본다. 이 실현방안을 많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책정당화 기반 불모지서 로컬파티 가능한가? “더 많은 고민과 상상력 필요

토론 안병철 조선대 교수
토론 안병철 조선대 교수

다음으로 안병철 조선대 교수는 오늘 논의의 핵심은 읍면동 민주화를 위해 로컬파티가 필요하다, 통리단위 총회형 주민자치회로 가자는 것이라고 본다. 상당히 흥미로운 제안과 논의이다. 다만 로컬파티의 개념이 불분명하고 모호한 것 같다. 어떻게 구성, 운영하고 어떤 기능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제한적이어서 정리가 더 필요한 것 같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읍면동, 통리의 기능이 갈수록 축소되는 상황에서 통리 단위 주민자치회 구성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자치회에서 할 수 있는 논의와 의제가 얼마나 많을까? 전남의 경우도 주민자치회 구성 자체, 그리고 운영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끝으로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단체자치 방식으로 지방자치를 해 왔고 역사적으로 단체자치의 유산이 많다. 이를 염두에 둔 주민자치 제도나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왕희 교수는 “‘정책 정당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로컬파티가 현실적이겠는가라는 질문을 공통적으로 하셨는데 정당에 양대 정당만 있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일반적으로 생활정치 기반으로 정책을 이끌어내고 지역 기반으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전국정당이 되는 것이 정당의 정상적인 성장 루트이고 주민자치도, 정당도 중요하다고 한다면 그걸 연결하는 접점이 로컬파티가 될 수 있다는 차원의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로컬파티는 우리나라에 한 번도 없던 생소한 개념이라 그 정의가 다소 불분명할 수 있다. 다만 로컬파티는 현재 형태의 전국정당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착이 되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정당에 대해서도 다른 상상력을 만들어보자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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