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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로 뿌림과 거둠의 왜곡 없는 품위 있는 사회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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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로 뿌림과 거둠의 왜곡 없는 품위 있는 사회 만들어야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3.10.13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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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 마을인문지도자 양성 과정 전상직 중앙회장 특강 펼쳐

2023년 포천시 인문 생태계 육성지원 사업 일환으로 개최되는 마을인문지도자 양성 과정이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지방자치 리더들과 함께 전문가의 강연 및 토론을 통해 지역발전을 주도하는 유능한 리더로서의 자질을 양성하기 위해 열리는 이번 과정에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중앙대 특임교수)주민자치의 사상 이해하기라는 주제로 특강을 펼쳤다. 주민자치의 원리와 필요충분조건, 우리 시대에 왜 주민자치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 전 회장은 2시간 가량 열강을 전했다. 12일 열린 전상직 회장의 특강을 지상중계한다.

 

뿌림과 거둠의 왜곡 없어야

사람은 무엇을 심든지 자신이 심은 대로 거두는 법이다. 문제는 자기 자신 스스로 뿌림과 거둠을 왜곡하는 경우가 있고 국가가 왜곡하는 경우도 있으며 많이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을 배제하여 왜곡하고, 많이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이용하여 왜곡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뿌림과 거둠의 왜곡이 심각한 상태다.

이러한 문제가 깊어지면 사람들은 종속되고 경직된다. 제도와 사람을 고쳐야 하는데 기득권은 제도를 고칠 생각이 없다. 결국 사람을 도덕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를 위한 방법론이 주민자치라고 생각한다. 20년 넘게 주민자치 했지만 쉽지 않다. 오늘은 제가 겪은 주민자치 경험을 토대 삼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사회와 제도가 구성원 모욕하지 않는 품위 있는 사회

윤석열 정부의 캐치프레이즈가 공정과 상식이다. 그런데 현실이 과연 공정하고 상식적인가? 막연한 공정과 상식 보다는 우리 세상이 품위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사회의 제도 자체가 구성원들에게 모욕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 품위는 강제나 구속이 아닌 개인의 지위에 맞는 행동에서 나오는 위엄이다. 강제성 없이 순수한 도덕성에 기반해야 한다. 권리개념 없이도 서로 배려하며 서로 모욕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것이 주민자치의 본질

콜라 1병이 1천원인데 빈병 2개 반납하면 1병을 무료로 준다. 5천원을 가지고 있다면 몇 병의 콜라를 마실 수 있을까? 핵심은 2병씩 반납한 후 남은 빈병 1개다. 이 빈병을 버릴지 활용할지가 주민자치의 화두다. 방법은 간단하다. 가게에서 1병을 외상으로 마신 후 원래 있던 빈병과 합쳐 빈병 2개로 1개의 콜라를 받아 가게에 갚으면 된다. 함께 살아가는 유연성, 배려와 관용, 이웃을 품는 포용성이 주민자치의 미덕인 것이다.

결국 주민자치의 본질은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것이다. 단 이걸 혼자 하면 개인자치, 관료가 하면 관료행정, 시민단체가 하면 시민운동이다. 주민 모두가 함께 해야 비로소 주민자치가 완성된다. 그런데 뒤집어 놓고 보면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일 중 국가나 단체장, 시민단체가 해줄 수 없는 일이 분명히 있다. 그것은 마을차원의 문제, 생활차원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이게 바로 주민자치다.

주민자치에서 감수성 없는 사업은 강요하는 사업이 되고 상상력 없는 사업은 쓸모없는 전시사업이 된다. 따라서 제대로 된 주민자치 사업은 그리고 이에 대한 실행은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행정의 간섭 없는 지원으로 실현될 수 있다.

 

주민자치 스스로의 주인이 되는 행위

주민자치의 속성은 자발성-자주성-자력성-자율성에 있다. 주민이 자발적으로 주체가 되어 살기 좋은 마을을 자력으로 만들어 가는 일련의 자율적 행위가 주민자치다. 이를 기반 삼아 우리 삶의 형식인 일-놀이-배움을 통해 주민 스스로 더불어 저절로 마을사업-마을행사-마을강좌를 펼치는 것이 주민자치 사업이다.

뿌림과 거둠이 필요충분조건을 발휘해 시장의 원가 보다는 가격이, 가격 보다는 가치가 우선되는 주민자치의 가치를 창출하여야 한다. 그중 최고의 가치는 주민이 스스로의 주인의 되는 행위이고 이 과정이 바로 주민자치라 할 수 있다.

 

읍면동 민주화 사각지대, 주민자치 식민지와 같아

주민자치는 민주제다. 시도, 시군구에서는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직선하는 간접민주제와 주민투표발안 및 소환 등 직접민주제가 병행되고 있다. 그러나 읍면동장은 주민이 직선하지 않고 행정이 임명한다. 따라서 읍면동은 직접은 물론 간접민주제마저 부재된 민주주의 사각지대이고 주민자치 식민지와 같다.

지방자치는 선진국일수록 주민에 의한 주민자치가 발전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민자치를 국가가 통치하는 현실이다. 읍면동이 민주화되기 위해서는 지역 문제를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 체계가 바로 주민자치이고, 이를 위한 시스템이자 조직이 주민자치회다.

 

주민이 우리 마을 위해 일하도록 만들어야

주민자치의 함의를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1863년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살펴 볼 수 있다. 매우 놀랄만한 사실은 그로부터 100년 뒤인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의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라는 취임사다.

미국이 민주주의를 100년 동안 시행하고 나니 이제는 국가가 주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자부심인 것이다. 누가 시켜서 명령해서가 아니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우리 동, 우리 구, 우리 시를 위해 일하도록 만드는 게 주민자치다.

 

자치역량은 제도로, 사업역량은 지원으로 형성

주민자치는 회원국-사무국-사업국을 가진 주민자치회가 자치역량과 사업역량으로 주민자치사업을 하되 최대한의 주민참여와 시군구 행정의 간섭 없는 예산 지원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현재 주민자치회 구조를 보면 일할 사람이 없다. 뭔가 주민을 위한 사업을 하려면 사무국과 사업국이 따로 있어야 하는데 간사 한명 달랑 있다.

그런데 이 간사도 일꾼으로 들어온 게 아니라 주민자치위원 중에서 뽑은 것이다. 사업하라고 선발한 인력이 아니다. 현 주민자치회는 사업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조직이 아니다. 주민자치회 설계가 엄청나게 잘못되어 있다. 일이 잘 될 수가 없는 구조, 모순된 조직이다.

 

주민자치 통한 인간의 사회화, 사회의 인간화

주민자치는 주민이 마을의 생활관계를 주민과 마을을 위해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읍면동 주민총회라는 최고결정기관이 규약을 제개정하고 회장 및 감사를 선출하며, 주민자치회 사업과 예산을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주민자치회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인간 존엄성에 기초를 두고 공동선-연대성-보조성으로 구성된다. 이를 토대로 분권과 자치 아래 주민이 구역을 마을로 승인하는 자발성, 주민이 주민을 나의 이웃으로 승인하는 자주성, 주민이 마을일을 나의 일로 승인하는 자율성이 필요충분조건이 되어야 한다.

인간과 사회라는 두 축을 놓고 보면 인간의 사회화, 사회의 인간화를 이루는 일련의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관건은 이러한 주민자치 원리를 실현하기 위한 주민자치 정책은 반드시 자치와 분권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민자치회가 해야 할 일은 사회적 자본 형성’ ‘사회서비스 공급’ ‘주민목소리 대변등이며, 정치와 행정이 할 수 없고 개인과 시장이 할 수 없는 일들을 주민자치회에서 해야 한다.

국가주도나 특정단체 주도로 조직된 단체가 주민자치회에서 충실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제도화하면 주민자치는 주민역량에다 단체역량을 결집하여 지역을 공동체화 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가 지역과 주민을 대표하는 것을 국가나 지자체가 조직한 단체가 침식하고 훼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민자치는 행정적 속성을 가지면서도 비행정조직이요, 정치적인 속성을 가지면서도 비정치조직이요, 재정을 필요로 하면서도 비영리조직이요, 고유의 목적을 가지면서도 지역보편조직이기 때문이다.

 

주민자치로 개인의 인생과 마을의 역사 일깨우다

주민자치를 통한 마을행사는 개인의 인생과 마을의 역사를 일깨우는 것으로 전입주민 환영회, 성인 축하식, 어린이 척사대회 등을 통해 주민 간 친목을 도모할 수 있다. 또 주민자치를 통해 학습과 배움의 효과도 얻을 수 있는데, 동네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마을 강좌를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은 주민과 주민자치(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운영되어야 한다. 주민과 주민자치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앞으로 주민자치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

주민자치는 주민이 스스로의 주인, 마을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행위이며, 주민자치위원은 마을의 어른이 되는 것을 뜻한다. 어른은 무엇인가? 경험과 여유로 대표되는 지혜의 미덕과 함께 덕망과 책임, 그리고 윤리라는 사회적 역할을 겸비한 사람을 뜻한다. 주민을 인격자로, 마을을 공동체로 만드는 주민자치를 위해서는 마을에 존경할 어른이 있어야 한다.

마을의 아이들이 여러분들을 봤을 때 닮고 싶은 어른, 따르고 싶은 어른, 모범적인 어른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품위 있고 멋있는 어른이 되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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