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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주민총회, 어떻게 됐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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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주민총회, 어떻게 됐냐면요….
  • 에디터K
  • 승인 2023.11.0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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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주민생활_ 에디터K의 어리바리 주민자치회 입성․활동기

이 사거리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걸 처음 봤어요.”

추석을 앞둔 어느 주말, 첫 입주를 시작해 마을이라는 게 조성된 지 불과 2년 남짓한 모 신도시 주민의 일성입니다.

평일 오전, 오후를 가릴 것 없이 길거리에 유모차 행렬이 넘치고 도로와 인도에 차량과 인파가 적지 않은 곳이지만 OO동 주민총회가 처음으로 열린 공원 앞 사거리는 상대적으로 중심상가와 거리가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몰릴 일이 거의 없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 공원, 신도시 중심에 으레 널찍하게 있기 마련인 중앙공원과는 차원이 다른, 아파트와 학교들을 따라 좁고 긴 자투리땅에 만들어진 작은 공원입니다(아 여름이면 소규모 물놀이장이 돼 귀여운 유아, 어린이들이 몰려 바글바글하긴 합니다만).

이제 물놀이장 운영기간도 끝나 조용하던 이 공원이 점심 무렵부터 북적이기 시작했습니다. 주민자치위원들은 역사적인 첫 주민총회 준비를 위해 이미 오전 10시에 집합했습니다(40명 안 되는 위원들 중 그래도 60-70% 정도는 모였던 것 같습니다). 마침 아직 햇살을 뜨거웠지만 날씨가 너무너무 화창하여 야외행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작은 공원서 부대행사와 함께 치른 신생동 첫 주민총회

야외행사로 기획된 만큼 주민총회(내년도 사업안건 우선순위 의결 등)만 달랑 있으면 밋밋하고 아쉬우니 부대행사가 함께 마련되었는데 플리마켓과 영화상영이었습니다. ‘너무 뻔한 거 아닙니까? 신박한 거 뭐 없나요?’ 하셔도 할 말은 없으나 작년에 동이 신설되고 올해 첫 출범하여 변변한 예산지원도 받지 못한 신생(이 아니라 할지라도) 주민자치회에서 반짝반짝 아이디어만으로 주민행사를 준비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도 합니다.

공원에 공간은 얼마든지 있었기에 주민들 대상으로 숫자 제한을 두지 않고 셀러 신청을 미리 받았고 저 역시 아파트 단체문자방에 열심히 알렸습니다. 처음엔 신청자가 적으면 어쩌나우려도 있었지만 결과는 대성공. 거의 100명 가까운 신청이 접수됐고(물론 소수의 당일 노쇼는 불가피합니다만) 따로 그늘이 없어 따가운 땡볕을 그대로 받아야하는 공원 산책로가 주민 셀러들로 빽빽이 채워졌습니다.

그렇게 플리마켓이 개장되고 오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기 시작하면서 점점 주민총회 시각이 다가왔습니다. 단상과 의자를 세팅하는데 플리마켓은 그렇다 치고 주민들 입장에선 그닥 재미없는 주민총회 행사를 의자에 앉아 끝까지 지켜볼 분들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으나 여유 있게 세팅해놓은 자리들이 얼추 꽉 찼습니다.

어 근데 참석하기로 했던 지자체장이 갑작스런 일정으로 불참하게 되어 동영상 축사로 대체되었답니다. 그러고 보니 동장도 안보였습니다. 흐음 사람인지라 서운함이 없을 순 없었는데 생각해보니 오 역시 주민자치위원들과 주민들뿐이구나라는 생각에까지 미쳐. 물론 여러 공무원들, 지방의원들, 각 기관 단체장과 임원들 그리고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많은 내빈(!)들이 참석했고 여러 분들의 축사도 들어야했습니다.

 

주민회도 아니고 아쉬움은 남지만

주민자치회 조례와 세칙을 아무리 살펴봐도 주민총회 참여주민 정족수와 같은 건 없습니다. ‘6만명 인구 동에서 이 정도 주민이 참여하는 게 주민회가 맞나?‘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뾰족한 대답이 나오기 힘들 것입니다.

보통은 주민 1%의 참여(사업안건에 대한 투표율)가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 OO동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의 숫자는 가뿐히(실은 당일 여러 노력이 있기도 했습니다) 넘어 주민자치회 각 분과에서 도출된 사업의제에 대한 투표(정확히는 선호도조사)가 완료되고 총회에서 내년도 사업으로 의결 승인되었습니다.

그간 다른 지역에서 많이 봤던 주민총회 기념식(?)과 순서도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은, 다분히 의례적으로 보인 행사였지만 일단 틀을 갖추어 진행된 것에 많은 주민자치위원들은 안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1000여명의 주민이 참석했다는 언론보도의 정확성을 확인할 방법도 의사도 없지만 그 만큼 많은 주민이 행사장을 찾아(목적은 다 제각각일지라도) 모처럼 그 거리가 활력으로 가득 찼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땅거미가 진 저녁시간에 시작된 영화 상영에 가족단위의 많은 주민들과 아이들이 함께한 것입니다. 야외 공원에 설치된 대형화면 속 애니메이션을 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달빛 속에서 유독 환해보였습니다.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는 게 중요하고 시급하지만 제도가 잘못됐다고 손 놓고 아무것도 안할 수 없으니 그 안에서 어떻게든 주민과 함께 소통하고 숨쉴 수 있는 사업을 어떻게든 해나가야겠다 한번 더 다짐한 밤이니다.

 

 

에디터K

계란 흰자수도권의 한 신도시에 서식하고 있는 글로소득자’. 삶의 8, 아니 9할 이상의 시간 동안 주민자치(위원)회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가 뒤늦게 사전 의무교육 6시간수강을 득하고 추첨에 의해 주민자치위원에 위촉됐다.

 

 

슬기로운 주민생활은 불과 얼마 전까지 주민자치에 대해 일도 모르던 지나가던 주민1’ 에디터K의 주민자치회 입성부터 활약(과연?)까지를 담아내고자 기획된 맨땅 맨바닥 주민자치 체험기입니다. 과연 시민K는 주민자치회 참여를 통해 슬기로운 주민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해당 칼럼의 내용은 특정지역의 사례, 특정 일인의 경험과 견해일 수 있으므로 타 지역의 상황과 매우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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